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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스톤의 서재

헌터의 아카데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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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스톤
작품등록일 :
2020.04.13 22:57
최근연재일 :
2020.04.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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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9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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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의 아카데미 생활 14화

DUMMY

성재는 솜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새로 나타난 두마리의 멤가로톤! 지금 한마리를 간신히 처치한 참인데, 산넘어 산이라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다리의 상태는 갈수록 좋지 않아지는 것 같았다. 출혈도 계속됐기 때문에 머리도 띵 하고 어지러웠다.


하지만 성재는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쓰러질 수는 없었다. 그는 오기를 담아 소리쳤다.


"하! 또 어떤 놈들이 육포가 되고 싶어서 찾아왔지? 한놈 먼저 오기만 해봐. 내 철퇴 맛을 보여줄테니."


[철퇴라닛! 누가봐도 검인데 무슨 소리야?]


"크흐. 그랬지? 농담이야."


성재는 얼른 다시 검을 추켜 세웠다. 검에 깃들었던 무게는 어느샌가 사라져서, 다시 처음처럼 가벼워진 상태였다.


검은 가벼웠지만, 성재의 손은 떨렸다. 의외로 자신의 몸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것을 그는 깨달았다. 그의 주위에 도배가 되듯이 깔린 피바다는, 그가 해치운 멤가로톤의 것 뿐만이 아니라 그의 피도 크게 일조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까처럼만 하면 된다고 그는 마음 속으로 되뇌었다. 그리고 녀석들이 달려들면 또다시 내려베기를 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녀석들은 지능적이었다. 성재가 피를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영리하게도 그걸 이용하고자 하는지, 섣불리 돌격해오지 않고 그의 주위를 빙빙 돌면서 그를 지켜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아마 성재가 힘이 완전히 빠지면 그제서야 달려들 작정인 듯했다.


성재는 혀를 찼다. 다리 때문에 이쪽에서 공격하러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성재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새로 나타난 놈들 때문에 놀라서 검을 쥐어드느라, 정하에게 전화를 걸던 채로 스마트폰을 바닥에 던져둔 상태였다. 성재는 녀석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다시 그것을 집어들었다.


"......성재야, 왜 걸어놓고 말이 없어?"


마침 전화 건너 편에서는 정하가 전화를 받고서 그렇게 반문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재는 그녀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누나, 지금 저 52동 옆이에요. 지금 괴수가 나타나서 공격받고 있어요. 장난치는 거 아니니까 빨리 사람들 좀 불러와주세요."


성재는 말하면서도 자신이 참 믿기 힘든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길게 말할 상황은 아니었고, 최대한 간결하게 용건만을 전했다.


그런데 의외로 정하는 간결하게 답했다.


"알았어. 곧 갈테니 최대한 버티고 있어."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성재로서는 이 누나가 그냥 장난으로 받아넘긴 것인지 뭔지 아리송할 지경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그녀를 믿고 버틸 수 밖에 없었다.



휘청.


현기증이 더 심해졌다. 그의 칼 끝이 흔들리고, 멜티가 정신 좀 차리라고 외치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그가 더이상 칼을 제대로 들고 있지 못하게 되자, 멤가로톤 두마리가 그를 앞뒤로 둘러싸고 돌격해 들어왔다.





-----------------



정하는 케이크를 사들고 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요즘들어 무척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성재를 격려하기 위함이었다. 깜짝 야식 배달을 할 셈이었다.


왜 하필 케이크냐? 라고 묻는 다면 그녀의 취향이 꽤 들어간 결과하고 할 수 있었다. 이왕이면 같이 맛있는 걸 먹으면 좋지 않겠냐는 짐작이었는데, 그녀는 도장 근처에 다 와서야 성재가 혹시 케이크를 싫어하는 건 아닐까 염려되기 시작했다. 별 생각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걸 사와버렸으니 말이다.


문득 손에 들린 케이크 박스에 시선을 향했다. 조각 케이크를 8조각 사왔는데, 생각해보니 조금 많은 것도 같았다. 밤중에 많이 먹는 여자로 오해받으려나 하는 생각에 얼굴이 좀 붉어졌다.


또 생각이 이어지다보니 밤에 이렇게 야식 배달까지 해주다니, 자신이 요즘 성재를 너무 챙겨주는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지 모르게 계속 시선이 가고 이것저것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계속 들고 있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 격려해주고 싶고 말이다.


아마, 지금까지 형제로 오빠만 가지고 있다가 동생같은 후배가 들어오니 마음이 많이 쓰이는 거라고 그녀는 스스로 짐작했다. 성재가 강아지처럼 자신을 잘 따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 케이크를 전해주면, 그는 원래 좋아했던 것인지에 상관없이 기뻐하며 잘 먹어주겠지. 먹는 모습이 무척 귀여울 것 같다는 생각에 살짝 미소가 지어진다.


하지만 도장에 도착해보니 이미 불은 꺼져있었다. 정하는 약간 허전해졌다.


"그렇지. 내가 너무 늦게 왔어."


늦은 밤 중에 갑자기 성재에게 생각이 미쳐, 연습하고 있을 그가 안쓰러워 충동적으로 사온 것이었다. 이렇게 될 가능성도 높았지.


정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케이크를 동방의 냉장고 안에 넣었다. 최근 성재와 혜인이 깨끗이 청소를 해주어서, 말끔하니 상태가 좋아진 냉장고였다.


"후."


한숨을 폭 쉬고서, 정하는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도장을 나섰다. 그때, 그녀의 스마트폰의 벨소리가 울렸다.



...

..

.



정하는 다리가 끊어져라 달렸다. 그리고 달리면서 생각했다.


'교내에 괴수가 나타났다. 가능한 경우는?'


애초에 성재가 농담을 했을 가능성은 제쳐둔 판단이었다. 이런 걸로 농담할 애가 아닌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정하는 하나하나 가능성을 짚어보았다.


첫째, 초고위급 괴수가 공간 이동능력을 이용하여 침입해 왔을 경우. 그것은 그야말로 재앙이 닥쳐온 경우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가능성은 낮았다. 만약 그런 괴수가 침입했다면 지금처럼 조용하지도 않을 것이고, 성재가 전화를 걸 틈도 없었을 것이다.


둘째, 괴수가 어떻게든 저지 장벽을 넘어서 여기까지 숨어들어온 경우. 이것도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스피어 중심부에 위치한 1이능대학의 위치를 고려할 때 발각되지 않고 온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셋째, 실험용으로 포획한 괴수가 탈출한 경우. 이게 제일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이능대학의 연구동에는 몇몇 하급 괴수들이 연구를 위해 가둬져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왜 괴수가 탈출을 할 수 있었고, 그것이 시큐리티 시스템에 왜 감지가 되지 않은 것인지는 의문이었다.


'그렇다면, 현장에 있는 괴수의 등급은 낮을 터.'


그것은 반길만한 추론이었다. 하급 괴수일수록 성재의 생존 가능성이 올라갈 것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약한 하급 괴수라고 해도 소울 웨펀이 없는 성재에게는 무척 버거울 것이 틀림 없었다.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찬 정하가 다시 이를 악물고 전력으로 달렸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그녀의 소울 웨펀, '필그림(pilgrim)'이 쥐어져 있었다. 유려하고 길다란 검신에 반사되는 달빛이 그녀의 결의마냥 반짝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장에 도착한 정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가슴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기합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



"크핫!"


성재는 또다시 땅을 굴렀다. 돌격해온 멤가로톤의 공격을 간신히 멜티로 받아내면서 떠밀려 뒹굴었다.


1:1과 1:2의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녀석들은 성재의 뒤쪽을 집요하게 노렸다. 몸의 방향을 전환하기 힘든 성재로서는 바닥을 뒹굴며 간신히 치명타를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의 몸에는 온통 베인 상처 투성이였다. 다행히 멜티를 들고 있는 덕에 허벅지처럼 관통상을 입는 것만은 면하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출혈량이 계속해서 늘고 있었다.


갈수록 몸이 둔해지고, 이젠 멜티로 막는 것조차 수월하게 되지 않고 있었다.


머리가 멍했다. 몇번만 더 공격받으면 이제 저 엄니에 그대로 꿰뚫려버리겠지.


또다시 녀석들중 하나가 등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성재는 몸을 왼쪽으로 전력을 다해 던지며 멜티로 엄니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만 힘이 다해버렸나 보다.


까강! 휘이익!


[안돼!...주인.....!.OOO...!!]


손아귀에서 멜티가 떠나간다. 더이상 검을 꽉 쥘 힘도 없어져버렸던 것이다. 날아가면서 마지막으로 녀석이 뭐라고 머릿속에 소리친 것도 같은데, 이젠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몸에서 벗어나면 대화가 안되나 보네.'


성재는 이상하게도 담담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이제 마지막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분했다. 무척이나.


성재는 주먹을 쥐어들었다. 힘은 들어가지 않았지만, 남은 오라를 쥐어짜 주먹에 감았다. 마지막으로 한대는 갚아주고 가겠다는 마음으로 앞에 선 녀석을 노려본다. 시야가 흐릿하다.



그때 그 흐릿한 시야 가운데, 멀리서 녹색 섬광이 번개같이 꽂혀들었다. 멤가로톤들의 희미한 녹색과는 다른, 찬연한 상록수같은 녹색이었다.


"비검(秘劍), 참철(斬鐵)!"


낭랑한 목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듯 울려퍼지고, 녹색 오라의 주인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이정하, 묵검의 회장. 그리고 2학년 중 몇 안되는 C랭크 그린 오라의 소유자. 그런 그녀의 아트 스킬이 그녀의 인도에 따라 펼쳐졌다. 그녀가 주창한 코드에 반응하여 그녀의 소울 웨펀이 빛난다.


그녀의 길고 날카로운 소울 웨펀, 필그림에서 녹색 오라가 검보다 더 길게 뻗어 나왔다. 그리고 그것은 체인소(chainsaw)처럼 무수한 이빨들을 드러내더니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까이 갔다가는 빨려들 것같은 무서운 회전력. 정하는 그것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번쩍 들어 적에게 쇄도했다. 그리고 필그림을 그대로 첫번째 멤가로톤에게 꽂아넣었다.


콰작!


그것은 마치 날카로운 과도로 스펀지를 베는 것과도 같았다. 멤가로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두동강나서 피분수를 뿌려야만 했다.


그렇게 한녀석을 해치우며 착지한 정하가 그대로 땅을 박차며 몸을 도약시킨다. 그녀의 몸이 번개같이 또다른 녀석에게 뻗어간다. 거리가 거의 10미터는 벌어져 있었음에도, 마치 바로 옆으로 한걸음 걸어간 것 마냥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남은 멤가로톤은 공포에 짓눌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괴수의 눈에 정하의 분노에 찬 얼굴이 가득 맺혔다.


쉬잇!


그대로 그녀의 검이 녀석을 스치듯이 지나가고, 괴수는 사선으로 비스듬히 몸통이 갈려나갔다. 정하는 그대로 한참을 지나가서 가뿐히 착지했다. 괴수에서 터져나온 피는 그녀에게까지 닿지 못했다.


"후우......"


정하가 긴장했던 숨을 골라낸다. 다행히 약체인 멤가로톤이어서 가뿐하게 처리할 수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성재를 본 탓에 흥분해서 앞뒤 안보고 달려들었지만 결과는 좋았다. 그녀는 얼른 후배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갔다.


"성재야! 괜찮니?"


성재는 지금 그녀의 무용을 목격하고 살짝 넋이 나가있는 상태였다. 그녀가 그렸던 아름다운 궤적, 그리고 파괴력. 저것이 제대로된 C랭크 이능력자의 능력....! 성재는 자신이 지향해야할 목표점을 목도한 것만 같았다.


달려온 정하가 성재를 안았다. 성재의 몸에 온통 칠해져있던 피가 그녀의 옷에 잔뜩 묻게 됐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 상처....피 좀 봐! 잠깐만 기다려."


성재의 상처를 살피고 당황한 그녀가 그를 더욱 꼭 껴안으며 눈을 감고 스펠을 주창했다.


"뿌리깊은 대지의 덩굴이여, 그대의 피와 생명이 나의 인도에 따를지니, <그레이트 힐링>!"


그린 컬러의 대표적인 스펠 스킬, 회복주문 중 상위에 해당하는 '그레이트 힐링'이 성재의 몸에 베풀어졌다. 오라가 주문에 따라 작용하면서 그의 몸을 빠르게 치료해 나갔다.


성재는 계속되던 긴장이 완전히 풀려나감을 느꼈다. 그리고 온몸이 따뜻한 기운에 둘러싸이며 통증이 빠르게 멈춰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느새 허벅지의 관통상은 메워지고 있었고, 잔상처는 물론 싹 사라진 상태였다.


성재는 푹 안심이 되어버렸다. 그러자 졸린 것 같은 감각이 엄습해옴을 느꼈다. 자신을 꼭 껴안은 정하의 품이 무척 포근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의 의식은 서서히 꺼져갔다.


그녀가 꼭 껴안은 탓에 그의 얼굴에 꾹 눌러진 가슴의 감촉을 느끼면서 마지막으로 성재가 생각한 것은,


'누나, 보기보다 의외로 푹신하네요.......'


그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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