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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스톤의 서재

헌터의 아카데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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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스톤
작품등록일 :
2020.04.13 22:57
최근연재일 :
2020.04.21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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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4.13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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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헌터의 아카데미 생활 5화

DUMMY

"으갸갸갹...."


초췌해진 얼굴로 성재가 겨우겨우 문을 열고 나왔다. 기지개 삼아 허리를 쭉 펴고 보니 하늘에 걸린 해는 어느새 서쪽으로 넘어갈랑말랑 하고 있었다. 살짝 노을진 대학 부지를 보니 왠지 감상적인 심경에 살짝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정말 많이도 했구나.'


어제 낮부터 지금까지, 실험팀은 갖가지 테스트를 시도해보았다. 개중에는 성재가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되는 것도 있었지만, 달려보라거나 목검을 휘둘러보라는 것까지 있어서 누적된 피로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그래도 고통을 주거나 하는 건 없어서 다행이었다면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후. 한숨을 쉰다.


뭔가 정신 없는 시간이었다. 제때 식사도 잘 나오고 했지만 자신이 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건지, 현실 감각이 좀처럼 들지 않고 있었다. 지금 이렇게 나오고 나서도 정신이 멍했다.


결국 중요한 검사 결과는 좀 더 자료 연구를 해보고 차후에 알려주겠다고 하고......마음이 영 심란했다.


꾸르륵.


저녁시간이 되어서인지 몸만은 제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마음이 복잡하지만 일단은 저녁을 먹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가서 먹기보다는 학교에서 먹고 갈까?'


배고픈 상태로 집에 가기에는 체력이 방전된 상태라 꽤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재는 학교의 학식 상태도 점검할 겸 식당으로 가보기로 했다.


그렇게 결심한 성재가 막 오라물리학과 건물 앞을 떠나려 할 때였다.


"어머, 성재야. 벌써 나왔어? 내가 조금 늦었나보네."


그를 부르는 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조금 늦다니? 누군가와 약속 같은 걸 한 기억은 없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목소리의 주인은 정하 누나였다.


"어라, 누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긴. 네 검사가 끝났다는 연락을 듣고 왔지. 내가 학식 한끼 사주기로 했잖아?"


"아, 그런 얘기를 하긴 했지만...."


그게 조만간 한끼 사준다는 이야기인줄로 알았지, 다음날 당장일 줄은 몰랐다.


정하가 살짝 헛기침을 하며 말을 덧붙였다.


"사실은 어제 혼자 보낸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고, 그래서 검사를 몸 건강히 잘 마쳤나 확인도 해볼 겸 온 거야. 응, 보기에 문제는 없어 보이네! 다행이다."


"누나......"


정말, 이 사람은 책임감이 강하다고 해야할지, 배려심이 깊다고 해야할지.....이렇게 꼼꼼하게 챙겨주다니.


성재는 살짝 감동하고 말았다.


"자, 제일 비싼 식당에서 사줄테니 얼른 따라와. 그래봐야 학생식당이지만 말이야."


정하가 그렇게 손짓하며 그를 이끌자, 성재는 마치 주인의 부름을 받은 강아지마냥 졸졸 그녀를 따라가고 말았다. 그는 이미 상당히 그녀에게 감화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동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제일 비싼 학식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두 사람이 들어간 식당은 인테리어부터가 꽤 정성이 들어가있었다. 벽에는 비싸보이는 그림들이 걸려있었고, 천장에는 샹들리에까지 여럿 달려있어서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양식풍의 인테리어에도 불구하고, 저녁 메뉴는 삼계탕이었다. 전시된 메뉴 샘플 옆에는 '마늘 잔뜩!'이라는 멘트까지 첨부되어 있어서 구수함을 더하고 있었다.


"그, 메뉴는 삼계탕 단품 뿐인가봐요?"


잘 매치되지 않는 조합을 보고 약간 떨떠름해진 성재가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정하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닭하고 마늘 재고를 처리할 필요를 있었던 모양이야. 어딘가에서 과잉 생산이라도 한 모양이지? 요 며칠 계속 이 메뉴더라구."


자원의 유효활용을 중시하는 스피어의 정책상, 식재료의 여분이 발생할 경우 학교나 공공 기관 등에 그 처리(?)를 떠맡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식당의 현재 임무는 닭과 마늘의 소비인 모양이다.


성재로서는 평소에 닭을 좋아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마침 잘 되었다고도 할 수 있었다. 다만......눈 앞의 예쁜 선배 앞에서 게걸스럽게 닭을 발라내면서 식사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싫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저번에 먹어보니 맛있더라. 자, 식권 샀어. 얼른 받으러 가자."


성재의 고심과는 상관없이, 어느새 식권을 산 정하가 쑥쑥 앞으로 나갔다. 성재는 뼈를 손에 들고 먹지는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정하를 따라 배식대로 향했다.



곧 두사람은 각자 삼계탕을 한그릇씩 받아들고 앉을만한 적당한 테이블을 물색해서 앉았다. 그런데 두사람이 자리에 앉자마자, 성재의 옆자리에 누군가가 턱 하니 따라 앉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성재가 옆자리를 휙 쳐다봤다. 갑작스러운 난입자는 익히 눈에 익은 사람이었다.


"얍! 드디어 찾았네! 그런데 벌써 부회장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거야? 보기보다 손이 무척 빠른데?"


그녀는 숏포니테일이 인상적이었던, 여행부 동아리 회장을 맡고 있던 바로 그 선배였다.


"민세희, 갑자기 어디서 불쑥 나타난 거야?"


정하가 새로 등장한 그녀를 향해 말했다. 잘 보니 미간이 약간 찌푸려져 있었다.


성재는 덕분에 이제야 옆에 앉은 이 선배의 이름을 알게된 셈이다. 민세희라는 이름이었구나.


"아니, 나야 뭐 밥먹으러 온 건데, 앉으려다 보니 마침 유명인이자 나의 지인의 얼굴이 보인 게 아니겠어? 그래서 같이 먹으러 왔지."


유명인이자 지인이라고? 성재는 그 표현이 아마 정하를 말하는 것일 거라 생각했다. 둘이 좀 친한 모양인가 보다 했다.


하지만 세희가 뜻한 바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녀는 성재의 어깨를 툭툭 치며 동의를 구했다.


"안 그래, 성재야? 같이 먹어도 괜찮지?"


"네......네, 네?!"


무의식적으로 대답을 하다가 성재는 조금 놀랐다. 분명 통성명을 하지 않았었는데, 어느새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데다가 이렇게 친한 척이라니. 이 선배, 상당히 강력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성재는 당황을 추스리고 그녀에게 말했다.


"아, 그.....세희 선배? 제 이름은 어떻게....."


"푸훗. 지금 우리 대학에 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걸? 신입생부터 4학년까지 말이야. 어제 적성검사 결과가 쫙 퍼졌다구. 네 모습을 폰으로 찍은 사진도 퍼진 모양이던데?"


"넷?!"


맙소사. 그게 웬 말인가. 성재는 당황하여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 했다. 그리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세희와 정하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정하가 살짝 한숨을 쉬고 보충하듯이 말했다.


"성재 넌 좀 기분 나쁠 수도 있겠는데, 확실히 매우 화제가 되고 있긴해. 아무래도 몇년만의 B랭크 신입생인데다, 특별히 오라 컬러 문제도 있고 하니 말이야. 하지만 너무 신경 쓸 건 없어. 나쁜 이야기가 도는 건 아니니까."


그러자 세희도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잇는다.


"성재 너 완전 유명인이라니까? 다들 모이기만 하면 네 이야기야. 지금 네 오라에 대해서는 무속성 오라설, 원시 오라설, 암흑 오라설, 기기 오류설 등등을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지. 후후. 개인적으로 나는 암흑 오라설을 지지하고 있어!"


"지지한다기 보다, 그거 네가 지어낸 거잖아?"


"헤헤. 어떻게 알았대? 그런데 암흑 오라, 멋있지 않니?"


정하의 핀잔에 세희가 혀를 쏙 내밀며 너스레를 떤다. 성재는 이제야 조금 사태에 적응을 하고 납득을 했다.


"휴.....하긴 제가 봐도 신기한 일이긴 하니까요. 제 일이지만."


"그렇지? 네가 오라 발현을 하면 과연 어떻게 될지 정말 궁금해! 그때가 되면 나에게도 꼭 보여줘야 돼?"


이 아가씨는 왜 이렇게 적극적인가 모르겠다. 성재는 자신도 모르게 '예에'라고 하며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희가 더욱 신이 나서 추격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리고.......성재 너, 우리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 들어오지 않을래? 너 무척 재미있......아니, 훌륭한 인재인 것 같아."


뭔가 약간 불길한 소리가 섞여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어쨌든 권유를 해주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아, 여행 동아리 말씀인가요? 좋아보이긴 한데, 어제 막 동아리 소개를 본 참이라....조금 더 고민해볼게요."


"그러니? 우리 동아리는 무척 인기 있으니까, 빨리 결정하는게 좋아!"


하긴 여행을 간다는 경험은 좀처럼 체험하기 힘든 일이니까, 인기가 있을 법도 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정하가 조용히 태클을 걸었다.


"크흠. 그런데 성재야. '찾아 헤매는 사람들'은 여러가지 별명을 가지고 있어. 물론 줄임말인 '찾사'로 많이 불리긴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이 불리는 별명으로 '알바부', '잡역부' 등이......."


"누가! 그런 소리를 한다는 거니? 정하 얘두 참....호호호."


콰직! 웃음소리와는 별개로 세희의 수저는 삼계탕의 몸통을 강력하게 분리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정하는 살짝 미소띤 얼굴로 말을 담담히 이어갔다.


"여행 동아리 '찾사'는 A급 헌터를 고용해서 일년에 몇차례 여행을 가지. 알다시피 A급 헌터의 고용 비용은 장난이 아냐. 학교에서도 형평상 그만큼 부비를 줄수는 없어. 그래서 '찾사'는 그 비용을 조달하기 위해서 평소부터 여러가지 의뢰를 받아서 처리하는 걸로 유명해. 보통은 다른 동아리 행사보조 알바 같은 걸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거기까지 듣고서 세희는 감추는 것을 포기하고서 식탁을 탁 내려치고 반론을 펴나갔다.


"단순한 알바가 아냐. 학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니까? 정식 명칭은 '행복한 대학을 만들어가는 활동'이야. 전단지에도 그렇게 쓰고 있어. 물론 행사 보조일 같은 것도 있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다른 보람찬 일도 참 많다구. 얼마 전에는 청홍녹 대항전에서 청팀과 홍팀간에 발생한 분쟁을 중재한 바가 있지."


"그건 단순히 네 오지랖......"


"어쨌든! 평소엔 학우들을 위한 보람찬 활동을 하고, 그 노력을 모아서 모두 함께 여행을 간다. 어때, 정말 좋은 동아리 아니니?"


파팟! 세희와 정하의 시선이 동시에 성재를 향하여 꽂힌다. 무언으로 대답을 요구하는 듯한 눈빛들이 번쩍인다. 성재는 누구 편을 들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에 처해버렸음을 깨달았다.


뭐라고 대답을 못하고 성재는 수저를 깨작거린다. 그리고 말을 돌렸다.


"삼계탕이 참 맛있네요. 마늘향이 조금 강하긴 하지만......."


성재의 시선은 저멀리를 헤매고 있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두사람이 피식 웃음을 흘린다. 정하가 마찬가지로 한술 뜨고서 말했다.


"그러게. 자주 먹지만 안 질리고 맛있어. 참, 우리가 밥먹다가 무슨 얘길 한건지. 신입생인 성재를 두고 여행 동아리의 정체성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


"응. 그럼 결론은 '찾사'는 보람찬 활동을 하는 좋은 동아리라는 걸로 하고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뭔가 좋은 흐름인 와중에도 끝까지 자기 주장을 하며 마무리 하는 세희가 참 대단하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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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다 하고서, 두 선배와는 작별인사를 하고 성재는 귀갓길에 올랐다. 헤어질 때까지도 왠지 두 사람 사이에 번개가 튀는 것 같은 것이, 어쩌면 두 사람은 평소부터 견원지간인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부지를 나와서 성재의 집으로 가는 길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도보 통학이 가능한 거리에 성재의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략 2~30분 정도 걸어가면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스피어의 최중심지이기에 부동산 가격은 비쌌지만, 예전부터 쭉 살아오던 집이라 그것은 문제되지 않았다.


사실, 집안 사정이 꽤 괜찮은 편이기도 했다. 성재의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지만 그녀의 박봉에도 불구하고 금전적으로 어려움은 없었다.


그 이유는 15년전에 떠난 사람이 남긴 자취 때문일 것이다. 성재는 아버지에 대해 그 점 하나만은 고맙게 여기고 있었다. 많이 벌어놓고 떠난 덕분에 어머니가 크게 고생하진 않았던 것이다.


통학로는 건물들로 빼곡한 풍경이 이어지는 삭막한 길이었다. 인구 밀도도 높고, 약간 답답한 느낌이 들긴 했다. 서서히 하늘이 어두워지고 별들이 떠오를 시간대가 되었지만, 빌딩 숲 사이로 좁은 공간만이 그 풍경을 감상할 기회를 주고 있었다.


이걸 생각하면 방금 전까지 보았던 이능대학의 널럴한 부지는 정말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금전적 문제를 초월한 이능력자에 대한 특혜가 아스라이 느껴졌다.


현재 스피어를 지탱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능력자와 이능력 관련 사업들. 헌터야 말로 가장 존중받고 최고로 꼽히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성재는 자신이 그 영역에 접어들려고 하던 와중에 회색 존으로 빠져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알수 없는 오라 컬러는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어머니에게는 또 어떻게 설명드려야 할지.


성재는 집앞에 당도해서 푹 한숨이 나왔다. 하루 꼬박 검사를 받았으니 피곤하기도 했고 여러모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 보니 어머니는 아직 퇴근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늘은 9시까지 야근하는 듯했다. 성재는 TV라도 보며 그녀를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몸에 쌓인 피로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소파에서 잠에 골아떨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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