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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랑(安郞) 판타지 팩토리입니다.

찍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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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랑(安郞)
작품등록일 :
2022.10.29 21:33
최근연재일 :
2022.12.07 16:24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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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글자수 :
194,564

작성
22.12.05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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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0화 - 윤정혜를 찾아라(2)

DUMMY

뒤돌아보니 그가 고개를 들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눈동자는 약에 취한 듯 흐릿했지만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촛점을 맞추려 애쓰고 있었다.


"넌.. 누구...냐.."


힘겹게 내뱉는 말에서 적개심이 느껴졌다.


난 얼른 옆에 있던 의자를 끌어당겨 한종철 앞에 앉았다.


"저는 조.완. 이라고 합니다. 사라진 난다걸스의 멤버 윤정혜를 찾고 있습니다."


"사라.. 졌.. 다...? 우리 애는... 그만뒀는데.."


딸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다.


"네 따님이 그만둔 건 알고 있습니다. 함께 준비하던 친구 하나가 최근에 사라져서 찾고 있습니다. 저.. 혹시 따님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 미안해.. 내가.. 딸한테.... 내가 그걸.. 받는 게.. 아닌데...."


.....


한종철은 몽롱한 상태이긴 했으나 느릿느릿 말을 이어갔다.


딸과 관련되어, 받아선 안 될 무언가를 받았다는 말 같은데.. 


난 그와 얘기하는 중간중간 내가 누구며 윤정혜가 사라지기 전 어디에 있었는지 등등을 말해줬다.


그는 나에 대한 의심을 점점 거두었고 자신의 잘못으로 이렇게 된 거라며 과거 한선아와 관련된 모든 얘기를 들려줬다.


몽롱한 상태에서 힘겹게 기억을 더듬어 찾는 듯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틀리지 않으려는 듯 말하는 중간 중간 고갤 흔들고는 하며 애쓰는 모습에서 진실함이 느껴졌다.


그는 자책했다.

자신은 쓸모없는 알코올 중독자라며.

딸의 꿈을 짓밟고 헐값에 팔아 넘긴 파렴치한이며 죽어 마땅하다 했다.

딸의 얼굴이 보고 싶어도 그럴 수도, 그럴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 했다.

자신을 만나러 오는 건 절대 바라지 않을테니 누군가 딸의 소식을 전해주기라도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 그의 죽기 전 유일한 소망은 딸이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것이었다.


약 5년 전, 한선아가 K연예기획에 연습생으로 들어간 이듬해 한종철의 아내이자 한선아의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뺑소니였다.

범인은 찾을 수 없었고, 한종철은 그 후 일도 그만두고 술에 쩔어 지냈다. 

한선아는 처음엔 그런 아버지가 안타까워 연습을 마치면 늦은 시간임에도 춘천까지 와 밥상을 차려주고는 새벽기차로 돌아가곤 했다. 

그러나 한 두 달도 아니고 2년이 넘도록 점점 상태가 심해져가는 한종철을 한선아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는 급기야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려 술을 마셔댔다.

때때로 아내를 꼭 빼닮은 딸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며 소릴 지른 적도 많다고 했다.

자신의 생일이라고 추운 겨울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겠다 찾아온 날에도.

일주일 전이 딸 생일이었음에도 자신은 술에 쩔어 그것도 모른채 지나쳤건만, 아빠 생일을 챙겨주겠다고 온 딸한테.. 

그렇게 한선아는 점점 그를 찾지 않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있는 기획사에서 왔다며 그날도 어김없이 술에 쩔어있던 그에게 누군가 현금 1억을 주고 간 일이 있었다. 

딸이 있는 팀이 곧 데뷔를 하는데, 선수금 조로 주는 거라 했다. 

한종철은 마침 돈이 바닥나고 있던 차에 거액의 돈이 들어오자 비싼 술집을 찾아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써댔다고 했다.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이 룸싸롱에서 동네 패거리들과 여자들을 끼고 술에 취해 있는데 딸한테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온 딸의 전화여서 순간 술이 확 깨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시끄러워 잘 들리진 않았지만 딸이 우는 소리같아 밖으로 나왔는데 딸의 목소리는 이미 원망가득한 괴성으로 변해있었다고..

그날도 그는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고 수 개월이 지나도록 딸에게서 연락이 없자 전화를 했다.

없는 번호라는 멘트에 술이 깼다. 

부랴부랴 옷을 챙겨입고 서울로 올라갔다.

아내가 남긴 물건들을 뒤져 K연예기획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가 그곳에서 들은 얘기는 한선아가 두어 달 전 이미 그만뒀다는 것이었다.

춘천에서 카페를 하겠다며 그만뒀다고 했다.

전화번호가 바뀐 거 같은데 아냐고 묻자 그들은 오히려 아버지인데 그것도 모르냐며 자신들은 모른다고 했다.

한종철은 그 후로 1년이 넘도록 춘천에 있는 카페란 카페는 모조리 뒤지고 다녔다.

간간히 서울로 올라와 난다걸스 멤버들을 기다려 한선아와 연락이 되는지 등등 이것저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한종철은 난다걸스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고 했다. 

그는 그곳에서 그녀들을 기다렸다가 집요하게 물어봤다. 

처음엔 호의적이었던 그녀들도 이런 일이 수 차례 반복되자 그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술에 취했다.

그리고 어김없이 만취해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떠보니 이곳이었다. 

그 후로 그는 이곳에서 나갈 수도 누굴 만날 수도 없었다.

라고..


한종철이 난다걸스를 기다렸다던 카페는 분명 장각진이 운영하는 그 카페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선아가 난다걸스를 그만두면서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있을거라 생각했던 한종철이 성가시게 하자 그를 이곳에..?

그들이 한종철을 이곳에 강제입원시킨 장본인들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계획적이진 않았겠지만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그래서..

한선아는 결국 춘천에 없을 가망성이 높겠군.

어쩐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집을 찾아가보자 마음먹었다.


그는 그 후로 집이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다며 아마 자신이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었기 때문에 이미 경매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며 주소를 알려줬다.

집 열쇠를 어디에 두는지도.



- 끼이이이익.


오래된 녹슨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귓전을 울렸다.

집은 비교적 아담했다. 오래된 흔적이 느껴지는..

한선아가 어렸을 적엔 세 가족이 오손도손 살았던 집이었을 것이다.


대문 안쪽으로 바닥엔 우편물들이 훼손된 상태로 뒹굴고 있었다.

수 번의 계절이 지나면서 젖었다 말랐다를 반복하면 저리 될 것 같았다.

게 중엔 비닐봉지에 쌓여 전달된 우편물도 있었다. 

그것들은 흙묻은 비닐봉지를 떨어내면 그래도 내용물은 볼 수 있을 터였다.


난 일단 비닐로 쌓인 우편물들을 집어 마루에 놓아두고는 집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짐승들이 싸고 간 듯 보이는 덩어리들이 몇 군데 굴러다니는 것 말고는 최근 누가 집에 들어왔다거나 사용한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별다른 건 없었다. 

그저 안방으로 보이는 방에 소주병들이 뒹굴고 있는 걸로 보아 한종철이 어떤 상태였을지 상상이 되었다.

한선아가 집에 올 때마다 썼음직한 작은 방 역시 워낙 단촐해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건 없었다. 


크게 기대하고 찾아온 건 아니었지만.. 내심 실망스러웠다.

마루에 걸터앉았다. 

여기서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하며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른다.


- 사스락.


좀 전에 놓아둔 우편물 비닐이 내 손에 짓눌리는 소리가 났다.

다른 이의 우편물을 함부로 열어서는 안되겠지만.


[춘천지방법원]


난 우편물을 열었다.


.. 임차금 납부 지연으로 인한.. 채권 행사.. 소유권 이전등기청구권의 행사에 의한.. 등기이전 명령... 


이 집은 이미 경매로 넘어간 상태로 보였다.

그리고 경매관련 행정처리가 어찌 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얼마 전 새로운 매수인에게 등기이전을 명령하는, 고지가 날라 온 것인 듯했다.


흠...


어? 


그런데.


이 우편물의 수령인이 한종철이 아니다.


한정음.


혹시.

한정음이 한선아의 본명?


난 정신병원에서 한종철에게 한선아의 본명이 따로 있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었다.


이런..


만약 여기 써 있는 이 한정음이 한선아라면, 이 집의 소유자는 한선아라는 말이 된다.


그리고. 


난 민식이에게 전화했다.


- 어 완아. 찾았어? 그 사람 맞아? 한선아 아버지.


"응 민식아 고마워. 한선아 아버지 맞아. 근데 한선아가 어딨는지는 모르나봐. 뭐 계속 정신병원에 있었을테니 누군가 찾아와 알려주지 않았으면.. 여튼 한종철이 집주소를 알려줘서 지금 그 집에 와 있는데, 민식아. 한정음. 한선아 본명이 한정음인거 같아. 연락처나 현재 위치.. 혹시 알 수 있을까?"


- 음.. 이름이랑 나이만 갖고는 범위가 너무 넓은데.. 시간이 좀 걸릴거야. 대상도 많고.


난 한종철에게 한선아의 주민등록번호를 물어볼 걸 그랬다는 후회가 잠깐 들기도 했지만 그 후회는 이내 사라졌다.

그의 상태로 보아 한선아의 주민등록번호를 듣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아마 그는 외우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나도.. 전생에 그들을 위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전부였으면서도 두 딸과 아내의 주민등록번호를 외우고 있진 못했으니까.


그때 갑자기 로또번호가 떠올랐다.


그래!

생일이다!


한종철이 자신의 생일에 미역국을 끓여주러 찾아온 한선아에게 소릴 질렀다며 한선아의 생일이 일주일 전이라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겨울이라고..


"민식아. 주민번호 앞자리가 8612, 8701, 8702로 시작하는 한정음 한 번 찾아봐 줘."


- 아. 그래? 음.. 생일이 겨울이야? 


"어."


- 오케이. 알아내면 연락할께 (뚝.)


난 열쇠와 우편물을 챙겨 집을 나섰다. 



2시간 뒤 민식이에게 연락이 왔다.


86년 12월생 한정음 이라는 여성이 전국에 6명.

그중 가장 유력한 사람이 현재 속초에 있다며 대략적인 위치를 찍어줬다.


이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에 내가 이유를 묻자 민식이는 3년 전 전화번호를 바꾼 사람은 이 사람이 유일하다고 했다.



난 철혁이에게 전화를 했다.


- 어 완! 어디냐? 이제 그만 하고 들어와라. 오늘로 일주일이네. 니 대신 난다걸스 찍는 것도 질린다 야.


"어. 철혁아 나 지금 속초로 간다. 한선아. 찾은 거 같아."


- 뭐? 한.. 선아? 그건 또 누군데? 윤정혜 찾는거 아니었어?


"어. 윤정혜보다 먼저 그만 둔 애. 난다걸스에서."


- ...


"한선아 만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 좀 들어보려구. 윤정혜와 비슷한 일을 겪었을 수도 있잖아."


- 음.. 


"암튼 그렇게 알고, 내일 연락할께."


- 어.. 어? 야! 


(뚝.)


철혁이한테 좀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봐야 레이싱모델 며칠 못 따라다니는 거니 좀 참아주라.



***


속초.


이 거리엔 카페들이 많다.


밤 9시부터 꺼지기 시작한 불빛들은 10시가 넘자 그마저도 몇 개 안 남았다.


대략적인 위치만을 알았기에, 또 카페가 많은 지역이라는 걸 알았기에 한선아가 카페에서 알바한다 했던 게 떠올라 누비기 시작했다.


아직 찾지 못했다.

민식이가 보내준 사진 속의 여성은.


난 이제 몇개 남지 않은 카페를 예의주시하며 최대한 안쪽을 들여다보며 걸었다.


그리고..



찾았다. 한선아.



한선아는 처음 카페에 들어선 날 보더니 문닫을 시간이라 죄송하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나이 스물 넷에 아직은 한참 파릇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고된 삶을 살아온 중년의 여인처럼 차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카페는 그리 크지 않은 걸 보니 그녀 혼자 하는 듯 했다.

정리를 하고 있었던 듯 몇 개의 테이블은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문닫을 시간이라 말했음에도 내가 가만히 서 있는 걸 보더니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에서 점점 불안감이 커져감을 느낀 나는 입을 열었다. 


"난다걸스 멤버. 한.선.아. 씨 맞으시죠."


!?


그녀는 경악에 가까운 그러나 눈동자만큼 입은 열지 못한 채 창 밖을 쳐다봤다.

도와줄 사람을 찾나보다.

그러더니 밖에 사람이 없는 지 주변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핸드폰을 찾고 있는 듯 하다.


하긴.. 이 시간에..

웬 시커먼 놈이 불쑥 들어와 입구를 막고 서 있다면..

게다가 잊고 싶은 이름일텐데.. 그 이름을 들먹이면서. 뭔가 아는 듯이.


"누구세요. 나가세요.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신고할거예요!"


어휴...

뭔가 아주 단단히..


난 어떻게든 한선아와 얘기를 나눠야 했다.


"한종철씨를 만났습니다."


!?


"춘천정신병원에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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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 윤정혜와 이동수의 사정 22.12.07 16 2 13쪽
31 31화 - 윤정혜를 찾아라(3) 22.12.06 15 1 12쪽
» 30화 - 윤정혜를 찾아라(2) 22.12.05 18 1 12쪽
29 29화 - 윤정혜를 찾아라(1) 22.12.03 18 2 13쪽
28 28화 - 이동수가 사라지다 22.12.02 20 1 12쪽
27 27화 - 윤미혜, 내 심장을 보관중 22.12.01 26 1 12쪽
26 26화 - 이동수의 전화가 끊어지다 22.11.30 26 1 13쪽
25 25화 - 윤식당 22.11.29 30 2 12쪽
24 24화 - 최병두가 확실하군 22.11.28 33 1 13쪽
23 23화 - 마산에서 최영두를 만나다 22.11.26 43 2 13쪽
22 22화 - 마지막 만찬 22.11.25 38 2 14쪽
21 21화 - 카페주인은 장각진 22.11.24 40 2 13쪽
20 20화 - 민식이냐 +2 22.11.23 45 2 12쪽
19 19화 - 고광철 22.11.22 49 2 13쪽
18 18화 - 난다걸스 22.11.21 50 3 12쪽
17 17화 - 장각진 22.11.19 50 3 12쪽
16 16화 - 정태 아버지라구? 그 박소령이? 22.11.18 59 4 12쪽
15 15화 - 윤정혜 22.11.17 65 4 13쪽
14 14화 - 로또 1등 당첨번호가 내가 알려준 번호라구? 22.11.16 73 5 12쪽
13 13화 - 꿈 꿨다며 찾아온 특임대 녀석들 22.11.15 75 6 17쪽
12 12화 - 장각진과의 밀당 22.11.14 78 5 13쪽
11 11화 - 작당모의 22.11.12 91 5 13쪽
10 10화 - 윤정혜를 안다구? 22.11.11 109 4 12쪽
9 9화 - 미친! 이게 누드냐 임마! 22.11.10 109 5 14쪽
8 8화 - 셋이 모이다 22.11.09 116 3 13쪽
7 7화 - 지수.. 라구? 22.11.08 150 6 13쪽
6 6화 - 장선생의 본모습 22.11.07 146 5 13쪽
5 5화 - 이동수가 로엔 오빠? +1 22.11.05 161 6 19쪽
4 4화 - 이동수 22.11.04 17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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