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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청명입니다

설검의 라푼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판타지

S.W.청명
작품등록일 :
2017.01.19 02:48
최근연재일 :
2017.03.15 00:2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194
추천수 :
22
글자수 :
61,030

작성
17.01.19 02:52
조회
411
추천
4
글자
9쪽

열세 살, 딸바보 아빠를 거부한 외동딸

DUMMY

소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꿈 꿔보지 않았을까?


나만의 왕자님이 어느 날 운명처럼 ‘짠!’하고 나타나서, 사랑한다며 나의 손등에 결혼 반지를 끼워주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청혼의 키스를 하는, 그런 장면을 말이다.


행복한 꿈을 꾸던 나는, 눈부신 아침 햇살 때문에 꿈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벌써 아침이잖아.’


나는 그렇게 얼굴 가득 짜증난 표정을 지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


‘다시 만나고 싶지만 또 한동안 못 만나겠지?’


항상 이렇게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꿈 속에서 나에게 청혼하던 멋진 왕자님은 한참 동안 다시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도 꿈 속에서 만났던 왕자님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건 단 한 가지.


그의 손이 무척이나 따뜻했다는 것 정도.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침대에서 미적미적 기어 나왔다.


평소처럼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식당으로 향했다.


항상 이 시간이면 아빠가 아침 식사를 잔뜩 준비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아니나 다를까, 테이블에 식사를 차려놓고,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홀짝이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



그러자, 뒷목의 중간까지 오는 길이의 금색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청년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잽싸게 뒤를 돌아본다.



“우리 공주님! 일어났어?”



그는 사랑하는 나의 아빠다.


금색의 눈동자를 가늘게 뜨며 부드럽게 미소 짓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심란해진다.


이게 30대 중반 남자의 미모라니 믿겨지지 않는다.


어떻게 나이를 먹어갈수록 늙지는 않고 저 꽃 같은 미모가 더욱 빛을 발하는 건지.


가브리엘 영지의 남자들은 대체로 잘생긴 편에 속하지만, 아빠는 그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잘났다.


왜냐하면 지금도 밖에 나가면 아빠의 마음에 들고 싶어하는 여성들이 줄을 길게 늘어 설 수 있을 정도니까.


하지만 아빠는 굉장한 순정파라서, 병에 걸린 엄마와 사별한 이후로 어떤 여성에게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 어떤 여성도 받지 못하는 그의 애정은 항상 나에게 향했다.


프로딘 그림의 하나뿐인 외동딸, 라푼젤 그림.


바로 나에게 말이다.


나를 발견한 아빠는 활짝 웃으며 두 팔을 크게 벌렸다.


어서 자신에게 안기라는 포즈.


내가 딱 3년만 어렸다면 기분 좋게 저 품에 달려가 안겼겠지만, 오늘로 내 나이는 13살.


이 나이쯤 되니 아빠에게 안겨, 아침 인사로 모닝키스를 받는 것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빠, 미안. 나 이제 그런 거 안 할래.”


“뭐!”



그러자, 아빠는 무척이나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 아빠. 하지만 언제까지고 계속 그럴 수는 없잖아.’


어릴 때야 괜찮다지만 나이를 더 먹어서 성인이 되고, 나만의 왕자님을 만나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고 아빠의 공주님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내가 아빠의 영원한 공주님이 되길 원한다고 해도,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게 됐다.


여기서 적당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나의 거절에 아빠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나의 양 어깨를 잡고서 앞뒤로 흔들며 외쳤다.



“왜!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아빠가 뭔가 잘못했니? 응? 말해봐, 딸!”



나는 내 어깨를 붙든 아빠의 손을 밀어내며 단호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난 이제 나만의 왕자님을 찾을 거야!”



그러자, 아빠가 양 손으로 두 귀를 막더니,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소리쳤다.



“안 돼! 아직은 안 된다고! 아빠는 아무것도 못 들은 거야. 아무것도 못 들었어-!”



곧바로 현실 도피를 하는 아빠를 보던 나는, 두 손을 뻗어서 귀를 막은 아빠의 팔을 잡아당겼다.



“제대로 들어! 나는 나만의 왕자님을 찾을 거야! 이제 아빠의 공주님은 안 할 거란 말이야!”


“쿠과과광!”



아빠는 입으로 소리를 내며 그대로 앉은 의자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빠의 넋이 나간 표정을 보고 있자니 ‘내가 좀 심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곧, 정신을 차린 아빠가 울먹이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더니 선언했다.



“이제 너랑 같이 밥 안 먹을 거야!”



그리고는 잽싸게 식당을 벗어나 도망쳤다.


나는 아빠가 도망친 곳을 바라보며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아빠가 열심히 준비한 아침 식사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아빠가 앉았던 자리에서 바로 맞은 편에 있는 의자를 꺼내 앉았다.


항상 아침에 이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하면, 아빠가 맞은편에 앉아 내가 먹는 모습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곤 했다.


나는 아빠가 끓인 스튜를 한 입 떠서, 그것을 삼키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떠올렸다.


아빠는 홀리스테인이라는 기사 가문에서 스승을 맡고 있다.


아빠가 20대 초반일 때, 가브리엘 대공영지에서 열리는 검투사들의 무도대회, ‘눈꽃제전’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이후로 가브리엘 영지 내에 있는 여러 기사 가문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고, 아빠는 그 중에서 홀리스테인을 선택했다.


홀리스테인은 가브리엘 대공영지의 영광스러운 첫 기사 가문으로, 뛰어난 검투사를 가장 많이 양성하고, 또, 뛰어난 재능의 인재들이 가장 많이 모이기로 유명하다.


이왕 누군가를 가르칠 거라면, 좋은 환경에서, 더 재능 있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는 게 아빠의 바램이었다.


홀리스테인의 기사 육성 시스템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어린 나는, 그런 아빠를 따라 홀리스테인에 자주 방문했고, 자연스럽게 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나는 한 구석에 가지런히 세워진 두 개의 검으로 시선을 옮겼다.


하나는 나무로 만들어진 연습용 검이고, 다른 하나는 묵직한 진검.


당연히, 연습용 검의 주인이 나고, 묵직한 진검의 주인이 아빠다.


나는 검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고, 스튜를 공략하는 데에 집중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아빠와 함께 홀리스테인 저택에 있는 연무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는 바로 체력훈련을 시작해야 하니, 아침 식사는 제대로 든든하게 해야 한다.


금방 식사를 마친 나는, 내 연습용 검과 함께 아빠의 진검을 집어 들었다.


진검은 무거워서 한 손으로 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연습용 검을 허리띠에 걸어서 매어두고, 두 손으로 진검을 들었다.


그리고는 식당을 나와 짧고 좁은 복도를 걸었다.


복도를 걸어서 도착한 곳은 아빠의 방 앞.


진검을 바닥에 세워서 한 손으로 붙잡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쥐고 방 문을 똑똑 두드렸다.



“아빠~”


“······.”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문을 노크했다.



“아빠! 홀리스테인에 안 갈 거야?”


“······.”



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는 문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아빠가 방 안에 있다면 부스럭거리는 소리라던가 무슨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뭐지? 아까 일 때문인가?’


나는 두 눈을 깜박이다가 문을 계속 노크하며 외쳤다.



“아빠! 밥은 같이 안 먹더라도 홀리스테인엔 가야지!”



그러자, 갑자기 내 뒤에서 긴 팔이 뻗어져 내려와, 내가 한 손에 쥐고 있는 진검을 집어 들었다.


나는 잽싸게 뒤를 돌아보았다.


차가운 표정의 아빠가 그 곳에 서있었다.


아빠의 차림을 살펴보니, 항상 홀리스테인 저택에 갈 때 입던 옷이었다.


차가운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아빠가 무척이나 낯설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빠···?”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아빠를 올려다보자, 아빠가 아무런 말 없이 등을 돌려 현관으로 향했다.


나는 그런 아빠를 따라 달렸다.



“아,아빠! 같이 가!”



나는 아무런 말 없이 걷는 아빠의 뒤를 따라 걸었다.


항상 보던 아빠의 등인데, 오늘은 무언가 달랐다.


침묵이 낯설다.


아빠에게서 차가운 기운이 풍겨져 나오는 것 같다.


‘화났나···?’


나는 처음으로 보는 아빠의 모습에 괜히 기가 죽었다.


홀리스테인 저택에 도착한 아빠는 내가 따라오든 말든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나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다른 기사 오빠들과 함께 저택 내에서 가장 큰 연무장으로 향했다.


나는 그런 아빠를 보다가 한쪽 구석에 앉아 양 볼을 부풀렸다.



“뭐야, 대체. 내가 모닝키스 거절했다고 이러는 거야?”



나는 허리에 맨 연습용 검을 꺼내 들고는 바닥에 검 끝을 내리치며 투덜거렸다.


바닥에 검을 내리치고 있는데, 어느새 다가왔는지 오른쪽 옆에서부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라푼젤, 너 표정 왜 그래?”


작가의말

아빠는 삐쳤어, 흥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17 베네토
    작성일
    17.01.20 00:16
    No. 1

    라푼젤도 왕자님을 좋아하는군요. 여기 왕자님은 기물파손 같은 건 안 하는 모범적인 왕자님일거에요. 더군다나 툴툴거리지도 않아 진중하니 멋질 겁니다. 백마 탄 왕자님이죠. 백마 같은 돌진광 왕자님이 아니라...ㅠ (왜 유니콘을 생각했는데 코뿔소가 나온 걸까요, 전. 흑)
    그건 그렇고 이름도 표지도 내용도 전부 예쁘네요.ㅎ 신작도 끝까지 따라가야겠습니다. 화이팅 하세요. ㅎ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S.W.청명
    작성일
    17.01.20 00:33
    No. 2

    플루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_+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0 컴뱃
    작성일
    17.01.20 10:13
    No. 3

    13살 소녀 치고는 속은 조숙한데 겉은 천진난만하네요. 어리광을 피우는건가..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S.W.청명
    작성일
    17.01.20 16:56
    No. 4

    요즘 초등학생들 직접 만나보면 생각보다 영리하더라고요.
    그래도 역시 애는 애 같은 면이 있기는 했어요ㅋ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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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네 놈이 내 딸에게 헛바람을 불어넣은 그 놈이냐 +2 17.01.19 290 3 10쪽
» 열세 살, 딸바보 아빠를 거부한 외동딸 +4 17.01.19 412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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