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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빛

던전이 어이없네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밀빛
작품등록일 :
2018.10.17 17:21
최근연재일 :
2018.11.12 22:12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414
추천수 :
22
글자수 :
85,315

작성
18.10.25 23:26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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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새로운 만남

DUMMY

며칠 간 보람찬 나날들을 즐겼다.

물론 오늘도 마찬가지.


깡! 까앙!


“잘 하고 있네.”


곡괭이를 내려치는 소리가 아주 경쾌하다. 스켈레톤이 명령을 훌륭히 이행하는 증거였다. 또 퀘스트 완료로 던전의 상태도 나아졌다.


“좋아, 좋아.”


이제 던전은 이제 원룸만큼 크기가 확장되어서 함정 설치를 슬슬 시작할 수 있었다.


<구덩이 함정>


등급: D

설명: 깊숙하게 구덩이를 팠다.

효과: 없음.


효과가 붙지 않았을 정도로 단순한 함정이다. 하지만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다섯 개를 파고 세 마리의 슬라임들을 더 소환했다. 그리고 바로 함정 위에서 항시 대기하도록 부탁했다.


“적이 여기로 떨어지면 덮치는 거야.”

“보글.”

“이해했지?”


마나 포션의 빈 병을 인벤토리에 넣으며 추가적으로 말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슬라임들은 거부를 했다. 하필 호감도가 4, 7이니 충분히 이해되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떠날 듯 슬금슬금 입구로 기어간다.


‘그래, 가라.’


일꾼들의 이탈을 막지 않은 한수였다. 떠날 놈들은 잡아도 갈 놈들이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려고 슬슬 기어나가는 몬스터들을 막은 존재가 있었다.

포션 슬라임으로 진화한 린다였다.


“부르르.”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서로 얘기를 시작했다.


'뭐지?'


처음 겪는 상황에 당황하다, 다른 종족의 언어를 모르는 한수는 일단 기다렸다.


그리고 대화는 길지 않았다.


띠링!


[‘곰팡이 슬라임’의 호감도 6 상승하였습니다.]

[‘먼지 슬라임’의 호감도 7 상승하였습니다.]


‘뭐야.’


어안이 벙벙한 한수는 착각인 줄 알고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나가던 애들은 유턴하더니 정해진 자리에 달라붙었다.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어떤 대화가 오고갔는지 모르겠지만, 한수가 유리해진 건 사실이었다.


“고맙다.”


감시의 표시에 말없이 꿀렁인 린다는 점프해서 머리에 올라탔다. 축축한 느낌이 있지만 주구장창 올라타서 익숙해진 한수였다.


‘그런데.’


린다의 상태창에서 스킬을 노려보았다.


<도플갱어 - LOCK>


등급: B+

설명: 어떤 물체든 따라할 수 있다.

효과: 모방.

- 아직 사용할 수 없습니다.


치안대를 잡은 후 얻은 스킬이었다. 심지어 얻기 힘든 걸로 유명한 것으로, 어떤 유저가 1000마리를 노가다 했는데 실패함으로 더 악명이 높아진 스킬.

한수도 플레이 하는 동안 서너 번밖에 못 얻었다.


‘근데 이걸?’


얼떨떨했다.

아직 락이 걸려있지만 괜찮았다. 습득하기가 더럽게 힘들지 해금 조건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게임 기준으로.


‘나중에 열자.’


이 고민은 나중을 기약한 한수는 닭장 때문에 밖을 나섰다.

원활한 식량 공급을 위해 닭까지 키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볼까?”


오늘도 완벽한 던전살이였다.



* * *



햇빛은 적당했고 바람은 선선했다.

오늘 같은 날은 쉬기에 적당한 날이다.


“딱 좋네.”


하늘이 뿌옇지 않았고, 공기는 싱그럽게 맑았다.

있다 보면 건강 하나만큼은 보장될 것 같다.

정신까지 맑아지는 이 기분.


“지구가 이랬으면···어?”


풍경을 한참 감상하던 한수는 곧 이상한 소리를 감지했다.


달그락, 달그락.


“뭐야.”


한두 가지가 아닌 여러 소리다.


‘이상해.’


본능적으로 경계를 했다.

예전보다 좋아진 시력이지만 우거진 숲 속에 있는 탓에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는 길이 있지 않은데 똑바로 찾아오고 있었다.


‘한 번에?’


던전이 있는 장소를 아는 듯, 멀어지지 않고 점점 소리는 가까워졌다. 조급함이 들기 시작했다.


‘어떡하지.’


한수는 고민했다.


‘습격이면 보통 소리를 숨기지 않을까. 그래야 성공할 확률이 높잖아. 게임에서 갑자기 습격 이벤트가 시작하지 예고하진 않는다고.’


근데 대놓고 찾아온다?

한수의 입장에서 꽤 의아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악의는 없을 수 있어.’


뭘까.

머리가 아플 정도로 생각하다 한 가지 번뜩 떠올랐다.


‘설마 거기서 왔나?’


시기와 타이밍을 보니 맞았다.

이때쯤 찾아와야 할 텐데 아직까지 안 오니 의아해 하던 참이었다.

반 정도 확신에 찬 한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섰다. 물론 우락부락한 덩치가 보는 순간, 바로 빤스런할 준비도 했다.


달그락, 탁.


말이 없는 마차였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인장이다.

보라색 휘장에 핏빛으로 새긴 인장은 많은 걸 상징했다.

호사로움이 가득한 장신구로 가득 했고,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한수는 오히려 안심했다.


‘맞네, 맞아.’


적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군이 맞는 쪽이다.


‘모든 제국은 이걸 건드릴 수 없지.’


정확히 말하자면, 권한이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 공격할 시, 모두의 표적이 된다.


이걸 어기면 세상이 위반자를 사냥할 것이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표현할 만큼, 계속 고통 받는다.


‘근데 나는 아니니까.’


한수는 몸에 힘을 빼며 편하게 기다렸다.


“멈춰.”


근처까지 다가오니 마부가 마차를 세웠다. 한수는 순간 움찔했다.


‘잘못 들었나? 여자 같은데?’


제대로 보기 전에 생각이 멈췄다.

자리에서 내린 마부는 바로 오체투지를 했기 때문이다.


‘어후.’


기겁을 했다. 팍하고 무릎을 내려찍는데 보는 한수가 다 아팠다. 저번에 마을로 들어갈 때 해봐서 아는 고통이다. 괜히 스스로의 연골이 쓰라렸다.


“위대하신 후보자시여.”


마부가 덤덤하게 말을 시작했다.


“감히 아뢰옵는데 미천한 소인이 데리러 왔습니다.”

“어디에서 왔ㅇ···큼큼 왔는가?”


‘왔어?’라 말하려다 격식체로 바꾼 한수였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곳 ‘누르칠라’입니다.”



* * *



누르칠라.


<던전을 육성하자>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메인 스토리 초기와 후기 때 무조건 가게 되는 곳이자 특별한 이벤트는 죄다 벌어지는 공간이다.


‘여기서 메인 캐릭터들과 만나지.’


기대되지만 두려웠다.

한수가 매 번 상상으로 그려온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단 기대.


‘성깔이 장난 아닌 놈들.’


제정신인 존재는 찾아 볼 수 없을 것이기에 두려움.


두 감정이 동시에 있었다.


“가···야 하는가?”


일단 튕겼다. 한수의 입장에서 썩 좋은 느낌이 아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미친 연놈들과 연관되기 싫었다.


“예.”


단칼에 거절당했다.


“송구합니다. 새로이 다시 태어난 후보자님은 무조건 참석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별 수 없었다, 가는 수밖에.


“알았다네···아니, 말 좀 편안하게 해도 돼?”


살면서 이런 말투를 사용할 일이 없어서 금방 포기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어려운 문체를 쓰는지 이해가 안 되는 한수였다.


“당연하십니다.”


태연하게 대답한 마부는 일어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러 모로 무거운 기류가 흘렀다. 빠꾸 없는 분위기.

한수는 몸서리치는 무거움이 나아졌으면 했다.


“그으, 래. 이제 일어나줄래?”


불편했다.

그냥도 아니고 엄청!

물론 옛적에 이런 대접 받아보고 싶었지만 막상 겪어보니 체할 것 같은 기분이다. 더럽게 심적으로 힘들었다. 엎드린 것보다 서로 마주보는 게 훨씬 나았다.


“···죄송합니다.”


또 거부당했다.


“저 같은 신분은 감히 존안을 뵐 수 없습니다.”


골치가 아파서 이마를 짚었다. 게임 대사와 실제 대화의 괴리감이 심했다.


‘원래 여기선 스킵 버튼 있었는데.’


지금은 손수 대화로 이어가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직접 얘기를 하니 고려할 게 하나 이상이다.


“내가 불편해서 그래.”


한수가 간절히 부탁했다. 그러자 상대방은 진심인 걸 알아챈 듯 움찔했다.

흔들림을 알아챘다.


"일단 고개라도 올리면 안될까?"


몸은 천천히 일으키면 된다.

마부는 부탁대로 조심히 고개를 올렸다.


‘진짜 여자잖아?’


화들짝 놀랐다. 갈색 머리에 차가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다.


‘거의 한 대 칠 분위기.’


싸늘함을 가진 여자가 극존칭을 썼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했다. 저번에 있던 사건으로 뻔뻔함만 더 늘어났다.


“훨씬 좋네.”

“감읍할 따름입니다.”


하지 마.


추가 정보. 얼굴과 말이 매칭이 안 되는 타입이었다,


“큼. 그러면 언제쯤 출발 해?”

“30분 뒤입니다.”

“뭐?”


거의 당장?

오자마자 완전 깡팬데?


“호위는 한 분만 데려가실 수 있습니다.”


아니, 한 명?

일단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린다지만.

심각성을 인지한 뒤, 한수는 거의 뛰다싶이 돌며 말했다.


“바로 준비할게!”

“네, 편히 갔다오시길.”


끝으로 황급히 한수는 던전으로 들어갔고.


“······.”


그런 뒷모습을 마부는 조용히 지켜보았다.


"야야, 얘들아!"

"부륵."


던전에서 일하던 모든 몬스터의 움직임이 멈췄다.


"내 말 잘 들어. 알았지?"


며칠 치의 명령을 한 번에 내리는 한수였다.




몬스터에게 하나하나 상세히 명령하고, 필요할 것을 다 챙긴 한수는 후다닥 나왔다.

그녀는 마차 앞에서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타시면 됩니다.”

“그래.”


안내한 내부로 반쯤 들어간 한수는 멈췄다.

그리고 마부에게 제안했다.


“같이 들어가자.”

“···예?”

“추운데 굳이 밖에 있어야 돼?”


포커퍼이스가 깨졌는지 당황한 기색이다.


“이것도 규칙이야?”

“아뇨. 그렇, 지 않습니다만.”

“그래? 얼른 들어와!”


달칵.


“?, ?!”

“푹신하다.”


서로 마주보는 형태로 앉게 되었다.

한수가 손을 잡고 후다닥 들어왔기 때문이다.

마부는 한껏 굳은 채 가만히 있자, 모른 척 재촉했다.


“안 가도 돼?”

“···출발 해!”


덜컹.


지시를 하니 부드럽게 움직였다.


‘신기하네? 말없이 움직이는 마차라.’


게임에서는 수락 버튼 누르면 검은 화면으로 바뀐 후 도착한다. 근데 실제로 마차를 타니 새로운 기분이었다.


사실 숨겨진 본심은···제대로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몬스터들 투성이니 말 할 사람이 없었고 혼잣말이 부쩍 늘었다. 그건 썩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가는데 며칠 걸려?”

“하루 반나절입니다.”

“근데 어떻게 찾아온 거야?”

“아이템이 안내해주었습니다.”


계속되는 질문 세례에 귀찮은 기색 없이 일일이 답해주었다.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엄청 짜증났을 물음이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얼마만의 멀쩡한 대화야?’


코가 찡했다. 왈칵하는 감정이 있지만 애써 참았다. 진짜 중요한 질문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요즘 정세는 좋지 않습니다.”

“···놀랍군요. 말씀대로 며칠 전에 대화재가 일어났습니다.”


여러 질문을 해본 결과, 메인 스토리에 초반 부근이었다. 혹시나 싶어 물어봤지만, 후반은 아니다.


“그렇구나. 궁금한 건 거의 다 풀렸어. 어울려줘서 고맙다.”

“아닙니다, 미천한 저에게 큰 영광입니다.”


말은 거창한데 전혀 그렇지 않아 보였다.


이쯤 되면 한수는 앞에 앉은 마부의 정체가 궁금했다.


‘볼 수 있나? 상태창!’


띠링!


[성함이 필요합니다.]


‘조건이 있네.’


턱을 쓰다듬은 한수는 자연스럽게 물어보았다.


“혹시 이름이 뭐야?”

“···릴리아입니다.”


띠링!


<상태창>


이름: 릴리아

칭호: 누르칠라의 종속, [LOCK]

종족: 인간

특성: 팔방미인 Lv. 5, 만능 Lv. 4

수치: [LOCK]

스킬: [LOCK]

호감도: [LOCK]


“허억! 콜록.”


절로 헛기침이 나왔다. 숫자가 잘못 표시된 줄 알았다.


‘인간이냐? 사람 맞냐고!’


사기캐의 등장이다.

평균이 Lv.2인데 혼자서 4랑 5를 가진 자가 나타난 것이다.

잡아야 했다. 한수는 앞에 앉은 인물이 탐났다.


‘비행 아이템은 돈으로 살 수 있어! 하지만 인재는 아니야!’


어떻게든 영업을 성공할 의지를 태웠다.


영입하자.

이번 여행에 0순위 목표가 생겼다.


작가의말

항상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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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실수들 +2 18.10.23 70 1 12쪽
6 발각 +4 18.10.22 106 1 13쪽
5 경비병들 18.10.20 91 2 11쪽
4 마을이다 18.10.19 88 1 13쪽
3 내 별명은 +4 18.10.18 122 1 12쪽
2 첫날 +2 18.10.18 155 0 12쪽
1 갓뎀 18.10.17 185 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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