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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판타지 세계의 사이코패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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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텐필러
작품등록일 :
2015.05.11 13:32
최근연재일 :
2015.06.24 00: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8,984
추천수 :
104
글자수 :
169,264

작성
15.05.15 01:32
조회
249
추천
4
글자
13쪽

모험의 시작 (2)

DUMMY

모험의 시작 (2)


"으윽..."


으으... 일부러인진 몰라도 저 망할 여자는 비곗덩어리에게 계속 처맞고 있었다. 덕분에 발목이 부러지는걸 시작으로 내 몸은 점점 상처투성이가 되어갔다. 이딴 상처쯤 회복하는건 순식간이지만, 거슬리는건 어쩔 수 없었다.


"이... 이 조그만한게!!"


창가 밑에서 비곗덩어리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망할 여자가 또 도발한게 틀림없었다.


"쉐딩거 아저씨. 솔직히 말해서 그건 억지잖아요. 뭣하면 제가 밴드 붙여드릴게요. 소독이 되는 걸로요. 그러니까 세금 10배라는 말은 거둬주세요."


망할 여자의 표정은 단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단호했다. 결국 덩치의 이마에 혈관 마크가 불쑥 솟아올랐다. 덩치의 부들거리는 근육들과 굳어버린 표정들이 화가 단단히 났다는걸 알려주었다.


그런데도 망할 여자는 '호홋'거리며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왜요? 틀렸어요?"

"아가씨, 오늘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겠네!"


덩치가 크게 소리치며 육중한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망할 여자가 공격을 당하면 내 몸이 공격 당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속박'이 걸려 있는 이상 저 허술하고 약한 주먹에 계속 맞고만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까드득


이가 저절로 갈렸다. 매우 불쾌했다. 감히 이몸에게 주먹을 휘두르다니... 그렇게 생각하자 더더욱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속박도 그랬고, 망할 여자도 그랬고, 저 덩치도 그랬다. 전부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지 않는 쓰레기들이었다. 전부 죽여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내 쾌감이 될 수 있는 길이니.


창가 밑에서 무자비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퍽! 퍽!


"꺅!"


비곗덩어리는 망할 여자를 깔아 뭉갠뒤 양 손으로 마구 내리치고 있었다. 육중한 체중이 실린 공격은 땅을 진동 시킬정도로 강력했다.


"윽!"


곧이어 전신에 타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정도 상처는 문제될 게 없었다. 그때, 귀를 간지럽히는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네놈, 쉐딩거 가문의 사람을 제압하고 소녀를 구해라.'


꽃잎인가. 그런데 명령조? 이게 미친건가? 한낱 미물인 꽃잎주제에 나에게 명령을?!


아, 아니다. 나는 꽃잎을 죽일 수 없다. 꽃잎은 내 생명을 속박할 정도로 매우 강력하니까. 강자에게 대드는건 무의미하다. 최대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내 편으로 만들어 이용해야 한다.


"음음... 알았어."


물론, 꽃잎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나서는 망할 여자도 죽여야 할테지만 지금 당장 죽여야할 상대는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내게 불쾌감을 주는 미개한 존재.


저 비곗덩어리의 이름 따위는 필요없다. 저건 나에게 너무 많은 불쾌감을 주었다. 그러니까 이 세상엔 필요하지 않다. 따라서 이름따윈 무의미하다. 그렇다. 비곗덩어리로 충분하다.


나는 창가에서 가볍게 뛰어내렸다. 망할 여자처럼 발목이 부러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최강, 완벽, 희대의 살인마인 김인이니까. 마치 높은곳에서 뛰어 내리는 고양이처럼 아무런 충격도 받지 않은채 완벽하게 착지했다.


탁!


"엉?"


착지할때 소리를 들은 것일까. 비곗덩어리가 주먹질을 멈추고 내쪽을 바라보았다.


"넌 또 뭐야!"

"... ..."


비곗덩어리의 표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왕이라도 된 듯한 표정. 어머니와 아들을 겁주고, 소녀를 때려 눕히고, 마을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다는 것에는 경의를 표한다. 세금이라는 명목으로 지속적으로 희망을 빼앗는건 나도 해본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너무 기어오른다. 지금, 이 상황을 자신이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 비곗덩어리. 그건 틀린 생각이다. 이미 이 마을에 내가 들어온 순간부터, 이곳은 내 쾌락만을 위한 살육의 터가 되었다. 저딴 비곗덩어리가 지배할 곳은 없다.


나는 나이프를 꺼내들며 말했다.


"비곗덩어리, 넌 어떻게 죽여줄까. 사지 절단? 동맥 절단?"

"너도 드렌 사람이냐? 요즘 이 마을에서 미친척하는게 유행인가봐. 어쭈. 눈을 치켜뜨고 있네. 감히 쉐딩거에 맞서?! 오늘 다 죽을 줄 알아!!"


아, 원래 저런 말을 들으면 불쾌할텐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왜냐하면 저 비곗덩어리의 절망으로 떨어진 표정이 떠오르니까.


"저기요~ 저부터 죽이고 다 죽이세요. 드렌 사람들은 잘못이 없잖아요. 호홋..."


망할 여자가 지면에 처박힌채 장난스레 중얼거렸다. 비곗덩어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아직도... 상처가... 하나도 없어?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년이 이렇게 튼튼한거야!"


예상치 못했지만, 망할 여자덕분에 비곗덩어리의 희망을 깎아 내릴 실마리가 잡혔다.


"저 망할 여자가 왜 저렇게 튼튼한지 궁금한거냐."

"넌 또 무슨 소리를..."

"여차저차해서 저 여자의 몸 위에는 내 생명이 덧씌워져 있지. 즉, 니가 때리던건 내 몸이라 이말이야."

"웃기지마!"


믿으려 하지 않겠지. 그렇게 전력을 다해서 공격했고 그 공격이 전부 나에게 향했는데도 멀쩡하다는 말은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손 위에서 가지고 놀던 나이프를 땅바닥에 박혀있는 망할 여자에게 던졌다. 나이프는 정확히 그녀의 오른손 검지 손가락에 꽂혔다.


푹!


"아팟! 뭐하는 거예요! 이 멍청이! 미치광이! 지옥에나 떨어져라 나쁜 살인광!"


나는 그녀의 말을 전부 무시한채 비곗덩어리를 향해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내밀어 보였다.


주륵


멀쩡하던 손가락이 갈라지더니, 피가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던 비곗덩어리는 깜짝 놀랐다.


"무... 무슨...!"

"아까 말했던 대로야. 저 여자의 몸위엔 내 생명이 덧씌워져 있다."

"그렇다는건..."


절망으로 유도하는 과정은 짜릿하면서도 즐겁다. 절벽에 매달린 사람의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주는 느낌이랄까.


비곗덩어리는 그제서야 상황이 파악된 것인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내... 공격들은 전부 니가 흡수한거냐..."

"정답."

"그런데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는거지!"

"니가 나보다 약하니까."


실로 간단한 답이었다. 그러자 비곗덩어리는 주먹을 내지르며 소리쳤다.


"미친소리 집어치워!!"


붕~


아아~ 느리다. 비곗덩어리가 정면을 향해 내지른 주먹은 한참을 기다려도 다가오질 않았다. 내 얼굴에 닿을때쯤, 손목을 부수려 했지만 주먹이 느려도 너무 느려서 언제 닿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심심하니 손톱이나 전부 빼줘야겠다.


비곗덩어리의 주먹을 펴서 숨어있었던 손톱들을 드러낸뒤, 검지와 엄지로 그의 손톱을 꽉 쥐었다. 그리고 탈곡기처럼 빠른 속도로 5번을 잡고, 뽑고, 잡고, 뽑고...


틱 틱 틱 틱 틱


5번의 경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투두둑 투둑


피가 쏟아졌다. 너무 세게 비틀어 뽑아낸 것인지 비곗덩어리의 손가락은 더이상 정상적인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건 피를 질질 뱉을 뿐인 다섯 가락의 고장난 수도꼭지였다.


비곗덩어리는 처참한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아악!"

"방금거 좋았어."


틱, 투두둑, 투둑, 크아악... 듣기 좋은 비트다. 풍부한 베이스 음역의 단말마까지 합쳐진다면 더할나위 없는 명곡이 될것 같았다.


꿀꺽


나는 또 군침을 삼켰다. 망할 여자에 비해서 이 비곗덩어리는 놀아줄 보람이 있는 놈이었다. 하아... 빨리 절망으로 떨어져 멍해진 얼굴을 난도질 해주고 싶다.


"으아... 으아아아!"




비곗덩어리는 허우적대다가 결국 엉덩방아를 찧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나는 부들부들 떨고 있는 비곗덩어리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이제 알겠냐. 넌 나보다 약해. 그러니까 너는 그 어떤것도 지배하고 있지 못해. 내 살육의 터에 들어온 이상, 너도 내 쾌락을 위한 도구에 불과한거야. 알겠냐."

"끄으... 으으으... 으아아아..."


비곗덩어리의 눈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아? 벌써 정신이 부서진 것인가. 손톱 5개가지고? 하... 왠지 허무하다. 하지만 용서해주지 않는다. 그러니 그를 바로 죽이는 일은 없다. 천천히... 완벽한 절망을 느낄때쯤 죽일 것이다.


나는 검지를 세워 그의 퉁퉁 불어오른 뱃살에 찔러 넣었다.




"으아악!"


손가락과 뚫린 뱃살의 사이로 피가 찔끔찔끔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비곗덩어리의 거대한 몸집은 순전히 지방으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음음... 이건 꽤 재밌을지도 모른다.


나는 두번 더 찔러보았다.


쿡 쿡


"흐아아악! 아아가아악!"


비곗덩어리가 처절하게 울부짓다가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애걸복걸했다.


"자... 잘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쇼! 제발!"

"...?"


뭘 잘못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시는 이러지 않겠습니다요! 제발요! 목숨만은...!"

"뭘?"

"드렌 마을에는 한발짝도 들이지 않겠습니다요. 제가 죽을짓을 했습니다. 하지만 딱 한번만 기회를...!"


이 비곗덩어리는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결국 살려달라는 것인가? 하, 내 인생에 이렇게나 어이없는 놈은 처음 본다. 내게 살려달라는 놈들은 많았지만, 정말로 살기 위해 살려달라는 놈은 이놈밖에 없었다.


"살아서 뭐하게."

"네...?"

"살아서 뭐하려고?"


비곗덩어리는 머리를 땅에 박고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내 질문이 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 것인가?


"사... 살면 착하게 살아야죠! 더이상 사람들을 괴롭히지 않고, 세금도 적당히 걷고, 치안도 유지해주고...! 다 하겠습니다! 그러니 목숨만은!"

"아냐."

"...네?"


안타깝지만 내 생각과는 달랐다.


"인간은 텅 빈 가슴속에 쾌감을 들이붓기 위해 사는거야. 그런데 가슴속엔 커다란 구멍이 하나가 나있어. 밑이 깨진 독처럼 끊임없이 쾌감을 빨아들이지. 있잖아, 가슴이 비면 정말로 고통스러워. 그래서 더 큰 쾌감, 자극을 위해 더 열심히 사는거야. 때문에 인간들은 서로먼저 쾌감을 차지하기 위해 물어 뜯고 죽이며 살아가."

"무슨...?"

"그런데 너는 이상한 말을 해대는군. 왜 사람을 괴롭히지 않지? 가장 간단하게 쾌락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인데. 왜 세금을 적당히 걷지? 희망을 빼앗기 좋은 방법인데. 왜 치안을 유지해 주지? 사람을 죽이면 니 쾌락이 될 텐데."


비곗덩어리는 알 수 없는 눈동자로 날 올려다 보고 있었다. 망할 여자와 비슷한 눈빛이었다. 난 그 눈동자의 의미를 알 수 없다. 공포? 아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아니다. 그것보다도 더 먼저 무언가를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 수 없다.


나는 물었다.


"너는 모르는거지? 이해할 수 없는거지?"

"아..."


비곗덩어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럼 넌 인간이 아니야. 인간의 쾌락을 위한 도구일 뿐이지. 도구가 살기 위해 살려달라고 하는건 참 웃기는 일이야. 죽어서 인간의 쾌락이 되는것 그게 도구인데 말야."

"너... 너는..."


흥이 깨졌다.


"도구는 죽어."


콰득 콰드득


"으아아악!!!"


손가락이 날카로운 갈고리처럼 비곗덩어리의 왼쪽 가슴을 파고들었다. 커다란 고동이 손가락 끝으로부터 느껴진다. 심장이었다. 이 남자의 생명, 인간의 쾌락을 위한 도구로써 잘 사용해 주겠다.


푸욱


나는 그대로 비곗덩어리의 심장을 뚫어버렸다. 나는 수많은 도구들이 바라보는 곳에서 이상야릇한 소리를 내뱉고 말았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점점 줄어가는 심장박동이 그대로 전해진다. 사라져가는 생명이 주는 황홀함. 온 몸에 신선한 피가 도는듯한 쾌감. 아아... 좋다.


"크허어억.... 너... 넌..."

"...?"

"괴... 물... 이냐..."


뭐라는거야 도구 주제에.


콰득


손가락에 힘을 줘서 심장을 쥐어 짜버렸다. 그 쾌감을 좀 더 맛보고 싶었지만 더이상 불쾌한 말을 내뱉기 전에 완전히 죽였다.


"후우우~"


기분이 좋았다. 자, 이번엔 어떤 도구를 사용해...


짝!


"... ..."


어느새 내 목은 옆으로 돌아가 있었다. 뺨이 얼얼했다. 때린것인가? 누가? 나를? 감히 이 김인을?! 죽여버리겠다!!


고개를 돌려 내 뺨을 갈긴 사람을 바라보았다. 내 앞엔 분홍색 머리를 하고 있는 망할 여자가 서있었다. 또 이 여자였다. 아아~ 참아야 한다. 참는건 싫지만 이번만은 참도록 하자. 이 여자를 건들어서 꽃잎에게 밉보이면 안된다.


두 눈 가득히 눈물을 머금은 그녀는 울면서 소리쳤다.


"도대체... 너에겐 무슨 문제가 있는거야?!"

"나는 이미 완벽해. 문제 따윈 없어. 망할 여자야."


시시한 문답이였다.


작가의말

친애합니다. 그립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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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험의 시작 (3) 15.05.17 258 4 10쪽
» 모험의 시작 (2) +1 15.05.15 250 4 13쪽
3 모험의 시작 (1) +2 15.05.12 301 5 11쪽
2 이건 사기라고! +4 15.05.11 370 4 11쪽
1 [프롤로그 - 참 좋은 세상] +2 15.05.11 998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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