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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조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 후 역대급 마법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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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조와
작품등록일 :
2024.04.17 20:03
최근연재일 :
2024.05.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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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8,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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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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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화

DUMMY

나는 준비한 물건들을 들고 코제트 상회의 건물을 뽈뽈 기어올랐다. 슬슬 코어에 마력도 채워두고 싶었고, 다른 이변이 생기는 것도 감지하기 쉬워 보였기에 택한 자리였다.


역시 실리를 중시하는 상회의 건물답게 지붕은 멋을 부리지 않고 넓고 평평한 그대로.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엉덩이를 털썩 지붕에 붙이고 앉았다.


그러고서 눈을 감고 마력을 끌어모은 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녁놀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 풍경을 보고 있자니 문득, 마탑을 나오기 전에 알폰스에게 전해두었던 말이 떠올랐다.


···오늘이 지나기 전에는 들어가겠다고 말해뒀었는데. 가능하겠지?


그런 생각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미리 사두었던 물건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던 찰나.


“불이야!”


내가 기다리고 있던 신호가 힘차게 울려퍼졌다.




***




루카스에게 붙잡혔던 불쌍한 소매치기 소년, 가이는 어쩐지 속이 살살 쓰린 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용병들에게 걷어차인 배가 어딘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


“토할 것 같아······.”


-푸르르륵.


그리 중얼거리고 있자니 말이 다가와 투레질을 했다. 아무래도 간식을 주러 온 사람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어어, 그래그래. 착하지, 착하다.”


그런 말의 고삐를 푸는 가이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리고 거기서 멈추지 않고, 가이는 마구간에 있는 말들의 고삐들을 모조리 풀어버렸다.


그러나 말들은 멀뚱히 마구간 안에서 돌아다닐 뿐, 딱히 밖으로 나가 날뛰거나 하지 않았다. 말들을 다뤄본 경험이 없었던 가이는, 당연히 족쇄가 풀리면 다들 뛰쳐나갈 거라고 생각했기에 약간 당황하고 말았다.


“어··· 애들아? 쉬, 쉬쉬!”


-푸히히힝.


아무리 쫓아내려고 해봤자 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웃는 듯한 소리만 돌아올 뿐.


가이는 점차, 명치께가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소년이 저도 모르게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하는 수밖에 없나?”


가이는 일을 저지르기 전, 마지막으로 ‘그’와 나눴던 대화를 되새겨 보았다.


-상회 소속이라면, 당연히 상회로 돌아가야겠지? 가서 의심 사지 않게 이것도 좀 전해주고··· 적당히 소란 좀 피우면 좋겠는데.

-소란이요?

-그래. 불이라도 지르면 제일 좋고. 방법은 네가 알아서 해라. 뭘 하면 상회 애들이 제일 당황할지는 네가 제일 잘 알 테니까. 그렇지?

-···제가 왜요?


가이는 그렇게 묻고서, 곧바로 후회했었다. 거기서는 그냥 하겠다고 하고, 안 해버려도 되는 일이었을 텐데.


그 사람은 가이가 그런 물음을 던질 걸 예상이라도 한 듯, 환하게 웃었던 것이다.


-살고 싶으면, 하는 게 좋을 거야. 나는 네가 어디서 뭘 하는지, 다 알 수 있거든.


그런 말을 하며 그의 손가락이 가이의 가슴에 닿자, 무언가 흘러들어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러고서 잠깐 동안 진행된 술래잡기에서, 가이는 깊은 절망감을 맛보았다.


이 악마의 손아귀에서, 결코 도망칠 수 없다는 좌절.


총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향해 쏘아내는 인간이다. 필경 가이 같은 어린애 하나 처리하는 것은 그에게 숨 쉬듯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죽고 싶지 않아.”


가이는 속마음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었다. 비록 모두에게 천대받던 비렁뱅이 고아라 한들··· 살아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보란 듯이, 악착같이 살아남아 성공하는 거다. 이 상회의 건물만큼 커다란 집을 지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고 나면··· 자신을 버린 부모를 찾아야겠지.


이만한 집을 지을 정도의 돈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을 찾는 것 정도는 쉬운 일일 거다. 어쩌면, 부모가 귀족일지도 모르지.


가이는 잠들기 전, 늘 그런 상상을 했다. 그리고 부모를 찾으면······.


결심을 굳힌 가이의 눈동자가 불꽃처럼 타올랐다. 아니, 실제로 가이의 눈앞에서 불꽃이 타닥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혹시나, 만약을 위해 주방에서 몰래 훔쳐 온 불씨였다. 말들에게 먹이기 위한 건초가 즐비한 마구간인지라, 불이 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잘 타네.”


잠시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가이는 뜨거운 열기가 훅 끼쳐오자 그제야 화들짝 놀라 도망쳤다.


-히히히히힝!

-푸히히히히히힝!

그리고, 활짝 열린 문을 향해 말들도 모조리 뛰쳐 나가기 시작했다.




***




코제트 상회의 웨스트우드 지부.


그곳에서 근속하는 직원들은 매우 만족스러운 하루라고 다들 생각했다.


“음, 항상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는데.”

“그러게나 말이야. 그럼 지부장님 기분도 좋고, 우리도 좋고, 모두가 행복하잖아.”

“에헤이, 회색 마탑인가 갈색 마탑인가 거기는 불행해졌는데?”

“거기야 뭐, 자기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나?”

“큭큭, 그건 그래. 무능하면 뭐, 할 수 없는 거지.”

“자, 다들 집중!”


자리를 비운 아리아 대신, 부지부장인 도노반이 몸을 일으켰다. 점심에 이은 저녁 연회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생색을 내기 위함이었다.


“잔들 들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지부장님께 감사하면서! 앞으로 더욱 발전할 우리 지부를 위해! 자! 코제트 상회, 웨스트우드 지부를!”

“위하······!”


쾅!


한창 건배사가 진행되던 도중, 식당의 문이 벌컥 열렸다. 도노반이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쏘아붙였다.


“무슨 일이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무릎을 짚고 숨을 헐떡이던 이, 막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당황스러움과 다급함이 범벅된 그의 입이 벌어지더니, 경악할 만한 외침이 튀어나왔다.


“불이야!”

“뭐, 뭐?”

“진짜 불이 났다고?”

“씨발! 그럼 가짜 불도 있냐! 불이라고! 불! 물 가져와!”


너무도 갑작스러운 내용에 식당에 모여 있던 이들이 모두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심지어 막 들이키려던 술을 잔째로 들고 달려가려는 이도 있었다.


“다들 조용히! 제자리에서 대기해라!”


그때, 도노반이 천둥같이 외쳤다.


“막스! 불이 난 장소가 어딘가!”

“마, 마구간입니다.”

“다들 들었지! 마구간이란다! 지금부터 신속하게 움직인다! 거기, 너! 그래, 톰슨 너 말이다! 넌 사무실로 가서 사람들을 좀 더 불러와! 그리고 너! 너! 너! 너희 셋은 주방으로 가서 거기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물을 날라라! 그리고 카론 너는 가서 마법사를 불러오고! 움직여!”


순식간에 내려진 지시에 직원들은 눈을 껌뻑이다가 황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도노반 또한 지시만 내리고 나몰라라 하는 것이 아니고 현장을 향해 발로 뛰고 있었다.


“어영부영 몰려다니지 마라! 각자 맡은 자리에서 책무를 다해! 위험할 것 같다고 도망치는 놈들은 걸리면 죽는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가 된 것처럼 협동하여 불을 끄기를 얼마간. 다행히 초기에 화재를 발견한 편이었으나 하필 불이 난 장소가 마구간인지라 제법 시간이 걸렸다.


“물이여! 물이여! 물이여!”


마지막으로 카론이 불러온 마법사가 마력을 죄다 쏟아붓고 탈진할 때가 되어서야 겨우 불을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 번지지는 않았군.”


연기만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게 탄 현장을 보며, 도노반은 숨을 돌렸다.


마구간이 홀라당 타버리기는 했으나, 마구간은 어디까지나 외부에 있는 건물이다. 상회의 본 건물로 옮겨붙었다면··· 그야말로 아찔한 상황이 펼쳐졌을 터.


“이제 거의 다 됐다! 조금만 더 힘을 내라!”

“됐다, 됐어! 마지막이다!”

“불이 꺼졌다! 우와아아아!”

“우리가 해냈다! 코제트 상회 만세!”


다들 모여들어 한마음 한뜻으로 얼싸안고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던 때.


“그런데 말들은?”


누군가 내뱉은 의문에 분위기가 급격히 싸늘하게 식었다. 듣고 보니 그럴듯 했던 것이다.


“···어?”


화재가 발생했던 장소는 마구간. 상회에서 기르는 말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고삐에 묶여있는 말들이 탈출할 수 있는 방법 따위는 없다.


그런데······.


“냄새가, 안 나.”


불에 타서 죽었다면 말고기가 익어가는 냄새가 미친 듯이 퍼졌을 텐데. 그렇다면 말들이 어디를 갔단 말인가?


불을 끄러 왔던 그 누구도, 살아있는 말들은커녕 그 꼬랑지조차 보지 못했다.


말인즉, 말들은 불이 번지기 시작했을 때부터 화재 현장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자마자, 도노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떤 개자식들이!”


새삼스럽지만, 말은 비싸다. 최근 들어 가격이 내리기는 했고, 품종과 나이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고는 하나··· 기본적인 가격 자체가 높게 책정되는 품목인 것이다.


게다가 코제트 상회는 비루한 싸구려 말 따위는 취급하지 않았다. 여기 다섯 마리에 금화 하나, 두 개 정도는 거뜬히 호가할 고급 품종들이었던 것.


따라서, 말 도둑놈들이 이를 노리고 불을 질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기 말발굽 자국이 있습니다! 한두 마리 수준이 아닙니다!”

“비켜라! 내가 직접 보겠다!”


도노반이 몰려든 상인들을 헤치고 재빠르게 나아갔다. 그러자 정말 무수히 찍혀 있는 말발굽 자국들이 눈에 들어왔다. 전부 한 방향으로 줄창 나있었다.


그를 발견한 도노반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만약 말 도둑놈들이 일을 꾸몄다면, 적어도 이리 흔적이 남지 않도록 말들의 발에 무언가를 씌웠을 터.


어쩌다가 불이 고삐를 묶어놓은 곳을 먼저 태워, 말들이 무사히 도망친 게 아닐까.


그리 생각한 도노반은 숨을 들이쉬었다가 크게 외쳤다.


“말들이 도망쳤다! 끌고 간 놈들이 없으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흩어져서 흔적을 쫓아! 도중에 흔적이 없어졌거나, 마을의 집들로 이어진 흔적이 발견되면 즉시 보고해라! 우리 상회의 재산을 건드는 도적들은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그를 들은 상인들이 곳곳에서 작게 속닥거렸다.


“이런 제기랄, 말들이 다 도망갔다고?”

“그나마 다행이지 않은가. 다 타죽었거나 도둑맞았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다행은, 이 사람이! 우리가 그걸 지금 잡으러 가야 할 판인데!”

“···아.”


그따위 대화를 듣고 있던 도노반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그걸 아는 작자들이 다들 튀어 나가지 않고 뭣들 하나! 조금이라도 멀리 도망치기 전에 썩 나가지 못해?! 한 마리도 못 잡은 사람은 당분간 제 시각에 퇴근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아아아악!”




***




시간을 조금 되돌려, 불이 치솟기 시작했던 시각.


나는 코제트 상회의 구석에서 치솟는 화염을 보며 실실 웃었다.


“고놈 참 시원하게 잘 타네.”


여러 가지 변수에 대한 대비를 해두기도 했으나, 역시 원래의 계획대로 가는 것이 베스트인 법. 아무래도 녀석이 제대로 해낸 모양이었다.


게다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구간에서 말들이 마구마구 뛰쳐나오고 있는 상황.


본인에게 쏠릴 주의를 흩어놓기 위함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건 저 말들을 도로 모아오기 위해 인력이 빠질수록 내게는 이득이 된다.


때가 되었다고 판단한 나는 잡화점에서 저렴하게 구입한 가면을 뒤집어썼다. 축제 때나 쓰는 사람이 있을 법한,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말 대가리 가면이었다.


시야가 살짝 가려지긴 하지만, 이 정도면 괜찮았다. 지붕에서 뛰어내리며, 나는 내게 노이즈 마법을 걸었다.


자고로 뒤가 구린 놈들은, 일 대 일 면담을 해야 하는 법.


때마침 창문이 시원하게 열려있어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수월했다. 그러자 몸을 숙이고 황급히 무언가를 챙기고 있던 누군가가 외쳤다.


“누, 누구얏!”

“푸히히힝.”


나는 장난스레 투레질을 했다. 이럴 때는 첫인상이 중요한 법. 절대 말이 통하는 작자라는 인상을 심어주어선 안 된다.


실제로, 상대는 내 대답에 벙찐 듯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틈을 타서, 나는 뚜벅뚜벅 걸어 우리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상대, 아마도 코제트 상회 웨스트우드 지부의 지부장인 아리아일 것이 확실한 신형은 뒷걸음질을 치며 외쳤다.


“뭐, 뭐야! 원하는 게 뭐냐고! 거기 밖에! 아무도 없어?!”

“아무도 없지. 당신이 불 끄는 데 손을 보태라고 보냈잖아.”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당분간은, 우리 둘만의 해피 타임을 즐길 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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