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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조와 님의 서재입니다.

전생 후 역대급 마법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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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조와
작품등록일 :
2024.04.17 20:03
최근연재일 :
2024.05.07 20:00
연재수 :
1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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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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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수 :
88,390

작성
24.04.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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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DUMMY

마탑에서의 서열 순위는 당연하게도 마법의 경지, 그리고 보유하고 있는 마력의 양. 대략 이 두 가지로 정해진다.


기타 학술적인 업적, 예를 들자면 새로운 마법의 발견이라던가, 기가 막힌 술식의 응용법을 학회에 발표한다던가, 하는 것들도 참작이 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딱 그 정도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다.


마법사란 마법을 다루는 자. 그렇다면 자기보다 마법을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의 밑에 순위가 배정된다면, 그 누가 납득하겠는가.


게다가 과거, 어떤 미친 작자가 실전성을 입증하겠답시고 다짜고짜 다른 마탑의 탑주들을 두들기고 다닌 탓에 학구파보다는 실전파가 주류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사가 되기 위해 정진하는 도제들 역시 그들의 몸에 단조한 마법의 경지에 따라 서열이 정해져야 할 듯 보이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특히나 회색 마탑처럼 윗선의 관리가 소홀할 수밖에 없는 소규모 마탑일수록 더욱 그러한 경향이 강해졌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살짝 기괴하게 서열이 정해진다. 바로 힘에 의한 서열이다.


분명, 도제들도 마법을 익히기는 했다. 그런데 누가 그랬던가? 말보다 주먹이 더 빠르다고. 이는 곧 뭐라고 주문을 외워보기도 전에 코피가 터진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숙달된 마법사들은 코웃음을 칠 법한 이야기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가령, 브라운을 놓고 보자.


브라운의 마법 실력은 도제들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간신히 중간에나 턱걸이할 만했다. 딱 잘라 말해서 그저 그런 수준.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도제들이 지니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 바로 사냥꾼 집안에서 태어나 함양하게 된 야수성. 그리고 타고난 덩치와 힘이 몸에 깃들어 있었던 것이다.


압도적인 육체의 차이를 과시하며, 브라운은 같은 방을 쓰게 된 도제들을 꽉 휘어잡았고, 그를 바탕으로 다른 도제들도 전부 장악하여 급기야 회색 마탑의 도제들 사이에서는 대장으로 인정받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브라운이 빡쳐서 진심으로 주먹을 휘둘렀는데, 상대가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바닥에 쓰러진 건 브라운이었다. 발을 헛디딘 것도 아니고, 지병인 빈혈 때문에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넘어진 것도 아니었다.


명치를 부여잡고 끙끙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야, 누구든 알 법한 이야기였다.




*




“이건 뭐, 도제가 아니라 완전 깡패 새끼네. 손봐준다더니, 지팡이보다 주먹이 먼저 나오는 게 맞냐?”


나는 브라운을 발로 툭툭 걷어찼다. 그러나 녀석은 어지간히 고통스러운지 신음만 뱉을 뿐,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하긴, 마력을 실은 펀치를 명치에 제대로 맞았으니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다. 자기가 흥분해서 달려들던 기세까지 실려 고스란히 카운터를 맞았으니 더 아프겠지.


“내가 그랬잖아! 이 자식,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그 와중에 알폰스는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외치고 있었다. 이리로 오는 중에 나에 대한 브리핑을 한 차례 끝마쳤던 모양.


“그래서 어쩔래, 얘들아? 너희도 다 덤빌래?”

“······.”


잔당들을 슥 훑으며 친절하게 물어봐 주었으나 다들 내 시선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머리통 하나는 차이 나는 대장이 한 방에 뻗었으니, 딱 봐도 전의를 상실한 모양.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실망스러웠다.


“뭐야, 아까 입 털던 기세들은 다 어디 갔어? 그리고, 너네는 의리도 없냐? 처음 온 놈한테 대장이 당했는데 복수도 안 하고 그냥 항복하려고?”


바닥에 쭉 뻗어 있는 브라운을 가리키며 얘기하자 도제들의 얼굴에 복잡한 기색이 어린다. 그러던 중, 브라운과 가장 적극적으로 장단을 맞추며 나를 갈구던 녀석이 외쳤다.


“씨발, 그냥 덮쳐! 우린 여섯이고, 저 새끼는 하나잖아!”

“으, 으아아아!”

“뒈져!”


그래, 진작 이렇게 나오셨어야지. 좁아터진 방 안에서, 놈들은 자기들끼리 부딪히면서도 돌진해 나를 노렸다.


덮치자고 외쳤던 녀석이 가장 먼저 주먹을 내뻗었다. 브라운과 주둥이만 털던 건 아닌지 제법 힘이 실린 주먹이었다.


그러나 그래봤자 브라운보다는 못한 실력. 이미 몸에 마력을 한껏 끌어올리고 있었던 터라,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몸을 낮춰 숙인 후, 손바닥으로 녀석의 턱을 후려쳤다.


뻐억!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았던 놈이 허우적대다가 브라운의 위로 툭 떨어졌다. 달려들던 다른 놈들이 흠칫하는 것이 보였지만, 그렇다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빠악! 퍽! 퍼벅!


남은 놈들을 정리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의욕이 없던 놈들이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으니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결국 멀찌감치 떨어져 항복이라는 듯 양손을 들고 있던 알폰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바닥에 쓰러져 끙끙대는 꼴을 면치 못했다.


“으······.”

“아으, 끄으으······.”

“너는 왜 안 덤비냐?”

“안 될 걸 아는데 왜 덤벼?”


알폰스는 내 질문에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꼬르륵-


그 와중에도 생리현상을 숨길 수는 없었는지 누군가의 배가 크게 울었다. 그러자 나도 문득 허기가 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연륜을 발휘해 자비를 베풀어 주었다.


“안 덤빌 거면 빵이나 먹으러 가자.”

“···얘들은 어떡할까?”


알폰스가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있는 놈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쨌으면 좋겠는데?”

“그래도 같이 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말했다시피 마법사님들이 이상하게 생각하면 혼나는 건 우리들 전부거든.”

“그럼 일으켜 세워.”

“그럴··· 필요, 없어!”


아까부터 끙끙대더라니. 브라운이 자신의 위에 뻗어 있던 도제를 옆으로 밀어내며 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시뻘겋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후, 후욱! 너, 좀 치네, 어? 밖에서 주먹 좀 쓰면서 굴러먹다가 왔나 봐?”

“아닌데.”

“···뭐?”

“아니라고.”


나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냥 너네가 약해 빠진걸 왜 나한테서 원인을 찾으려고 그래? 기껏 마탑에 들어와서 도제라는 딱지까지 달아놓고, 주먹이나 휘둘러대는 깡패 새끼들이 말이야. 쯧, 너넨 내가 조금만 더 젊었으면 가만 안 뒀어.”


아주 그냥 반 죽여놨겠지. 성질 많이 죽었다, 진짜.


“···이 새끼가······!”


그러나 내가 베푸는 자비를 깨닫지 못한 듯, 브라운은 더욱 투지를 불태웠다. 아무래도 내가 만만하게 생겨서인 탓이 큰 것 같았다.


우오오, 하고 브라운이 포효를 내지르더니 솥뚜껑까지는 아니고, 냄비 뚜껑 정도는 되는 주먹이 다시금 날아들었다. 그러나 완전한 컨디션도 아닌 놈이 그래봤자 위협이 될 리가 만무했다.


애초에 숱한 전투를 헤쳐나온 내게 이런 애송이들의 주먹다짐쯤이야, 소꿉놀이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이다.


콰직!


주먹이 내게 닿기도 전에 하이킥으로 브라운의 머리를 걷어찼다. 그러자 놈의 동공이 풀리더니, 또다시 바닥으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나는 깨어난 브라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놈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밖으로 나가서 엘리베이터에 얌전히 탑승해 있었다.


브라운과 나까지 몸을 싣자, 엘리베이터는 위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폰스.”

“어? 왜?”

“아까 이놈들한테 뭐라고 말했냐? 한 번 들어나 보자.”

“뭐, 뭘?”

“너 당당하게 말했잖아. ‘이 자식, 보통내기가 아니라니까!’ 하고 말이야. 나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나 말해보라고.”

“······.”


알폰스는 눈알을 뒤룩뒤룩 굴렸다. 그래, 말하기 좀 그런 내용도 섞여 있었나 보지?


나는 옆에 가만히 서 있던 브라운을 쿡 찔렀다.


“야, 네가 말해봐.”

“···별 내용은 없었는데요.”

“그래서 말하기 싫으시다?”


브라운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냥, 뭔 이상한 수작질로 마법을 반사시킨다고 했었나? 그거랑 여자 존나 밝히는 미친놈이라고 했던 거밖에 기억 안 납니다.”

“오, 그래애? 여자 존나 밝히는 미친놈이라고? 그렇게 보여? 다들 대답해 봐.”


나는 씩 웃었다.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맞아, 아니다. 그렇다고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니까 걱정하지는 말고.”


우렁차게 대답하면서도 내게서 슬슬 멀어지려는 놈들을 안심시킨 후, 나는 궁금하던 것들을 몇 가지 물어보았다.


“여기 도제들은 전부 합쳐서 몇 명이나 되지?”

“스물셋입니다.”

“그럼 걔네들을 다 불러 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누가 대장이야?”

“그, 접니다만······.”


예상외로 브라운이 손을 들어 올렸다.


아니, 진짜? 나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내심 알폰스와 함께 마주쳤던 루나라는 아이가 가장 강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의 수준을 보아하니, 그 이상의 마력을 품고 있는 도제는 없을 것 같았으니까.


“뭐, 잘 됐네.”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나는 브라운에게 몇 가지 지시를 내렸다. 우선은, 맨 밑바닥에서부터 문제를 살펴볼 생각이었다.




*




시간이 흘러 어느덧 어둠이 내려앉았다. 달이 뜨긴 했으나 웨스트우드의 수림은 빽빽하여 그 빛을 쉽사리 허용치 않았다.


그렇게 어둑어둑한 회색 마탑의 근처 공터.


평소 같았으면 쥐새끼 하나 얼씬하지 않을 장소이건만, 어쩐 일인지 대략 스무 명 정도의 인원이 모여 북적이고 있었다. 그 면면들을 들여다보면, 전원 회색 마탑의 도제들이었다.


루카스가 브라운에게 전달하고, 브라운이 다른 도제들에게 전달하여, 종내에는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도제들이 여기 이 공터에 모여들게 된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고 단순히 나오라고 하니까 나왔을 뿐인 도제들이 삼삼오오 모여 쑥덕였다.


“이게 뭔 일이래?”

“그러게. 달밤에 나와서 뭐 하자는건지 모르겠네. 아직 날도 좀 쌀쌀한데. 어씨, 말하니까 춥다.”

“나는 알 거 같은데.”


그렇게 말한 도제의 근처로 다른 아이들이 모여들었다.


“뭔데, 뭔데!”

“궁금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해!”

“흐흐, 오늘 탑주님이랑 면담한 애가 있다고 하더라고.”

“어? 그럼?”

“신입이 왔다는 거지!”

“오?”

“오오!”

“오오오!”

“신입이다, 신입!”


신입. 이 두 글자의 마력에 다들 취한 듯 축제 분위기에 합류하여 왁자지껄하게 떠들기 시작했다.


항상 같은 일과의 반복. 속세와 거리가 있는 환경. 진전이 없는 공부.


마탑의 일상이란 이토록 대개 지루함 투성이기에 약간의 균열만으로도 사람이 쉽게 들뜨는 것이다.


한편, 그런 가운데 거기에 동화되지 못하는 무리가 두 부류 있었다.


하나는··· 루카스의 룸메이트들이었다. 신입이 어떤 놈인지 일찌감치 겪은 그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약간 애도하는 듯한 표정으로 무지한 이들을 바라볼 뿐 축제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무리는 구성원이 단 둘이었다. 루나와 이사벨, 마탑에 단 둘뿐인 여자들이었다.


그중 루나는 멍한 눈빛으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본인이 마법으로 조형해 낸 의자였다. 흙먼지로 인해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는 모습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그 옆에서 팔짱을 끼고 나무에 기대어 있던 이사벨이 눈을 설풋 빛내었다.


“무슨 일일까, 루나? 너는 혹시 뭐 아는 거 있어?”

“아까 마주치기는 했는데.”


루나는 입을 쩍 벌려서 하품을 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 재밌어 보이는 인상은 아니었어.”

“그래? 하긴,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뭐 특별한 뭔가가 있지는 않겠네. 아쉬워라-”


이사벨이 입맛을 쩝접 다시던 찰나.


“이제 다 모인 건가?”


힘 있는 목소리가 나직하게 공터에 울려 퍼졌다. 처음 듣는 목소리에 어리둥절해하던 도제들의 시선이 곧 목소리의 발원지로 모여들었다.


희멀건 피부에 검은 머리칼. 툭 치면 스러질 듯 마른 체형의 소유자가 마탑 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다름 아닌 루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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