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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SSS급 체술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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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작품등록일 :
2022.11.23 00:38
최근연재일 :
2022.11.25 04:27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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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18,825

작성
22.11.24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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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2.

DUMMY

10명쯤 되는 주문술사들이 일제히 하늘을 향해 팔을 뻗었다.


양손에 하나씩, 총 스물에 달하는 붉은 원이 생겨났다가, 한 점으로 모여들며 거대해졌다. 열 명 분량의 마력이 모인 붉은 원 안에는 기폭 수식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원의 테두리 부분에 흐르고 있던 마력들은 내부의 수식에 의해 변환되어 현상이 된다. 현존하는 모든 마술 중에서 가장 심플하면서, 그렇기에 가장 강한 위력을 자랑하는 연환술식 <그레이트 파이어>가 대설인을 향해 날아갔다.


쿠오오오......


거인의 상반신이 불길에 휩싸였다. 나는 신비종이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에 안고 있던 응시생 소녀를 일행이 있는 곳에 내려놓았다.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던 응시생으로서의 도리는 다했다고 본다. 그럼 이만."


혼란스러운 자리를 뜨려고 하던 차에, 파티 리더로 보이는 갈색 머리 소녀가 물었다.


"왜 구했어? 경쟁자잖아. 우리 파티 인원이 하나라도 줄어드는 게 너한테는 이득 아니야?"


"손해지. 어차피 너희들, 이런 데서 전멸당할 파티는 아니잖아?"


환일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에는 총 2개월이 주어지며, 주어진 시간 안에 사상결계가 구현하고 있는 솔로몬 탑 10층에 도달하면 합격이다.


시험이 시작된 지는 오늘로 2주일 하고 사흘차였다. 주어진 시간의 반의반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시점에 8층까지 도달한 파티는 사실상 확정적으로 시험에 합격한다고 봐도 좋았다.


"어차피 학교에서 다시 볼 텐데, 시험에서 안 도와줬던 일 때문에 얼굴 붉히고 다닐 바에는 무료 봉사 한 번 해주고 만다는 마인드였어."


"어, 어쨌든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구했던 흑단발 소녀가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이런 낯간지러운 분위기는 질색이다. 나는 한 손으로 손사레치며 말했다.


"뭘, 다 나 좋다고 한 짓이니까 인사할 거 없어.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있을 시간에 싸우든 도망치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대설인의 상반신에 들러붙은 불이 꺼져 가고 있었다.


"난 안 도와 줄 거야."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어. .....소환."


파티 리더가 쌀쌀맞게 대꾸하며 옆구리에 끼고 있던 책을 펼쳤다. 가운데에 꼿꼿히 서 있던 페이지 하나가 불타더니, 재로 변한 종이가 바람을 타고 소환진을 그렸다.


"불의 정령. 이프리트."


소환진에서 눈보라를 밀어낼 만큼 강한 열기가 휘몰아치더니, 불꽃으로 이루어진 근육질 전사의 상반신이 나타나 대설인의 얼굴을 후려쳤다.


"귀염성 없는 생김새네."


"아빠가 쓰던 걸 보고 자라서 외견이 고정된 거거든?! 외부인은 더 참견하지 말고 갈 길 가!"


파티 리더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듣지 못해서 살짝 아니꼽지만, 이 정도 거리감이 딱 좋긴 했다. 괜히 다른 사람과 얽혔다가 입학시험 따위를 치르고 있는 내 꼴만 봐도 그렇잖은가.


욱신거리는 어깨는 없었던 걸로 치고 산에서 내려가려는데.


"왜?"


흑단발이 내 옷깃을 붙잡았다.


"저기요, 아까 보니까 엄청 강하신 것 같던데."


성가신 부탁의 예감이 들어서 말꼬리를 잘랐다.


"안 강해."


"아까 자기 입으로 육합오의니 뭐니 말했으면서."


"........"


아. 혼자 싸우는 게 이렇게 위험한 거였나. 쓸데없이 기술명을 주절거리고 다니는 습관이 그만 무심결에.


자책하고 있는 사이에 소녀가 말했다.


"제 금줄 좀 회수해 주시면 안 될까요?"


대설인의 몸통에 칭칭 감겨 있는 물건을 말하는 것 같았다. 주문술사들의 불길에도 타지 않은 걸 보면 평범한 물건은 아닐 것이다.


"저희 집안 가보라 꼭 회수하고 싶은데......."


"가보를 왜 들고 다녀?"


"시험에는 통과해야죠! .......근데 한 번 쓰고 버리기에는 아까워져서. 속박 대상으로 삼은 적이 죽어 버리면 소멸하거든요. 제가 가고 싶지만 다리가 더 안 움직여서....... 헤헤."


"뭘 실실 웃어? 물에서 건져 놓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 아냐?"


"물론 절대로 맨입으로 부탁드리려는 건 아니고요! 사례할게요! 6층 보스를 쓰러뜨리고 드랍한 아이템이에요!"


소녀가 경장갑 밑에 있던 바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지더니 녹색 네모난 펜던트를 내밀었다.


"정신 간섭 마술을 막아 주는 건데요. 이걸로 어떻게 안 될까요?"


"정신 간섭......"


제법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다.


체술에 관련해서는 응시생 수준에서 비교할 바가 아니라는 자각이 있지만, 그 외의 분야에서는 한없이 초라했다. 특히 저주나 환각 계열 마술에 대처할 수단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최초 클리어 보상이라 고급품이에요!"


최초 클리어 보상은 일반적인 보스 처치 보상보다도 한 등급 높은 보상이 나온다는 말을 들었다. 결계 내부에서 일어난 신체적 변화는 외부에 나갔을 때 연동되지 않지만, 획득한 아이템은 환일 측에서 동일한 아이템을 응시생들에게 지급한다고 했었지.


"금줄만 갖고 오면 되는 거냐?"


"이왕 도와주시는 김에 쓰러뜨리는 것까지 겸사겸사 도와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점점 요구사항이 늘어나는데."


"물론 금줄만 회수해 주셔도 돼요!"


매끄럽게 자기한테 유리한 조항을 추가하려는 시도가 괘씸했다. 나는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


"선입금."


"선입금이요? 가지고 도망가 버리시면 회수할 방법이 없는데요."


"에이씨. 번거롭게."


나는 별 모양 제스처 커맨드로 홀로그램 패널을 불러내고, 수험표를 실체화시켜서 단발머리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격투 전공 마술사 강지원. 먹튀당하면 시험 통과한 다음에 복수하러 오던가. 그럼 선입금!"


"아..... 네."


그녀는 기세에 밀려 손바닥 위에 펜던트를 떨어뜨렸다. 거래 장면을 지켜보던 파티 리더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냐니. 200% 정당한 교환이잖아."


"어디가! 담보 하나 없이 물건부터 받는 거래가 어디 있는데?!"


"이름 가르쳐 줬잖아. 떼먹으면 나중에 신고하러 오라고."


"네가 잡아떼면 어쩔 건데? 겨우 이름 하나 가지고 무슨 담보야?"


"나한텐 이름 하나면 충분하거든. 이런 거 떼먹을 거였으면 처음부터 도와주러 오지도 않았어."


나는 손목을 붙잡은 갈색머리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별로 자랑할 거린 못 된다만, 약속 하나는 철석같이 지키는 빌어먹을 성격을 못 고쳐서 여기 있는 신세라."


나는 오른팔에 마력을 두르고, 날뛰는 설인을 향해 뛰어올랐다.


플랜 1번은 금줄만 회수해준 뒤 갈 길을 간다. 2는 함께 대설인을 쓰러뜨린다.


플랜 1을 고르고 싶지만, 양심에 찔렸다. 30명이 넘는 파티가 공격하고 있는 신비종에게서 금줄 하나를 챙기는 대가로 6층 최초 클리어 보상은 지나치게 비싸다.


결국 마음은 플랜 2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젠장. 비정해지지 못한다. 이렇게 우유부단하니까 혼자 다닐 수밖에 없는 거라고 자책하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혼자서는 못 처리하려나.'


흑단발을 구할 때 예비 동작 없이 마술을 쓰다가 태극륜 중첩이 제대로 걸리지 않았다. 2중첩을 걸려다가 1개도 제대로 발동되지 않은 덕분에 오른쪽 팔이 나가 버렸다.


"진짜 제대로 옴 붙었네."


한주먹거리에게 부상을 당하다니. 미숙함에 혀를 차며 공중에서 몸을 뒤집었다.


나를 향해 휘둘러진 대설인의 팔 위에 올라타고, 휘감긴 금줄을 쥐며 외쳤다.


"어그로 끄는 건 내가 할 테니까 포격이라도 날려!"


"휘말리지 않겠어?!"


파티 리더(아마도)의 질문에 답하며 대설인의 팔을 타고 달렸다.


"알아서 할 테니까 쏴!"


"죽어도 책임 못 져!"


나는 대설인의 어깨를 밟고 뛰어 놈의 관자놀이에 정권을 꽂았다. 커다란 눈동자가 데굴데굴 굴러와 나를 쳐다보는 순간, 내 맞은편에 있던 불의 거인이 옆구리에 시원하게 보디블로를 꽂았다.


쿠오오오오오오!


격노한 대설인이 팔을 휘둘러 불의 정령과 싸우는 동안 금줄을 회수했다.


회수가 거의 끝나 갈 때쯤 격노한 설인의 팔이 불의 정령을 넘어뜨렸다. 신비종이 승리의 함성을 지르는 틈에 주문술사들의 <그랜드 파이어>가 놈의 상반신을 불태웠다.


"나쁘지 않네."


앞으로 주문 두 발 정도면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갈색 단발머리 소녀의 파티원들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 상태에서 내가 전선을 이탈하면 캐스팅 시간을 벌어 줄 탱커가 사라지는 것이다.


검과 방패를 든 마술사들이 스무 명 가까이 있긴 했지만, 전열 마술사들은 주문술사들에 비해 역량이 뒤떨어지는 모양이었다.


"젠장. 서비스로 버텨 줄 테니까 주문이나 날려!"


"감사합니다!"


***


어쩌다 보니 뒷풀이 술자리까지 끼게 되었다. 예정에는 없는 일이었는데.


"마시다 죽자!"


"한 것도 없는 주제에, 작작 퍼마셔!"


결계 내부에서 응시생에게 판매되는 음식들은 탑의 신비종을 쓰러뜨려서 얻을 수 있는 <업>을 지불해서 구매할 수 있었다.


맛대가리 없는 기본 메뉴들 ─말라비틀어진 재료들로 채워진 김밥 등 ─ 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치로서 업을 지불하지 않고도 얻을 수 있지만, 맛있는 음식들을 사려면 업이 꽤 많이 들었다.


가지고 있는 업이 부족하지는 않았지만, 공짜 저녁을 사주겠다는데 거절할 필요는 없었다.


"저기요. 혹시 저희랑 파티 맺으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이런 소리를 들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 따라오지 않았겠지만.


"진짜 엄청 강하시던데요! 저희 파티에 꼭 필요한 인재세요!"


"그런 대단한 거 아니야. 딜은 주문술사들이 다 넣었잖아?"


이어진 싸움은 특별할 것 없었다. 내가 대설인을 타격하며 놈의 주위를 끌고 있으면 5분 간격으로 주문이 날아와서 공격한다. 같은 패턴을 두 번 반복하자 대설인이 쓰러졌다.


"아니에요, 주문이야 장전하고 쏘면 끝이잖아요? 주문을 쓸 시간을 버는 게 힘든 거지. 대형 신비종 상대로 혼자서 어그로 끄는 사람은 처음 봤어요!"


"됐다니까."


"왜요?! 어차피 지금 소속되어 있는 파티도 없지 않으신가요!"


"이 판에서 지인을 늘린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잘 알거든. 이름 알고 있는 마술사가 위험해지면 괜히 구하러 가야 하잖아."


"지원 씨가 위험해졌을 때 도움받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난 안 위험해질 거니까 괜찮아."


테이블 가장자리에서 혼자 술을 홀짝이던 갈색 단발 머리── 파티 리더가 말했다.


"이봐. 네 실력이 좋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자만하다가 훅 가는 거야."


잔에 든 호박색 액체를 한 번에 비우고 말을 잇는다.


"꼭 우리 파티에 들어오라고는 않겠지만, 집단이 소속되지 않으려는 태도는 고치는 게 좋을걸."


"됐어. 어차피 낮은 층만 돌아다니면서 푼돈만 벌 거니까."


"왜요? 실력이 아깝지도 않으신가요?"


"안 아까워. 안전제일이야. 뭐든."


나는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앗, 혹시 모르는 거니까 명함이라도 받아가실래요?"


내가 됐다고 말하기도 전에, 파티 리더가 흑단발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


"그만해."


"네? 하지만."


"강지원이라는 이름, 알아. 3주 전에 놀이공원에서 일어났던 테러에서, 테러리스트를 진압했던 사람이잖아."


내가 그 놀이공원에 있었던 것도, 테러리스트를 제압했다는 것도 기밀이었다. 정보의 보안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아카데미 입학시험 응시생이 알고 있을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걸 어떻게......"


갈색 단발머리와 눈을 마주친 순간 몸에서 힘이 빠졌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전에 만났을 때 그녀는 머리를 기르고 있었고, 지금과는 인상이 달랐기에 알아보지 못했다.


".....미안."


"네가 나한테 미안할 게 뭐 있어? .......괜히 지나간 일 같은 거에 사로잡히지 말고 네 인생 살아도 돼. 뭐, 널 완전히 원망하지 않느냐고 하면, 그건 힘들 것 같긴 하지만."


"........무슨 말 하고 계시는 건가요?"


"넌 알 거 없어."


제법 독한 술이었는지, 파티 리더가 붉어진 얼굴로 흑단발의 질문을 일축했다.


"갈 거면 빨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 주지 않을래? 괜히 오빠 생각나게 하지 말고."


무슨 말을 할까 하다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게 제일일 것 같았다.


".......그래. 밥 잘 먹었다."


나는 그대로 숙소를 향했다.


걸으면서 이름 모를 파티의 리더를 맡고 있는 소녀의 충고를 곱씹었다. 지나간 일에 사로잡히지 말고 살아가라고.


그런 건,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나는 내가 구하지 못했던 그녀의 가족 분만큼 마술사로서 일하기로, 나 자신에게 맹세했다. 이미 맹세해 버린 것은 어길 수 없다. 당사자인 그녀의 의견이야 어떻든 간에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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