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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SSS급 체술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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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작품등록일 :
2022.11.23 00:38
최근연재일 :
2022.11.25 04:27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10
추천수 :
0
글자수 :
18,825

작성
22.11.23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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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DUMMY

***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신비종들은 인간을 닥치는 대로 죽이면서 날뛰었다.


인간만 보면 죽이려고 달려드는 신비종의 습성은 지금까지 무엇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인간 세상에서 날뛰는 일은 없어졌다.


대전쟁시기가 끝난 이후, 지구상에 남아 있는 신비종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현재 확인된 신비종들은 대부분 놈들의 본진인 <대신화병기 솔로몬 탑>내부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새하얀 입김 앞으로 7m가 넘는 거인의 형상이 눈보라 속에서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정식 명칭은 대설인. 솔로몬 탑 8층에 서식 중인 신비종 중에서는 보스를 제외하고 가장 위험도가 높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당연히 처치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업의 수치도 높았다. 아마 놈을 쓰러뜨리고 나면 다음 층으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업을 전부 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등반을 서두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시험장에 모인 응시생들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었으며, 8층에 진입한 지는 사흘밖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눈앞의 신비종을 쓰러뜨리고 위층으로 올라가면 다른 팀들과의 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진다.


내가 이 시험에서 노리고 있는 등수는 10등 언저리였다. 너무 눈에 띄는 짓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세운 마술사로서의 목표는 셋. 아니, 네 가정을 무리 없이 부양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 뿐이다.


그 이상 나대다가 연합에게 찍혀 혹사당하는 것만은 절대 사절이었다.


"......특별히 그냥 보내 주는 거다."


준 보스급 신비종은 쉽사리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아쉬웠지만 오늘은 때가 아니다.


나는 기척을 죽이고 자세를 낮췄다. 마술사로서의 존재감을 지워 버리면 제아무리 신비종이라도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사람 한 명을 포착하기는 힘들 것이었다. 이대로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워프게이트까지 이동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이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분명 기척을 죽이고 있었을 텐데, 대설인이 긴 팔을 채찍처럼 휘둘러 내가 있던 땅을 내리쳤다.


"보내 준대도 지랄이냐."


지면에 깔려 있던 눈더미들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자욱하게 시야를 가렸다.


기척을 죽이고 도망칠 수도 있겠지만, 선제공격을 받은 이상 반격하지 않고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태극륜 4중첩. 관천."


곧게 뻗은 주먹에서 푸른 마력광이 뻗어, 대설인의 심장을 단숨에 꿰뚫었다.


신비종 중에는 급소가 제멋대로인 녀석들이 있어서 심장이 뚫리거나 머리가 날아가도 죽지 않는 개체가 있었다.


하지만 신비종 대설인은 이제껏 세 번 정도 토벌했다. 급소의 위치를 착각할 리가 없었다.


쿠오오오..... 심장을 꿰뚫린 거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신비종의 시체는 땅바닥에 닿기 전에 무수히 많은 얼음 결정이 되어 흩어졌다.


푸른색 홀로그램 패널에 다음 스테이지로 올라갈 수 있다는 알림이 나타났다.


지금 당장 위층으로 올라갈 마음이 없었기에, 알람을 꺼 놓고 설산의 내리막길을 걸었다.


***


우오오오오!


대설인이 괴성을 지르며 긴 팔을 휘둘렀다. 방패를 든 마술사들이 온갖 신체 강화 마술을 중첩해서 버티려 하지만, 파도에 휩쓸리는 모래성처럼 간단히 넘어지고 말았다.


"멍청이들아! 진열 유지해! 여기서 죽어도 진짜 몸은 털끝 하나 안 다치니까 쫄지 말라고!"


안소라는 목시 쉬어라 소리치며 저급 정령들을 불러났다. 정령들은 무너지려는 탱커들을 받쳐 준 뒤에 허공에 녹아 사라졌다.


전황은 최악이었다. 소라가 쉬지 않고 소환수들을 불러내지 않으면 파티의 진영이 삽시간에 무너질 것 같았다. 눈보라 속에서 고립된 파티원은 기적이라도 일어나지 않는 한 사망한다.


물론 이곳은 사상결계── 환일 아카데미의 입학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구현된 가상세계이며, 결계 내부에서의 죽음이 실제 죽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정말로 죽지는 않겠지만, 소라는 사상결계 내부에서의 죽음에 실제 죽음과 버금가는 긴장감을 갖고 있었다.


결계에서 사망 처리된 응시생은 자동으로 시험에서 탈락 처리된다. 설령 정상을 앞두고 있는 8층에서 죽는다 해도 자비는 없다.


여기에서 죽으면, 거의 다 붙잡았던 마술사로서의 출셋길을 눈앞에서 놓쳐 버리게 된다.


"젠장!"


이대로면 전멸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전열 지원을 포기하고 상급 소환수를 불러내는 것이다.


8층까지 함께 올라온 동료들 중 절반 정도를 희생시킬 마음을 먹기만 하면 그 뒤로는 간단해진다.


하지만, 죽어서 결계 밖으로 나간 응시생은 시험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부 잊어버리게 된다. 죽음의 트라우마로부터 응시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파티원 중에는 탑에 올라온 뒤에 만난 인원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소라는 동료들과 지나치게 친해져 버렸다. 여기에서 죽어 버린 사람들과는, 결계 밖으로 나가서도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리라.


동료를 완전히 잊어버리게 된다면, 그것이 죽음과 얼마나 다른 것일까. 입으로는 냉정해지라고 외치고 있는 그녀는 누구보다도 냉정해지지 못하고 있었다.


"젠장.... 어떻게 해야......."


"제가 막아 볼게요!"


검은 경장갑 차림의 마술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고은아?"


그녀의 역할은 정찰 겸 대 신비종용 함정을 설치하는 일이었다.


탑을 오르며 가장 크게 활약해 온 고은이었지만, 한시도 쉬지 않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설산에서는 고립의 위험 때문에 혼자 멀리까지 정찰을 나설 수 없어서 맡겨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방법이 있어?"


고은의 덫은 대체로 규모가 크지 않았다. 7m가 넘는 거인을 상대로 먹힐 만한 도구들은 이미 다 써 버리고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는데.


"있어요! 아버지가 은퇴하실 때 주신 가보!"


"어, 진짜?!"


"원랜 10층에서 쓰려고 아껴 두던 거에요! 지금은 수를 아낄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여기에서 사용하겠습니다!"


고은이 양팔을 높이 들어올리더니 머리맡에서 오른쪽 건틀릿을 벗었다.


그러고 보니 한 번도 고은의 맨손을 본 적이 없었지. 처음으로 본 그녀의 맨손에는 두꺼운 금줄이 쥐여 있었다.


"봉마의 금줄. ──가동!"


고은이 쥔 금줄이 찬란한 빛을 내고, 다음 순간 소녀의 신형이 화살처럼 쏘아졌다.


고은의 몸이 눈보라에 깊숙히 들어가 그림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금줄만큼은 자욱한 눈발을 뚫고 빛나며 고은의 움직임에 따라 용처럼 춤췄다.


쿠오오오오!!


대설인이 괴성을 지르며 아무도 없는 들판을 향해 상반신을 흔들었다. 방패를 들고 버티고 있는 마술사 무리보다도, 금줄을 쥐고 있는 고은 한 명이 더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너무 무리하지 마!"


고은은 대설인 주위를 뛰어다니며 금줄로 신비종의 거구를 옭아매고 있었다.


금줄에서 느껴지는 진리강도는 과연 범상치 않은 수준이었다. 고은의 가보에는 분명 대설인을 봉인할 만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고은의 목적은 대설인을 쓰러뜨리는 것이 아니다. 금줄이라는 무기를 내세워 도망칠 시간을 벌기만 하면 됐다.


"전원 퇴각 준비! 한 번에 대열을 무너뜨렸다간 놈이 공격 목표를 바꿀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원거리 딜러들은 전열이 물러날 준비를 끝내면 고은이하고 최대한 멀리 떨어진 위치에 집중포화를 가한다!"


고은의 장기는 덫을 준비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제외한 근접 전투 능력이 매우 낮은 축에 속했다. 묘기를 부리다가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그대로 끝장이다.


'제발 버텨!'


고은은 마음속으로 외치며 상위 정령을 부르는 주문을 준비했다. 후퇴할 때 고은 대신 시간을 벌기 위한 용도였다.


정령 소환에 필요한 캐스팅 타임은 4분 정도. 마술의 스케일에 비하면 짧은 편이지만 고은과 소라에게는 억겁처럼 길었다.


"제발, 제발, 제발......"


금줄에 묶인 대설인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폭풍 속에서 질주하는 금줄의 속도도 많이 줄어들었다. 하향폭은 금줄의 움직임 쪽이 조금 더 컸다.


"더 못 하겠으면 돌아와!"


순간, 대설인이 상체를 크게 비틀었다. 불길한 예감이 오싹하게 등줄기를 식혔다.


"도망가!"


이미 늦었다는 듯, 대설인이 금줄에 감긴 상체를 크게 휘둘렀다.


금줄이 크게 팽팽했다. 줄을 쥐고 대설인의 주위를 뛰어다니던 고은이 역으로 금줄에 휘말려 상공에 떠올랐다.


"........!"


대설인이 새빨간 안광을 번들거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고은은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보지만 이미 신체의 제어를 잃어버린 상태였다.


입에서는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안 돼. 머릿속에는 그 생각 하나뿐이었다. 어떻게 하면 고은을 구해낼 수 있을지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


대설인이 주먹을 들어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소환 주문이 완성되려면 20초나 남았다.


이제 와서 원거리 포격을 쏘더라도, 소라가 포격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고은의 몸이 터질 것이다.


어떻게 하지.


고개조차 돌리지 못한 채 친구의 최후를 지켜보는 소라의 귓가에.


"에이씨. 재수 옴 붙었네."


바람처럼 스친 소년의 목소리가, 질풍처럼 저주스러운 운명을 앞질러 거인의 주먹 앞에 도달했다.


육합오의 태극륜 관천.


하늘을 꿰뚫는 태극의 주먹이 작렬하며, 끝없이 쏟아지는 눈보라 사이에 충격파로 빈 공간을 만들어냈다.


***


나는 흑단발 소녀를 품에 안은 채로 눈더미 위에 착지했다.


"어? 어어?"


무릎 뒤와 등을 받쳐진 상태로 안긴 소녀는 창촐간에 일어난 상황 변화를 파악하지 못한 채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다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저기..... 누구세요?"


"너 탈락 안 당하게 도와준 사람. 뛸 수 있겠어?"


"아뇨. 더 뛰면 다리 근육이 파열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감각적인 감각이랄까......."


"쓸데없는 말이 길어."


"아역시그랬나요죄송합니다별로친하지도않은주제에친근한척말걸어서죄송합니다습관이되어버려서음료수라도한잔사드릴테니까부디용서해주세요!"


나는 숨쉴 틈도 없이 속사포로 떠들어대는 소녀의 잡설을 무시하고, 위로 떨어지는 대설인의 팔을 피했다.


"거기 늬들은 뭔데 멀뚱멀뚱 쳐다보고만 있어?"


나는 공중에 떠서, 단발머리의 일행으로 보이는 마술사들에게 외쳤다.


"역공을 하던 튈 준비를 하건 빨리빨리 움직여야 할 거 아니야!"


동료가 대설인의 주먹에 맞으려는 순간 영혼을 빼앗긴 사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던 갈색 단발머리가 주변의 마술사들에게 지시했다.


"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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