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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 SSS급 체술천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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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카레
작품등록일 :
2022.11.23 00:38
최근연재일 :
2022.11.25 04:2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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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825

작성
22.11.25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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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대한민국의 대표는 5000만 국민들이 각자 하나씩 투표권을 행사해서 뽑은 대통령이다. 헌법은 모든 국민들이 법 앞에 평등함을 ─ 설령 실제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을지라도 ─ 명시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사정도 비슷하다. 민주주의 제도는 대전쟁시기와 마술사라는 신인류의 등장을 겪으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혹자는 이 체제가 이성의 극한에 자리한 완벽한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냉정하게는 마술연합의 존재 때문이었다.


마술연합은 마술사와 민간인이 동등한 인격적 존재임을 주장한다.


최강의 마술사들이 모여 만든 단체가 어째서 민간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대외적으로는 평등과 박애야말로 인류가 추구해야 할 최종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 밖에도 특별한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학자는 아니지만, 국가 권력에 맞먹는 무력과 사회적 역량을 가진 집단이 순수한 도덕적 신념을 위해 활동했던 역사는 내가 아는 한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연합도 그러리라고 짐작하는 것이다.


여하튼. <마력을 조작하여 세계의 섭리를 뒤틀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작업>을 처음 마술이라고 명명한 것이 연합이다.


마법, 혹은 기적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면 선택받은 소수의 인간만이 다룰 수 있는 힘이라고 여겨지게 되지만, 마술이라는 명칭은 초능력을 트릭으로 격하시킨다. 특수한 재능을 가진 소수만이 쓸 수 있는 특권이 아닌, 배우기만 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이 되는 것이다.


마술을 배우기에 더욱 적합한 이와 적합하지 않은 자는 있다. 하지만 마술사인가 아니냐로 인간의 가치를 판가름할 수는 없다.


──그러한 주장에 반발을 가진 마술사들의 대표격이 테러 집단 <반군>이었다.


반군의 목적은 마술연합의 전복과, 마술사를 중심으로 개편된 새로운 사회 질서 확립이며, 그 실행수단이 테러다.


놈들은 수십 년 간격으로 꾸준히 테러를 벌이고 있으며, 가장 최근에 일어났던 것이 3주 전에 놀이공원에서 일어났던 테러다.


“당시까지만 해도 민간이었던 너는 그 테러에 휩쓸렸지. 분명 마술과는 아무 인연도 없었던 남고생이 스케일 8등급으로 분류된 마술사를 제압하고 세계 100대 위험인물 반열에 올랐다. 내 입으로 말하면서도 현실성 없는 스토리야.”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은 전부터 갖고 있었어.”


“격세유전. 이라고 하던가. 마술가문의 멀고 먼 후손 중에서 뜬금없이 재능을 각성해서 마술사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어. 그렇다고 해도 네 경우는 심하잖아.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고 해도 남들보다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빠르다거나, 마력량이 많다거나 하는 정도야. 달인 수준의 육합권에 태극륜이라니. 천 년에 한 번 태어날까말까한 세기의 대천재라도 그렇게는 못 해.”


내가 쓸 줄 아는 마술들은 마술연합에 등록하기만 하면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도 열람할 수 있는 기초 중의 기초들이다.


그 간단한 기술들을 겨우 몇십 분 배운 것만으로 놀이공원에 나타난 테러리스트와 잠깐이나마 합을 겨룰 수 있었다. 숙련도가 늘어난 지금은 그 테러리스트와 순수한 체술만으로 맞붙어서 동수를 맞출 자신이 있었다.


매우 뛰어난 재능을 가진 마술사가 못해도 수십 년 이상 수련해서 얻은 능력치를 고작 삼 주일 만에 따라잡은 것이다. 나에게도 이 재능이 비정상적이라는 자각이 있었다. 하지만.


“태어나 보니 이랬던 걸 어쩌라고.”


“하긴, 태어나 보니까 강했다. 라는 건 남 이야기가 아니긴 하지.”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분명 숙소 안에 혼자 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도 누군가와 대화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정신 간섭 마술에라도 걸렸나 싶어 보수로 받은 펜던트를 확인해 봤다. 실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차피 큰 수고가 드는 일도 아니었다.


“푸른색인 보석이 녹색으로 변하면 환술에 걸려 있는 거라고 했었지.......”


그 혼잣말을 중얼거린 뒤로도 녹색 보석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환술에 걸렸을 리는 없다. 8층에 등장하는 신비종들의 무기는 가혹한 자연환경과 강력한 피지컬이다.


7층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더라면 또 몰랐을 것이다. 솔로몬 탑 7층은 온갖 독을 가진 식물들이 지천에 깔린 대밀림이었다. 그곳에서 감염되었던 특수한 독이 오랬동안 영향을 끼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 하지만, 8층에 올라온 지 사흘이나 지난 지금은 독의 영향에서 확실히 벗어났을 것이다.


정신 공격에 당했을 리가 없는데, 내가 왜 이 보석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 거지.


애초에 보석의 색도 녹색이다. 보석이 녹색이 되면 정신 공격에 걸린 것이다.


따라서 보석이 녹색인 지금은 아무 이상도 없........ 다?


“뭐야.”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제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보석은 처음 받았을 때부터 녹색이었지만, 금줄과 보석을 교환하며 펜던트의 효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도 누구 하나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보석을 받기 한참 전부터 광범위한 환술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젠장, 언제부터야.”


필사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헤집는다. 처음으로 환술에 걸린 시점이 언제인가. 분명.


“꿈이 되어라. 그렇게 말했었지?”


“맞아, 그걸 듣고........!”


나는 말을 끊으며 옆자리를 살폈다. 갈색 코트를 입은 금발 머리 여성이 내 숙소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앗, 풀었구나.”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가.


물어볼 것도 없이 알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내내 나와 함께 돌아다니고 있었다.


혼자 대설인을 쓰러뜨릴 때부터 숙소에 다시 돌아올 때까지 내 뒤를 졸졸 따라다녔던 것이다. 중간중간 실없는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는데, 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내가 누군가와 함께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소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태극륜 5중첩 관천. 내가 펼칠 수 있는 모든 기술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술이었다.


하지만 주먹은 소녀의 얼굴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시험장에서 응시생들이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철벽의 가호>에 가로막힌 것이다.


“너 뭐야.”


“......몇 번째 자기소개인지 헷갈릴 지경이지만, 이번에도 말하지 않을 수 없겠네.”


그녀는 걸터앉아 있던 침대 위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번에는 잊어버리지 말고 들어. 이름은 유서하. 정체는, 일단 네 선배라고 해 둘까. 내가 너보다 빨리 위험인물로 선정됐으니까 선배라고 할 수 있겠지. 널 찾아온 목적은.......”


갑자기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숙소의 풍경이 뒤틀렸다. 현실의 풍경을 담아 놓은 그림이 구겨지는 것 같았다.


일그러진 풍경들이 원래대로 돌아왔을 때는, 숙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험악한 산세와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었다.


“일단, 테러리스트로서 널 제거하기 위해. 라고 해 둘까?”


***


깎아지른 듯한 산봉우리들은 전부 무너졌다. 눈이 소복하게 쌓여 있던 대지는 격렬한 전투의 여파로 뒤집혀서 황토색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내 몸도 성하지는 않았다. 옷은 걸레짝이 됐고, 싸우기 전부터 욱신거리던 팔은 몸통에 달려 있기만 한 상태였다. 축 늘어져서는 움직일 기미가 안 보인다. 피도 꽤 많이 흘려서 현기증이 돌았지만 아드레날린이 치솟고 있어서인지 아직까지는 버틸 만 했다.


부상을 얼마나 입었건 간에 전투에서는 가까스로 이겼다. 자신을 테러리스트라고 소개했던 금발 머리 소녀는 목을 붙잡고 있는 손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말했다.


“거짓말이었어! 테러리스트 아니니까 살려 줘!”


소녀의 목을 쥐고 있는 손을 풀었다. 바닥에 떨어진 소녀가 몸을 웅크리고 켁켁거리는 소리를 냈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펜던트의 색을 확인했다. 녹색이었다.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다. 그녀는 숨이 막힐 정도로 세게 목이 졸린 상태에서도 멀쩡히 말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환술부터 풀어.”


“......눈치는 제법 빠르구나.”


다시 한 번 세상이 구겨지는 듯한 느낌이 든 뒤에, 설원은 어느새 숙소로 되돌아와 있었다.


“싸움은 나보다 잘 하네. 깔끔하게 인정.”


소녀가 맞은편에 있던 침대에 털썩 드러누우며 말했다. 숙소의 기본 사양이 2인실이었기에 설치만 되어 있었을 뿐 평소에는 쓰지 않던 침대였다.


“......다시 한 번 질문하지. 대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테니까 똑바로 말해. 넌 뭐고, 나한테 접근한 목적이 뭔지 차례대로.”


나는 환술 속에서 움직이지 않았던 팔의 상태를 점검하며 누워 있는 소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녀와 싸우게 된다면 조금 전에 환술 속에서 일어났던 전투가 비슷하게 반복될 것이었다. 그녀의 공격 패턴을 학습한 지금 다시 싸우게 된다면 전보다 수월하게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소녀는 긴장감 없이 느긋하게 말했다.


“시비 걸었던 점에 대해서는 사과할게. 일단 네 실력을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었고, 네가 제대로 싸우게 만들기에는 테러리스트라는 거짓말이 가장 효과적이었어. 어차피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서 다치지도 않았잖아?”


“넌 뭐고, 나한테 접근한 목적이 뭔지 물었어. 그것부터 먼저 대답해.”


그녀가 구현했던 환상 속에서는 아무런 장애 없이 공격을 주고받을 수 있었지만, 철벽의 가호가 존재하는 현실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공격할 수 없다. 아마 그렇기에 소녀의 태도가 이토록 여유로운 것이다.


협박하려고 분위기를 잡아 봤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지만 기세를 물릴 수는 없었다.


“......성격 한 번 급하네.”


그녀는 대화를 질질 끌지 않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정체는 아까 말한 거에서 크게 바뀔 거 없어. 이름은 유서하. 너보다 먼저 100대 위험인물로 지정된 마술사고, 얼마 전까진 백수였다가 지금은 환일 아카데미 입학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응시생이야.”


내가 가호를 뚫을 수 없다는 사실은 맨 처음 만난 순간에 확인됐다. 가호의 방어를 믿고 몇 마디 정도 도발할 수 있었을 텐데, 내 체면을 챙겨주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것만 가지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대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하는데, 100대 위험인물로 지정되긴 했지만 까놓고 말해서 별로 위험하지는 않아. 환술이 선동에 유리한 능력이라서 경계받고 있는 것뿐이고, 너처럼 무식하게 센 게 아니야. 본체는 연약하다구.”


나는 이어지는 서하의 넋두리를 무시하며 물었다.


“날 찾아온 목적은?”


“질리지도 않고 사상결계 안까지 기어들어와서 순진무고한 응시생들을 죽일 계획을 착실히 실행 중이신 근면성실한 개자식들을 함께 체포해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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