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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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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령랑
작품등록일 :
2023.05.11 15:23
최근연재일 :
2023.05.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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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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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신채호함

DUMMY

제8화. 위기 신채호함



“북한의 033식 하나에서 액티브를 때렸습니다.”

“033? 잠수함에서 가청대역 탐신을 했단 말이야?”

“아무래도 민수용 소나를 장비한 모양입니다.”

유엔 재제 이후 북한군은 심각한 장비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잠수함에 민수용 소나라니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는 것은 어이가 없는 것이고, 이기호 대령은 당장 걱정이 되는 사항을 음탐반장에게 물었다.

“탐지 가능성은?”

이기호 대령의 물음에 답한 사람은 음탐반장이 아니라 지휘소에 함께 있던 민간 기술자 중 한 명이었다.

“신체호함에 적용된 음향무반향 코팅은 가청대역대의 탐신음에 대해선 구십 퍼센트 이상의 무반향 성능을 보입니다. 걱정 안하셔도 될 겁니다.”

소나는 상대방에게서 되돌아오는 반향 음향을 탐지해서 상대의 위치를 찾는다.

하지만 무반향코팅은 그렇게 다가온 음향을 반향, 그러니까 반사시키는 비율이 적다.

신채호함에 도포된 음향무반향 코팅의 경우 파동이 비교적 단순한 가청대역대의 음파에 대한 효율이 좋은 모양이었다.

민간 기술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 보인 이기호 대령이 음탐반장을 바라봤다.

그 시선에 음탐반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우리 패시브 소나엔 이번 탐신음으로 미국의 키웨스트와 러시아의 K157까지 위치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저들의 움직임상 우리를 발견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아! 키웨스트가 급기동을 실시합니다.”

음탐반장의 보고를 받으며 이기호 대령이 명령했다.

“혹시 모르니까 조용히 조금 더 내려간다. 심도 150으로.”

“현재심도 80. 150으로.”

부장의 복창에 잠수함이 하강하기 시작했다. 무장사는 만약에 대비해 이미 신채호함과 동일한 음문을 발산하는 기만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명령이 없어도 알아서 움직이는 것이 확실히 손발이 잘 맞는 승무원들이었다.

그렇게 조용히 하강하는 와중에 음탐반장의 보고가 헤드셋에서 들려왔다.

“사출음! 북한의 033식 하나에서 수상으로 무언가가 올라갑니다. 통신부이 같습니다.”

“액티브 탐신으로 찾은 목표에 대한 위치 송신일거다. 이제 물위의 승냥이들이 달려들겠군.”

이기호 대령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음탐반장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수상 투발음! 폭룁니다!”

“위치?”

“키웨스트가 움직이던 방향의 전방입니다.”

“앞길 막기로군.”

앞길 막기가 쓰였으면 뒤를 쫓는 잠수함이 나타나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033이 키웨스트를 쫓습니다.”

“두 척 다?”

“아닙니다. 한척만 움직입니다. 한 척은 K-157 부근에 있습니다.”

“K-157은?”

“무슨 생각인지 그냥 있는데요. 어! 수중전화입니다. 북한의 033이 K-157로 수중전화를 연결했습니다.”

수중전화는 음파를 이용해 잠수함간 교신에 사용되는 기능을 뜻한다. 당연히 감청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는다.

그게 사용되었다는 음탐반장의 보고에 이기호 대령이 물었다.

“청음 가능한가?”

“시도하고는 있습니다만 노이즈가 너무 많습니다. K-157에서 전방향 노이즈를 생성하고 있습니다. 대놓고 ‘나 여기있다’ 네요.”

해당 보고에 잔뜩 굳은 표정으로 있던 이기호 대령에게 음탐반장의 보고가 이어졌다.

“청음 실패했습니다. 수중전화를 끊은 북한 033이 동료함을 따라 키웨스트를 쫓아 이동합니다.”

“K-157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자신의 위치가 드러났음에도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는 건 잠수함에게 있어서는 자살 행위다.

그럼에도 그런 행동을 취한다는 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이기호 대령이 명령했다.

“기분이 좋지 않아. 기만체 사출하고, 옆으로 살짝 빠진다. 8노트.”

이기호 대령의 명령에 부장과 무장사가 각자 복창하고 움직였다.


*****


“기만쳅니다.”

K-157 소나실의 보고에 함장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눈치 챘군. 위치 잡아! 북한 애들이 우리 존재를 인정할 테니 놈을 잡아달라니까 별수 있나, 잡아줘야지.”

직전에 수중전화로 연락을 취해온 북한 잠수함은 K-157이 당국의 허가 없이 영해에 들어온 것을 문제 삼지 않겠노라 전해왔다.

물론 조건이 붙었다.

키웨스트 말고 소나에 잡혔다 안 잡혔다 하는 불상의 잠수함을 격침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북한이 불상의 잠수함이라고 지칭한 것은 신채호함이었다. 직전의 북한군 033식 잠수함이 발신한 액티브 소나가 신채호함의 흔적을 확인했던 것이다.

다만 음향무반향 코팅 덕인지 그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 잠수함들은 자신들보다 성능이 월등히 좋은 러시아의 K-157에게 해당 잠수함의 사냥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K-157은 그 조건을 수락했다.

그런 연유로 신채호함을 노리는 K-157이 함장의 지시에 따라 이전보다 움직임을 더 최소화했다. 이동 속도가 높을수록 패시브 소나의 성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신의 이동속도에 의한 수중 마찰 등으로 소음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신채호를 찾아 소나에 집중하던 K-157의 뒤로 시커먼 것이 슬그머니 떠올랐다.


*****


음탐반장이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보이는 것으로 K-157의 뒤쪽에 위치를 잡는 것에 성공했다는 걸 알아차린 이기호 대령이 무장사를 바라봤다.

그 시선에 무장사가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몇 가지 조작 끝에 어뢰 발사 장치에 준비 완료를 뜻하는 초록색이 들어왔다.

그 상태로 자신을 돌아보는 무장사에게 이기호 대령이 손바닥을 펼쳐 내밀어보였다.

잠시 기다리란 뜻이었다.


*****


K-157은 2020년에 현대화 개장을 받은 함체다. 이때 소나도 개량을 진행해서 러시아 잠수함 치고는 상당히 진보된 소나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특히 먼 거리까지 탐신이 가능한 저주파 소나의 해상도 분해 능력이 기존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

그런 저주파 소나의 탐신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의심 목표를 찾으면 소나 시스템은 자동으로 해상도 분해 성능이 훨씬 좋은 고주파 탐신으로 전환하여 해당 지역을 집중 탐신 한다.

K-157의 소나 체계는 이 모든 과정이 자동으로 수행된다. 그렇게 뛰어난 K-157의 소나체계가 기만체로 혼선을 겪은 끝에 드디어 신채호함의 위치를 찾았다.

문제는 그렇게 찾은 신채호함의 위치였다.

“우, 우리 바로 뒵니다!”

잔뜩 당황한 소나실의 보고에 함장의 표정이 굳었다.

현대 잠수함들은 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했던 잠수함들과 달리 후미 어뢰발사관이 없다.

건조형태상 후미에 어뢰실 공간을 만들기 어려워졌다는 것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어뢰의 성능 향상으로 전방에서 발사해도 어느 방향이든 신속하게 어뢰를 유도할 수 있게 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고 뒤를 잡혀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하늘의 전투기만큼이나 잠수함도 뒤를 잡히면 위험한 것은 여전했으니까.

그렇게 유리한 뒤를 잡고도 공격하지 않는 경우엔 상대가 타협을 요구하는 경우뿐이다.

적당히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란 뜻이다.

하지만 사전에 K-157에 내려진 명령은 그것을 불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함장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은 하나뿐이었다.

“전속, 최고속도로!”

갈등하던 함장의 결정이 떨어지기 무섭게 K-157이 튀어나갔다. 최고속도가 33노트에 달하는 원자력 잠수함답게 급속한 가속이었다.


*****


“급가속! 놈이 도주합니다.”

음탐실의 보고에 이기호 대령의 명령이 떨어졌다.

“따라 붙어.”

이기호 대령의 명령에 따라 신채호함도 급가속을 실시했다.

물론 양측의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거리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그렇다고 멍하니 뒤로 남아 K-157에게 행동의 자유를 부여할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쫓아가면서도 이기호 대령은 여전히 공격에는 주저하고 있었다.

러시아와의 군사적 충돌은 사전 허가사항이 아니었다. 일개 잠수함 함장이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선뜻 결정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뒤를 잡은 것도 우리가 이렇게 했으니 알았으면 적당히 물러나라는 일종의 타협을 가장한 협박이었다.

하지만 K-157은 그 협상을 받아들여 물러나는 대신에 급가속을 택했다.

싸워보자는 뜻이다.

그럼에도 공격을 유보하고 있던 이기호 대령의 귀로 음탐반장의 경악성이 들려왔다.

“발사음! 놈이 어뢰를 쐈습니다!”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발사!”

이기호 대령의 묵직한 명령을 무장사가 복창했다.

“3번, 4번 어뢰 발사!”

3번과 4번 어뢰는 재작년부터 실전 배치된 범상어 중어뢰가 장착되어 있었다.

“유선 유도 시작합니다.”

무장사의 보고에 부장이 함장을 돌아봤다.

유선유도가 진행되는 동안 함정의 급격한 이동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K-157이 발사한 어뢰를 회피하기 위한 적극적 움직임이 봉쇄됨을 뜻했다.

“일단 잡아야해. 놈이 우리 쪽으로 선수를 돌리고 스퀠(Squall)을 쏘면 어렵다.”

스퀠, 러시아어로 쉬크발로 불리는 이 어뢰는 현재까지 개발되어 실전 배치된 단 3종의 초공동 어뢰 중 하나이다.

이란이 개발했다고 발표한 후트의 경우 스퀠을 러시아에서 수입해 역설계한 것이기에 실제로는 두 종류라 보아도 무방했다.

스퀠은 최고속도가 200노트가 넘는 괴물 같은 놈이니 20노트가 최고속도인 신채호함이 피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물론 직진성이 강하고, 개량형조차 어뢰의 유도체계가 민감하지 않다는 설이 많아서 유선 유도 어뢰처럼 정확한 유도는 되지 않는다.

일종의 속도를 깡패로 삼는 직진성 어뢰인 셈이다.

그래서 대잠용보다는 대함용으로 더 많이 쓰인다. 그렇다고 대잠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지금처럼 가까운 상태라면, 그리고 K-157에 비해 속도가 느린 재래식 잠수함인 신채호함이라면 진짜 위험한 무기가 되는 셈이었으니까.

이기호 대령은 K-157이 그 스퀠을 쏘기 전에 잡고자 했던 것이다.

문제는 속도다.

아군이 사용한 범상어는 50노트, K-157은 33노트, 차이는 17노트다. 그러니까 양쪽이 정지되어있다고 가정하면 17노트의 속도로 아군의 범상어 중어뢰가 K-157을 향해 간다는 뜻이다.

그와 반대로 K-157이 발사한 어뢰는 50노트의 속도로 신채호함을 향해 무섭게 질주 중이었다. 더구나 신채호함이 K-157를 20노트의 속도로 쫓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는 70노트의 속도로 가까워지는 셈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재빨리 양측의 거리, 속도, 도달 시간을 체크한 음탐반장의 암울한 보고가 올라왔다.

“양측 거리 5천. 아군 범상어 타격 가능시간 572초! 적군 어뢰 접촉 예상시간 140초!”

러시아 어뢰의 경우 선회 후, 달려오는 것임에도 큰 차이가 벌어졌다. 역시 속도가 깡패다.

“접촉 70초 전에 유선 유도 절단하고 회피 들어간다.”

이기호 대령의 결정에 부장과 무장사가 복창했다.

그렇게 바다 속 깊은 곳에서 초단위로 먹여지는 피 말리는 시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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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SS 086 신채호함 23.05.12 283 2 12쪽
3 실종(失踪 : 종적을 잃음) 23.05.11 298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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