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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뉴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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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파민뉴런
작품등록일 :
2020.03.08 15:05
최근연재일 :
2020.10.04 11:0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509
추천수 :
21
글자수 :
175,743

작성
20.03.08 15:08
조회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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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버려진 아이

DUMMY

1. 버려진 아이


괭이 한 마리가 빗속을 어슬렁거린다. 허물어진 담이 있는 곳을 기어다니고 있다. 그는 괭이가 비를 맞지 않도록 짐승의 위에만 비를 내리지 않게 하였다.

다른 곳으로 비가 오지만 짐승의 몸길이 50센티미터 안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 괭이는 거대한 그의 위쪽으로 얼굴을 쳐다보려 하였으나 보이지 않았다.

비가 폭포처럼 내리는 밤. 그의 직감을 건드리는 것이 있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 주위는 허물어진 건물들과 녹슨 철물들이, 버려진 이곳을 장식하고 있었다. 사람이 살지 않을 법한 곳이었다.

쓸쓸한 죽음과 야생짐승들의 교미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좋은 장소였다. 아니면 범죄 현장의 은밀한 장소로도 괜찮았다.

그는 이곳에서 모범생과 정 반대인 학생들이 본드나 부탄을 흡연하는 모습을 종종 보았지만 오늘 찾는 소년은 그들과는 대조되는 모습일 거라고 여겼다. 그는 소년을 많이 보았다.

꿈속처럼 달콤한 상상을 그에게 만들어주었다. 이제 그는 신이 아니다. 떨어진 날로부터 인간의 겉모습을 하고 있다. 그에겐 아직도 전능한 힘이 있지만 그는 신변을 철저히 은폐했다.

레인코트를 적시는 차가운 비가 곳 올 봄을 알리고 있다. 소년이 만든 꿈은 달콤하고 아련하다. 깊고 진한 여운이 코끝을 간질며 아련하게 주위를 맴돈다.

그는 소년의 꿈을 탐미했다. 어디선가 부터 꿈 세계가 악몽으로 변했다. 그 후로 그는 소년을 찾아다녔다.

돌연 바람이 불어서 얼굴을 적셨지만 물의 차가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얼굴로 빗물이 콕콕 찌르며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정체가 없는 절망이 주위를 기웃거린다. 아련한 무언가가 발산되는 곳에 검은 그림자가 맴돌았다.

이 곳에서 가장 높은 건물에 몽이 탐지 되었다. 그는 귀를 기울이며 사춘기가 조금 지난 남자아이의 낮은 울음소리를 감지했다. 막막한 두려움. 그 울림은 꿈속에서 들어본 음성이었다. 절망이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커지고 있다.

그는 레인코트의 모자를 벗었다. 건물 안은 뚝뚝 거리며 떨어지는 물이 있었으나 밖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거미줄에는 진한 검은 색의 거미가 기어 다닌다. 그를 보고 도망친다.

벽과 기둥 사이에 거미줄은 한없이 펼쳐져있었다. 찍찍 소리를 내는 검은 형체가 쏜살같이 앞을 갈랐다.

“그래.”

쥐는 그의 손으로 기어오면서 수염을 매만졌다. 쥐가 그의 손아귀에 올라타더니 두발을 모으고 울음소리를 조금하게 냈다.

“여기에 있군.”

그는 손바닥을 시멘트 바닥에 내리면서 쥐를 놓아주었다. 쥐는 어느 곳으론가 달려갔다. 뒤를 돌아보면서 쥐는 그를 부르는 듯했다.

지하실의 계단은 깨진 소주병으로 엉망이었지만 그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신발로 깨진 유리조각을 밟았지만 소리는 나지 않는다.

그는 돌연 꿈이 잠잠해지는 것을 느꼈다. 소년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하실로 다 내려왔지만 소년은 보이지 않았다. 쥐가 멈춘 곳에서 소년의 온기가 남아있다. 소년은 어디론가 사라진 것이다.

찾으려면 금방 찾을 수 있으나 소년에게 시간을 주고 싶었다.

소년만큼 무한한 몽상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그 몽상은 언젠가부터 어둠에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그는 번화가를 걸었다. 비가 그친 거리에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사람들은 그를 알지 못했다. 이 거리를 천 번쯤 걸었어도 그를 몰랐다.

흔히 지나치는 타인은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은 것이 흔한 일상이지만 그를 이 세상에서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는 사람들을 잘 알고 있는데 아무도 그를 알지 못했다.

자주 가는 식당에서도, 주인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이발소에서도, 집주인 아줌마도, 담배를 사러가는 편의점 아가씨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에겐 얼굴이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얼굴의 생김새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자신들의 투영된 허상을 보았다.

그는 매 순간 이 거리를 지나치며 많은 사람들과 사귀곤 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신은 그렇게 우리 주위를 돌아다니고 있다.

넘쳐나는 도시의 쓰레기 사이로, 한 중년의 날카롭게 생긴 사내가 그를 지나쳤다. 주위의 사람들은 사내를 알아보았다. 사람의 수군거림으로 유명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지만, 그는 사내의 모든 것을 간파했다.

사실 주위의 행인들은 사내를 알아본 것이 아니었다. 그 옆에 미모의 여자 배우를 알아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내가 ‘궤변쇼’의 진행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 변장으로도 그의 영안은 속일 수 없다.

사내는 그를 보면서 멈추었다. 마침 신도 멈추어 섰다. 그가 길을 가로 막고 있었던 것이다.

“당신이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사내는 뚱딴지같은 소리를 내뺐었다. 사내는 궤변쇼의 진행자 모순가였다. 사내의 동공은 커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요.”

신은 갑작스런 말에 응수 했다.

“바로 아무 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멈춘 것입니다.”

모순가는 논리를 폈다. 마침 그가 길을 막고 있어서 기분이 나빴던 것일까?

다른 사람 같았으면 화를 낼 무례였지만 신은 그러지 않았다.

“멈춘 것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무슨 상관입니까?”

“둘은 단어로는 다른지만 멈춘 다음 무언가를 해야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멈추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언가를 하려고 했는데요.”

신은 열이 나는 것을 느꼈지만 한 편으로 웃음이 났다.

“그건 아무것도 하지 않은 후에 하려는 것입니다. 당신은 담배를 피우려 했습니다.”

모순가는 안경을 만졌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요.”

‘신을 우겨먹을 생각이냐?’ 그렇지만 신은 담배를 피웠다.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하기 위해서였다.

“그럼 제가 담배를 피울 것 같습니까?”

모순가는 도발을 하고 있었다. 신은 차츰 인간적인 짜증이 났다. 신은 사내를 자세히 보았다. 피울 것 같다면 아니라고 할 것이며, 안 피운다면 흡연자라고 할 것이다.

그게 쇼 진행자의 버릇이었다. 그는 쇼가 아닌 실제 삶에서 이러는지는 모르지만 사내의 특유의 버릇은 살아났다. 신은 그를 바보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당신의 닉네임은 모순가이며 당신은 궤변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하루 전에 담배를 끓었습니다. 제 말이 어떤가요?”

그러자 모순가는 허가 찔린 듯이 움찔했다.

“나는 담배를 끓지 않았습니다. 사실 피우기를 유보하고 있었죠. 내 물음에 대답하시오. 당신은 담배를 피웁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흡연자는 아닙니다. 그냥 부담스럽지 않게 담배를 가끔 무는 정도지요.”

신은 어쩔 수 없었다. 인정하게로 했다. 인간의 모습으로 위장했기에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독은 신의 영역이 아니었다. 습관적인 흡연자가 아니었다.

모순가는 쾌감의 미소를 지었다.

“당신은 인간쓰레기 같은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말이 너무하면 그냥 루저라고 하지요. 당신은 처음에 거짓말을 했습니다. 바지 주머니가 부록한 담배모양을 하고 있는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말로 위선을 떨었지요. 하지만 저는 당신이 가게에서 담배를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흡연은 루저들의 야만적인 습관이라고 할까요.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인간이라면 심사가 뒤틀렸을 모순가의 말이었지만 신은 그렇지 않았다. 내심 이것 봐라하고 재미있어했다. 신은 일부로 그를 알아보고 담배를 샀던 것이다.

옆의 여배우는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사람들이 보고 있어서 모순가를 내팽개치고 다른 곳으로 도망친다. 둘은 모종의 사이 같은 낌새를 풍겼다.

“같은 흡연자면서 루저 운운하는 것은 뭡니까?”

신은 불을 지폈다.

만만치 않은 펀치였지만 모순가는 피해갔다.

“사람들은 제가 루저가 아닌 것을 알지만 루저 만큼이나 그렇게 보고 있지요. 저는 그래서 보여지는 것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흡연을 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유보를 하고 있지만 사람들은 선량한 저를 미워하고 있습니다. 나는 단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을 왜 저에게 증명하려는 겁니까?”

“저는 당신만큼이나 이 사회에서 천대받고 있는 인물이니까요. 저는 지금 쇼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당신에게서 내뿜어지는 이상한 기운에 매료되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말을 건겁니다. 제가 할 줄 아는 대화가 이런 것이라서 이런 실례를 범한 겁니다. 당신에게서는 매우 독특한 기운이 납니다. 나 또한 그런 면이 있어서 그것을 알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겁니까?”

신은 자신의 정체를 모를 것이라고 여겨 억지로 말했다. 아무도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당신의 얼굴의 특징을 알아볼 수 없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얼굴이 아닙니다. 내가 당신의 처음 보았을 때 첫인상이 아닙니다. 당신은....... 마치 형언 할 수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비범하고, 못생겼지만 잘생겼고, 볼 때마다 다른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마치,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합니다.”

먼 곳에서 지켜보던 여배우는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서 사내를 잡아끌었다.

“어서 가요.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

신은 다른 곳으로 그들을 남겨 놓고 갔다. 모순가를 뒤를 따라오면서 소리쳤다.

“당신은 그냥 가면 안 됩니다. 기다려요. 저를 구원해주세요.”

“따라오지 마세요.”

신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걸었다. 하지만 몹시 걸렸다.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가 하고.

모순가는 급하게 따라오다가 아무리해도 신의 걸음을 따라올 수 없어서 일부러 소리나게 넘어졌다. 신은 뒤를 돌아보았다.

“소원이 있습니다. 저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 주십시오!” 넘어진 그가 애원했다.

신은 완벽하게 그를 속이고 달아났다. ‘젠장. 그가 나를 알아봤어. 내가 그런 것을 한다는 것을.......’

신은 빠르게 걸었다. 24시간이 가고 4번째 시간이 되었다. 28시간 전에 왔던 곳으로 다시 왔다. 다시 비가 내리고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무언가가 거미줄을 신의 실루엣에 닺지 않게 없앤 다음이었다.

그 쥐가 다시 왔다.

이번엔 기운이 더욱 강하게 나고 있다. 신을 서둘러 지하실로 내려갔다. 쥐는 지하 깊은 곳을 속속 안내하면서 소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신은 알 수 있었다. 소년이 준비가 된 것을.

소년은 절망 상태였다. 울고 있는 것이 몹시 처량해 보인다. 신이 다가가자 소년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신의 얼굴은 인간의 탈을 쓰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소원을 들어줄 때만 보이는 모습이다.

소년은 울음을 그쳤다.

“이름이 무엇이냐?”

“꿈인.......꿈인.”

소년도 그를 알 아 보았다.

“소원이 무엇이냐?”

“누군가가 저를 어둠의 세계로 이끌고 있어요. 다른 사람의 어둠이 저에게 들어오지 않도록 해주세요.”

신은 즉시 소원을 들어주었다.

“나중에 다시 보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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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20.07.16 10:56
    No. 1

    첫 추천의 영광!!!
    감히 한 말씀 올리면, 문단 나누기가 없어서 스마트폰 가독성이 떨어져요. 세 줄 당 빈 줄 하나씩이 적당하거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8 하무린
    작성일
    20.09.30 12:18
    No. 2

    잘 보고 가요^^ 강추하고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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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추적자 20.09.01 9 0 8쪽
20 21. 창 헤드 +1 20.07.15 12 1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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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시사문제 20.03.29 13 1 12쪽
16 지옥? 20.03.29 13 1 10쪽
15 돼지살육 2 20.03.29 13 1 12쪽
14 깃빨 뺏기(돼지살육) 20.03.29 14 1 12쪽
13 엉망진창 무력시위 20.03.18 11 1 10쪽
12 여자가 문제 20.03.17 15 1 10쪽
11 심리력 20.03.16 17 1 13쪽
10 파해침 20.03.15 14 1 15쪽
9 스튜디오 20.03.14 14 1 13쪽
8 20.03.11 16 1 12쪽
7 미물들의 토론 20.03.11 12 1 16쪽
6 꿏밭에서 20.03.11 15 1 15쪽
5 문어 20.03.11 15 1 13쪽
4 쇼 시작 20.03.09 15 1 12쪽
3 망상가 20.03.09 19 1 7쪽
2 모순가 20.03.08 36 1 16쪽
» 버려진 아이 +2 20.03.08 7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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