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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sim... 님의 서재입니다.

집사로 시작하는 나의 악마생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simsim...
작품등록일 :
2018.01.07 16:32
최근연재일 :
2020.02.22 20:00
연재수 :
91 회
조회수 :
31,577
추천수 :
561
글자수 :
441,648

작성
20.01.13 20:00
조회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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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73. 대체 왜 이렇게 집사의 생은 난관뿐인 거야.

주인공이 먼치킨입니다만, 굉장히 구릅니다. 굴리는 작품을 비호하신다면 제 작품은 그렇게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이걸 인지하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DUMMY

“그리고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습니다ㅡ 같은 건가.”



눈 뜨자마자 할 만한 중얼거림으로는 좀 그렇지만, 드는 생각이 이것뿐인 걸 어쩌겠는가.


아, 그래. 살았구나. 이쯤 되면 내 생명줄의 끈질김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정도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야.”



새로 붙인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천장의 벽지, 그리고 깔끔히 정리된 각종 물건들.


열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는 부엌이 자리하고 있고, 바닥은 방금 닦은 듯 깨끗하다.


음······ 누군가의 집인 건가. 아니면 여관?



“어느 쪽이든, 일단 일어나볼까······.”



푹신한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한 순간, 가슴에 느껴지는 극심한 격통에 다시 드러누웠다.


아, 심장을 찔렸었지. 맞다.



“······그런데 대체 왜 살아있는 거지.”



뭔가 특별한 게 있나 싶어 상처 부근을 만져봤지만, 약초 붕대가 감겨져 있을 뿐 특별한 건 없었다.


이런 어느 약방에서나 파는 약초 붕대로 사람이 살아난다면, 세상에 죽는 사람 따윈 없었겠지.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야······?”


“아, 일어났슴까?”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메이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깨어나서 다행임다.”


“······당신이 절 여기에 데려다 놓은 거예요? 이 치료도 당신이 한 거고요?”


“그럼 누구겠슴까? 일찍이 도망간 여관 주인? 지금쯤 절 찾아다니고 있을 왕국군?”


“조금 더 가능성 있는 선택지를 줘야 선택을 하죠.”


“조금 더 가능성 있는 선택지가 없을 뿐임다.”



메이티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주변의 의자를 끌고 와 내 머리맡에 앉았다.



“그래서, 상처는 좀 어떻슴까?”


“심장이 아프네요.”


“찔렸는데 안 아플 리가 없잖슴까. 제 말뜻을 못 알아들은 검까?”


“······아뇨, 그냥 농담 좀 해봤어요.”



뭔가, 재미있는 대답이 돌아오길 기대한 건 왜였을까.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는데.



“농담할 정도면 괜찮은 모양임다, 이젠 그냥 푹 쉬면 될 것 같슴다.”


“분부대로······.”



머리를 푹신한 베개 위에 올려놓고, 온몸에 힘을 풀었다.


아, 정신을 조금만 놓으면 바로 잠들어버릴 것 같은 이 안락함.


하지만, 아직 자기엔 이르다. 내겐 아직 본래 목적이 남아있으니까.



“······저기.”


“메이티면 됨다.”


“······메이티.”


“말씀하십셔.”


“알려주기로 한 거, 잊지 않았죠?”



메이티는 말없이 나를 빤히 바라보다, 이불을 살짝 들춰 내 몸 상태를 훑어보았다.



“뭐하는 거예요?”


“그냥, 건강 상태 확인임다.”


“그걸 굳이 왜 지금 하는 거죠?”


“혹시나 출혈 중인데 이런 얘기를 들었다가, 스트레스로 인한 과다출혈로 죽으면 곤란해서 그렇슴다.”


“그건 너무 지나친 염려 같은데요.”


“당신, 깨어날 때까지 유리엘이라는 사람만 찾았슴다. 식은땀을 뻘뻘 흘려가면서 말임다. 그걸 보고도 지나친 염려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한 거 아님까?”



뭔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다시 떠올리기도 싫은 지독한 악몽을 꾸었겠지.



“아무튼, 궁금해 하시니 말씀해 드리겠슴다. 당신의 여동생, 유리엘이라는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말임다.”



그래, 드디어 실마리가 풀려가는구나.


그 치열한 전투에서 유리엘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로 사라졌는지, 어째서 사라진 건지.


혹은······ 그 전투에서······



“아, 그런데 이것 하나는 확실히 해두고 가겠슴다. 당신의 여동생은 죽지 않았슴다.”


“······혹시 방금 전에 눈 떴어요?”


“그런 표정을 하고 있으면 생각을 읽지 않아도 알게 됨다.”


“······.”


“스트레스로 인한 과다출혈로 죽으면 곤란하니 말임다.”



저 배려에 대해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모르겠다. 감사해야 하는 걸까.



“자, 그러면 다시 얘기를 되돌려서······ 처음에 유리엘이라는 사람과 제가 만난 계기는 말씀해 드렸슴다. 기억 나심까?”


“네, 울면서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강해보이는 사람이 지나갔다고 했었죠.”


“울면서 밥을 먹고 있었다는 부분은 빼도 되지 않겠슴까······? 아무튼, 그렇게 처음 유리엘이라는 사람을 만났슴다.”


“어느 방향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죠?”


“그땐 동쪽 국경을 향하고 있었던 것 같슴다. 보폭은 빠르지 않았지만, 어딘가 급해 보이는 표정이었슴다.”


“그런 사람한테 싸움을 건 거예요?”


“솔직히 말하면, 싸울 생각까지는 없었슴다.”


“······네?”



아까랑 말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나요.



“강해보여서 싸움을 걸었다면서요?”


“네, 그랬슴다.”


“그런데 싸울 생각까지는 없었다는 게 무슨 소리에요?”


“그러니까······ 음······ 제가 맨 처음에 당신한테 사용했던 기술, 기억나심까?”


“기억이 안 날 수가 있나요.”



그것 때문에 주마등까지 경험했는데.


그 정도로 생명에 위협을 느낀 건 정말 손에 꼽을 정도다.



“그 기술, 제가 사용하는 기술 중에서 가장 검속이 빠른 기술임다. 웬만한 사람은 그 검속에 반응조차 하지 못함다.”


“그래서, 그 검속에 반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자신과 싸울 실력이 된다ㅡ 그런 겁니까?”


“그런 검다. 겉보기로만 강해보이지, 속은 약해 빠진 사람들이 많으니 말임다.”



저 말대로라면, 유리엘은 그 검속에 반응할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지 않고서야 거리 하나를 초토화 시킬 정도의 대난투를 펼치진 않았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없던 사이 유리엘이 교회에서 혹독한 수련을 받았다고 해도 그럴 실력이 될까?


검이라면 나름대로 자부하는 나조차 제대로 반응할 수 없는 속도다.


침대 생활을 몇 년간 해온 유리엘이 그 검속에 반응할 수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러면, 대체 유리엘과 전투를 한 이유가 뭡니까? 유리엘이 그 검속에 반응했을 리가 없는데요.”


“당신 말대로임다. 유리엘이라는 그 사람은 조금도 반응하지 못했슴다. 오히려 지나치게 놀랐는지 기술을 사용한 지 몇 초가 지나서야 앞으로 픽 쓰러졌슴다.”


“쓰러졌다고요······?”



그럼, 메이티가 전투한 상대는 유리엘이 아니었나?


유리엘이 쓰러지자마자 나타날 적대세력이라면······



“······그러면, 교회랑 싸운 겁니까?”


“에? 전혀 아님다. 여기서 교회가 갑자기 왜 나옴까? 제가 싸운 건 유리엘이 맞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리엘은 아닐지도 모르겠슴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리에요?”


“그게, 그······ 뭐라 잘은 설명 못하겠는데······ 아, 정신이 나가 있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슴다.”



정신이 나가있었다고?


유리엘······ 정신이 나갔다······ 앞으로 픽 쓰러졌다······



“······혹시, 이마에 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까?”


“아, 맞슴다! 그랬슴다! 그리고 뒤에는 이상한 투명 날개도 돋아났슴다!”



틀림없다. 천사의 씨앗이 발동됐다.


그런데 대체 왜? 천사의 씨앗 내부에 이식 대상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었던 건가?


혹은, 교회나 천계가 일부러 천사의 씨앗을 작동시킨 건가?


어느 쪽이든, 천사의 씨앗이 발동됐다면 지금 유리엘은······ 폭주 상태다.



“그래서, 그 이상해진 유리엘과 싸운 거예요?”


“그렇슴다. 제가 생각하기엔, 올해 들어 최고로 긴장되는 싸움이었던 것 같슴다.”


“그렇게 강했습니까?”


“강하냐고 묻는다면 강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슴다. 도대체 어디서 솟아나오는 건지 모를 신성력으로 뒤덮여서 공격하기도 힘들었으니 말임다. 게다가, 사용하고 있는 검술도 이상했슴다.”


“검술이 이상했다고요?”


“보통 저나, 당신 같은 경우는 상대의 발, 그리고 검을 잡는 방식으로 어떤 검술인지를 알 수 있잖슴까?”


“그렇죠.”


“그런데 그 사람은 뭔가 이상했슴다. 뭔가······ 조종당하는 느낌 같았슴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검을 잡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방식으로 검을 휘둘렀슴다. 근육의 움직임도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었슴다.”


“그러면······ 진 겁니까?”



그에 메이티는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소리임까, 제가 졌을 리 없잖슴까.”


“아까 말한 사람과 동일인물인 것 치고는 상당한 자부심인데요.”


“자부심이라기 보단······ 제가 졌다면 그 자리에서 죽었슴다.”



메이티가 미소를 짓고 있었음에도, 그 말은 왠지 알 수 없는 중압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이긴 것도 아님다. 정확히 말하면 비긴 거라 할 수 있겠슴다.”


“전혀 감이 안 오는데요.”


“주변의 수많은 건물을 부숴가며, 겨우 승기를 잡은 순간이었슴다. 원래대로였다면 그냥 목숨은 살려뒀겠지만, 이 상대는 살려두면 제가 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슴다. 그래서 그냥 빠르게 목을 베어 죽이기로 결정했슴다.”


“······.”


“겨, 결정한 검다! 그렇게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면 곤란함다······. 이럴까봐 아까 죽지 않았다는 말을 먼저 한 것 아님까!”


“제 여동생을 죽이려고 한 것부터가 마음에 안 듭니다만.”


“제가 죽는 건 상관없슴까?!!”



솔직히 말하면 남이라 상관없긴 하다만, 여기서 그런 말을 해서 득볼 건 없겠지.



“후······ 아무튼, 죽이려 한 순간이었슴다. 갑자기 투명 날개가 펄럭이더니 그 사람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슴다.”


“다시 싸우려고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슴다. 그저 이 이상 상대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았슴다.”


“어딘가 꼭 가야할 목적지라도 있었던 건가······.”



유리엘이 정신을 잃기 전에도 어딘가로 급히 이동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의식 상태, 폭주를 한 상태에서도 그 목적지로 가려 했다면······



“아마, 교회 시설 중 한 곳이겠군요.”


“대체 교회가 자꾸 왜 나오는 건지 저는 조금도 모르겠슴다.”


“그걸 설명하려면 좀 길어요. 일단, 그래서 결국 유리엘은 어디로 향한 거죠?”



비행을 했다면 방향이 꺾일 리도 없다.


아마 유리엘이 처음 나아간 방향으로 쭉 향하다보면, 유리엘의 목적지를 찾을 수 있겠지.



“완전하게 동쪽은 아니었슴다만, 아마 동쪽으로 나아가다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슴다.”


“여기서 동쪽이면······.”


“맞슴다. 아인들의 거주지, 몽환의 숲임다.”


“윽······.”



그곳엔 그다지 좋은 기억이 없는데.


게다가, 내가 알기론 그곳에 교회의 손이 미친 곳은 없다.



“몽환의 숲이 확실해요? 혹시 착각을 했다던가······.”


“제가 오늘 있었던 일까지 헷갈릴 정도로 머리가 나쁘진 않슴다.”


“그렇겠죠······.”



겨우 실마리를 찾았다 했더니, 또 난관 봉착인가.


대체 왜 이렇게 집사의 생은 난관뿐인 거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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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5. 한심한 집사의 한심한 결말일 뿐. 20.02.07 83 1 17쪽
85 84. 집사는 절대 이런 걸 바라지 않았단 말이에요. 20.02.02 71 1 15쪽
84 83. 괴롭힐 거면 이 집사만 괴롭히세요. 20.02.01 69 1 16쪽
83 82. 이래서야 집사로 재취업한 것과 마찬가지잖아. 20.01.31 108 1 11쪽
82 81. 집사 출입 가능인 건가요. 20.01.26 66 1 12쪽
81 80. 이 집사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20.01.25 70 1 11쪽
80 79. 집사의 대모험, 드디어 완결입니다! 20.01.23 75 0 12쪽
79 78. 이런 게 집사의 시련이란 거겠죠. 20.01.18 91 2 11쪽
78 77. 잠시라도, 이 집사의 편이 되어줘서 고마워. 20.01.17 89 2 11쪽
77 76. 이 집사는 이제 곧 죄책감으로 죽어버릴지도. 20.01.16 75 3 9쪽
76 75. 이 집사가 산수 따위에게 패배할 리가 없는데. 20.01.15 101 2 10쪽
75 74. 이제 동쪽 국경은 집사 출입 금지로군요. 20.01.14 82 2 11쪽
» 73. 대체 왜 이렇게 집사의 생은 난관뿐인 거야. 20.01.13 92 2 11쪽
73 72. 집사의 마지막 승리가 된 건가. 20.01.12 187 2 14쪽
72 71. 집사는 그런 영광 필요 없지만요. 20.01.11 78 2 15쪽
71 70. 집사의 일은 사람 찾기가 아닌데 말이지. +2 20.01.10 95 2 11쪽
70 69. 집사는 이제 완전히 혼자로군요. 20.01.09 99 2 13쪽
69 68. 대체 집사는 어떻게 된다는 거죠. 20.01.08 94 2 11쪽
68 67. 그때까지 집사는 심호흡이라도 하고 있을게요. 20.01.07 101 2 9쪽
67 66. 집사도 이런 편안함은 좋아한답니다. 20.01.06 116 2 12쪽
66 65. 이 집사, 좀 당황스러운데요. 20.01.05 93 2 16쪽
65 64. 집사의 약점이 만천하에 알려져 있다니. 20.01.04 103 3 10쪽
64 63. 집사의 집은 오늘부터 감옥이군요. +1 20.01.03 117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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