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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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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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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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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간 데이터

DUMMY

라우라는 인체실험 자원자 명단을 다시 훑어보고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관리본부에서 보내온 명단에는 실험 대상자가 새로 한 명 추가돼 있었다.


‘김건모?한국인?’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견서도 첨부돼 있었다.


침대에 환자복을 입고 누워 있는 김건모는 30대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실험 주치의 라우라 박사라고 해요. 실험에 대한 안내는 이미 받으셨겠죠?”


무웅이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빨리 머리가 맑아져서 정상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여러 임상 시험을 통해 뇌세포 재생 성과가 아주 좋게 나타나고 있어요. 이번에 강화된 시약을 투입할 건데 효과가 매우 좋을 겁니다.”


라우라는 동료이자 연인인 빠블로 박사를 찾아가 물었다.


“새 실험 대상자는 우리가 사전 검사를 한 적이 없는데 본부에 다시 확인할 필요 없겠지?”


“시간이 없어. 비밀 실험이라 절차가 복잡해. 서류는 완벽해. 환자도 건강해 보이고.”


빠블로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우리 연구가 드디어 세계적 인정을 받을 거야. 유럽, 미국 어디서든 우리를 데려가지 못해 안달이 날거라고.”


...


3일 동안의 임상 시험이 끝나고 라우라가 밤늦은 시간 연구실에 앉아 있을 때 등 뒤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빠블로? 아직 여기 있었어?”


고개를 돌리던 라우라 박사는 깜짝 놀랐다.


“놀라지 마세요. 쉿!”


김건모 환자가 서 있었다.


“경비가 또 졸고 있나요? 여길 어떻게 왔죠? 더 쉬셔야 하는데.”


“그냥 제 시험 결과가 궁금해서요.”


“걱정하지 마세요. 내일 세포 채취를 하면 분명해지겠지만 일단 매우 훌륭하게 진행되는 거로 보여요.”


라우라는 남자에게서 위협은 느끼지 않았지만 약간 불안했다.


“더 자세히는 말씀드릴 수 없고요. 일단 돌아가세···.”


“박사. 당신의 연구 결과는 매우 훌륭해요. 기적에 가깝죠. 하지만 절대 세상에 공개되지 않아요. 당신과 빠블로 박사는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지금 무슨 소리를···?”


“이 연구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시나요?”


“모르시나 본데, 세계 최고 재벌이 인류의 보건을 위해 투자하는 프로젝트거든요. 덕분에 좁고, 후지고 추운 연구실에 있던 우리가 이제 세계에 큰 성과를 자랑할 때가 왔어요.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 해결이 가까워진 거죠.”


라우라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덧붙였다.


“덕분에 당신의 이상한 머리도 정상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무웅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전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끌라우디아도 하늘에서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더 이상 죄책감 갖지 말고 살아요. 그리고 우린 곧 다시 만날 겁니다.”


라우라는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아니! 그걸 어떻게? 다···, 당신 누구야?”


“다음에 더 자세히 얘기합시다. 그리고 놀라지 말아요.”


“뭘 놀라지 말라는 거예요?”


[펑]


그 순간 바로 옆 소장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라우라가 [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웅크렸다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무웅은 사라지고 없었다.


...


해리슨은 짜증 난 표정으로 위성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보고서를 내가 다시 요약해보지. 그러니까 그 치노가 김건모라는 한국인으로 위장해 연구소에 잠입해서, 소장실 금고를 부수려다 실패하고 도주했다고?”


“그렇습니다. 금고는 열리지 않았는데 소장 말로는 공금 조금 외에 별거 없었다는군요.”


“치노는 왜 못 찾아?”


“쩝, 여기 SIDE(아르헨티나 정보부) 애들에게 감시를 맡겼는데 무능해 보입니다.”


해리슨은 한숨을 쉬었다.


“소장실 금고의 내용물을 몰래 다 빼내 와. 실패하면 내가 널 남극기지로 보내주지.”


“저 지부장님, 그런데···.”


“왜?”


“여기 SIDE 애들이 하루 500달러씩 일당을 달라고 합니다. 그게 국제 시세라고···.”


“이놈들이! 무능한데 부패까지 해? 그걸 왜 우리가 줘? 거기 지부 애들은 뭐래?”


“여기 지부장님은 이번 공작에 대한 공문을 내놓으라고 합니다. 아니면 한 푼도 줄 수 없답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 빨리 치노나 잡아.”


해리슨은 전화기를 던지고 책상 위 인터폰을 눌렀다.


“도대체 무웅은 왜 김건모라는 사람 행세를 한거야? 한국인 김건모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가져와. 한국 지부에는 알리지 마. 무웅 소위가 눈치채면 안 되니까.”


“저 부장님!”


“왜?”


“랭글리에서 긴급 전화입니다.”


해리슨은 굳은 표정으로 비화기에 연결된 전화기를 들었다.


“해리슨입니다.”


“자네 바릴로체에서 스키 타나?”


“국장님, 저···, MSS(중국 국가안전부)로 보이는 대단히 수상한 놈을 추적 중입니···.”


“손 떼!”


“예?”


“연구소에서 철수하고 그놈에 대한 보고서 올려.”


국장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전화를 툭 끊었다.


...


무웅은 호숫가에 앉아 맑은 공기를 즐기며 노트북을 분해하고 있었다.


자기장이 강한 찰뗀(Chalten) 산 정상에서 사령부로부터 다운받은 데이터를 해독하고 문서들을 인쇄하는데 사용했던 장비다.


무웅은 위조한 서류들을 연구소 컴퓨터에 삽입해 놓고 환자로 위장해 들어가 뇌 신경세포 강화 시약을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서류들은 연구소장 금고에 넣어두었다.


거대한 병렬 컴퓨터나 마찬가지인 뇌 신경망을 구성하는 뇌세포 개개의 데이터 처리 속도는 일반 컴퓨터 CPU보다 느린 1000분의 1초 수준인데, 이번 시약 접종으로 무웅의 뇌는 더욱 빠르게 작동할 수 있게 됐다.


노트북을 파괴한 무웅은 연구소에서 챙긴 시약 몇 병을 카본 케이스에 조심스럽게 포장하고 캠핑장의 텐트에 들어가 눈을 좀 붙이기로 했다.


...


해리슨은 바릴로체 연구소 금고 안에 있던 서류와 독초에 대한 분석보고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문서의 암호는 분명 MSS가 사용하는 것이었으며, 독초는 얼마 전 무웅이 주지사의 집에서 해리슨을 마비시켰던 신경가스의 원료였다.


문서 내용은 연구소의 뇌세포 강화 연구 결과를 빨리 본부로 보내라는 내용이었다.


‘역시 배후에는 짱깨들이···.’


해리슨은 문서들을 랭글리에 전송하고 10분 후 전화기를 들었다.


“해리슨이라고 전해줘요.”


1분도 걸리지 않고 국장이 대답했다.


“문서들이 연구소장 금고에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정말 손을 뗄까요?”


국장은 대답을 피하고 말했다.


“이번 시험 결과는 복구됐나?”


“치노라는 MSS 요원이 컴퓨터와 장비를 다 부수고 가서 복구 중인데 어려워 보입니다.”


“자네 부하 아직 거기 있나?”


“넵!”


“지시를 기다리게.”


‘역시 뭐가 있군.’


...


라우라와 빠블로가 탄 승용차는 연구소 입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망가진 시설과 데이터 복구를 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었다.


빠블로는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데이터 복구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하루빨리 유럽의 유명 대학으로 직장을 옮기고 싶어 했다.


“이번 데이터만 완성되면 100% 성공인데···.”


“걱정하지 마. 미국에서 전문가들이 많이 왔잖아.”


라우라는 무웅이 마지막에 했던 말은 빠블로에게 하지 않았다.


해도 믿지 않을 것 같았고, 라우라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웅이 말했던 끌라우디아는 소녀 가장이었던 라우라의 언니였다.


끌라우디아는 똑똑한 라우라가 의사가 되는 것이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다.


라우라가 공부에만 전념하는 동안 그녀는 중등학교도 포기하고 하루 두 군데 직장에서 일하다 결국 쓰러졌다.


라우라는 언니 생각만 하면 죄책감에 가슴이 막히는 듯했고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연인 빠블로에게조차 언니 얘기를 하지 못했다.


그런데 수상한 한국인 남자가 그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무웅이 말한 연구소의 배후에 대해서도 마음이 걸렸다.


사건 후 연구소에 자금을 대고 있던 미국의 유명 재단은 데이터 복구 전문가팀을 파견했다.


그들은 보통 사람 같지 않은 고급 전문가들로 보였다.


라우라가 골똘히 생각에 빠진 사이 갑자기 [쿵] 소리와 함께 승용차가 크게 흔들렸다.


사거리에서 우측에서 오던 택시가 들이받은 것이었다.


“다치지 않았어?”


빠블로가 먼저 라우라의 안전을 챙겼다.


“난 괜찮아, 무슨 일이···.”


라우라는 말을 마치지 못했다.


택시 뒷좌석에 있는 남자는 분명 동양인으로 보였다.


‘설마.’


빠블로가 차에서 내려 택시 운전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무웅이 라우라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안 다쳤죠?”


“괜찮아요. 당신은 누구에요?”


“연구소에 가지 마요. 위험해요”


라우라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당신이 내 언니를 어떻게 알아?”


“당신이 내게 말해줬어요.”


“뭐라고요!”


이때 폭발음이 울려 모두 충격을 받고 휘청거렸다.


수백미터 앞의 연구소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일어나고 있었다.


빠블로는 라우라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치고 현장으로 뛰어갔다.


무웅은 사라지고 없었다.


...


지친 얼굴로 늦은 밤에 돌아온 빠블로가 말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어.”


“부상자가 몇 명 있지만, 중태는 아니고 소장님도 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생명에 지장은 없으시대.”


라우라가 물었다.


“데이터들은? 미국인 전문가들은?”


“그들은 평소보다 출근이 늦어서 아무도 다치지 않았어. 데이터는 다 날아간 거지···.”


빠블로는 우울해 보였다.


“무언가 수상하다는 생각해 보지 않았어?”


“?”


빠블로가 놀란 얼굴로 라우라를 바라보았다.


“뭐가 수상해?”


“글쎄, 이 모든 사태···.”


“안 좋은 일이 연달아 터지는데 이상하긴 하지.”


라우라는 무웅의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았다.


...


랭글리에서 콜롬비아 지부로 돌아온 해리슨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본부로 호출돼서 그동안 무웅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자세히 보고해야 했다.


해리슨은 아무래도 자신의 보안 등급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무언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바릴로체 연구소의 운영에는 CIA 상부가 관련돼 있는 게 틀림없었다.


연구소를 [청소]한 후 소장을 데려와 심문했지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그는 함정에 빠진 것으로 보였다.


랭글리에서 보낸 위장 전문가들은 데이터 복구에 실패했다.


본부도 비로소 무웅의 존재에 대해 큰 관심을 갖게 됐다.


해리슨은 본부의 지원을 받아 모든 정보를 분석했지만, 무웅의 정체를 밝히는 데 실패했다.


중국 지부에서는 무웅이 MSS 요원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국장은 해리슨에게 주의를 주었다.


“자네 때문에 중국 쪽을 뒤지느라 시간 낭비만 했어. 처음부터 다시 파보도록.”


그동안 큰 실패 없이 승승장구해 온 해리슨은 당혹스러웠다.


‘치노를 너무 가볍게 본 게 실수의 시작이야.’


본래 치밀한 해리슨은 사실 무웅에게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는 오랜 내전에서 벗어나 부활하는 콜롬비아에서 좌파 잔당 척결과 미국 기업의 진출 공작을 지휘하느라 무웅 건을 메인 업무로 삼을 수가 없었다.


더욱이 페르난데스 주지사를 대통령으로 만드는 공작은 매우 중요했다.


정부와 의회를 장악해 미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할 수 있도록 여러 법률을 개정해야 했다.


‘괜히 골치 아픈 일만 늘었군. 그냥 처음에 제거해 버릴걸.’


해리슨은 이제 좀 지친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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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쓰러진 갱들 23.05.12 17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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