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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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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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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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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2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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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쓰러진 갱들

DUMMY

“실바! 1팀 출발시켜!”


“오케이 출발!”


자정이 지나자 무웅은 강인한 턱을 가진 행동대장 실바를 재촉해 작전을 개시했다.


실바가 지휘하는 1 팀이 현장에 도착하면 무웅은 2 팀을 데리고 매복 작전을 벌일 참이다.


이제 일 년째 손발을 맞춰서 실바와는 박자가 잘 맞기 시작했다.


낡은 무전기 성능이 기대 이하라 서로 눈치가 맞는 것이 중요하다.


무웅은 전에, 아니 미래에서 사용하던 양자통신 기기가 무척이나 아쉬웠다.


“준비 완료.”


실바의 묵직한 발음이 조잡한 기계음처럼 들렸다.


이제 미니 우지 기관총을 든 실바의 부하 열 명이 두 팀으로 나누어 갈레노 조직의 창고 앞문과 뒷문으로 공격해 들어갈 것이다.


실바는 지금 분명히 짧은 기도를 하고 있을 터였다.


그는 전투 전에는 반드시 기도 의식을 가졌다.


부하들을 모아놓고 작은 여자 모양의 석상 앞에 들꽃과 빨간 끈을 걸어두고 무릎 꿇고 앉아 일 분 정도 중얼거리며 기도를 했다.


무웅은 처음에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못 했고 약간 우습기도 했다.


“죽지 않게 해달라고?”


지난해 첫 작전 때 무웅이 시니컬한 목소리로 한 마디 던져봤지만, 반응은 없었다.


그러자 부하 중에 하나가 나직이 말했다.


“오늘 죽을 우리 편과 적들 모두, 저세상에서는 평안을 얻게 해달라고 비는 거예요.”


“...”

무웅은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저들이나 우리나 어차피 다 같은 동향이니까요.”


중남미 구석의 작은 시골 도시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두 갱단의 인력 풀은 사실 제한적이었다.


도시는 10%의 중상층이 거주하는 지역과 90%의 빈민이 거주하는 곳이 물과 기름처럼 갈라져 있었는데, 빈민가는 갱단에 병력을 무한히 제공해 주는 원천이었다. 용병들은 단지 가족 입에 풀칠을 해주려고 매우 적은 돈, 때로는 밀가루 한 포대 등을 받기로 하고 서툴게 무기를 들게 된 것이었다.


때로는 먼 사촌 간에 반대편에서 서로 죽이는 일도 종종 벌어졌다.


전투 중에 친척을 보게 되면 일부러 서로 총을 빗나가게 쏘는 때도 있었는데 나중에 두목이 알게 되면 처형당하기도 했다.


...


무웅은 창고 측면 차고 문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나무 뒤에 저격용 소총을 들고 자리 잡았다. 다른 두 명의 저격수도 멀리서 앞 문과 뒷 문을 지키고 있다.


무웅은 앞 문 쪽 저격수에게 나직이 명령했다.


“쏴!”


연막탄이 창을 뚫고 들어가자 내부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1 팀이 문을 부수고 수류탄을 던져 넣었다.


펑!


수류탄이 터지고 1초 후 폭발 소리가 연속적으로 점점 커지며 울리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대로 정문 주변에는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었던 것이다.


모두 귀를 막고 움츠리는 동안 무웅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저격용 소총 조준경에 눈을 댔다.


트럭 한 대가 차고 문을 부수고 화염 사이로 돌진해 나왔다.


슛-.


트럭이 모습을 드러내고 무웅의 손가락이 움직이기까지 0.5초도 걸리지 않은 듯했다.


보통 사람보다 30% 빠른 무웅의 신경 시스템은 간발의 차이로 적을 제압하는데 큰 위력을 발휘했다.


‘아직 녹슬지 않았어.’


수십 년 전으로 회귀해 다시 30대 청년의 깨긋한 몸과 두뇌를 갖게 됐지만, 신기하게 신경망 강화 상태는 미래의 것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고령의 신체에 각종 강화 약물과 일부 장기를 기계로 교체를 했던 사실은 모두 사라진 듯했다.


그러나 남보다 빠른 뇌와 근육의 동작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웅에게 엄청난 강점이 됐다.


아마도 뇌 신경망에 프로그래밍 된 것은 사라지지 않는 듯했다.


시력과 청력이 다시 일반인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그건 남과 같은 조건이니까 크게 아쉬울 건 없었다.


...


나무를 들이받고 깨진 트럭 창을 들여다보며 무웅은 한숨을 쉬었다.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쓰러져 있는 남자는 상대 조직의 두목 갈레노가 틀림없었다.


일 년 간의 시간 낭비 같았던 지루한 전쟁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반파된 창고로 쳐들어간 1 팀 대원들은 미니 우지 기관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분당 천 발을 발사하는 위력을 가진 미니 우지는 좁은 창고 안에서 적들을 진압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무웅은 구두쇠 두목을 상대로 미니 우지를 10정 사들이는데 3만 달러를 쓰자고 며칠 동안 설득해야만 했었다.


“넘쳐나는 칼라슈니코프가 뭐 어때서? 왜 그런데 돈을 써야 하나? 게다가 그냥 우지도 아니고 굳이 세 배 더 비싼 미니 우지를?!”


“우리 애들이나 저쪽 애들이나 실력은 다 거기서 거깁니다. 훈련 기간도 짧고요. 믿을 건 장비 빨 뿐입니다. 가볍고 짧아 핸들링하기 쉽다는 장점은 우리를 전투에서 엄청 유리한 위치에 있게 할 겁니다.”


무웅은 숨 한 번 쉬고 말을 계속 이었다.


“미니 우지는 길이가 11센티 짧고 가벼워서 체구 작은 우리 부하들이 적보다 1초 먼저 발사하기 좋...”


“알았어! 알았다구!”


무기 전문가인 무웅의 강력한 설득에 두목은 더 반대하지 못했다.


사실 아직 거액을 구경해 본 적 없는 촌 동네 갱단에게 3만 달러는 적은 돈이 아니었다.


하지만 무웅의 주장대로 무기를 강화한 후 모든 전투에서 승리하기 시작했다.


“애들이 죽어도 총은 반드시 챙기라구.”


두목은 전투에 나갈 때마다 잊지 않고 당부했다.


...


작전 개시 후 30분 만에 상황이 다 정리됐다.


창고에 적의 시신을 모아 불을 지르고 무웅 팀은 전원 철수했다.


무웅이 일부러 감정 없는 소리로 옆 좌석에 올라탄 실바에게 물었다.


“저쪽 사망자는?”


“열둘···.”


“갈레노를 죽였으니 이제 전쟁은 끝일 텐데···. 저쪽 애들을 굳이 다 죽여야 했을까?”


실바는 한숨을 쉬었다.


“어쩔 수 없어. 안 그러면 길고 복잡한 원한을 남기게 되지. 안타깝지만 방법이 없어···.”


새벽 해가 뜨는 것을 보며 본부에 도착할 때가 되자 실바가 입을 열었다.


“치노(chino) 덕분에 오늘도 수월하게 이겼군.”


갱단의, 아니 이 지역의 유일한 동양인인 무웅은 중국인을 뜻하는 [치노] 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한밤중에 단 한 방으로 머리를 날리다니 대단해!”


“불타는 창고에서 뛰쳐나오는 차량 운전자의 윤곽은 잘 보이는 법이지. 별거 아니야.”


“갈레노가 직접 운전할 줄 알고 있었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어? 그냥 갈긴거지.”


“...”


실바가 무언가 이상하게 생각하는게 틀림없었다.


사실 무웅이 여러 작전에서 적의 움직임을 앞질러 예상하고 대비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덕분에 무웅이 속한 작은 갱단이 지역의 강자를 누르고 승자가 될 수 있었다.


무웅은 이제는 친구가 된 실바에게 언제 사실을 말해줄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해를 하지 못할 게 분명하고 어딘가에 무릎 꿇고 앉아 저 악마를 물러가게 해 주십시오, 라고 기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가 웃겨?”


“아니, 미안. 여태 살아남아 승리한 게 고마워서. 두목도 좋아하겠지? 이제 좀 편하게 살 수 있으려나···.”


무웅은 몰래 실바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지만 실바는 마음이 편치 않은 게 분명했다.


그동안 아군의 피해도 컸다. 일 년 동안 어림잡아 수십 명 이상 죽었다.


“모두 57명이야.”


“...”


“57명의 아이들이 죽었어. 자네가 온 후···.”


...


정규 군인 출신의 무기 밀매상으로 위장한 무웅이 라울이라는 무대포 두목의 갱단에서 오른팔로 자리 잡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래 사령부의 참모들이 모든 상황을 파악해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제일 먼저 라울 조직을 차지하고 중미 산악 지대를 장악해. 우수한 요원들을 확보하게.”


과거로 돌아온 무웅이 받은 첫 지령이었다.


미래 사령부로부터의 지령은 매우 불규칙하게 왔다.


어떤 물리법칙이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몰라도 사령부는 과거로 짧은 지령을 보내는 것도 어려워하는 것 같았다.


온전한 사람인 무웅을 보내는데 아마 거의 모든 에너지를 사용한 듯했다.


지령은 불규칙하게 숙소 인근 바위산 정상에서 발견됐다.


주로 돌판에 암호 문구로 새겨져 있었다.


사령부는 라울 두목을 부추겨 지역의 기존 강자인 갈레노의 갱단을 모두 제거하라고 명령했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 일부를 사령부가 통보해주는 덕분에 무웅은 두목 대신 사실상 전투를 지휘하며 갈레노 갱단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전투에서 창고 문에 부비트랩이 설치돼 있던 것, 갈레노가 트럭을 타고 도주할 것이라는 정보 모두 지령에 담겨 있었다.


하지만 사령부가 알려주지 않은 적들의 공격이 자주 있어서 크고 작은 위기를 겪기도 했다.


무웅도 몇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풍부한 전투 경험과 빠른 판단으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때마다 많은 부하들이 죽어 나갔다.


“갈레노 애들은 훨씬 더 많이 죽었지?”


“셀 수 없었지만, 지금까지 백 명은 넘지.”


무웅은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가올 잔혹한 전쟁에서 훌륭한 병력 자원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갈레노와 라울이라는 사이코같은 탐욕스러운 마피아 갱단 두목을 위해 목숨을 잃은 조직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의 시골 청년들이었다.


모두 앳돼 보이고 순진한 면이 있었다.


돈 몇 푼과 빈곤한 가족에게 줄 식량을 위해 그들은 무기를 들고 두목이 시키는 대로 살인과 각종 범행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


“여기는 지옥이야.”


실바가 발밑에 둔 가방을 흘낏 쳐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가방에는 갈레노의 머리가 들어 있었다.


“차라리 빨리 저세상으로 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하마터면 무웅은 입 밖으로 생각을 말할 뻔했다.


‘아니야, 실바. 지옥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어.’


...


본부가 가까워지자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실바도 같은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보초가 보이지 않았고 폭약 냄새가 났다.


무웅의 팀은 차를 외곽에 세우고 기관총을 손에 들고 허리를 굽힌 채 천천히 경계를 하며 본부 건물로 다가갔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라울 두목이 나왔다. 오른손에는 우지가, 왼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다.


“잘 놀다들 왔어?!”


어스름한 새벽 햇빛이 칙칙한 본부 건물을 비추기 시작했다.


건물 주변에는 시신 몇 구가 나뒹굴고 있었다.


처절한 전투 흔적이 보였다. 라울 두목의 옷도 피에 젖어 있었다.


이미 술에 취한 목소리로 라울 두목이 다시 외쳤다.


“잘 놀았느냐고. 이 새끼들아! 우린 아주 바빴는데···.”


무웅의 팀이 출발한 후 갈레노의 조직원들이 본부를 급습한 것이었다.


무웅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통보 못 받았는데···.’


‘사령부가 몰랐을까?’


‘만약 알고 있었다면 이건 무슨 뜻일까?’


무웅은 가슴이 답답하고 두려움이 밑에서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사령부와의 통신의 문제는 이쪽에서 지령을 보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지령은 받을 수만 있었다.


바위산에 암호를 써 봤지만, 사령부는 받지 못한 듯했다.


‘사령부가 과거를 세세히 모두 파악하는 것은 아니야.’


본부 내부는 참혹했다. 생존자는 얼마 안 되는 듯했다. 양측 조직원의 시신과 중상자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공격팀이 떠난 후 라울 두목은 몇 명의 경호원만 데리고 본부의 은신처에 숨어 있었다.


공격이 실패할 경우 반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탈출 준비도 해뒀다.


은신처에는 방탄 차량이 준비돼 있었고 라울은 그 안에 있었던 덕분에 살 수 있었다.


바닥에 쓰러지듯 앉은 라울이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야! 새끼들아.”


그러나 다음 소리는 듣지 못했다.


실바가 권총을 꺼내 라울의 얼굴을 쏘았기 때문이다.


저승사자처럼 무거운 표정을 지은 실바는 주저 없이 세 발을 쏘았고, 라울의 얼굴에서 살덩이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실바는 다른 손에 들고 있던 갈레노의 머리가 들은 가방을 쓰러진 라울의 가슴에 던졌다.


붉은 태양 빛이 바닥에 홍건한 피에 반사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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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진 갱들 23.05.12 17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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