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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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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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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5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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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의 미래는 없다

DUMMY

정보부장 안드레스가 돌아왔다.


무웅은 해리슨으로부터 탈출한 후 며칠 만에 본격적인 중재를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쟁은 피해야 했다.


라 빠스에도 여파가 미칠 수 있고, 지금까지 쌓아 올린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었다.


이제 21세기가 되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언제까지 카르텔 관련 전쟁에만 얽매여 있을 수 없었다.


무웅은 오른팔로 키운 정보부장 안드레스를 까바따로 보내 곤살레스 두목에게 도주를 권유했다. 감시망에서 탈출하게 도와줄 테니 카리브로 가 있으라고 했다.


곤살레스에게 Y2K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 까바따는 쑥대밭이 될 거라고 경고했다.


다음날에는 안드레스를 페르난데스 주지사에게 보내 오른팔인 까를로스를 만나게 했다.


주지사에게는 곤살레스의 도주를 눈감아주면 평화롭게 병력을 해산시키고,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지역 주민 모두 주지사를 지지하도록 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측이 어떻게 나올지 일단 기다려보기로 했다.


...


무웅은 매일같이 다른 대륙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또 다른 자신을 생각했다.


타임 슬립 이후 앞으로 시간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서, 과거의 자신과 만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의 무웅이 과거처럼 똑같이 살고 있을지 확신도 없었다. 사실 무웅은 물리학을 공부한 적도 없고, 타임 슬립 전에 충분한 브리핑도 받지 못했다. 


어쩌면 이 세상에 과거의 자신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분명히 또 다른 무웅이 존재함을 해리슨이 확인해줬다.


무웅은 자신이 과거로 회귀한 것인지, 아니면 평행 우주로 이동해 온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둘 다 틀린지도, 맞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분명한 것은 과거의 어린애 같았던 자신이 버젓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무려 70년 전의 일이기는 했지만, 과거와 같은 삶을 살고 있었다.


순수하게 주어지는 임무만 수행하면서 애국과 정의만 생각하던 그 때가 그리워졌다.


한편으로는 생각할수록 자기 자신이 아니라 마치 아들이나 손자를 생각하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긴 나이로 따지면 손자뻘인가? 아니, 증손자?!’


...


라 빠스의 커피 농장은 계속 빠르게 성장했다.


해외에서 찾아오는 방문객도 늘어나 관광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흥분한 실바는 무웅을 불러 마을과 농장 전역에 인터넷을 깔자고 말했다.


“인터넷?”


“음. 이제 그게 없이는 사업도, 관광도 힘들다고 하네. 이참에 관광 쪽도 키우고 첨단 농법으로 농장도 크게 확대하는 게 어때?”


실바는 갈수록 사업에 눈을 뜨고 있었다. 전투욕이 물욕으로 바뀐 것이다.


사실 무웅도 더 많은 자금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무웅은 정규군 뺨칠 수준으로 무장을 첨단화하고 있었는데, 실바는 수익금으로 무기를 더 사는 데 반대하고 사업에 재투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무웅은 500달러짜리 RPG(유탄발사기)보다 1만 달러 이상 호가하는 유도용 로켓포를 더 사고 싶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원두만 팔아서는 한계가 있었다.


사령부로부터의 메시지는 아직 없지만, 무웅은 장난처럼 생각했던 주식 시장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로또는 자꾸 당첨되면 의심을 피하기가 어려울 터였다.


하도 오래전이라 기억이 감감하지만 2000년을 맞이할 때 미국의 나스닥은 주가 버블의 절정을 맞고 있었다.


90년대 후반은 여기저기서 인터넷 사업이 일어나고 하루가 다르게 주가가 폭등하던 시점이었다.


‘애플이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사야 하나?’


문제는 무웅이 내년 주가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70년 전 주가를 어떻게 기억해 제길···’


사령부가 삐삐로 이걸 좀 알려주면 내년에 폭등할 주식을 미리 사서 자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무웅은 전에 메시지를 받던 바위 산에 올라가 돌에 [Bolsa]라고 썼다.


스페인어로 주식이라는 뜻인데 생각해보니 동시에 [봉투]라는 뜻도 갖고 있었다.


‘사령부가 오해할 수 있겠군.’


무웅은 다시 그 옆에 [Stock]이라고 추가해 썼다.


‘제발 눈치 좀 채길 바란다.’


사실 무웅은 마을에 휴대폰과 인터넷을 거의 금지하고 있었다.


정부나 CIA가 그것으로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요하지 않은 작업용으로 휴대폰 몇 대와 인터넷용 PC 두어 대만 갖추어 놓았을 뿐이었다.


미국은 이미 80년대에 누군가 전화통화로 [대통령 암살]이나 [모의] 등의 수상한 단어만 발음해도 이를 색출해 내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모든 휴대폰과 인터넷용 기기들은 거대 감시 시스템의 일부라는 점을 무웅은 잘 알고 있었다.


남미의 많은 나라들은 미국의 지원으로 일반 전화용 도청 시스템도 설치했기 때문에 무웅은 전화기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중요한 메시지는 오직 인편을 이용했다.


...


안드레스가 문을 노크했다.


그와 중요한 대화는 무웅의 개인 방에서만 나눴다.


“반응들은 어때?”


“까바따 애들은 이미 도주할 방법을 궁리 중입니다. 우리가 도와준다면 더 안전하겠죠.”


전쟁 결과는 참혹할 것이다. 의미 없는 죽음은 피해야 했다.


“문제는 주지사 측인데···.”


안드레스가 말을 흐렸다.


안 들어도 뻔했다.


주지사는 이참에 전쟁을 통해 큰 승리를 과시하려는 것이 틀림없었다.


‘지방의 게릴라 잔당과 마약 카르텔을 동시에 제거하는 성과를 내세워 주지사에 재선되고, 몇 년 후 대통령직에까지 도전하려는 생각이겠지.’


아마도 해리슨이 이 프로젝트를 돕고 있는 게 분명했다.


“중앙에서 무기와 지원 부대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공군의 지원을 재촉하고 있고요.”


안드레스가 시내에서 구입해 온 신문과 시사 주간지들을 한 뭉치 놓고 갔다.


‘돌아가는 정세 연구를 좀 해야겠어.’


정세 분석은 한때 무웅의 주 업무이기도 했었는데 지금 상황은 기억나는 게 많지 않았다.


...


일단 무웅은 실바의 계획을 지지하는 척하며 농장의 관광지화를 빠르게 추진했다.


외지인이 대거 몰려오면 주지사 측이 섣불리 군사행동을 하기 어려울 거라고 판단했다.


원두 수확기를 맞아 국내외 관광회사에 특가 상품을 쏟아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몰두했다.


원두 따기 체험과 고급 원두의 할인 가격 판매, 산악 지대 트래킹, 청소년 캠핑 등의 아이디어를 다 모아 저렴한 관광 패키지를 만들었다.


반응은 매우 좋았다.


특히 미국 플로리다에서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펼쳐 곧 미국인 관광객들도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침 실바가 만든 원두와 카페 브랜드 [미스터 실바]도 인기를 끌며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실바는 기대 이상의 성공에 감탄했다.


“아니! 군인인 줄 알았는데 자네 사업도 해봤나? 하하, 우리 미래가 아주 밝구먼.”


하지만 이것은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었음이 곧 드러났다.


...


안드레스가 매우 급한 소리로 무웅을 호출했다.


“늑대들입니다.”


수상한 놈들이 왔다는 뜻이다.


무웅은 안쪽에 닌자 표창이 여러 개 부착된 점퍼를 입고 뛰어나갔다.


테러분자는 다섯 명 정도로 파악됐다.


관광객과 농장을 테러해 공포 분위기를 만들려는 시도에 대한 대비는 이미 해두고 있었다.


입구 쪽에 관광객으로 위장한 요원들이 여럿 잠복해 있었다.


높은 나무에 위장하고 자리 잡은 훈련 잘 된 저격수들도 농장을 빈틈없이 감시하고 있었다.


모두 제 역할을 잘해주길 바랄 뿐이었다.


관광객의 희생이 있어서는 안 됐다.


곧 농장 안 광장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울리기 시작했다.


남자 한 명이 가슴에 총을 맞고 피를 뿜으며 쓰러졌다.


사람들이 놀라 사방으로 뛰기 시작했다.


그 자리에 그냥 엎드린 사람들도 있었다.


배낭에서 무기를 꺼내던 늑대를 나무 위 저격수가 늦지 않게 해치운 것이다.


동시에 수상한 늑대들을 따라붙어 감시하던 요원들이 일제히 체포에 나섰다.


권총 소리도 한두 발 들렸다.


무웅은 실바 근처에 서 있다가 늑대 하나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표창을 잡았다.


그런데 모자 챙 아래 눈을 보고 놀랐다. 동양인이었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달려오는 늑대에게 무웅은 표창을 던졌다.


빨라서 피할 틈이 없던 늑대는 오른팔을 들어 표창이 팔뚝에 찍히게 놔두었다가 왼손으로 뽑아 무웅에게 다시 던졌다.


머리를 살짝 틀어 피 묻은 표창을 피한 무웅은 ‘어라! 제법인데’라고 생각했다.


동양인 늑대는 무웅의 눈만을 쳐다보며 공격을 이어갔다. 상당한 훈련을 받았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긴장해서 신경이 곤두선 무웅에게는 그의 몸동작이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늑대가 왼손을 허리춤에 가져갈 때 무웅의 양손이 표창 두 개를 동시에 날렸다.


“헉!”


양쪽 어깨를 다친 늑대는 다리를 비틀거리면서도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수류탄이었다.


무웅이 공중 발차기를 한다 해도 닿지 않을 거리였다.


순간적으로 ‘사로잡긴 틀렸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나무 위에서 지켜 보던 저격수들의 총구가 동시에 불을 뿜었고 쓰러진 늑대의 몸 아래에서 수류탄이 터졌다.


...


그동안 공들여 훈련시킨 저격수들의 활약으로 다행히 관광객 중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상자는 여럿 나왔고, 많은 사람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관광객의 신고를 받고 헌병대가 도착했다.


장교가 말했다.


“당분간 수사를 위해 이곳은 폐쇄다.”


...


헌병대가 도착하기 전 무웅의 대원들은 늑대 셋을 사로잡아 빼돌렸다.


무웅이 도착하자 안드레스가 늑대들의 머리에 씌운 두건을 벗겼다.


예상했던 대로 얻은 정보는 거의 없었다.


그들은 용병이었고 누구로부터 명령을 받았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의 턱을 들어 올리며 무웅이 물었다.


“산산조각 난 동양인은 누구야?”


“우리도 몰라요. 마지막 순간에 합류했어요. 우리와 대화도 하지 않았어요.”


그는 암살범이 틀림없었다.


‘나를 노리고 해리슨이 보냈을까?’


무웅은 깊이 생각에 빠졌다.


이때 삐삐가 울렸다.


‘참 빠르기도 하다.’


테러 분자들의 공격을 미리 알려줄 수 없었을까, 라고 아쉬워하며 메시지를 본 무웅은 순간 충격을 받았다.


[마이클 창]


그제야 그 늑대의 눈빛이 기억났다.


그는 마이클이었다. 무려 수십 년 동안 특수 공작 요원으로 활약하다 전사한.


무웅은 마이클과 같이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는 잘 알고 있었다.


마이클은 진급이 더 빠른 무웅을 시기하는 편이었지만 그리 적대적이지는 않았었다.


‘내가 마이클을 죽였다고?’


무웅은 믿기지 않았다.


‘마이클이 지금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사실 무웅은 지금까지 해 온 모든 일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사령부의 대략적인 메시지에 의존해 임무를 수행했다.


지금 자신의 행동이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쳐 전쟁의 패배를 막아주길 바랄 뿐이었다.


하지만 확신은 없었다. 아마 무웅을 파견한 사령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인류는 앞으로 70년 후에도 양자역학의 비밀을 다 풀지 못했다.


시간과 차원의 얽힘은 끝도 없는 미스터리였다.


자신은 중동에서 원래처럼 활동하고 있는데 마이클은 젊은 나이에 이미 죽었다.


마이클은 미래에 꽤 많은 작전에 참여했다. 그가 벌써 사라진다면 그 작전들은 다 어떻게 되는 걸까?


무웅은 머리가 아파졌다.


이제 현재의 세상은 무웅이 온 미래의 세상과 같을 수 없음이 확실해졌다.


‘아니면 또 모르지.’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


어쩌면 마이클 없이도 미래의 작전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지도 몰랐다. 대신해 줄 요원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다면 우리 반군의 패배도 바꿀 수 없는 일은 아닐까...


...


그때 머리에서 비행기가 [우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경비행기가 아니었다. 공군의 정찰기였다.


“공군입니다.”


안드레스가 말했다.


정부군의 까바따 공격이 얼마 안 남은 듯했다.


정부군은 라 빠스를 포위해 묶어 두고 까바따를 공격하려는 작전인 것 같았다.


‘할 수 없지’


무웅은 생각해 두었던 작전을 실행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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