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비스마 님의 서재입니다.

웰컴 투 하드보일드 월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전쟁·밀리터리

아비스마
작품등록일 :
2023.05.12 00:35
최근연재일 :
2023.06.02 20:0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247
추천수 :
20
글자수 :
163,981

작성
23.05.13 18:54
조회
64
추천
1
글자
12쪽

꼰도르 특공대의 등장

DUMMY

무웅은 반사적으로 침대 밑의 미니 우지를 집어 들고 창 밑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소리가 꽤 컸다.


‘이건 C4 같은데···.’


갈레노나 라울 조직 모두 군용 C4 폭약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해가 지려는 어슴푸레한 순간이었는데 무웅의 눈에 중기관총으로 무장한 4, 5명의 청년들이 보였다.


무웅의 숙소는 기지를 모두 내려다볼 수 있는 높은 곳의 오두막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일부러 감시하기 좋은 위치를 잡았던 것이다.


농장으로 위장한 기지 입구 철문과 초소를 폭파한 일당들은 입구 주변 나무와 바위 뒤에 숨어있었다. 초소에 있던 보초병의 몸이 반토막나 널부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전쟁이 끝났다고 방심하고 졸았던 모양이었다.


실바는 전쟁이 끝나자 기지 바깥, 마을 입구에 숨겨 두었던 감시병도 철수 시켰다.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게 분명했다.


침입자들은 폭탄 소리에 놀란 실바의 조직원들이 뛰쳐 나오기를 노리고 매복한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실바와 그 부하들은 잔혹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베테랑들이었다. 그 정도 속임수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무웅은 택티컬 쌍안경을 들고 야간 투시 모드를 켰다.


적이 프로라면 저격수도 어딘가에 숨어 있을 수 있다.


경험 있는 저격수라면 기지에서 가장 높은 무웅의 숙소를 감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도 저격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군용 폭약을 사용하면서도 어딘가 어설픈 놈들이군’


무웅은 우지를 내려놓고 저격용 소총을 집어들었다.


그 사이 실바의 부하 둘이 입구 옆 철조망 밑에 위장해 둔 개구멍으로 조용히 기어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매복한 적들을 뒤에서 치려는 것이었다.


실바는 무웅이 곧 저격할 것임을 알고 동시에 적들을 뒤에서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그 정도로 둘의 손발은 잘 맞았다.


‘아니!’


무웅은 놀랬다. 쌍안경에 얼핏 드러난 한 매복자의 얼굴은 너무 앳돼 보였다.


‘열다섯 살은 됐을까.’


저격을 망설이는 사이, 실바의 부하 하나가 뒤에서 칼을 던졌다. 꽤 솜씨가 좋은 녀석이었다.


“으악!”


바위 뒤에 숨어있던 침입자 한 명이 어깨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실바는 침입자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사로잡으려는 생각일 것이다.


적이 누군지 알아야 하니까.


작전은 오래 끌지 않았다.


침입자들이 꼼짝 못하도록 무웅이 위협 사격을 하자 실바의 팀도 앞에서 우지 기관총으로 총탄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 사이 뒤로 돌아간 두 명은 칼만 사용해서 침입자들을 차례차례 제압했다.


모두 가벼운 부상만 입은 채 사로잡혔다.


이를 지켜보던 무웅은 검은 마스크를 쓰고 천천히 내려갔다.


무웅은 그동안 모든 전투에서 검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그래서 실바에게 동양인 동료가 있다는 소문은 퍼졌어도, 무웅의 얼굴을 실제로 본 외부인은 거의 없었다.


...


결박당한 네 명의 청년들은 피를 흘리며 무릎 꿇고 신음을 내고 있었다.


실바는 팔짱을 낀 채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하들도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고 있었다. 무웅이 물었다.


“누구야?”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두 아이들이었다. 짐작대로 10대 중후반의 꼬마들이 공포와 고통에 몸을 떨고 있었다. 이런 애들을 상대로 차마 고문을 할 수는 없다고 무웅은 생각했다.


그 때 실바가 나직히 말했다.


“엔리께...”


“엔리께? 그게 누구인데?”


실바가 한숨을 내쉬고 대답했다.


“갈레노의 아들.”


‘헐!’


무웅은 충격을 느꼈다. 한 때 이 곳 산악지역을 공포로 장악했던 위대한 갈레노는 무웅이 쏜 총에 이마가 박살 나고 실바에 의해 목이 잘렸다.


무웅은 나직이 실바에게 물었다. “아니, 가족들은 멕시코에 가 있다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실바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리춤의 권총을 잡으려 했다. 아직 어린아이지만 후환을 생각해서 아이를 살려둘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틀림 없었다.


“잠깐”


무웅은 실바의 어깨를 잡았다.


“이제 전쟁은 끝났어.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네.”


실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들어 무웅의 눈을 보았다.


“자네 왜 그래? 언제부터 갑자기 인도주의자가 되었나?”


무웅은 엔리께의 턱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엔리께, 네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 다 끝났어. 네 아버지를 죽인 라울은 우리가 처단했어. 이제 자네와 가족은 새로운 인생을 살면···!”


무웅은 말을 다 끝내지 못했다. 말을 하다가 엔리께의 왼쪽 손목에 그려진 문신을 보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엘 꼰도르!


남미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맹금. 잉카 시대부터 원주민이 신성시한 새. 북미에 독수리가 있다면 남미에는 꼰도르가 있다. 꼰도르는 독수리와 달리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둥지를 끝까지 지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아이도 그걸 생각했을까? 아버지의 복수를 하고 어머니를 지키려고?...

하지만 무웅이 놀란 이유는 그것이 아니었다.


불과 1초 정도 동안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한 무웅은 다시 말을 이었다.


“엔리께, 이곳 정보를 누가 줬는지 말해주면 너와 가족을 살려주고 보호해 주겠다.”


실바는 놀란 표정으로 무웅을 쳐다보았다.


...


엔리께와 동료들을 치료해주고 떠나 보낸 후 무웅과 실바 팀은 은신처를 옮겼다.


“자네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언젠가 설명해줄게, 실바. 나를 믿어줘.”


실바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실바는 그런 사내였다.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이를 배신하지 않고 끝까지 믿고 따른다.


무웅은 실바의 목숨을 열 번쯤 구해줬다.


...


무웅은 날을 새며 생각에 빠졌다.


엔리께의 손목에 있던 것과 똑같은 문신을 한 [꼰도르 특공대]는 미래에 있을 대전쟁에서 오랜 기간 대활약을 한 용맹한 부대였다.


‘그게 앞으로 아마 20년쯤 후부터니까···. 대충 나이가 맞는 건가···.’


‘아니! 그런데···.’


엔리께가 꼰도르 특공대라면 무웅은 미래의 전우를 과거에서 만난 셈이 된다.


‘이것이 미래에 아무 영향을 미치지는 않나?’


‘라파엘 장군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한편, 실바는 밤늦게 부하 한 명을 보고타로 보냈다. 엔리께를 보낸 호세라는 갈레노의 전 참모를 찾기 위해서였다.


호세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서 갈레노 조직을 위해 정부 관리와 유력 인사들을 관리하던 대리인이었다.


갈레노의 가족도 호세가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가 어떻게 실바의 은신처를 알았는지, 왜 엔리께와 어린 친구들에게 무기를 들려 보냈는지 알아야 했다.


호세 입장에서는 엔리께가 실바의 손에 죽게 하고, 갈레노가 남긴 숨겨둔 재산을 가로채고 싶었을 것이라고 실바는 생각했다.


하지만 실바는 그가 어떻게 은신처를 알았는지, 무웅의 존재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실바는 무웅이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다. 한때는 신이 보낸 사람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했다.


무웅은 많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전에 미리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갈레노 암살도 보통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


무웅은 결국 밤을 새웠다. 그가 어릴 적 좋아했던 사이먼 앤 가펑클의 [엘 꼰도르 빠사]라는 노래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게 도대체 몇십 년 전이란 말인가···.’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따지자면 가까운 미래가 될 것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아주 먼 기억처럼 느껴졌다.


만감이 교차했다.


꼰도르 특공대는 아군의 큰 희생을 냈던 미래의 한 전투에서 무웅과 라파엘 장군을 구하고 모두 전사했다.


···


3년이 지났다. 지루한 시기였는데, 사령부로부터 메시지도 별로 없었다.


무웅은 아마도 지금 이곳의 시간과 미래 사령부에서의 시간 개념이 다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5, 6년이 사령부에서는 아마도 몇 달일 수 있겠지···.’


무웅은 그동안 라 빠스 마을을 기지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다.


실바는 무웅이 사회주의 혁명자라고 확신하는 듯했고, 무웅은 그냥 편하게 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무웅의 지지로 실바는 라 빠스 마을의 새로운 지도자로 확실히 입지를 굳혔다.


두 조직이 비축했던 자금과 식량을 풀어 민심을 단단히 잡았고, 동시에 앞으로의 전쟁에 대비해 병력을 확충했다.


무웅은 농장 일 하기 싫어하는 청년들을 모아 무기를 주고 훈련을 시켰다.


라 빠스는 커피 원두와 코카 잎 주요 생산지다. 커피나무는 해발 1천 미터 정도에서 가장 우수한 원두를 생산하는데, 고품질 원두만을 찾아 생산지를 탐색하고 돌아다니는 이들을 [꼬요떼]라고 부른다.


꼬요떼들에게 라 빠스는 숨겨진 보물과 같은 존재였다. 매년 수확기에 찾아와 원두 품질을 감별하고 미국과 유럽의 수입상을 중개했다. 그로부터 들어오는 달러 수입이 꽤 쏠쏠했다.


갈레노와 라울 조직은 이것을 놓고 전쟁을 벌여왔던 것이다.


90년대 콜롬비아 마약 카르텔들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정부군에 의해 대부분 괴멸했다. 상징적인 빠블로 에스꼬바르의 피살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산지의 조직들은 작게 쪼개져 각 지역 패권을 놓고 작은 전쟁들을 벌였다. 갈레노와 라울도 여기에 속했는데 갑자기 무웅이 나타나 두 조직을 장악하고 사회주의 마을을 만든 것이다.


규모가 작아 아직은 큰 이목을 끌지는 않지만 언젠가 중앙정부나 인근 지역의 다른 카르텔이 눈독을 들일 가능성이 컸다.


...


라 빠스가 해발 1천 미터에서 3천 미터에 이르는 고산 지역에 속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평지의 사람들에 비해 신체 조건이 달랐다.


비록 왜소한 체격이 많지만, 가슴만은 뼈가 두드러지고 떡 벌어져 있는 체구를 가졌다. 산소가 상대적으로 희박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폐활량이 발달하느라 그런 것이다.


좋은 폐활량은 미래의 바이러스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방어시스템이 된다.


이곳에서 자란 청년들은 산악 지역에서 마치 다람쥐처럼 날렵하게 움직였고, 저격용 총을 발사할 때 숨을 참는 데 능숙했다. 또 시력도 매우 좋았다.


무웅은 신체 강화 시술로 보통 사람의 수 배 이상의 시력을 가졌었지만, 타임 슬립 후 다시 과거 수준으로 되돌려진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여전히 빠른 신경 반응 속도로 이 문제를 상쇄할 수 있었다.


무웅은 특히 저격수를 양성하는데 많은 투자를 했다.


그동안 사령부가 보내온 몇 개 안 되는 메시지는 주로 무기를 구할 수 있는 중개상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그때마다 무웅은 커피를 수출하고 받은 달러를 투자해 다른 카르텔들은 엄두를 내기 힘든 우수한 무기들을 사 모았다. 특히 영국제 L96 저격용 라이플을 부지런히 사들였다.


무웅은 70년 전 한국 707 특수임무대대에서 L96을 처음 배웠다. 저격용 소총 중 가장 내구성이 강한 것으로 유명했다. 사거리는 800미터로 조금 짧지만, 산악지대용으로는 안성맞춤이었다.


무웅 자신은 정확도가 가장 높은 미군용 M-24를 애용했다.


실바는 지난 전투들에서 무웅의 뛰어난 저격 실력이 승패를 가르는 것을 직접 눈으로 봤기 때문에, 저격수 부대 양성이 필요하다는 말을 순순히 인정하고 금고문을 열어주었다.


그 바람에 매번 수만 달러씩 깨졌지만, 다행히 몇 년 동안 커피 원두는 풍년을 기록해 계속 돈을 벌어다 주었다.


하지만 마을의 평화는 20세기 말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에 가려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웰컴 투 하드보일드 월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 쓰러진 갱들 23.05.12 175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