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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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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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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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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 수련회-2

DUMMY

수련회에 대한 악명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당장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조금만 헤엄쳐도 여기저기서 수련회에 대한 일화들이 나오지 않나?


당장 최근만 하더라도 수련회에서 사고가 났다는 뉴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회귀 전 생의 기억을 아무리 둘러봐도 수련회에 대한 좋은 이야기는 없었어···’


물론 이번 수련회에서 사고가 일어나진 않는다. 기억 상으로는. 때문에··· 별 탈 없을 것이다. 그저 조교들이 부여하는 얼차려나 열심히 받다가 가면 땡이겠지.


‘돈내고 혼나러 간다는 표현··· 그게 맞겠네.


지금처럼 말이다.


“앉아, 일어서. 똑바로 동작합니다! 다시!”


세상에 비합리적인 일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수련회만큼 학생시절 비합리적인 일은 없는 것 같다. 돈을 내고 혼나러 온다고···? 왜?


‘수련회가 이정도라면··· 군대는 더하다는 소리잖아.’


고아라는 신분 때문에 군대에는 가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군대는 수련회보다 적어도 몇배는 더 심할 것이다.


얼차려를 받고 시간이 지나서 일정을 소화했다. 뭐··· 별것 없었다. 그냥 방별로 팀을 짜서 협동 활동을 하고··· 밥을 먹고 얼차려를 받고 하다가 밤이 되었다.


“...”


밤이 되면 뭐 어떻게 되겠나.


“얘들아, 우리 다른 방으로 놀러 갈건데, 너희들은 안갈거야?”


방장을 맡은 재호가 말했다. 재호야 뭐··· 저번에도 말했듯이 천상 인싸 스타일에 두루두루 다 친한 성격이니 여기저기서 부르겠지.


“어, 응··· 괜찮아. 재밌게 놀다 와. 들키지 말고.”


“그래, 주한아. 우리 갔다온다.”


반면 나나 주한이 같은 사람들은 아무곳에서도 불러주지 않는다. 그러니 이곳에 쳐박혀 있어야지.


나와 주한이를 제외한 모두가 나갔고, 이어서 몇분 지나지 않아 다른 방에서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아, 안녕.”



바로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녀석들.




다른 방에도 당연히 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있었고, 놀러온 무리들에게 방을 빼앗긴 그들은 나와 주한이가 있는 방으로 스멀스멀 몰려온 것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격이네.’


그렇다고 우리끼리 모여서 재밌게 놀고 그런 것도 아니다. 동질감은 느끼지만 친밀감은 없다. 몇몇이 모여서 각자 이야기하는 정도.


나도 주한이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너는 공부를 어떻게 해?”


“ㄴ, 나는 그냥··· 예, 습 복습 처, 철저히···”


말더듬증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으면서도 나아지지 않는다. 하. 거참···


“그러면 문제집은 뭐 풀어? 나는 해법 위주로 푸는데.”


“무, 문제집은 안풀어.”


오, 이번에는 무난하게 말했다.


“와··· 너 혹시, 그 천재 뭐 그런거야? 대박이다. 문제집 없이 올백이 나오는구나···”


나를 너무 대단한 사람으로 보는 것 아닌가. 난 그냥··· 운좋은 녀석일 뿐인데.


“아, 아냐···”


“아 너는 좋아하는게 뭐야? 나는 영화 좋아하거든···”


그렇게 두번의 인생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 * *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번호 끝!”


방 별로 아침 점호를 마치고 수련회의 둘째날이 시작되었다.


다른 방으로 놀러갔던 애들은 새벽이 되어서 돌아왔다. 학생이라면 풍기지 말아야 할 냄새를 동반하고.


─애들아, 미안한데 창문 열고 환기 잠깐만 좀 할게.



그렇게 페브리즈를 비롯한 각종 방법을 동원해 겨우 냄새의 흔적을 지우고 나서야 아이들은 짧은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수련회에 온 나의 감상은··· 이걸 굳이 돈주고 왜 오지? 라는 생각이었다.


‘오지 말걸 그랬나?’


돈낭비였다. 지금 한푼 두푼 모아가는 재미가 생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부질없는 곳에 돈을 투입하다니.


물론 내가 낸 돈이 아니라 보육원에서 낸 돈이었지만 아까워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한번 참았으면 보육원 애들 용돈이라도 쥐어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그리고 시작되는 두번째 날의 일정.



바로 등산이었다.



“시발.”




등산, 산을 오르는 행위.

이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을 지는 모르겠다. 산을 오르고 정상에 가서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풍경을 바라보면 쾌감을 느낀다고는 하는데···


‘그걸 수련회에서 느낄 수 있겠냐고.’


강제로 시켜서 하는 등산에서는 그런 느낌이 침투할 틈도 없다. 이미 머릿속에는 ‘하기 싫다’라는 감정이 꽉꽉 채워진 상태니까.


허억─ 헉─


각 방별로 팀을 꾸려서 등산을 하라고 했지만 이미 다들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 각자의 체력이 다르고, 친한 사람들도 다르니까.


그리고 나는 주한이와 함께 산을 오르고 있었다.


“헤엑, 헥, 으헉··· 시우야, 조, 조금만 쉬었다 가자···”


빈약한 체구의 주한이는 차오르는 숨을 토해내듯 뱉어냈고, 그걸 본 나는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이거 마, 마셔.”


“와··· 고마워. 나 물 다 마셔서 없었는데···”


나는 괜찮았다.


올해 초부터 운동한 것이 효과가 나오는 것일까? 기초체력이 받쳐주니 버틸만 했다. 물도 한모금도 마시지 않고 여기, 산 중턱까지 왔으니까.


“후아, 이제 좀 살겠다··· 시우야, 너는 괜찮아보인다?”


“어, 나, 나는 평소에 운ㄷ, 동을 좀 해서···”


“운동? 무슨 운동?”


“ㄱ, 그냥 만보 걷고··· 푸쉬업이랑···”


“와··· 어쩐지 체격이 좀 커보이긴 했어.”


그런가? 사실 회귀 전 생에서 이때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워낙 괴롭힘을 심하게 받았던 탓일까.


‘머릿속의 방어기제가 그때를 떠오르게 만드는 걸 방해하니까.’


그래서 뜨문뜨문 조각난 상태로 기억할 뿐, 완벽한 상태의 기억은 없다.


아무튼 전생보다야 몸이 더 튼튼해지긴 했을 거다. 그때 이렇게 빡세게 운동해본적이 없었던 것 같으니까.


그렇게 주한이와 앉아서 선선한 산바람을 느끼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었다.


“어? 야, 물 좀 있냐···”


홀로 산길을 걸어오던 여자애 하나가 물을 요청했다. 나는 말없이 아직 3분의 2나 남은 물통을 주었다.


“와, 땡큐. 존나 힘드네···”


벌컥 벌컥─


‘다 마시라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거의 절반 가까이 비우고 나서야 그녀는 물통을 돌려줬다.


“와, 이제 살것 같네. 너 이름이 뭐야?”


“ㅅ, 시우. 한시우.”


“아, 그때 예은이가 말했던 ㄱ··· 암튼, 고맙고. 나중에 갚는다. 땡큐.”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돌아서서 산길을 올라갔다.


“김은경···? 근데 왜 혼자 다니지? 원래 주변에 사람들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애 아닌가?”


맞다, 이름이 김은경이었지. 우리반 주요 인물 3명 중 하나.


보통 주변에 자신의 친구(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자기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다)들을 주렁주렁 장식품처럼 매달고 다니는데··· 오늘은 또 혼자 다니네?


뭐, 그게 나에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니까.


“이, 이제 가자.”


“어? 아, 그럴까? 빨리 정상가서 쉬자.”


잡담은 여기까지. 그냥 빨리빨리 일정을 마치고 쉬고 싶다.




* * *




2박 3일의 수련회 일정. 그리고 그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둘째날 밤의 장기자랑 시간이다.



─와!!!


─김예은 예쁘다!!



물론 나같은 유형의 학생들에게는 그저··· 피곤한 시간.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장기자랑에 나가는 사람들 중에 친한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저기에 나가 장기자랑 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러운 노래와 환호성 소리가 들려오는 시간일 뿐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핸드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지.


‘오늘 블로그 방문자는···’


블로그는 확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일일 방문자수가 1,000명을 넘어서기 직전. 이웃수, 댓글수 모두 꾸준히 성장세였다.


‘페이스북 페이지는···’


팔로워 5만명을 돌파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었다.


‘개인 메시지로 페이지 판매나 광고 문의가 수도 없이 들어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캐시카우 그 자체. 이제 앞으로 학창시절 돈 걱정은 굳었다. 내가 걱정할 것은 성인이 된 이후 독립해서 살 기반을 마련하는 것.


‘못해도 내 소유의 집은 있어야 해···’


그게 아파트건, 빌라건, 단독 주택이건 말이다.


인간은 살면서 의, 식, 주가 필요하다. 옷과 음식이야 평범한 수준의 돈으로도 충분히 해결 가능하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


평범한 돈이 아니라 많은 돈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지금부터 돈을 모아가고 있는 것이고.


‘생각해보니까 주택 청약도 필요하겠네.’


수련회 끝나고 원장님과 함께 은행에 가서 주택 청약에 가입해야겠다. 월마다 10만원씩 꼬박꼬박 납입하다보면··· 운 좋으면 언젠가는 집을 청약받을 수 있겠지.


“뭔 생각을 그렇게 해?”


내가 그렇게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워나가고 있을 때 옆에서 주한이가 물어왔다.


“으, 응? 아니야··· 그, 그냥 수련회 끝나면··· 뭐, 할까 생각···”


그래도 주한이 앞에서는 말더듬증이 어느정도 고쳐지고는 있다. 이전보다 말더듬는 게 조금은 줄어들었어.


“무대 봐. 와··· 진짜 예쁘다···”


나름 인기 많다는 여자애들이 올라가서 최신 유행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고 있었다.


이미 닳고 닳은 20대 중반의 영혼이 들어있는 내 감상은··· 귀엽다 수준이었다. 그게 끝.


“뭐, 그렇네.”


그냥 대충 주한이의 말에 동의해줬다.




그렇게 장기자랑이 끝나고 마지막 시간이 다가왔다.



“눈을 감고 여러분의 부모님을 생각해보세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캠프 파이어 시간. 최루탄은 쏜듯 수련회장의 운동장은 눈물 바다가 되었다. 이때 만큼은 일진이던 아니던 누구나 눈물을 쏟아낸다.



물론 나 빼고.



‘부모님이 없는데···’


이거 패드립인가? 아무튼··· 그냥 그렇게 무난한 수련회의 마지막 일정이 끝났다. 그리고 밤은···



“우리 다른 방 갈게.”


역시 전날 밤처럼 끼리끼리 모여서 방을 옮겨 다니면서 논다. 물론 나와 주한이는 빼고. 친구 없으니까.


“혹시, 너희도 같이 갈래?”


물론 재호가 이렇게 물어보긴 했다만··· 갈 이유가 없으니까.


도리도리─


“아, 우린 괜찮아. 재호야.”


거부의사를 밝혔고, 재호도 그냥 한번 물어나 본 것인지 알겠다고 하며 친구들과 함께 방 밖으로 나갔다.



‘후우···’



이제 이 수련회도 끝이다.


두번의 인생 통틀어 처음으로 겪어본 수련회에 대한 소감은···


‘돈낭비네··· 다시는 안간다.’


수련회에는 다시 가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 * *




“청약 가입 완료되셨습니다.”


“감, 감사합니다.”


수련회가 끝나고 곧장 원장님께 달려가 주택 청약 가입하게 은행가자고 졸라댔고, 같이 가서 가입을 완료했다.


“허··· 주택 청약도 알아보고 참 대견하다 시우야··· 어른들이 해줘야 할 일을 너 혼자 스스로 하고 있었구나.”


“아니에요, 원장님. 앞으로 성인이 되면··· 혼자서 살아가야 하는데, 지금부터라도 제가 하나씩 혼자서 해봐야죠.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이제 남은 건 열심히 돈벌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이미지메이킹을 해서 별 탈 없이 다니는 것.


나는 내가 그리 원하던 평범함에 한걸음씩 더 다가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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