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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님의 서재입니다.

고아는 언제나 평범한 삶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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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트럼
작품등록일 :
2023.01.01 15:49
최근연재일 :
2023.02.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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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1.0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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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 첫 수련회-1

DUMMY

츄리닝이 없는데 이걸로 핑계대고 나가지 말까? 라고 하기에는 이미 교복을 입고 뛰어 댕기는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몸이 안좋아요 같은 변명들도 있었겠지만··· 그걸 입밖으로 꺼내는 게 쉬운 건 아니었다.


여전히 보육원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입이 굳어버리니까. 입학하고 반에서 자기소개할 때 말을 했던 것이 기적이었다니까?


그래서 고개를 희미하게 끄덕거리고는 운동장으로 나왔다.


‘으아··· 어떡하지?’


“시우야! 수비진영에서 공 잘 막아! 알겠지?”


다행히도 권상훈과는 다른 편. 재호가 나에게 수비수를 보라고 말했다.


“으, 응···”


멍청하게··· 말을 더듬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뭐, 나같은 사람들이 그렇지. 말 잘 안하고 조용한 성격에 친한 사람 없는 사람.


이런 단체 활동에서는 존재감 없이 수비수에 짱박혀있기 마련이다. 그나저나··· 이제 수업시간도 10분 남았으니 조금만 참으면 된다.


조금만 뛰면 되겠지···




라는 생각은 언제나 나를 배신하기 마련이다.



“야, 막아! 막아!”


“때려! 슛 해!”



정학이 풀린 권상훈은 아주 미쳐 날뛰었고, 솔직히 말해서 축구를 꽤 잘했다. 우리 팀 진영을 막 휘져으며 드리블했고, 슈팅까지.


‘정학이 풀려서 신난건가.’



그리고 몇분 지나지 않아서 나와 맞닥뜨리는 상황이 나왔다.


‘와라, 쉽진 않겠지만··· 버틴다!’


쾅─





굳게 마음가짐을 가졌던 것과는 다르게 나는 몸싸움을 견뎌내지 못하고 픽하고 쓰러졌다.


하긴 운동한 기간이 끽해봐야 두달에서 두달반 정도인데 원래 체급이 다른 애랑 몸싸움해서 견딜 수 있겠나.


내가 너무 내 운동상태에 대해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아하하··· 시우야 괜찮아?”


재호는 나에게 손을 내밀고 일으켜 세워 주었다.


“어, 응··· 괘, 괜찮아···”


“시우야, 그래도 잘 막았는데? 저기 상훈이 봐.”


몸싸움에 쓰러져나간 나는 권상훈이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보지 못했다. 재호의 손짓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아으··· 아쉬운데···”



권상훈도 나와의 몸싸움 이후에 균형을 잃고 쓰러졌던 모양.



“야, 상훈! 괜찮아?”


“재호? 어, 뭐. 괜찮아. 저새끼 몸이 꽤 딴딴한데? 야! 코너킥 준비해!”



두달반정도 운동했던 것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그냥 혼자 나가 자빠진 것일수도 있고.


“후우···”




* * *




“아··· 좀 욱신거리네. 나 보건실 갔다오니까, 쌤오면 말해줘.”


“오키.”


권상훈은 아까 축구에서 몸싸움을 하다가 다쳤다는 핑계도 있겠다 수업을 빠지기 위해 보건실에 가기로 했다.


사실, 보건실에 갔다가 다시 교실로 올 때까지는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가 보건실을 간다는 것은 수업시간을 땡땡이 치겠다는 소리. 수업시간 동안은 교셀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 돛대네··· 시발.”


보건실에 가서 대충 뿌리는 파스약으로 처치를 하고 그대로 학교 뒤쪽으로 빠져나간 그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왔어?”


“시발, 나 돛대인데 람있냐?”


“병신. 여기.”


“요새 안뚫려··· 평진상회 알바생 바뀌어가지고.”


“그 와꾸로 안뚫리면 어떡하냐?”


“뭐 개새끼야?”



탁, 탁, 치익─



뻐끔뻐끔 골목길에서 희뿌연 연기가 새어나왔다.


“근데 너 다리 조금 저는 것 같다?”


“어, 아까 축구하다가 부딪혀서.”


“어우, 너랑 부딪힌 새끼는 박살 났겠는데?”


“그, 그렇지.”



‘그새끼 뭐지···?’


생각해보니 키도 180에 근육질의 거구인 자신과 부딪히고도 평소와 다를바 없어 보이던 그녀석의 모습이 떠오르는 권상훈이었다.




* * *




아마도 오늘이 학교에서 가장 말을 많이 한 날이 아니었을까. 예상치 못한 상황의 연속에 나는 당황해서 멍청하게 보일 짓만 계속했다.


말더듬기, 어버버대기, 몸싸움에 밀려 나가 떨어지기···



‘그냥 몸 아프다는 핑계대고 나가지 말걸 그랬나···’


뭐, 다른 애들이 그렇게 신경 쓰진 않는 것 같으니 다행이긴 하지만.


보육원으로 돌아온 나는 중간고사 일정 때문에 미뤘던 4월의 재정결산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중고책 판매: 40,000원

─SNS 페이지 게임광고: 150,000원

─용돈(사무실 업무 보조 대가): 50,000원

─총 수익: 240,000원



서평단의 지원금은 첫달에만 나오는 것이니 제외. 내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팔로워가 만오천이 넘어가면서 슬슬 큰 광고주들이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꽤 이름난 게임사의 게임광고를 하면서 15만원.


거기에 중고책 판매와 용돈으로 9만원을 벌어서 24만원. 아무래도 중간고사 기간이다보니 그래도 공부는 해야겠다 싶어서 공부에 시간을 좀 투자했더니 수입이 줄긴 했다.


캐시슬라이드 추천인으로 벌어들인 포인트가 꽤 많긴 했지만 아직 2만 포인트까지 모이진 않았기에 출금할 수는 없었다. 2만 포인트 미만은 출금 수수료를 떼거든. 한 치의 손해도 보기 싫다.


“좋네.”


돈은 착실히 벌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월에 못해도 20만원 씩은 벌고 있었다.


수입을 늘리기 위해 지난번에 상품권 재테크를 생각해봤으나··· 끽해봐야 1~2%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재테크니 시드머니가 많아야 시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당장은 시도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100만원으로 굴리는 게 아닌이상··· 의미가 없지.’


카드 발급받아서 혜택받고 해지하는 카드 재테크도 있지만, 그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게 아니고. 그러면 남은 것은?



“내일은 원장님이랑 은행가서 적금 들고 와야겠네.”


바로 예적금이지. 예금은 목돈을 모아둬야 할 수 있으니··· 적금으로 해야겠다.


월마다 20만원씩 납입하는 적금을 하나 들어 놓을 예정이었다. 안그래도 요새 지역 신협에서 특판적금 모집하던데. 15개월 5.5%였나? 꽤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이렇게 5년을 더···”


이런 식으로 5년 더 하면 성인이 된다. 그 전까지는 독립하고 잘 살 수 있을만한 금액을··· 최소한 1억은 넘게 모아둬야한다.


평범하게 살고 싶으니까.




“가입 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다음날 나는 신협에 가서 특판적금 가입에 성공했다. 원장님은 흐뭇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참 대견하다, 시우야. 혼자서 그렇게 돈을 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내가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네.”


“아니에요, 원장님. 매번 사무실 일 돕는다고 용돈도 주시고··· 애초에 컴퓨터로 벌어들인 돈이니까 컴퓨터 쓰게 하신 원장님 덕분 아니겠어요?”


“하하, 그건 그런가? 아무튼··· 고맙다 시우야. 요즘 많이 밝아보인다.”


앞으로 밝아질 미래만 남았으니까. 더 밝게 살아야지.


“그나저나 수련회 가기로 했다면서? 가서 재밌게 놀다오렴.”


“네, 원장님.”



그리고 수련회가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 * *




“옷··· 결국엔 사주셨네···”


한사코 말렸지만 원장님은 ‘놀러가는데 잘 입고 가야지’라면서 나를 데리고 나가서 옷을 사입혔다.


옷가게 직원에게 이거 어때요, 저거 어때요 하면서 물어보는 바람에 내 얼굴은 홍당무처럼 벌게지기 마련이었고.


결국 가장 잘어울린다고 한 스키니 핏 청바지와 타이포가 새겨진 맨투맨을 샀다.


‘그래도 가장 덜 촌스러운 걸로 골랐어···’


어쩔 수 없이 눈이 2020년대에 머무른 탓에 지금 유행하는 옷들이 전부 촌스러워보인다.


내가 아무리 히키코모리였어도 패션 트렌드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당장 인터넷만 봐도 스타들이 어떻게 입고 다니는지, 요새 유행하는 옷이 무엇인지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다시 과거로 회귀한 지금. 내가 보는 모든 것이 좀 촌스러워 보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걸 입고···”


이제 운동장에서 버스에 타야 하는데··· 누구랑 앉지? 이것부터가 문제다.


내가 너무 즉흥적으로 수련회에 가겠다고 한 것인가··· 지금 여기 반별로 모여서 서있는 것 조차도 나에게는 너무 힘들다.


‘다들 한 껏 꾸미고 나와서··· 자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


나는 뭐··· 친구라고 할 만한 존재는 없으니까. 아마 앞자리에 담임 선생님과 앉아서 가는 것이 최선이 되지 않을까? 당연히 뒷자리는 주인이 다 있고.


“아, 안녕···”


근데 누군가가 나에게 먼저 인사를 걸어왔다.


‘심주한?’


학기 초 권상훈에게 괴롭힘 당했고, 내가 익명으로 불을 지른 탓에 그 괴롭힘에서 겨우 빠져나온 녀석.


“어, 응···”


“우리 같이 앉을래···?”


그가 나에게 먼저 동석할 것을 요청했다.




부우웅─


버스는 출발했고, 그 안은 저마다의 소리들로 시끄러웠다.


그리고 나와 주한이는···



“...”


“...”



서로 아무 말도 없이 앉아있었다.


당연하지. 서로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 둘 다 친구가 없다는 것 빼고는.


‘하긴··· 내가 도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고. 대화를 해본 적도 없으니까.’


“고마워···”


응? 뭐가? 고맙다고?

내가 사실 그 학교폭력 영상의 촬영자이자 폭로자라는 걸 알고 있는 건가?


“같이 앉아줘서··· 네가 없었다면 혼자 담임쌤 옆에 앉았을 게 뻔한데···”


동질감이 느껴진다.


너도 나와 그리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았겠구나.


“아, 아냐··· 나, 나도 같이 앉을, 사람 없었어.”


말 더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계속 말을 더듬게 된다. 너무 멍청해 보이잖아···


이 대인기피증에 가까운 현상이 과연 언제 고쳐지게 될까. 얼굴에 흉터마저 서서히 아물며 사라지고 있는 와중에 이건 회귀해서도 고쳐지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아, 근데 너 공부 엄청 잘하더라. 비결이 뭐야? 우리 같이 공부할래? 나 그래도··· 반에서는 5등이거든···”


주한이도 공부를 꽤 하는 편이었구나.


음···


‘좋다.’


좋지. 혼자서 학교생활을 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다가오는 사람을 내칠 필요는 없다. 게다가 공부도 꽤 하는 사람이라고?


‘공부잘하는 조용한 외톨이’에서 ‘범생이들끼리 노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


그리고 권상훈의 괴롭힘이 지난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이후로 거의 사라졌으니 (틱틱대면서 시비를 걸긴 하지만 이전과 같은 괴롭힘은 없었다) 그와 어울리는게 나에게 흠이 되진 않을 것이다.


···


‘내가 뭐라고 사람을 가까이 하는데 득실판단을 하고 있지?’


내가 뭐라도 된 것 마냥 사람을 사귀는데 이해관계와 득실을 따지고 있었다.


그게 중요한가? 중요한 건 그동안 보육원 사람들 빼고는 인간관계가 없던 나에게 먼저 다가와줬다는 건데?


‘비열한 놈···’


나는 비열하고 나쁜 놈이다.



“어, ㅅ, 시험기간에 같이··· 공ㅂ, 부하자.”


“와, 정말! 좋아··· 나중에 우리 집에 놀러와서 같이 수행평가도 하자!”



그렇게 나는 최초로 ‘친구’라는 존재를 곁에 두게 되었다.




* * *




“몰랐어? 우리 같은 방이야.”


몰랐다.


아니,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가본적이 있어야지. 이게 미리 나오는 구나··· 방 편성이.


시험이 끝난 후로 미래 설계에 여념이 없던 나는 학교에서 나눠주는 공지 같은 것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방 편성이 나왔는지도 몰랐다고.


다행히도 주한이는 나와 같은 방. 우리 방에는 총 여섯명이 편성되었다.


나, 심주한, 이재호, 김성환, 이태희, 최지호.



“각 방별로 모입니다 실시!”


수련회 교관의 말과 함께 내 인생 첫 수련회가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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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8. 휘슬블로어-4 +4 23.01.24 4,543 142 12쪽
23 8. 휘슬블로어-3 23.01.23 4,612 136 11쪽
22 8. 휘슬블로어-2 +1 23.01.22 4,884 133 11쪽
21 8. 휘슬블로어-1 +6 23.01.21 5,032 1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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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6. 새로운 학기-2 +4 23.01.17 5,300 144 12쪽
16 6. 새로운 학기-1 +7 23.01.16 5,473 137 11쪽
15 5. 즐거운 여름방학-2 +6 23.01.15 5,631 146 12쪽
14 5. 즐거운 여름방학-1 +3 23.01.14 5,739 135 12쪽
13 4. 돈받고 학교 다니기-4 +4 23.01.13 5,787 143 11쪽
12 4. 돈받고 학교 다니기-3 +2 23.01.12 5,836 128 12쪽
11 4. 돈받고 학교 다니기-2 +2 23.01.11 5,975 135 11쪽
10 4. 돈받고 학교 다니기-1 +4 23.01.10 6,209 14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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