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평범한오리 님의 서재입니다.

필마단기(匹馬單騎)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무협

평범한오리
작품등록일 :
2013.06.22 01:4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2,770
추천수 :
442
글자수 :
65,173

작성
13.07.15 23:15
조회
1,488
추천
17
글자
12쪽

순수견양(順手牽羊)(5)

DUMMY

그렇게 이곳으로 온 뒤 지금까지 받은 여러 감정들을 정리하고 있길 잠시, 곧 정신을 차리며 주위 인부들에게 하던 일마저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청현님."


"예? 저 부르셨습니까?"


그 인파들의 분주한 몸놀림을 보고 있던 난 갑자기 뒤쪽에서 생긴 인기척에 살짝 놀라 의문사를 뱉었으나, 곧 날 부른 장본인, 위강의 부름에 답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말씀드릴게 있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뜬금없이 이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인가. 혹시 병력손실을 말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는 아닐 텐데? 비록 첫 번째 전투에서 피해가 없진 않았지만 저런 말을 할 정도로 병력 손실이 큰 건 아니었고, 두 번째 전투에선 피해가 제로. 그저 위협용으로 병력을 배치 시켰을 뿐이지 우린 교전이 한 번도 없었다. 사상자가 전무했다. 그런데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무언가 일이 터졌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얼굴에 수심을 내리 깔고 질문해 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설마 양희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까? 아직 그가 떠난 지 얼마 되진 않은 것 같은데?"


"그게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려고 하는 건, 항병이 너무 적다는 것입니다. 이 성에 주둔하던 병사의 7, 8할이 사망입니다."


"예? 아…… 그러고 보니…… 제 실수였군요. 맞죠?"


"…… 예. 아무래도…… 아니, 저희 실수입니다."


"……."


으으. 젠장, 젠장! 나름 열심히 짠 계략에 오류가 발생했다! 폭정에 성난 민중들을 며칠 정도 굶기면 진의 병사들을 향해 벌떼처럼 돌격할 것이라 믿었다. 저번에 설명한 것처럼 매실을 향해, 그걸 지키는 자들을 향해. 근데 그게 처음에 생각해 두었던 계획과 충돌했다. 바로 항병 최대한 늘리기. 배고픈 사자나 다름없는 민중들이 너무 과격하게 돌진하다 보니 진의 병사들이 얼마 항복하지도 못 한 채 검에, 대부에, 피에, 모에 찢겨나갔다. 한마디로 전쟁 유경험자인 베테랑 병사들을 얼마 얻지 못 했다는 것, 뼈아픈 실책이다.


더군다나 항병이 많았다면 치안유지에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 좋게 대우해 준다면 이 일대에 우리 군에 대한 소문들이 쫙 퍼질 테니까. 악평이 아닌 호평만이 말이야. 그렇다면 민심 장악에 요긴하게 쓰였을 텐데, 전투에도 꼭 필요한 존재들이었는데! 내 실수로 그들 대부분, 그것도 7, 80 프로나 되는 인원을 죽여 버렸다! 과연 3명이 호평을 한다 해도 나머지 7명이 악평을 하면 이 성의 민중들은 누구의 말을 믿을까? 말 안 해도 뻔하지. 7명이다. 차라리 반이라도 살렸다면 그나마 괜찮은데 으으…….


"아직 안 좋은 소식이 하나 남았는데, 들어 보시겠습니까……?"


"…… 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무기고에 남아 있는 병장기가 너무 적습니다. 비상시 쓰기 위한 예비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양입니다만, 저희가 쓰기엔 턱 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하아…… 참담하군. 병장기가 없다는 건 아예 생산 자체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 그렇게 된다면 이곳에 남아 있는 대장간이 얼마나 될지도 미지수, 대장장이들도 사람인데 뭔갈 만들더라도 팔리지가 않으면 아무런 쓸모 짝도 없지 않은가. 다른 도시로 이주 했거나 직종을 바꿨을 수도 있다. 그런데 사람이 없어짐과 동시에 이용가치가 사라진 대장간 그 자체를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다면 그건 더 큰 문제, 대장장이는 구하면 되지만 대장간이 없다면 다시 짓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래도 설마 그렇겠어? 내가 과대망상을 하는 것뿐일 거야.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좋은 점은 없습니까?"


난 혹시라도 놓친 이 도시만의 장점이 있는지가 궁금해져 툭 던지듯 말했다. 솔직히 기대는 별로 안 했다.


"음…… 이 도시가 방어하기 좋은 구조라는 것과 식량이 풍부한 것, 음 또……."


"그만, 더 들어봤자 필요한 말은 나오기 힘들겠네요."


결론은 전체적으로 힘들다는 거군. 일단 천천히 진정하고…… 생각을 가다듬어 보자. 병장기는 대충 대장간이 필요 없을 정도의 간단한 무기를 사용하고, 민심 문제는…… 쯧. 마땅한 게 안 떠오르네. 이 도시에 식량은 풍부하니 그걸 사람들에게 나눠줘 볼까? 큰 효과는 볼 수 없을지 몰라도 세금 좀 낮추고 몇 번 반복해서 풀다보면 조금씩 나아지긴 할 테니 말이야.


"우선은 민심장악이 첫 번째 해결 과제니까, 이 도시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식량을 조금씩 나눠 주세요. 특히 빈민이나 저희가 죽여 버린 병사들의 일가족에겐 더 많이 나눠주고요. 그들이 더 많은 양을 원하면 원하는 만큼 더 많이 주셔야 합니다. 아, 그리고 순찰은 자주자주 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가 믿음직한 자들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해요. 제 말, 아시겠죠?"


"예. 지금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그럼 난……."


도시 발전을 위한 방책이나 마련해 볼까. 현상유지가 아닌 발전을 위해.


'응? 잠깐? 현상유지?'


그러고 보니 꼭 내정을 하고 도시를 발전시킬 필요는 없었잖아? 성 하나를 다스리려면 내정을 해야 한단 내 선입견이 있었을 뿐이지. 내 생각이 짧았구만 그래. 내가 알고 있는 게 모두 답은 아니듯 이것도 마찬가지, 꼭 발전을 시킬 필요는 없었다. 퇴보만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었다. 어차피 우리가 파괴한 건물은 몇 없을 터, 그 건물들만 좀 수리하고 필수적인 몇 가지 일만 하면 현상유지의 단계는 끝, 그 다음인 진보는 선택이다. 앞서 말했듯이 내가 알고 있는 게 꼭 답은 아닌데도 단지 미래에서 왔단 우월감에서 온 자만심, 그것이 이런 간단한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어차피 이 성의 내부는 치안이 좀 불안정 했지 거주지라던가 상업, 농업, 공업용 건물등 있을 건 다 있었는데도 말이다. 현상유지라고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그러면 돈 들어갈 만한 부분은 별로 없고, 그에 따라 정치에 특화된 인재도 필요가 없다. 단기적으로 보자면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지 참. 나도 뭔갈 좀 해야 하는데?'






"여긴가? 겨우 찾았네."


내 발길이 멈춘 곳은 어느 평범한 대장간의 입구, 이거 찾는다고 이리저리 헤매다가 겨우 찾은 것이었다. 아무리 살기가 막막해도 대장간 한두 개 쯤은 남아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여기서 2, 3일을 지냈다곤 하지만 아직도 길이 익숙지가 않았다. 저번에 그 언덕을 발견한건 그저 우연이었을 뿐 일부러 찾아다니진 않았었지. 덕분에 밖을 나돌아 다닐 일도 별로 없었고 말이야. 이 대장간 찾는다고 얼마나 돌아 다녔는지 원.


'자, 잠깐?! 돌아갈 땐 어떻게 하지?'


순간적으로 든 생각에 뒤를 돌아봤지만, 이놈의 머리는 이럴 때만 꼭 날 절망에 빠지게 했다. 저기 일직선으로 뻗은 길로 왔다는 것만 기억날 뿐, 오른쪽으로 왔는지 왼쪽으로 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도시 구조를 보면 민가를 피해서 가도를 이어 놓았는데 그게 마치 미로처럼 돼 있어서…… 대략 망했다고 보면 되겠지.


'아 몰라! 대충 찾으러 와 주겠지 뭐. 아니면 여기 주인한테 물어보면 될 테고. 뭐가 걱정이야?'


"흐읍~! 계십니……! 쿨럭! 크어억! 이게 뭐야! 으어억!"


당당하게 대장간 안으로 진입한 난 숨을 크게 들이마셔 목청을 돋우려 했으나 뿌연 수증기로 인해 실패했다. 순식간에 폐로 스며들어 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내 목을 가득 메워 기침을 토하게 만들었고, 하얗게 가려진 시야는 날 당황하게 만들어 결국 그곳을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헉, 헉……! 주, 죽을 뻔했다……."


지금 내 자세는 뭐랄까…… OTL자세라고 하면 이해가 되겠지? 그냥 땅바닥에 엎어져 있다.


"누구시길레 이런 외진 곳에서 그 난리를 피우시오? 볼일이라도 있소이까?"


그 순간 대장간에서 걸어 나온 사내 한 명, 그는 아무래도 대장장이인 듯 얇은 옷차림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고 무엇보다도 대장장이의 전형적 상징인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피운 소란에 의문을 느껴 밖으로 나와 본 것이리라.


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들고 온 물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건 파(杷)가 아니오?"


"아, 이게 파라고 불리나 보군요. 이걸 좀 맡겨 보려고 왔습니다."


파(杷),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이걸 본 적 정도는 있다. 고대 사회의 농가의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 자주 나오는 농기구, 한국어로는 쇠스랑이라고 불리는 농기구. 왜 논밭의 땅을 고를 때 쓰는 것 있지 않은가. 긴 장대 끝 부분에 구부러진 날 부분이 세 개인 것. 대부분 알고 있겠지?


"겉보기엔 문제가 없어 보이네만? 수리할게 없어 보이는군."


"수리가 아닌 개량을 좀 해 보려고 합니다. 무기로 말이지요."


"이걸 무기로? 아, 그럼 당신이 그 반란군의 일원이겠구려. 이걸 사냥에 이용하는 사람은 적을 테니 말이오. 무기로 쓴다는 것은 전투에 이용한다는 것이겠지."


"바로 보셨습니다. 뭐 그리 중요한건 아니니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이 뾰족한 날을 6개 정도로 늘려 주십시오. 기왕이면 폭을 좀 넓혀 주셨으면 좋겠고요."


가로로 폭을 좀 더 넓힌다면 방어에 유리할 테고 날을 몇 개 정도만 더 늘린다면 공격, 무게 면에서 나름 큰 효율을 보이겠지. 게다가 우리군 병사의 대부분은 일반 농민들, 이런 농기구를 개량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일반적인 병장기보다 더 잘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생전 처음 잡아보는 무기를 들고 싸우게 하는 것보단 이런 익숙한 무기를 들리는 게 차라리 낫겠지. 더불어 지금 제대로 된 병장기를 만들 여유도 없고 말이야.


"그렇게 한다면 무기로는 쓸 수 있겠구먼. 알겠네. 최대한 빨리 해 보도록 하지."


"그럼 저야 감사합니다만, 좀 있다 또 오겠습니다. 아직 일이 덜 끝나서 말이지요. 그때까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하핫, 이 손님 참 맘에 드는구만. 안 그래도 요즘 농기구만 팔리고 병장기 제작 주문이 없어서 적자였는데, 이젠 좀 이익이 나겠어. 하하핫."


눈앞의 대장장이는 기분이 좋은지 호탕하게 웃으며 내 등을 팡팡 두드려 대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프긴 하지만 뭐 어쩌랴. 그와 조금이라도 더 친해져야 나중에 뭔가를 덤으로 받거나 아님 가격을 싸게 해 주던가 하지. 참으면 복이 오리라.


"하, 하핫. 그럼 좀 있다 다시 오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그의 힘은 매우 강했기에 난 이 한마디만을 남기고 발 닿는 대로 달렸다. 무슨 손에 돌을 박았는지 몽둥이로 등을 얻어맞는 느낌이…… 으윽, 아직도 아프네. 대장장이라는 직종이 힘 쓸 일이 많긴 해도 저 정도 일 줄은 몰랐다. 오늘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론 주의 깊게 대해야 겠어. 이러다간 내 등이 먼저 부서지겠다고.


그렇게 혼자서 넋두리를 늘어놓길 몇 분,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다시 오겠단 말을 했던 게 떠올라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어쩌자고 그런 뒷감당 안 될 말을 했지.


'등판에 나무판자라도 집어넣고 가야하나…….'


겨우 사람 한 명 만나는 게 두려워서 이런 생각까지 하는 내 스스로가 참 불쌍해 보였다. 아니, 찌질 해 보였다.


작가의말

좀 늦게 올리는 군요. 다음편엔 소제목인 순수견양의 뜻을 넣어 보겠습니다. 이미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요.


(쇠스랑이 어떻게 생겼는진 제 서재에 오시면 볼 수 있어요! 딱 보면 아~ 저거 였구나 하실 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99 베푸는맘
    작성일
    13.07.16 09:14
    No. 1

    즐감~~!!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07.16 14:11
    No. 2

    추천 꾹~~기둘기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정주(丁柱)
    작성일
    13.07.17 23:29
    No. 3

    댓글 별로 안달고, 선작하고 추천만 꾺꾹꾺꾺꾹..
    ...
    그냥 추천만 할게요 추천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벤뎅이
    작성일
    13.08.31 02:44
    No. 4

    개학해서 바쁜가요?
    글 보러 왔는데 연중이네요. 리메하신다는거군요.(¡_¡)
    큰 작가 되실 분~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공부도 체력도 중요하고요, 글 쓰기도 중요하잖아요?? 세 마리 토끼 다 잡을 우리 평범오리님, 말없이응원합니당ㅠ.ㅠ

    찬성: 0 | 반대: 0 삭제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필마단기(匹馬單騎)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하지만 리메이크 하겠습니다. +5 13.07.24 814 0 -
» 순수견양(順手牽羊)(5) +4 13.07.15 1,489 17 12쪽
14 순수견양(順手牽羊)(4) +8 13.07.11 1,261 19 12쪽
13 순수견양(順手牽羊)(3) +6 13.06.30 1,261 17 12쪽
12 순수견양(順手牽羊)(2) 13.06.29 1,400 35 9쪽
11 순수견양(順手牽羊) 13.06.29 1,596 23 11쪽
10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4) +1 13.06.28 1,411 58 8쪽
9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3) 13.06.27 1,008 24 10쪽
8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2) +6 13.06.25 1,751 22 9쪽
7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13.06.25 1,852 22 11쪽
6 잠입(3) 13.06.24 1,332 34 11쪽
5 잠입(2) 13.06.24 1,153 10 7쪽
4 잠입 13.06.23 1,409 40 7쪽
3 진승과 오광 +7 13.06.22 2,088 73 11쪽
2 프롤로그(2) 13.06.22 1,379 20 6쪽
1 프롤로그 +6 13.06.22 1,779 2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