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평범한오리 님의 서재입니다.

필마단기(匹馬單騎)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무협

평범한오리
작품등록일 :
2013.06.22 01:4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2,772
추천수 :
442
글자수 :
65,173

작성
13.06.22 01:47
조회
1,779
추천
28
글자
8쪽

프롤로그

DUMMY

"으으으……."


시작부터 좀, 아니 많이 뜬금없지만 나의 과거를 돌이켜 보자. 그래야 나의 처지가 이해가 갈 것이다. 난 그저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던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다. 별 탈 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남들과 다를 것 없는 대학생활을 지낸 후 가정을 꾸려 행복하게 살기를 원했던 나. 하지만 그 꿈은 깨져버렸다.


내가 운동 겸 바람을 쐬러 혼자 등산을 했을 때 그 절벽만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그곳의 경치에 빠져 사진으로 남기자는 생각만 하지 않았더라면, 그럼 그 까마득한 절벽 아래로 떨어져 죽진 않았을 것이다. 이게 대략적인 나의 과거인데, 요약하자면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난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난 내가 추락한 그 절벽 아래에서 다친 곳 하나 없이 멀쩡히 살아있는 것,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저 절벽은 과장 좀 포함해서 족히 몇 백 미터는 될 법한 높이다. 그럼에도 살아있는게 이상한 것이고, 몸이 멀쩡하다는 건 아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으, 음?"


난 혹시나 내 몸에 이상이 없는지 다시 확인할 요량으로 몸을 일으켰고 순간 놀란 나머지 의문사를 내 뱉었다. 상처 하나 없는 내 몸에 놀라고, 옆에 가지런히 놓여진 창(槍) 하나에 두 번 놀랐다. 잘 살펴보니 날이 예리하게 서 있는 게 얼마 전쯤에 날을 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지? 난 이런 거 가지고 온 적 없는데?'


"흐으읍!"


난 창을 들어보았는데 이상하리만치 너무 쉽게 들렸다. 기합을 넣은 내가 다 민망할 정도다. 창이란 게 이렇게 가벼운가? 난 의문을 느끼며 내 팔을 바라보았을 때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근육이 약간씩 보였다.


'이거 꿈인가?'


꿈이 아니라면 천국이겠지? 난 분명 죽었어야 정상이고 이 근육과 창은 없는 게 정상이니까. 현실의 난 몸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탄탄한 몸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몸이었다. 이렇게 근육이 보일 정도의 몸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몸이 마초남의 우락부락한 그런 이미지는 아니었다. 잔 근육이라고 해야 하나? 그게 조금씩 보일 정도였다. 내가 잡념에 빠져 있을 때, 저 멀리서 먼지가 일었다. 그런데 사람 몇 명이 오는 것이라 하기에는 먼지가 이는 양이 너무 많았다.


의문을 느낀 난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흙먼지를 지켜보았고 곧 흐릿하게 형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먼지 때문에 잘은 안 보이지만 사람의 인영이 수십에서 수백정도. 매우 많은 숫자였다.


'무슨 사람이 저렇게 많아?'


난 사람의 인원수에 호기심이 들면서도 불안함을 느껴 옆에 있는 작은 숲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리고 얼마 후, 내가 있던 곳까지 도착한 사람들은 족히 수백 명은 되어 보였는데 하나같이 복장이 특이했다.


사극에서나 보던 농민들, 그 자체였다.


"여보게 진승(陳勝)! 어디로 갈 생각인가?!"


"어디로 가긴! 우리의 고향인 초(楚)땅으로 갈 것이네! 진성(陳城)에서 시작하는 걸세! 그리고 우리 힘으로 진(秦)을 무너뜨리는 거지! 그러니 오광(吳廣)자네도 잔말 말고 빨리 따라 오기나 하게!"


그 농민들의 무리 중 우두머리쯤으로 보이는 자 두 명이 대화를 나눴다. 대화 내용상 그들의 이름은 진승과 오광인 듯 했다.


'진승……? 오광……? 진? 초? 진성?'


"어, 어?"


잠깐?! 저 단어들 서로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 내가 아는 인물 중 진승과 오광, 그들은 초나라 땅에서 자란 이들이었고 통일진나라 때 진에 항거 해 초나라의 수도였던 진성에서 반란을 일으키는 자 들이다.


그래도…… 물론 동명이인이겠지? 지금은 21세기잖아? 동명이인 일거야. 그래, 내가 떠올린 것들은 그저 역사적 사실일 뿐이라고. 설마 내가 죽어서 과거로 돌아 와 환생한 그런 스토리는 아닐 거 아……냐.


이런 젠장. 맞으면 어떡하지? 절벽에서 떨어졌는데도 멀쩡한 나, 탄탄해진 내 몸, 내 옆에 있던 날카로운 창 하나, 그리고 진승과 오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 들, 그리고 수백 명의 농민무리. 이 모든것들이 날 불안하게 만들었다.


'에, 에이. 아닐 거야. 그냥 드라마 촬영 중이겠지? TV에서 한 번 씩 이런거 방영하는거 봤었잖아?'


나는 스스로를 다독였으나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더 멀리 떨어져 상황을 지켜보려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조심조심하며 뒷걸음질 쳤는데도 툭 튀어나온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그에 따라 약간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났고 저들도 그 소리를 들은 듯 내가 있는 쪽을 노려 보았다.


"누구냐!"


진승과 오광이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내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으으으... 젠장! 오지게 무섭네! 드라마가 아니다, 저런 흉악한 얼굴을 가진 배우는 본 적도 없고 저렇게 거칠게 행동하는 배우는 더더욱 없다! 이건 그냥 현실이다!


'아 몰라! 이젠 이판사판이다!'


난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진승과 오광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접근하자 내 옆에서 섬뜩한 쇳소리와 함께 햇빛에 번뜩이는 검이 내 목에 닿았다.


"더 이상 움직이면 죽인다."


검을 든 사내는 농민들 중 한명이었다. 농민이 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 어디선가 구한 검을 실력이 있는 이 농민에게 준 것이리라. 난 속으로는 덜덜 떨면서도 겉으로는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왜 이러십니까? 전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반가워서 이러는 겁니다만?"


나의 말에 반응한 건 검을 든 사내가 아닌 진승이었다.


"오랜만에 본 사람이라니, 무슨 소리지?"


"말 그대로입니다. 오랜만에 사람을 만난 겁니다. 전 노역으로 징발 되었다가 기한 안에 도착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되어서 이곳에 숨어살고 있죠."


이들이 정말로 그 진승과 오광이라면 지금은 진시황이 세운 진나라가 천하를 다스리는 시기. 이때는 정해진 기한 안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 하면 죽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참수형이다.


응? 내가 이 말을 왜 하냐고? 그건 바로 진승과 오광, 이들이 반란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가 여기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기한내로 목적지에 도달을 하지 못 하는 상황이 되자 반란을 일으켰다. 그러니 나의 말에 아주 조금은 경계를 풀 것이다.


왜 이런 고사성어도 있지 않은가. 동병상련(同病相憐). 같은 처지의 사람들끼리는 서로 불쌍히 여긴다. 아마 이들은 나에게 약간의 동질감을 느낄 것이다. 같은 도망자라는 신분을 가진 자로서.


오광은 나의 말에 깜짝 놀라며 곧 나에게 대꾸했다.


"자네 미쳤나? 그런 말은 함부로 입밖에 내는게 아닐세! 우리가 진의 병사에게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쉽게 하는가?!"


오광은 자신의 주위에 있는 농민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 기억엔 이들이 이끌던 농민들의 수가 900명이었었지. 이 주위를 가득 메울 만한 숫자다.


"그럴 일은 없습니다. 당신들도 노역에서 도망치지 않았습니까? 그게 아니라면 이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저 멀리 북쪽이 아닌 이 남쪽으로 이동할리가 없죠. 한낱 노역에 징발 된 자가 말입니다. 아! 이분들과 함께 진에 대해 반역을 하신다면 가능은 하겠군요. 그런데, 만약 이 두 가지 중 한 가지만 해당 되도 절 밀고하지 못 할 텐데 제가 뭘 걱정하겠습니까?"


난 아직 목에 닿아 있는 칼을 슬쩍 밀어내며 말했다. 다행히 그들은 나의 말에 얼굴이 창백해 져서는 벙어리 마냥 멍하니 서 있었다. 자신들의 정보, 계획을 내가 훤히 꿰고 있으니 엄청 놀란 거겠지.


그건 그렇고 살 떨려 죽는 줄 알았네. 목에 칼 한 자루가 떡하니 있는 상태에서 나의 생각을 모두 말하기란 쉽지 않다. 나도 어떤 깡으로 이런 짓을 했는 진 모르겠다. 사람은 극한의 상황에서 힘을 발휘한다더니 지금이 딱 그 꼴이네.


작가의말

잘 부탁 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필마단기(匹馬單騎)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하지만 리메이크 하겠습니다. +5 13.07.24 814 0 -
15 순수견양(順手牽羊)(5) +4 13.07.15 1,489 17 12쪽
14 순수견양(順手牽羊)(4) +8 13.07.11 1,261 19 12쪽
13 순수견양(順手牽羊)(3) +6 13.06.30 1,261 17 12쪽
12 순수견양(順手牽羊)(2) 13.06.29 1,400 35 9쪽
11 순수견양(順手牽羊) 13.06.29 1,596 23 11쪽
10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4) +1 13.06.28 1,411 58 8쪽
9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3) 13.06.27 1,008 24 10쪽
8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2) +6 13.06.25 1,751 22 9쪽
7 왕후장상 영유종호(王侯將相寧有種乎) 13.06.25 1,852 22 11쪽
6 잠입(3) 13.06.24 1,332 34 11쪽
5 잠입(2) 13.06.24 1,154 10 7쪽
4 잠입 13.06.23 1,409 40 7쪽
3 진승과 오광 +7 13.06.22 2,088 73 11쪽
2 프롤로그(2) 13.06.22 1,379 20 6쪽
» 프롤로그 +6 13.06.22 1,780 28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