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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오리 님의 서재입니다.

필마단기(匹馬單騎)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무협

평범한오리
작품등록일 :
2013.06.22 01:41
최근연재일 :
2013.07.15 23:15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22,771
추천수 :
442
글자수 :
65,173

작성
13.06.24 01:18
조회
1,153
추천
10
글자
7쪽

잠입(2)

DUMMY

"허어…… 이렇게 많이는 필요 없는데……."


저녁이 되어 잠에서 깬 날 반기는 것은 거짓말 좀 보태서 내 키만 한 높이의 장작더미들이었다. 얼마나 많이 벴으면 이 만큼이나 쌓이냐. 참…… 존경스러운 작자들일세. 전기톱 쓰는 것 보다 이 양반들 쓰는 게 더 낫겠는데 그래. 옆에서 조금만 부추기면 숲 하나가 사라지겠구만? 난 열심히 모닥불을 지피고 있는 그들을 보며 말했다.


"누가 이겼습니까?"


"접니다."


"당연히 저 아니겠습니까?"


위무, 위강의 순으로 말을 꺼냈다. 그리곤 자기들끼리 다투기 시작했다. 어차피 쌍둥이라서 형이고 뭐고 할 것도 없는데 그 놈의 형자리가 뭔지 항상 저 둘을 으르렁 거리게 만든다. 그냥 자존심 싸움이지. 겉모습은 멀쩡한데 저런 모습을 보면 애들이나 다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원. 난 한숨을 푹 쉬고 난 후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저거 말려봤자 듣지도 않을 텐데 뭐 하러 계속 거기 있어. 시끄럽기만 할 텐데 그냥 피하는 게 낫지.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라고? 아, 이게 아닌가?


잠시 후, 숲속의 안쪽으로 들어 온 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조용한 숲 속의 밤길을 혼자 걸으니 가슴이 평온해 지면서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과연 지금 내가 보는 것들이 현실인가, 아니면 꿈인가 하는 그런 것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 봤자 답은 나오지 않기에 그냥 현실을 받아들였다. 꿈이어도 상관없고 현실이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찌 보면 여기가 한국보단 좋지 않을까?'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던 나다. 거의 모든 수업시간이 졸렸지만 그렇지 않았던 과목 하나가 바로 역사였다. 굳이 이해가 쉽도록 설명하자면 학교의 모든 수업시간이 역사 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만큼 난 역사를 좋아했다. 그런 내가 역사인식이 미흡한 한국에서 살았을 땐 차라리 과거에 태어났으면 어땠을까 하는 망상도 몇 번 했었다. 사람은 상상만큼은 자유라지 않던가.


하지만 내가 역사를 좋아한다 해도 이 한국의 역사인식 문제는 쉽사리 해결될 거라 믿지 않았다. 한국 사회는 영어가 가장 중요하지, 다른 과목은 다 못 해도 영어만 잘하면 장땡이다. 그런데 역사는 오죽 하겠는가. 그래서 난 한국이 싫었다.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미친 영향이 이거다. 과거로 회귀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망상. 그렇지만 그 생각 다음엔 항상 기분이 우울해진다. 내가 이런 생각을 백 날 해 봤자 실제로는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 꿈이 아닌 현실로 기회가 생긴 거다. 아니, 꿈이어도 상관없다. 그냥 내가 만족할 수 있으면 된다. 역사 속 영웅들을 만나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함께 전장을 누비는 것,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본 장면 아닌가.


난 느긋하게 새벽의 숲속을 걷다가 어둠속에서도 눈에 띌 정도로 큰 고목에 기대어 앉았다.


"후우~ 얼마 만에 마셔보는 맑은 공기냐……."


물론 죽기 직전에 오른 산에서도 맑은 공기를 마셔보긴 했다. 하지만 이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지금은 기원전 3세기가 아니던가. 환경을 오염시킬 만한 것들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되는 것이다.


잠시 후, 평안해진 나의 가슴을 차갑게 물들이는 새벽공기와 조용한 정적 속에 울리는 동물들의 울음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뤄 나를 행복에 젖게 했다.


"평생 여기서 살고 싶다……."


세상이 이렇게 조용하고 평온하면 얼마나 좋을까. 21세기 현대 사회를 살아 갈 때는 전혀 느껴보지 못 한 기분이 날 안타깝게 했다. 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유지되면 좋을 텐데 이제 더 바라긴 힘들겠지.


진승과 오광이 봉기에 성공하면 그에 호응해 전국적으로 반란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관군에 의해 무참히 죽을 테고, 반란이 진압된다 해도 또 다시 초한쟁패가 시작되 피바람이 불 테니까.






차갑지만 촉촉한 새벽공기는 나에게 안정된 마음과 함께 씁쓸한 마음을 함께 선물해 주었다. 미래를 알고 있으면 좋지 않다는건 이럴 때 쓰면 딱 좋은 것이겠지. 그래도 나쁘진 않은 게 몸과 마음 모두가 홀가분해졌다. 이곳으로 온 뒤 너무 급박하게 돌아간 상황에 어딘가 불안했던 마음이 안정 된다는 게 어찌나 좋던지. 새벽은 사람의 감성이 풍부해지는 시간이라던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읏차."


난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었고,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각오를 다졌다.


"가 볼까."


이제 남은 것은 성에 무사히 잠입하는 것 뿐. 계획은 다 짜 놨다. 아직 저들에게 알려주지 않았을 뿐이다.


어제 내가 낮잠을 잤던 곳으로 가 보니 위강과 위무는 아직도 퍼질러져 자고 있었다. 장작불이 꺼져 있는 걸로 봐선 불침번 정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잤거나, 아니면 둘 중 하나가 불침번이 되었는데 귀찮아서 신경 안 쓰고 잠을 잔 것이겠지. 저러면 입 돌아 갈텐데.


'하긴…… 입이 돌아가든 눈이 돌아가든 신경 안 쓸 인간들이긴 하지.'


"뭐…… 깰 때까지 기다려야 겠지? 아직은 새벽시간이니까."


그동안 뭐하고 있지? 할 게 없는데…… 음……


"아! 내 무기 어딨지?"


나의 무기, 즉 피를 찾아 주위를 한 바퀴 돌았더니 내가 어제 낮잠을 잔 그 자리에서 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차피 언젠간 사용해 봐야 할 물건, 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지금처럼 시간 남을 때 휘둘러 봐야지. 이 난세에서는 필수품인데 나중에 가서 무작정 휘두르기 보단 몇 번 이라도 더 써 봐야 익숙해 지지 않겠어?


붕- 부웅-


"나름 괜찮은데?"


영화에서 몇 번 봤던 대로 창을 쥐는 자세 그대로 피를 쥐고 허공에 그었더니 느낌이 괜찮다. 이곳으로 올 때 왠진 모르지만 탄탄해진 몸이 수련을 쉽게 할 수 있도록 날 도운 것이다. 그렇게 여러 번 피를 휘두르자 나의 몸에선 슬슬 열이 나고 땀도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운동은 땀이 날 때 계속 해야 효과가 있는 법이지!'


난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새삼 떠올리며 다시 피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20여 분 가량이 지나자 온 몸 곳곳에서 땀이 나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온 몸이 전율할 정도의 상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거…….무기에 이름이라도 지어야 하나? 계속 피라고 부르긴 좀 그런데……. 혈흔이 낭자하다 할 때의 혈(血)이랑 헷갈릴 수도 있잖아."


피라는 이름은 좀 어감이 이상하긴 하다. 뭔가 이름을 지어야 그나마 덜 어색할 것 같은데 짓기가 힘들다. 작명은 해 본 적도 없는 내가 작명을 하긴 좀 무리인가.


"음…… 마땅한 게 안 떠올라…… 천공……? 천공으로 할까……?"


문득 떠오른 천공이란 이름. 딱히 이상하진 않은 듯 하니 그냥 이걸로 하면 될 것 같다. 절대 내가 귀찮아서 그런게 아니라고. 오해하지 말도록!


내가 혼자 잘 놀고(?) 있을 때 쯤 위강과 위무는 잠에서 깨 비몽사몽한 정신을 깨우고 있었다.


작가의말

다음 편 부터는 본격적인 스토리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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