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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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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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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9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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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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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글자
8쪽

권왕전생 - 23

DUMMY

원래 고대의 유적은 대부분 지형이 복잡하기 마련이라 이미 탐사되었다 해도 놓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하탄 산맥의 유적 역시 마찬가지여서, 토드 일행이 미처 놓쳤던 지하의 ‘진짜’ 유물들을 챙겨 꽤 큰돈을 만졌던 기억이 났다.

“나온 거 다 팔아서 거의 금화 이천 닢 넘게 벌었으니 꽤 짭짤한 유적이었지. 후후후.”

그래서 레펜하르트는 일부러 이쪽으로 행로를 잡았다.

하산 시기가 늦어져 이미 토드 일행이 유적을 털었다 해도 별 문제는 없었다. 어차피 지하 쪽 유적은 미탐사 되었을 테니까. 그게 아니더라도 다른 유적 찾아가면 그만이다. 차탄 공국으로 가는 길목엔 레펜하르트의 기억 속에만 미발굴 된 고가의(?) 유적이 네 개나 더 있었다. 시기가 안 맞았다 해도 돈 버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지 굳이 토드의 과거에 끼어들려는 이유는…….

‘이 기회에 이 시대의 내 몸에 대한 상황도 알아봐야지.’

토드는 어렸던 자신과 상당히 친했으니 이 시대의 레펜하르트에 대해서도 잘 파악하고 있으리라. 그를 만나면 어느 정도 정보를 기대할 수 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며 계속 걷던 중이었다. 슬슬 지평선 너머 새하얀 산맥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 덮인 하탄 산맥이었다.

“슬슬 목적지가 보이는군.”

레펜하르트는 이동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무지막지한 도약력으로 가도를 순식간에 가로지르며 그는 하탄 산맥을 향해 맹렬히 질주하기 시작했다.



1시간 뒤, 레펜하르트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모습으로 언덕 위에서 작은 산촌을 바라보고 있었다. 가도에서 한참 떨어진 이 하탄 산맥까지 가로지르는데 30분, 그리고 이 험한 산을 타고 캐틀 마을까지 오는데 30분 정도밖에 안 걸린 것이다. 말을 타고 달려도 이렇게까지 빨리는 못 온다. 마법사였던 시절이라면 상상도 못 했을 이동 속도였다.

살짝, 아주 살짝 제라드에게 감사하며 레펜하르트는 마을을 살펴보았다.

“기억 그대로네.”

캐틀 마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았다. 여전히 허름하고 여전히 초라한 작은 산골 마을이었다. 원래대로라면 20년 뒤에나 이곳에 오게 될 텐데 그때 기억과 지금 광경이 거의 차이가 없다니, 정말 깡촌은 깡촌이다.

들짐승의 습격을 막기 위해 마을을 두른 부실한 목책, 그 안에 통나무집이 스무 채 정도 있고 한 가운데 커다란 회관이 세워져 있다. 그 회관을 노려보며 그는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랄 타라 사키타 본. 매의 눈이 창공을 누빈다. 더블 와처.”

시야를 두 배로 늘려주는 1서클 원견(遠見) 주문, 더블 와처를 구사하니 회관 내 정경이 꽤 가까이까지 보였다. 좀 더 높은 서클의 주문을 구사했다면 회관 안쪽도 투시해 살필 수 있었겠지만, 아직 그 정도 수준에 오르진 못했다. 대신 레펜하르트는 그 상태로 기척을 감지했다.

‘전사의 기운을 가진 인간 남자가 둘, 그리고 보통 남자가 둘. 하나는 소년이군. 그리고 오크가 셋이군. 노예겠지? 그리고 여자의 기척이 하나, 특유의 가벼운 발걸음이 느껴지는 걸 보니 엘프 여성이군. 이 놈, 슬레이어(Slayer)도 데리고 다니나?’

자고로 미녀이면서 전투에도 강한 여검사는 남자들의 로망 중 하나다. 하지만 인간 여인의 경우 아무래도 수준급 전사가 되고 나면 남잔지 여잔지 영 구별이 안 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엘프의 경우는 다르다. 남자건 여자건, 어지간한 전사가 되어도 인간 기준으로 볼 땐 야리야리하고 예쁘장한 외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수효가 있으면 공급이 생기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법. 노예상들이 엘프들 중 재능이 있는 이들을 선별해 특별히 전투 훈련을 시켜 팔기 시작했다.

그것이 ‘슬레이어’였다.

미모의 여검사 엘프, 밤에는 성노로 쓰고 낮에는 호위로 쓸 수 있으니 효용도도 높고 무엇보다 남성들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준다! 그렇다보니 어지간히 고위 귀족이라면 슬레이어 하나쯤은 데리고 사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긴, 후작 가문 정도 되니 전용 슬레이어 하나쯤은 데리고 다니겠지.’

그는 계속 마을을 살폈다. 캐틀 마을 간의 거리는 거의 3,400미터, 이 정도면 아무리 그의 감각이 예민해도 기척을 느낄 수 없다. 그리고 현재의 마법 역시 초보적 수준이라 저기까지는 닿지 않는다. 하지만 무인 특유의 감각과 마법이 결합하니 어지간한 중급 이상의 원견 주문 효과가 나왔다.

‘집집마다 전사의 기운을 가진 놈들이 다섯이 더 있군. 들었던 대로네.’

예상대로 알티온 후작가는 저 캐틀 마을에 묶고 있었다. 레펜하르트는 턱을 매만졌다. 단지 돈을 챙길 목적이면 저들을 앞질러 먼저 유적으로 향하거나, 아니면 떠나길 기다려 나중에 가거나 하면 되겠지만 그는 지금 토드에게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 ‘나 당신들 일행에 좀 끼워주쇼.’라고 해봐야 미친놈 취급을 당할 뿐이다. 핑계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는 이미 그 핑계를 생각해두었다.

‘어디 보자…….’

레펜하르트는 시선을 돌렸다. 마을 외곽의 그럭저럭 큰 통나무집, 그곳에 마을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과 분노의 감정이 강하게 느껴지는 기운이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

캐틀 마을에서 제일가는 사냥꾼, 테드의 오두막에 지금 십여 명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이제 어쩌면 좋단 말이오?”

모두들 얼굴 가득 수심이 깃든 모습이었다. 마을을 점거한 저 알티온인가 뭔가 하는 후작가가 식량과 물품을 뺐어가고 촌장님을 두들겨 팬 것도 모자라 다시 과도한 요구를 해왔던 것이다.

“죽음의 골짜기는 결코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곳인데…….”

캐틀 마을로부터 반나절 정도의 거리에 ‘죽음의 골짜기’라 불리는 금지된 계곡이 하나 있었다. 실로 진부하기 짝이 없는 지명이지만 촌사람들이 붙인 이름에 대단한 것을 바라면 안 되는 법이다. 하여튼 근처만 가도 사람들이 족족 죽어 나가다보니 캐틀 마을 내에선 벌써 몇 세대 째 가까이 하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단단히 박힌 곳이었다.

그런데 저 기사 놈들이 거기까지 길안내를 할 산사람 하나를 보내라며 요청을 한 것이다. 말이 좋아 요청이지 그냥 명령이다. 물론 마을 사람들은 절대 안 된다며 울상을 지어보았지만…….

“놈들이 길잡이를 하나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소? 거절하면 어찌 될지 몰라서 그러오?”

얼굴 반쪽이 퍼렇게 멍든 중년인 하나가 눈두덩을 매만지며 소리를 질렀다. 마을 대표로 가서 울상 짓다가 얻어맞은 흔적이었다.

“촌장님도 저렇게 되셨는데…….”

“에잇, 더러운 귀족 놈들.”

“입 조심 하시오! 저들이 들었다간 어찌 될지 몰라요!”

“크으윽!”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럽고 또 서러웠다. 힘이 없어 여기까지 쫓겨 온 더러운 팔자이거늘, 여기에서조차 힘이 없어 이런 꼴을 당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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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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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권왕전생 - 22 +102 11.02.13 35,159 14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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