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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배 님의 서재입니다.

권왕전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임경배
작품등록일 :
2012.10.31 18:24
최근연재일 :
2012.10.31 18:24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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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951
추천수 :
4,709
글자수 :
106,196

작성
11.02.0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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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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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권왕전생 - 15

DUMMY

그제야 브라이트는 레펜하르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미처 몰랐는데 잘 보니 몸이 꽤 좋다. 사실은 꽤 좋은 정도가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좋은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브라이트에겐 거기까지 알아볼 안목은 없었다.

어쨌거나 척 봐도 근육이 딱 잡힌 것이 한 가닥 하게 생기긴 했다. 그래도 저쪽은 한 명이고 이쪽은 열 명이 넘으니 두려워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야, 이 새끼 뭔가 수상해. 제압해라. 패고 보면 뭔가 나오겠지.”

아니면 말고. 이런 산골 애송이 쯤 패버린다 해서 뭐라 할 사람도 주위에 없잖아?

브라이트는 킬킬거렸다. 언제나 약자를 괴롭히고 살았던 그에게, 관계없는 사람에게 억울하게 피해를 준다는 의식은 있지도 않았다.

‘이건 뭐, 동정의 여지도 없는 놈들이군.’

인상을 쓰는 레펜하르트를 향해 부하들이 칼집 채 검을 들고 다가온다. 그들이 이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이, 애송아. 헛짓거리 그만 하고 얼른 비켜라, 응?”

“새끼, 몸 하난 오라지게 좋은데?”

“뭐, 그래봤자 애송이지.”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용병들을 바라보며 레펜하르트는 잠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다시 풀었다. 가볍게 한방씩 먹여줄까 했는데, 문득 제라드의 말이 떠올랐다.

‘네 주먹은 이제 흉기다. 휘두르면 어지간한 놈은 무조건 죽는다고 봐야 한다.’

확실히 그는 아직 오러를 제라드처럼 자유롭게 운용하는 경지엔 들지 못했다. 그리고 오러가 없어도 지금 그의 주먹은 쇠망치에 가깝다.

‘그럼 어쩝니까, 사부?’

‘약한 애들에겐 적당히 자비를 베풀어야지.’

그래서 레펜하르트는 자비를 베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옆에서 뒹굴고 있던 나뭇가지를 하나 집어 들었다. 조금 전 수련의 여파로 부러져나간 가지였다.

맨주먹이 무기보다 강한 무문, 짐 언브레커블에서는 무기를 드는 것이 곧 자비다.

물론 용병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 새끼가 몽둥이를 들었네?”

“한 판 붙어보자고?”

“뭐 좀 배웠다 이거지?”

레펜하르트가 히죽 웃었다. 순간 그의 말투가 바뀌었다.

“안심해라. 이걸로 맞으면 죽지는 않을 거다.”

그리고 화려한 봉술이 펼쳐졌다. 순식간에 무수한 몽둥이가 잔상을 남기며 용병들의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잘난 척 하던 표정이 싹 사라지고 공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허, 허억!”

뒤이어 구타음과 비명이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으에에엑!”

퍼퍼퍼퍼퍽!

짐 언브레이커블은 맨손 체술을 극도로 단련하는 무문이다. 하지만 무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봉술이 그것인데, 사실 이 봉술은 상대와 싸우기 위한 용도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제자를 훌륭히 다지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인 것이다. 그렇다보니 방어술은 전무하고 오로지 공격, 그것도 상대의 전신을 골고루, 한 치도 빠짐없이 다지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이, 이런! 다 같이 치자!”

동료들이 순식간에 당해버리자 다른 이들도 놀라며 달려들었다. 칼집에서 칼을 뽑고, 본격적으로 상대를 죽이기 위해 칼을 찔러온다.

“타아앗!”

그래도 명색이 칼밥 먹고 산 용병이다 보니 레펜하르트의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방어란 개념이 없는 봉술이니 당연했다. 덤벼든 용병 한 명이 레펜하르트의 옆구리를 강하게 찔렀다. 하지만…….

퉁!

강철검이 튕겨져 휭휭 날아가 저만치 나무에 쿡 박히는 걸 보며 레펜하르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 이게 사람 몸뚱이냐? 정말 내 몸이지만 너무 하네.’

애초에 현재 그의 육체는 그 자체로 방패. 무기를 들 정도로 약한 상대라면 방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레펜하르트 본인도 기가 막힐 지경인데 당하는 입장에선 오죽할까? 옆구리로 칼 튕기는 진기명기를 보며 용병들은 전의를 상실해버렸다. 그리고 레펜하르트는 그들에게 자신이 2년 간 몸소 겪어온 경험을 아낌없이 베풀어주었다. 처절한 비명이 산속 가득 메아리쳤다.

“으악, 으악, 으아악!”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며 레펜하르트가 느긋하게 중얼거렸다. (왠지 제라드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걱정마라, 죽지는 않는다.”

이 봉술의 대단한 점은 절대 상대가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퍼퍼퍼퍽!

“죽지는 않을 거다. 죽지는.”

근육을 찢고 힘줄을 끊고 관절이 부러지고 뼈가 박살나도.

“절대 죽지는 않지…….”

“으아아아악!”

생각해보면 이만한 고문법도 없지 싶었다. 나중에 기회 되면 고문법으로 활용해야겠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동료들 전원이 순식간에 잘 다진 주물럭이 되어버리자 그제야 브라이트도 눈앞의 이 청년이 보통 놈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하긴 몸부터가 보통 놈처럼은 절대 안 보였다.

“으으, 네 놈 이름을 밝혀라!”

“밝혀라?”

말투를 듣자 하니 아직 정신 못 차린 것 같다. 레펜하르트는 가볍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대뜸 브라이트의 앞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빙글거리며 말했다.

“친구들 다 저 꼴 됐는데 너만 멀쩡하면 안 되겠지?”

브라이트에게도 짐 언브레이커블 특유의 타법 수련이 행해졌다. 그렇게 한 1분 쯤 팼을까? 결국 나무 몽둥이가 부러져버렸다. 오러로 몽둥이를 감싸 보호했다면 이 정도로 부러지지 않았겠지만, 아쉽게도 육체 자체를 단련하는 데 특화되어 있는 그의 오러는 다른 무문처럼 무기에 오러를 덧씌우거나 할 수는 없었다. 세상일엔 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다.

매질이 끝나자 그제야 브라이트가 신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사, 살려 주십쇼…….”

브라이트는 정신없이 빌고 또 빌었다. 이미 오크 노예를 잡아가야 한다는 생각 따윈 머리에 남아 있지도 않았다. 오로지 이 매타작 지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그 모습에서 짙은 옛 향수를 느낀 레펜하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손짓을 했다.

“꺼져.”

단순한 한 마디였지만 브라이트 일행에겐 구원의 동아줄이다. 다들 정신없이 동료를 부축한 뒤 절뚝거리며 공터를 떠났다. 떠나가는 용병들의 모습을 보며 레펜하르트가 입맛을 다셨다.

‘이것 참, 패다 보니 은근히 재미있었는데 아쉽네. 나중에 제자 들여서 본격적으로 패볼까?’

본인은 미처 못 느끼고 있었지만, 지금 그는 어느새 훌륭하게 짐 언브레이커블의 사상에 물들어 있었다.


***************************

설 연휴도 슬슬 끝나가는군요.

설 내내 너무 먹었더니 이거 얼마나 체중이 올랐을 지 상상도 하기 싫은.... 덜덜;;;;;;;;


물론 직장 다니시는 분들에겐 오늘이 설 연휴의 중심이겠지만 프리랜서에게는 그저 가게가 문을 여냐 안 여냐로 휴일을 느끼는지라 슬슬 끝나가는 느낌이네요.


진부한 말이지만, 그래도 자주 들어서 손해볼 것 없는 한 마디를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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