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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나키 님의 서재입니다.

천사의 종언 : 차크나세인의 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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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나키
작품등록일 :
2018.02.04 22:01
최근연재일 :
2018.02.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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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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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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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8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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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Prologue : 너의 사형식 (2화)

DUMMY

천사의 종언 : 차크나세인의 성녀

Prologue #0-2 : 너의 사형식





바글바글.......


눈앞에 수많은 관중이 개미떼마냥 몰려있다. 광장에 약 9만 명의 관중이 모였다는 보고를 받았었다. 그게 한 시간 전에 받은 보고였으니 지금은 10만 관중을 넘겼을지도 모른다.


'......10만이라.'


10만이라는 숫자를 곱씹으며 피식 웃었다.


'그녀의 최고 기록이 7만 명으로 기억하는데.'


작년 그녀가 천사(天使)로서 주관한 창세 성배의 예배객이 7만 명이었다. 작년 창세 성배의 경우 그녀는 떠오르는 제국의 전설로 인기가 정점을 찍고 있었고, 공휴일까지 겹쳤기 때문에 단일 예배로는 사상 최고 기록인 7만 명을 세운 것이다.


그 후 그녀는 10만 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달성하지 못했다. 그녀의 인기와 위명은 여전했지만, 단일 예배에 참여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되어 있다. 사실 이 차크나세인 광장만 해도 5만 명만 넘어도 발댈 틈조차 없다.


그러나 이곳에는 지금 10만 명이 모여 있다. 광장은 수용 능력을 잃은 지 이미 오래였다. 그러나 광장 입구 너머까지 관중의 숲은 커지고 있다.


'이것도 나름 축하할 일인가.'


그는 피식 웃었다. 결국 그녀는 이 광장에 10만 명을 모으는 데 성공한 것이다.


비록 자신의 사형식이라는, 상상도 못 한 상황으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나저나.'


바글바글 개미떼마냥 모여 있는 관중을 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그렇게 그녀가 노력하고, 열정을 다하고, 사랑을 베풀며 예배를 했을 때보다 2배 가까운 인원이 이곳에 모여 있다.


'너도 보이겠지.'


그녀도 눈이 있는 이상 수평선 너머까지 빼곡히 광장을 메우고 있는 관중이 보일 것이다.


'무슨 생각이 드는가?'


기쁜가? 즐거운가? 너의 사형식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줘서 행복한가? 너의 장례식에 수많은 조문객이 모여 줘서 감사한가?


'바보 같은 소리.'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흘렀다. 그녀는 사형대의 끝까지 올라왔다. 고작 열 계단을 올라오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사형대의 끝까지 올라온 그녀는 사형집행관의 앞에 섰다. 그녀를 흘깃 흘겨본 사형집행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연다.


"사형집행 포고문 제66호......."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집행관은 사형식의 개회를 알렸다.


"시작이군."


포도주를 한잔 더 따랐다. 잔에 담긴 포도주를 목구멍으로 천천히 흘렸다. 씁쓸한 포도주의 향과 맛이 그의 식도를 자극했다. 조금씩 올라오는 취기가 그를 더 흥분되게 만들었다.


"본 죄인은 총 11가지 중죄로 기소되었으며, 죄인이 저지른 죄의 하나하나가 용서받을 수 없는 커다란 중죄이다...... 죄명, 첫 번째......."


사형식이 시작되면서 그녀의 죄가 모두에게 적나라하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집행관에 의해 죄명이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그 파급력은 광장을 뒤흔들어버린다. 술렁이는 광장과 함께 침묵을 지키던 관중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유리창 너머 경악하고 있는 관중들을 잠시 바라보다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가 보인다.


"짜릿한가?"


그녀의 죄목이 하나하나 공개될 때마다 그녀의 고개는 한없이 숙여졌다. 그런 그녀의 얼굴을 보고 묻고 싶다. 다가가서 귀에다가 물어보고 싶다.


짜릿하냐고. 황홀하냐고. 흥분되냐고.


"너는 원했지."


남들의 관심을, 주목을, 사랑을, 애정을. 심지어 증오까지 그 모두를.


"그 정점이 여기 펼쳐지지 않았나."


엄청난 수의 인원들이 그녀를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녀가 받던 존경, 찬양, 사랑 따위의 지루하고 진부하기 짝이 없는 감정이 아니다.


경악, 혼란, 의심 등 역동적인 살아 숨 쉬고 있는 강렬한 감정들이다.


듣고 싶다.


그녀의 심장 소리를 듣고 싶다. 격동하고 있을 그녀의 심장의 울림을 느끼고 싶다. 그녀의 가슴에 귀를 대고 그 박동을 같이 음미하고 싶다.


사랑스럽다.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사형대에서 애써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하는 그녀를 보며 그렇게 느꼈다.


태연한 척, 담담한 척, 당당한 척.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모든 것이 '척'이라는 것을 자신은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모습 이전에 보여준 성녀로서 신성함, 위대함, 찬란함까지도 모두 가면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에게 진홍색 예복을 입혀준 것도, 황금색 써클렛을 씌어준 것도, 영광의 날개를 달아준 것도, 제국 성녀라는 자리에 앉혀준 것도 모두 자신이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사형대 위에 올라간 것까지 전부.


"......이에 지엄하신 황제 폐하의 이름으로 죄인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어느덧 장황한 연설을 마친 집행관이 사형집행을 선고했다. 나지막한 목소리의 선고를 들은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멍청한 소리."


그는 콧방귀를 뀌었다. 뭐를 선고한다는 것이냐. 뭐를 집행한다는 것이냐. 뭐를 황제의 이름으로 한다는 것이냐.


"고작 '황제' 따위가."


불쾌했다. 황제가 뭔데 자신의 이름으로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한다는 거냐.


그녀는 '내'것이다.


손끝부터 발끝까지 '내'것이다. 그녀의 지위, 명예, 계급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내'가 주었다. 세속적인 것 외에도 그녀의 가치관, 인성까지도 '내'가 만들어준 것에 불과했다. 황제가 이 대륙의 주인이라고 해도 그녀만큼은 예외이다.


그녀의 모든 것은 '내'것이다.


당연히 생명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철컥



그녀의 목에 거대한 형틀이 쓰였다. 쓰여진 거대한 형틀의 무게에 몸을 휘청했다. 하지만 억지로 계속 형틀을 지탱할 필요는 없었다. 그녀의 옆으로 위병이 와서 그녀를 무릎 꿇렸기 때문이다.


스르릉ㅡ


말없이 무릎 꿇고 있는 그녀의 뒤로 검을 뽑는 소리가 들렸다. 맑고 청아한 발도의 소리. 예도를 뽑는 소리다.


"......."


그녀는 침묵을 지켰다. 침묵을 지키는 자신의 등 뒤로 싸늘한 예도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이 ‘죽는다’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시퍼런 칼날을 가진 예도는 곧 자신의 목을 베어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워버릴 것이다.


"......아."


그녀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며칠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근 며칠간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낯설고, 너무 당황스러워 현실로 다가오지 않는다.


자신은 영광스럽고 성스러운 제국의 성녀가 아니던가. 그런 자신이 왜 이런 상황에 처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얼빠진 상태로 지하 감옥에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런 정신공황 상태에서 처음으로 정신을 차린 것 같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사형대에 앉아 목이 잘리기 직전이 상황이다.


"......아하, 아하, 아하하하하......."


그녀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것이 진실인지, 꿈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다. 왜 자신이 사형대의 위에 있는가. 왜 예도는 자신의 목을 겨누고 있는가. 저 예도는 자신을 지켜야 할 예도가 아닌가. 자신이 서 있어야 할 곳은 이런 더러운 사형대가 아니라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성좌가 아닌가.


"아하, 하하하하......."


"웃는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중얼거렸다.


웃는 건가. 웃는 것인가.

부인하지 않는가. 반항하지 않는가. 분노하지 않는가.

너는 마지막 이 순간에 웃을 수 있는 건가.


결국, 너는 이 상황을 인정하는 것인가.


"흥."


촤라락


그는 커튼을 쳤다. 커튼을 치고 뒤로 휙 돌아섰다. 봐야 할 건 다 봤다. 그녀의 반응, 표정, 심정, 생각까지 모두 보았다. 중요한 건 다 본 셈이다.


이후 그녀의 목이 '잘리는 것' 따윈 별로 중요치 않다. 그걸 지켜본다 해도 몇 시간 뒤 먹을 저녁 입맛만 떨어질 뿐이다.


벽에 걸려있는 외투를 집어 들었다. 집어 든 외투를 적당히 어깨에 걸쳐 둘러맸다.


둥ㅡ

둥ㅡ

둥ㅡ


커튼이 처진 창문 밖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사형집행을 알리는 북소리. 이제 정말로 형이 집행되려고 하는 것이다.


황제의 칙령임을 알리는 21번의 북소리가 끝나면 그녀의 머리는 싸늘한 대지와 입을 맞추게 된다.


"끝인가."


북소리를 들으며 무의식적으로 읊조렸다. 읊조린 뒤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듯하던 행동을 멈추었다.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자신의 말을 몇 초 뒤에서야 자각한 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끝이라고? 내가 끝이라는 말을 했다고?


"허."


그는 낮은 신음을 흘렸다. 아무리 무의식적으로 한 말이라지만 무의식이라는 것은 알게 모르게 자신의 내면 생각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그런가. 나는 이것으로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것인가.


"우습군."


우스웠다. 그는 자신을 향하여 비웃음을 날렸다.


"뭐가 끝이란 말인가."


자신에게 되물었다. 고작 이 정도로 끝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고작 '목이 잘리는 정도의 일'로 끝이라는 나태한 생각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 엄청난 준비와, 노력과, 시간을 쏟아붓고?


스스로에게 웃었다.


"이제 겨우."


자조적인 어투의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작인걸."


자신에게 선언하듯 말을 마친 순간,


둥ㅡ


마지막 21번째 북소리가 울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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