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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블러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08.12 22:28
최근연재일 :
2010.06.03 10:32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41,526
추천수 :
1,688
글자수 :
27,811

작성
10.06.02 09:51
조회
9,817
추천
33
글자
8쪽

뱀파이어 블러드 Ep1 5화

DUMMY

2.


“그거보다 더 최악인 얘기가 있단 말이야?”

“낸시 얘기야.”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간호사들이 환자 앞에 모여 잡담을 떨고 있었다. 어차피 눈 앞에 있는 환자야 의식이 돌아 오질 않는 상태고, 설사 의식이 돌아 온다 하더라도 아시아계인걸로 봐서 자신들 말을 알아 들을 가능성도 적었다. 그러니 잡담 떨며 깔깔대기는 이 남자 앞 만한 곳이 없단 얘기다.


“걔 어제 애 지우고 왔어.”

“같이 살고 있는 남자 친구 있었잖아. 둘이 결혼 하는 거 아니었어?”

“그 나쁜 놈이 배부른 여자친구 두고 바람 피우다 걸렸대.”

“제리스프링어(미국의 바람 남녀를 싸움 붙이는 티비쇼) 얘기보다 더 최악이군.”


그러나 간호사들은 그 불쌍한 여인을 딱히 동정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원래 인간은 남의 불행을 얘기하면서(특히 그 남이 자신과 멀리 떨어진 경우 더더욱) 희화화 시키길 좋아한다. 그러니까 한 사람의 인생에 최악의 순간일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서커스 보듯이 낄낄대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아까 겨우 정신이 돌아온 사현은 이 괴로운 잡담을 계속 듣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일어난 기척을 내려고 해도 피를 원체 많이 흘린 탓에 몸도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았고, 주위가 지나치게 조용한 탓에 그가 귀 기울일 수 있는 얘기는 이 간호사들의 재미없는 농담 따먹기 밖에 없었다. 이럴 때 루이스라도 찾아오면 좀 나아지련만, 어디서 여자하고 뒹굴고 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하긴 그가 제대로 여자를 낚았으면 몇 년에 한 번 일어날 경사니 병실에 누워 있는 친구 따위는 눈에 안 보이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직감적으로 이번 상처가 쉽게 낫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 이제는 믿을 수 밖에 없게 된 뱀파이어에게 물렸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양의 피까지 빨렸다. 말이 1.3리터지 몸무게가 70안쪽인 그로서는 몸에 충분히 무리를 줄 수 있는 출혈이다. 만약 그가 조금만 더 늦게 발견 되었다면, 그리고 출혈을 다급히 막아줄 응급처치가 없었다면 그는 이 곳에 이렇게 팔자 좋게 누워 있는 게 아니라 관속에서 잠자고 있었을 것이다.


복잡한 일들 투성이다. 흡혈귀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갑자기 시체가 일어나서 그 뱀파이어를 물어버린 일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뱀파이어는 쓰러지기 전에 그 여자를 로드라고 불렀다. 또 그 남자의 태도를 보건대 그 여자는 아무래도 보통 흡혈귀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만약 고위급 흡혈귀가 더 강하다는 가정을 해보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 여자의 힘은 사현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조무래기에 불과한 흡혈귀도 총알을 몸으로 받아내고 인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힘과 스피드를 가지고 있는데 그 보다 훨씬 강한 존재는 대체 어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단 말인가?


“아, 그래도 저 남자 확실히 잘생기긴 한 것 같아. 나중에 깨어나면 말이라도 붙여봐야지.”

“하, 꿈 깨는 게 좋을걸? 아까 찾아 온 그 여자, 아무리 봐도 이 남자 얘인 같던걸? 그런 여자가 애인이라면 너 같은 건 보이지도 않을 거야.”

“…… 애인 인지 아닌지도 모르잖아? 애인이라면 저렇게 쓰러져 있는 남자를 보고 아무 반응도 안보일 리가 없어. 저 사람이 내 남자친구였으면 난 침대에 달라붙어서 일어나지도 않았을걸?”

“그건 그렇네.”


이 번에는 간호사들 담화가 또 그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 가는가 보다. 이 여자들은 하루 종일 남 뒷담화 하는 데는 천부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정도 여자라면 훨씬 잘생기고 멋진 남자들을 줄을 설 꺼야. 그러니까 이 남자는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어린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말이지.”

“그럼 이 정도 남자가 여자가 없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아마 너보다 훨씬 잘난 여자가 수 십명은 줄 서 있을걸?”

“……”


그 말에 간호사들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역시 간호사 한 명은 사현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녀는 은근슬쩍 사현의 침대 가장자리에 살짝 걸터 앉았다. 불행히도 사현은 그런 그녀에게 눈치를 주거나 몸을 움직일 형편이 아니었다. 다만, 그의 몸에서 소름이 돋아 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근데 그 여자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

“이상하다니?”

“왠지 모르게 무섭다고 할까? 왠지 살기 같은 게 느껴졌단 말이야.”

“갑자기 왠 살기 타령이야?”

“말로 표현하기는 좀 뭐 하지만…… 왜 그런 분위기 있잖아, 잡아먹을 듯한 표정.”


주위에서 웃음이 터졌다. 잡아먹을 듯한 표정이라니! 사실 비웃음 당해도 할 말없는 표현이기는 했지만, 그녀로서도 그 보다 더 정확한 표현을 찾기는 힘들었다. 그 여자의 눈빛은 확실히 그랬다. 아마 붉은빛 눈동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상대를 억누르는 듯한, 그래서 상대가 도망 못 치게 억누르는 듯한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 감정이 질투라고 생각했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시선을 한 곳에 모으는 외모. 그녀는 그 것을 가지지 못했기에 질투하는 거라고, 그래서 적의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꼭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녀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상대를 빨아들일 듯한 외모 뒤에 숨겨진 압도적인 공포. 그래서 그녀는 주위 사람들이 그녀를 가지고 놀 때에도 같이 웃지도, 화내지도 못했다.


“어쨌든 이 남자 일어나면 잘해보라고. 내가 특별히 널 생각해서 포기하는 거니까.”

“…….”

“뭐 잘못하면 그 여자가 와서 널 잡아먹으려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후훗.”

“캘리!”


그녀는 얼굴이 빨개져서 소리쳤다. 동료들은 그런 그녀를 보며 한참을 놀리다가 그녀만을 남겨두고 방을 나갔다. 벌써 30분이나 농땡이를 쳤으니, 밀린 일을 하려면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하지만 남은 간호사 한 명은 사현의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마음에 들어버렸다. 확실히 문병을 하러 찾아온 그 여자는 무섭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 남자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설마하니 진짜 잡아먹기야 할까?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사현은 그렇게 포기해 버리기는 확실히 아까운 남자였다. 물론 포기하지 않는다고 잡을 보장이 희박한 남자이기도 했지만.


한 편 그 옆에서 말을 못하고 앉아 있던 사현은 어렴풋이 나마 자신을 찾아 온 것이 그 여자라는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자신을 찾아 올 여자 중에 미인에 무서운 분위기를 풍길 만한 여자는 그 여자밖에 없었다. 만약 그 여자가 맞다면, 그 건 자신이 품고 있는 의문을 해결할 절호의 기회였다.뱀파이어, 흡혈, 그리고 엄청난 힘의 정체 그리고 그의 미래까지.


더불어 더 걱정 되는 것은 뱀파이어에게 물렸다는 사실 자체였다. 이미 그는 엄청난 양의 피를 뱀파이어에게 빼앗긴 상황이었다. 만약 뱀파이어에게 물린 사람이 뱀파이어가 된다는 전설이 사실이라면 그는 곧 뱀파이어가 될 것이다. 피에 굶주리며 다른 사람들을 미친 듯이 물어 대는 흡혈귀가. 더군다나 흡혈귀가 된다고 하면 낮에는 나돌아 다니지도 못한다. 그렇다는 건 돈을 번 방법이 모두 막힘을 의미했다.


만나야 한다. 반드시 만나야 한다. 그 여자라면 자신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사현은 자신의 머릿속에 확연히 각인된 여자의 얼굴을 그리고 있었다. 피를 갈구하던 모습조차 미치도록 아름다운 그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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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뱀파이어 블러드 Ep1. 7화 +9 10.06.03 9,139 32 8쪽
6 뱀파이어 블러드 Ep1 6화. +12 10.06.02 9,610 32 12쪽
» 뱀파이어 블러드 Ep1 5화 +9 10.06.02 9,818 33 8쪽
4 뱀파이어 블러드 Ep1 4화 +14 10.06.02 10,200 39 6쪽
3 뱀파이어 블러드 Ep1 3화 +14 10.06.01 10,352 32 10쪽
2 뱀파이어 블러드 Ep1 2화 +9 10.06.01 11,695 33 9쪽
1 뱀파이어 블러드 Ep1 1화 +23 10.06.01 18,376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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