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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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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08.12 22:28
최근연재일 :
2010.06.03 10:32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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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811

작성
10.06.02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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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2쪽

뱀파이어 블러드 Ep1 6화.

DUMMY

일주일 정도 지나자 사현의 몸도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 물론 여러 군데 물린 상처가 다 아물지 않기는 했지만 이제는 몸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말하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찜찜한 것은 자신의 어깨 쪽에 물린 상처였다. 뱀파이어에게 물린 이빨자국은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통증 역시 심했다. 더 기분 나쁜 사실은 그 지긋지긋한 통증이 밤이 되기만 하면 싹 사라진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벌써 뱀파이어가 되어가는 건가?’


사현은 자신의 목을 물던 남자를 생각하며 쓴 웃음을 지었다. 생각하기 싫은 가능성이었고,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불안했다.


그는 정신이 나고부터 그 여자가 찾아오길 기다렸지만 그를 찾아온 것은 자신의 파트너 루이스 뿐이었다. 운이 좋아서 예쁜 여자를 낚은 그는 병실 안에 누워 있는 그에게 자랑을 늘어 놓기 바빴다. 처음에 어떻게 여자를 꼬셨는지, 그리고 꼬신 그 여자와 어떻게 하루 밤을 보냈는지 등등. 그렇게 그 여자의 몸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그는 대체 자신이 왜 그 여자의 유두의 색깔을 알아야 하는지 궁금했다.) 루이스의 표정은 평소 일을 하며 보이는 그의 열정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외에는 형사들이 찾아 온 것이 다였다. 다행히도 cctv에는 남자가 사현을 공격한 장면까지는 나와 있었다. 이상한 것은 남자가 사현을 무는 모습과, 시체가 움직이는 모습들은 완전히 지워져 있다는 것이었다. 하긴, 그 모습이 나왔다면 그건 당연히 해외 토픽감이었을 테고, 사현은 지금보다 더한 고초를 당했을 테니 영상을 편집한 사람에게 고마워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애초부터 사건은 그 보다 시체가 도난 당한 것에 (설마 누가 시체가 스스로 걸어 나갔다고 생각할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사현이 공격 당한 것이나 그가 돌아온 이유는 수사대상 밖이었다고 봐도 좋았기에, 그가 고생할 일은 없을 것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몸은 어떠세요? 음…… 사현? 제가 제대로 발음하는 것 맞죠?”


눈을 들어 보니 전에 자신의 침대 옆에 앉아서 수다를 떨어대던 그 간호사였다. 30 안쪽으로 보였고, 눈 옆에 주근깨와 푸른 눈이 제법 매력적인 여자였다. 물론 자신의 이름은 엉망으로 발음을 한 건 매우 감점 요인이긴 했지만 말이다.


“현이라고 불러주세요. 몸은 지나치게 좋아서 걱정되는 군요.”

“영어를 잘하네요?”

“미국에 온지 거의 10년이 다 되어가니 못 하는 게 이상한 거죠. 아, 잊어 버리고 이름을 안 물어봤군요?”

“크리스티나요. 티나라고 부르세요. 크리스는 너무 남자 같은 느낌이어서.”


그렇게 자신을 소개한 그녀는 얼굴이 살짝 붉어지자 무안한 듯이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계속 긁어댔다. 당연히 그 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리가 없는 사현이었지만, 그에게는 간호사의 표정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당황하는 것 역시 그답지 않은 일이기도 했지만.


“혹시 제가 정신을 못 차렸을 때 찾아온 여자가 있었나요? 붉은색 눈동자에 키는 5피트 8인치 (약173cm) 정도 되는 여자요.”

“왔었어요. 조금 살벌한 분위기 풍기는 여자 맞죠?”

“하하. 표현이 정확하시네요.”


살벌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자라. 하긴 뱀파이어니 친근한 분위기를 풍기면 그것도 이상할 테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는 그로서도 살짝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순간 그 안에 쉽게 대답하지 못할 의문이 떠올랐다.


화가 난다고? 대체 왜?


티나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정확한 자기 감정을 표현한 것뿐이었다. 더군다나 그와 그 여자는 아무런 관계도 아닐 텐데 화가 난다니? 대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의 그는 그 여자를 싫어할 이유가 수 만가지는 되었다. 다른 것은 다 차지하더라도 그녀가 사현에게 흡혈귀를 몰고 온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흡혈귀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증오할 만한 대상이다. 인간의 피를 빨아먹으며 생존을 위협하는 존재들. 그런 그녀를 욕하는 말을 그는 왜 자연스럽게 넘기지 못하는 걸까?


“미안해요. 험담하려고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단지……”

“아뇨,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 그녀와 전 그렇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니까요.”

“애인이…… 아니었나요?”


묻는 티나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빨개졌다. 그녀도 이런 개인적인 질문을 묻는 게 실례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궁금함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가 사현의 애인이라면 깨끗이 포기하기로 마음먹었었고, 또 설사 포기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있던 그녀였기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절실했던 그녀였다.


“공식적으로는 ‘전혀’ 모르는 사이죠.”

“다행이다.”

“예?”

“아니 그러니까 제 말은…… 그런 무서운 여자하고 아는 사이가 아니라니까 다행이라고요.”

“아, 처음부터 그랬으면 더 좋았겠죠. 차라리 만나지 않았으면.”


사현의 얼굴에 쓸쓸한 빛이 떠오르자 티나는 멍청한 질문을 한 자신을 탓했다. 저런 얼굴을 보고 있자니 괜히 상처를 건드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미안해요, 쓸데없는 소리해서."

"아뇨, 신경 쓰실 것 없어요. 그 것보다 그 여자 이름하고 주소는 적혀 있나요? 꼭 물어봐야 할게 있어서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아까의 질문이 미안했던지 티나는 전속력으로 간호사 실로 뛰어나가 차트 하나를 들고 왔다. 병원 환자를 방문한 사람들의 이름과 간단한 연락처를 모아놓은 차트였다. 그는 빠르게 자신의 이름을 찾은 후에 방문객 이름들을 훝어보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듯한 여자 이름만 찾으면 되니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니라.


Celina R. Rosenheim.


나름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해 보이는 이름이다. 뱀파이어 로드의 그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게다가 그 이름을 쓴 글씨체 마저 평범한 여자의 그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그 차트에서는 전화번호나 연락처 같은 것은 찾을 수 없었다. 이름이라도 안 건 굉장한 소득이긴 하지만 뱀파이어가 되기 전에 그녀를 찾아야 하는 사현으로서는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멍청이!’


그는 자신이 쓸데없는 고민을 한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그의 직업을 뭔가? 다름 아닌 시체 검시관 아니냔 말이다.


보통 시체를 보관하면 간단한 신상정보도 같이 보관한다. 이름은 물론이고 출생지, 주변이의 연락처, 거주지 같은 정보를 말이다. 매일 시체를 다루어 오던 그가 이런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니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사현은 고민 할 새도 없이 자신의 서랍 속에서 고이 잠든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역시 병원에서 핸드폰을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는 그였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런 것을 따질 겨를이 없었다. 티나는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리려 했지만 그의 미소를 보고는 이내 잠잠해 졌다. 그렇다, 잘생기면 뭐든 봐주는 이 세상은 참으로 더러운 세상이다.


“헤이, 루이스. 지금 바빠?”

“바쁜 걸 뻔히 아는 놈이 그런 걸 묻는다니 염치 참 없군 그래.”

“사정 좀 봐줘.”

“빨리 말해. 근무시간에 전화 오래 쓰면 눈치 보여.”

“시체 한 구 연락처하고 주소 좀 불러줘.”

“또 떨떠름한 부탁하네.”


규정을 모를 리가 없는 루이스는 한 숨을 내쉬었다. 사현의 부탁이라면 거절한 적이 없는 그였지만 이번 부탁은 약간 황당했다. 사실 다른 사람이 같은 부탁을 했다면 일언지하에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사현의 부탁이다. 거절하기도 꺼림직히다.


“나 참. 대신 나중에 크게 한 턱 쏠 생각이나 해두라고. 이름이 뭐야?”

“Celina R. Rosenheim.”

“들어 온 건 언젠데?”

“8일전.”


루이스는 사현의 대답을 듣자 마자 컴퓨터를 켜 시체 데이터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8일전에 들어온 시체에 로젠하임이라는 성을 가지고 있는 여자.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싸구려 대만산 LCD에 시체 프로파일이 떠오르자 루이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8일전에 들어온 시체라고 할 때 혹시나 했었다. 근데 하필이면 사현이 다친 날 들어온 그 시체라니.


사실 그 시체, 워낙 에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던 거라 기억해 놓은 거긴 했다. 하지만 이미 없어진 거고, 또 그런 시체에 주소를 찾아봐 달라는 그의 요청도 정상적으로 보이긴 힘든 것 역시 사실이었다. 설마하니 그 없어진 시체를 찾아서 사랑의 도피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찾아서 어디다 쓰려는 걸까?


“이봐, 현. 설마 없어진 시체 찾아다가 그 동안 쌓인 성욕을 푼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제발 네가 그런 후레자식이 아니길 비네.”

“들켰군.”

“설마! 현, 그건 범죄라고. 아니 범죄이기 이전에 상상하는 것도 더러운 그런 거라고!”

“너 평소에 날 어떻게 봤다고 그런 말을 믿는 거냐?”


평소에 어떻게 봤냐고? 주위에 서성이는 여자들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제 할일 하길래 의외로 시체나 동물을 사랑하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한 정도다. 그도 아님 게이거나. 여하튼 정상적으로 보이긴 힘든 생활을 또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게 사현 아니던가?


“여하튼 농담 따먹기 할 시간 없으니까 확실히 말해. 주소하고 번호.”

“어? 그러고 보니까 이상하네?”

“이번엔 또 뭔데?”

“이 여자, 미국 출신이 아냐. 캐나다 밴쿠버 출생인데? 거기다가 최근까지 거기에 거주했고.”


뭔가 일이 더 알 수 없게 꼬여버렸다. 물론 캐나다 사람이 미국으로 건너 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긴 했지만 건너온 지 일주일이 안되 살해 당했다는 것은 주의할 만한 사실이었다. 그러니까 이 여자는 뭔가 목적을 가지고 미국 시골 구석까지 건너왔다는 거다. 그 여자가 뱀파이어 로드인 것을 생각하면 그녀의 힘에 관련된 일임이 더 확실하고. 애초에 그녀 정도의 힘을 가진 상대를 위험하게 만들 정도라면, 뭔가 위험한 일이 뒤에 숨어있음이 분명했다.


또 다른 현실적 문제는 그녀를 찾으려면 밴쿠버까지 건너가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미국과 캐나다가 가깝다지만 비행기로 4시간이나 걸리는 곳이다. 그 동안은 휴가를 내야 하고, 이미 휴가를 거의 다 써버린 그로서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돈을 못 벌며 쓰기만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아니, 더 재수 없으면 자신의 일자리를 잃어버릴지도.


물론 잘리면 치과의사로 취직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이 일을 잃고 싶지도 않았다. 거기에다가 루이스와 작별하는 것도 걸리고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사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우선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는 게 제일 중요하다. 뱀파이어화를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자신이 인간으로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 당연하게도, 그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계속 살고 싶었고, 그랬기에 이 도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상관없으니까 빨리 불러줘 봐. 주소가 어디야?”

“3241 42nd W. Cambie, Vancouver, British Colombia. V5C 3X4”

“아, 그리고 루이스.”

“뭔데?”

“나 아무래도 이 주일 정도 휴직해야 할 것 같아. 네가 보스한테 잘 좀 얘기해줘.”

“야, 이 후레자식……”


루이스는 뭐라고 더 얘기하려 했으나 돌아온 것은 끊긴 전화의 뚜뚜 소리뿐이었다. 만난 지 한 두달 된 것도 아니고,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안 봐도 비디오인 사현이었다. 더불어 이렇게라도 안 하면 자기 부탁 안 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고 말이다. 전화를 끊고 난 사현은 티나를 향해 방긋 웃으며 말했다.


"퇴원수속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죠?"

"도와주는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뭔가요?"


티나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현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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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뱀파이어 블러드 Ep1 6화. +12 10.06.02 9,609 32 12쪽
5 뱀파이어 블러드 Ep1 5화 +9 10.06.02 9,817 33 8쪽
4 뱀파이어 블러드 Ep1 4화 +14 10.06.02 10,197 39 6쪽
3 뱀파이어 블러드 Ep1 3화 +14 10.06.01 10,351 32 10쪽
2 뱀파이어 블러드 Ep1 2화 +9 10.06.01 11,693 33 9쪽
1 뱀파이어 블러드 Ep1 1화 +23 10.06.01 18,373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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