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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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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드
작품등록일 :
2012.08.12 22:28
최근연재일 :
2010.06.03 10:32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41,511
추천수 :
1,688
글자수 :
27,811

작성
10.06.02 09:50
조회
10,196
추천
39
글자
6쪽

뱀파이어 블러드 Ep1 4화

DUMMY

결코 좋아지지 않는 화약의 냄새. 사현은 그 냄새를 억지로 머리 속에서 지우며 남자를 향해 날아가는 총알을 무심히 바라보았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남자를 향해서 날아간 것은 두발뿐이었다. 남자의 머리를 향해 한 발, 그리고 가슴에 한 발. 그리고 나머지 한 발은…….


앵앵-


처음부터 사현은 남자를 죽이는 일 보다 이 곳에서 도망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에도 한 발은 잊지 않고 경비 시스템을 노려 쏜 것이다. 최악의 상황 벌어져 두발 모두 빗나가더라도 경찰이 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어차피 지금 상황은 cctv가 잊지 않고 다 찍고 있다. 분명 총을 쏜 것은 귀찮은 일을 불러 올 수 있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정당방위로 인정될 가능성이 아주 높았다. 그는 총을 내리고 그 자리에 멈춰선 남자를 살펴보았다.


세발 모두 명중이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경보 시스템이 울리고 있었고, 남자의 머리와 가슴에도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사현은 순간 안심했다. 어찌됐든 저 미친 놈의 마수에서 빠져 나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남자의 머리와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며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피의 빛이 눈에 띄게 탁한 것으로 봐서 역시 병을 앓고 있었던 게 맞으리라.


살았다.


사현의 아버지는 자고로 남자라면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모험을 해봐야 한다 하셨는데 이런 식으로 모험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비록 정신병자이긴 했지만 사람을 죽인 일이니 보통사람이면 꿈에도 하지 못할 모험이 아닌가? 물론 다시 한 번 경험하라고 하면 절대로 사양하고 싶은 모험이지만.


그는 죽은 남자에게로 천천히 다가갔다. 이 순간에도 의사의 호기심이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거기에다가 그 기형적인 치아구조. 치과의사라면 누구나 한 번쯤 눈 앞에서 보고 싶은 실습교재였다. 하지만 자기가 직접 쏴 죽인 사람을 관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로 봐서 그도 역시 정상이라고 보긴 힘들었다. 그렇게 선 채로 굳어버린 남자에게 손 닿을 거리로 다가선 그는 마지막으로 총알이 제대로 박혔는지 확인하기 위해 남자의 머리를 살펴보았다.


순간 그의 눈이 놀라움으로 일그러졌다. 남자의 머리 위에서 흘러내리는 피가 서서히 남자의 피부를 통해 다시 흡수 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서서히 남자의 머리가 다시 원상태로 복구마저 되고 있었다. 처음에는 반쯤 날아간 뇌가 다시 생성되더니 그 뒤로 두개골이, 마지막으로는 피부까지 완전하게 재생되고 있었다.


그렇게 완전한 머리를 다시 얻게 된 남자는 사현을 보며 씩 웃었다.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혀로 핱아 먹은 그 남자의 얼굴은 분노로 차오르고 있었다.


“참 재미있는 짓을 하는구나. 너무 귀여워서 뼈 체로 씹어먹고 싶을 정돈데?”

“어……어떻게”

“그새 잊어버린 건가? 난 뱀파이어라고. 인간의 무딘 무기 따위로 죽일 수 없는.”


남자는 오른손을 뻗어 사현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사현은 정신이 아득해옴을 느꼈다. 사실 남자가 마음만 먹었다면 그의 목쯤은 쉽게 부러뜨릴 수 있을 테지만, 그는 사현이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며 즐기는 듯 했다.


‘죽는 건가?’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저 자신은 보고서를 다시 쓰기 위해서 실험실로 돌아 온 것뿐인데 이렇게 어이없게 죽게 생겼다. 그는 있는 힘껏 자신의 손과 발을 움직이며 저항해 보았다. 옆구리, 낭심, 목 뒤, 심지어 손가락으로 눈까지 찔러 보았지만 남자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하긴, 총을 맞고도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남자인데 그 까짓 저항 따위가 뭐가 대수겠는가?


남자는 그런 사현을 보고는 자신의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내었다. 영화에서 보고 또 봤던 흔해빠진 장면이었지만 실제로 자신이 이 일을 겪고 보니 미치도록 무서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칼로 베이는 듯한 고통이 그에게 찾아왔다.


희미해져 가는 생명의 불씨.


남자는 그의 어깨를 물어 뜯으며 점점 더 강렬하게 그의 피를 빨아 당기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혈관을 더듬어 들어가던 그의 이빨은 마침내 어깨를 타고 올라가는 동맥을 건드렸다. 남자는 쏟아져 나오는 그의 피를 만족한 듯이 계속 빨아 당겼다.


순간 사현은 이대로 자신이 죽는다면 어떻게 될 것인지 떠 올렸다. 만약 이 남자처럼 흡혈귀가 되어 다른 사람의 피를 갈망하며 살인을 하게 된다면? 생각하기 싫었다. 살아 남는다 해도 그 것은 사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는 차라리 남자가 그를 고통 없이 깔끔하게 보내 주었으면 하고 기도했다. 마치 사자가 자신의 사냥감에게 그러하듯.


불행히도 남자는 사냥감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사자보다는 늑대에 더 가까웠다. 남자는 한 번에 그를 죽이지 못하는 대신 여기저기 몸을 물어뜯으며 그를 더욱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자신의 피를 뒤집어쓴 흡혈귀의 웃음. 그리고 그 것을 보며 처절히 반항하는 한 명의 피해자.


하지만 흡혈귀는 가장 중요한 하나를 잊고 있었다. 이 무대에 서 있는 배우는 그와 사현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사현의 피만을 집중하느냐 다른 한 사람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그 보다 훨씬 강력한, 또 피 냄새에 훨씬 더 강력하게 반응하는 존재를.


“너의 피를 취하겠다.”


자신의 목에 들어온 여자의 이빨을 본 흡혈귀의 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자신은 뱀파이어 블러드의 주인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로드의 피가 되어 다시 태어날 것이다. 조금씩 희미해지는 저항을 보며 뱀파이어로드는 미소를 지었다.


사현은 흐릿해 지는 시야에 한 때 시체 인줄 알았던,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검시했던 한 여자의 모습을 담으려 애썼다. 그 아름다운 얼굴의 흐르는 빨간 피의 강렬한 인상을 머리에 새긴 후, 그는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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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뱀파이어 블러드 Ep1. 7화 +9 10.06.03 9,137 32 8쪽
6 뱀파이어 블러드 Ep1 6화. +12 10.06.02 9,608 32 12쪽
5 뱀파이어 블러드 Ep1 5화 +9 10.06.02 9,817 33 8쪽
» 뱀파이어 블러드 Ep1 4화 +14 10.06.02 10,197 39 6쪽
3 뱀파이어 블러드 Ep1 3화 +14 10.06.01 10,351 32 10쪽
2 뱀파이어 블러드 Ep1 2화 +9 10.06.01 11,693 33 9쪽
1 뱀파이어 블러드 Ep1 1화 +23 10.06.01 18,372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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