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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가라사대] 책을 너무 멀리한다

 

어찌어찌 하다보니 최근 몇년 사이에 <강의>라는 것을 종종 나가게 된다.

최근에도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소규모 형태로 매주 강의를 하고 있다.

내 스스로 누군가를 가르칠 만한 자질이 있는가 하는 물음엔 여전히 의문이 들지만

그래도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에게 선험자로서 경험을 말해줄 순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그렇게 강의를 나가보면 글 쓰기에 대한 열의로 가득한 문청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좋다.

때때로 내 안에서 사그러드는 열정을 다시 뜨겁게 지필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하고.

그런데 가끔은 그 친구들에게 희망이 아닌 절망을 맛보기도 한다.

예를 들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로 태부족인 독서량이 그렇다.

적어도 글을 쓰겠다는 사람이 책을 멀리한다는 것은 나로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대형서점 구매층 상위 5%를 차지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어떤 형태로든 글을 쓰는 일(전업이든, 부업이든)을 가진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나도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애서가(아직 소장도서가 몇 천권에 불과하지만)라 자부하는 편이다.

얼마 전에, 강의를 하다가 청강생들에게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혹시 삼총사를 읽어봤는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아는가.

이 두 작품의 저자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은 아는가.

찰스 디킨즈라는 작가는 들어봤는가? 올리버 트위스트까진 바라지 않겠다.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작품을 아는가? 그럼 스크루지 영감을 모르는가?

이 질문들에 돌아온 대답은 하나같이 “모른다”였다.

이걸 묻게된 계기는 청강생 중 한 명이 복수를 테마로 작품을 구상중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복수극의 원형이라면 누가 뭐래도 뒤마의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아닌가.

그래서 혹시나 읽어보지 못했다면 반드시 읽으라는 의미에서 질문을 시작했던 것이다.

창작하는 사람에게 독서는 필요한 자양분을 섭취하는 것과 다름없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은 독서에도 적용된다. 물론 편중된 독서도 지양해야한다.

사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이야기는 대체로 스무 가지 정도의 유형으로 규정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결국 후대의 작가들은 선배들이 남긴 유산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창작이란,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던 다양한 형태의 서사들을 재해석하고 재조합하는 것이다.

적어도, 창작에서만큼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꼭 잊지 말아야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쓰는 것이 창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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