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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노베는 무효야!

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가멸
작품등록일 :
2013.12.03 19:32
최근연재일 :
2015.01.10 22:42
연재수 :
6 회
조회수 :
35,458
추천수 :
920
글자수 :
17,706

작성
15.01.10 22:42
조회
404
추천
4
글자
11쪽

내 소꿉친구가 이렇게 중2할 리가 없어

들어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인공이의 과장된 말을 어떻게 답해야 좋을까? 무시하면 많이 무안할 것 같고, 그러자고 장난삼아 답했다가는 진짜로 엉덩이를 보여야할 것 같아, 적당히 답했다.

“고, 고마워. 근데……. 아니다, 나중에 목욕탕이나 같이 가자.“

“응. ……그런데 점심시간에 갈 거야?”

“가야지. 가기 싫으면 넌 안 가도 돼.”

“너도 안 가면 안 돼? 이상한 트집 잡아 부른 거잖아.”

“난 가는 게 좋겠지.”

“왜 그렇게 가고 싶어 해?”

인공이가 뾰로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야 텐트(?)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이상한 말을 하실 정도로 지치신 거잖아. 조금 도와드리고 싶어져서 말이야.”

생각한 말을 그대로 뱉는 중에, 어제 소꿉친구가 한 언행이 떠올라서 할 수 없었다. 내 말에 인공이는 잠시 침묵했고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좋아해?”

“일하는 건 좋아하진 않는데?”

그 뒤로 인공이는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힐끗 본 인공이는 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친구를 위해 해준 조언을 무시당해 기분이 상한 건가? 아니면 뚱한 모습이면 내가 못 가게 말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다른 사람이 이랬다면 꼴 보기 싫은 모습이었겠지만, 인공이는 다르다. 순전히 나를 걱정해서 이런 행동을 해준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친구인 나를 위해서라면, 미인인 선배에게도 적의를 드러내 준다. 쪼잔하다는 말을 들을지라도 삐친 척이라도 해준다는 것이다.

나와 인공이는 같은 반이다. 거기다 인공이의 자리는 내 뒷자리. 앞으로 하교할 때까지 저런 표정을 짓게 하기는 싫다. 아니, 저녁까지 같이 먹으니 잠들기 전까지 저런 표정을 보며 버텨야 한다는 말이다. 거기다 소꿉친구가 인공이의 이런 모습에 나를 들들 볶아댈 것이다. 얼른 해결하는 편이 좋겠다.

“인공아?”

“…….”

인공이를 조심스럽게 불러본다. 무시당했다.

“인공아~.”

이번엔 부드럽게 부르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부르는 말에 대답은 없었지만, 내 손을 쳐내지는 않았다.

“인공아, 네가 말리고 싶어하는 건 이해해. 근데 선배께서 말씀하셨는데 후배인 우리가 무시하는 건 아니잖아.”

“…….”

아무 말도 없지만, 알기 쉽게도 얼굴이 조금 풀어져 있었다.

“저녁에 먹고 싶은 건 없어? 내가 만들어 줄게.”

내 나름의 애교에 인공이의 표정은 더욱 풀렸다. 남자의 애교가 뭐가 좋을까 싶겠지만 인공이도 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자기만을 위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기분 좋게 받아들여주는 것이다.

“연애는 다른 곳에서 해. 눈꼴 시려서 원.”

들린 소리에 나는 흠칫 놀라 떨어졌다. 소리가 들린 곳을 보니 툴툴거리며 다가오는 땋은 머리에 안경을 낀 소녀가 보였다.

“안 보여서 찾으러 왔더니 당당히 연애질이네. 솔로는 서러워서 죽어야지. 아무튼 안녕이다.”

“안녕.”

소녀의 인사에 인공이는 어색하게 인사했다.

“안녕, 반장?”

“반장이라고 부르지 마.”

“안녕, 임시 반장?”

상대의 농담이 있었기에 나도 농담을 걸어봤다. 짜증난다는 표정인 소녀는 우리 반 (임시)반장이다. 참고로 전교 2등 소꿉친구에게 1등을 뺐긴 불행한 소녀다.

선생님 오셨다며 우리를 찾아온 (임시)반장에게 끌려 반으로 갔다. 그런데 (임시) 반장한테 연애한다는 농담을 들을 정도로 친했던가? 기억하기로는 (임시) 반장은 전교 2등이 된 뒤에 소꿉친구를 찾아왔을 때 본 적 있었다. 그것 말고는 같은 반이 돼 어제 본 것이 다다. 같은 초등학교를 나온 것 같지만 딱히 기억에는 없었다. 살짝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나와 인공이는 같은 반이지만 소꿉친구는 옆 반이다. 그래서 쉬는 시간 마다 소꿉친구가 인공이를 만나러 들이닥칠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소꿉친구는 찾아오지 않았다. 인공이가 자기를 따라와 주지 않은 것에 충격 받은 건가? 아님 나 때문인가? 부끄러움을 이겨내고 한 말이었을 텐데 그렇게 망쳐버리다니, 내가 너무 했던 것 같기도 하다.

2교시를 마치고 뒷자리의 인공이에게 말했다.

“옆 반 안 가볼래?”

“볼 일 있어?”

인공이가 난처하다는 듯이 어색하게 웃으며 물었다. 아침에 희롱한 상대를 만나야하기 때문에 신경 쓰일 것이다. 소꿉친구는 신경 쓰지 않을 테지만. 가해자는 있지만 피해자는 없는 범죄라니 뭔가 이상하네.

소꿉친구가 신경 쓰인다는 답변에 인공이 옆의 (임시) 반장이 답했다.

“나도 같이 가자.”

(임시) 반장이 계속 친한 척을 해오고 있다. 이제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도 좋을 것 같다. 그래, (임시)반장은 나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는 인공이랑 다르게 눈치가 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다는 말이지. 모른척하며 능청스레 물었다.

“왜, 너도 볼 일 있어?”

“응. 전부터 친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계속 무시하더라구. 너희들이랑 가면 다를 것 같아서 말이야.”

그게 아니라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겠지. 나는 일어서며 인공이에게 물었다.

“괜찮지?”

인공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와 (임시)반장을 보았다. 본인 앞에서 싫다고 말할 순 없었는지 끄덕였다. 나는 먼저 교실을 나섰다. 계속 미소가 지어져서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되지? 인공이처럼 계속 모른 척해야 하나? 아님 내가 먼저 고백해 버려?

뒤따라 나오는 두 사람과 함께 옆반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야?”

소꿉친구가 찾아온 우리에게 차갑게 뱉었다. 인공이와 다른 사람 앞에서도 저런 태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임시)반장 앞에서 약한 모습 보이긴 싫었다. 그래서 소꿉친구의 책상에 걸터앉아 말했다.

“그냥 네가 신경 쓰여서.”

“신경 끄고 돌아가.”

소꿉친구는 무심하게 말했다. 진짜 삐졌으면 말도 안했을 테니 삐진 건 아닌 건가? 아님 인공이와 다른 사람 앞이라서 참고 내숭 떠는 건가? 어제 일로 소꿉친구를 조금은 안다는 생각이 박살나서 확신을 가질 수가 없다.

“너…….”

“꺼져.”

소꿉친구는 내게만 들리게끔 작게 말했다. 응. 눈이 진심이구나. 꺼지는 게 좋을 것 같다. 끈질긴 남자는 인기 없는 법이라니까. 인공이와 (임시)반장을 데리고 옆반을 떠나 교실로 돌아왔다. 나는 어리둥절하고 있는 인공이에게 말했다.

“인공아, 오늘은 점심시간에 쟤랑 둘이서만 먹으러 가줘. 나 기다리지 말고.”

“…….”

인공이는 말이 없었다. 아직도 신경 쓰이는 건가? 나는 인공이의 팔을 잡고 말했다.

“지금은 부끄러워서 저러는 거야. 네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대해주지 않으면 쟤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계속 저럴 거야. 그건 싫지?”

“……응.”

이거면 아침의 일에 보상이 될 것이다. 안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옆에서 실실거리는 (임시)반장이 신경 쓰인다. 말을 걸어보기도 전에 종이 쳤다.

점심시간이 올 때까지 쉬는 시간 마다 (임시)반장은 인공이와 나에게 친한 척 해왔다. 전교 2등이라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하긴 소꿉친구도 1학년 땐 인공이랑 같은 반이라 쉬는 시간마다 인공이랑 붙어있었다. 그 덕분에 반 애들도 소꿉친구가 인공이를 좋아한다는 것을 다 눈치 챌 정도였다. 이런, 이런. 이제 반 아이들도 (임시)반장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을 다 눈치 채 버리는 건가.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인공이를 옆반에 데려다가 소꿉친구에게 붙여줬다. 맛있게 먹으란 말을 남기고 떠나면서, 주먹을 움켜쥐는 소꿉친구가 보였다. 속을 ‘좋았어!’라고 외치고 있을 것이다.

느긋하게 학생회실로 발걸음을 옮기는 도중에 (임시)반장 내 이름을 불렀다. 지금 오는 건가?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주변에 누가 있는지 확인하듯 두리번거리던 (임시)반장이 나에게 소꿉친구와 인공이랑 사귀는지 물었다. 나는 긴장된 마음에 짧게 답했다.

“아니.”

“그럼 너랑 사귀는 거야?”

“그것도 아니야.”

(임시)반장은 대놓고 안심했다. 이렇게 물어온다는 건 분명한 거겠지? 인공아, 미안하지만 형 먼저 솔로 마을에서 탈출한다. 소꿉친구에게는 반응하지 않던 심장이 제대로 뛴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임시)반장은 내 기대를 배신하고 밥 맛있게 먹으란 말만 하고 가버렸다. 어?

잠깐 동안 홀린 듯 서 있다가 고개를 숙였다. 설마 또 인공이냐? 진짜 하렘물 소설이냐고. 눈물이 살짝 고이니 고개를 들기로 했다. 나랑 사귀는 지는 왜 물었냐? 진짜 애인을 보였냐? 앞의 질문을 숨기기 위해서 였냐?

그냥 부끄러워했다고 믿기로 했다. 아직은 모르는 거니까.

어떻게든 발을 옮겨 학생회실에 도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딱딱하게 고개를 돌리는 선배가 보였다.

“안녕하세요?”

“안녕?”

선배께서는 내 주위를 살펴보시곤 크게 숨을 내쉬셨다. 그에 맞춰 움직이는 역동적인 텐트(?)에 눈을 뺐기지 않는다면 남자가 아니리라. 그 남자가 아무리 슬퍼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다시 심장이 두근거린다. 예쁜 여자와 둘이서만 있을 때, 심장이 두근거리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인공이처럼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넘어지며 접촉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선배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상냥하게 말하셨다.

“미안해. 아침에는 내가 말이 좀 심했어. 인공이만 앞에 있으면…… 이해하지?”

여기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나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는 내 모습에 살짝 웃으셨다. 그리곤 책상 위의 종이와 편지 봉투를 가르키시곤 접어 넣으라고 하셨다. 웃으신 건 노동력을 확보하신 게 기쁘셨던 것이 분명하다.

선배 옆에서 묵묵히 종이를 접어 봉투에 넣었다. 옆에서부터의 향기와 인기척에 긴장돼 행동이 딱딱해진다. 눈이 절로 선배쪽으로 간다. 선배는 문을 힐끗거리며 보고 계셨다. 몇 번이나. 누구를 기다리는 지는 뻔하다.

심장에 서늘한 것이 닿은 느낌이다. 이러리라는 건 잘 알고 있었고, 이렇게 하려고 인공이를 보내고 혼자 온 거 아닌가. 애초에 선배의 인공이와 함께 있고 싶다는 기대를 먼저 배신한 건 나일 텐데……, 왜 배신당한 기분일까? 나는 접는 종이만을 바라본 채 입을 열었다. 내 목소리는 내가 놀랄 만큼 차가웠다.

“인공이는 안 와요. 선배의 안구건강을 위협한 건 저니까, 저만 벌 받으러 오는 게 당연하잖아요.”

“응, 그래. 미안해.”

선배의 목소리는 내 목소리와는 다르게 따뜻하게 들려 왠지 모르게 슬펐다. 이건 다 (임시) 반장 때문이다. 괜히 기대하게, 배신당했다 여기게 하여 지금까지 그런 기분이 드는 게 아니겠는가.

그 뒤로 일이 끝날 때까지 종이 접는 소리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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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내 소꿉친구가 이렇게 중2할 리가 없어(추가완료) +6 15.01.03 440 12 7쪽
2 내 소꿉친구가 이렇게 중2할 리가 없어 +10 15.01.02 49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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