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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티유
작품등록일 :
2013.03.10 12:29
최근연재일 :
2013.04.29 21:3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9,170
추천수 :
86
글자수 :
108,377

작성
13.03.27 23:57
조회
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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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7쪽

진짜 기사는 누구냐 (5)

DUMMY

피셔 백작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네이단이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옆의 병사에게 내밀었다. 검을 든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던 병사는 주춤거리며 그것을 받아들었다. 잠시 멍하게 서 있던 병사는 네이단이 눈치를 주고서야 화들짝 놀라며 피셔 백작에게 달려갔다.

네이단이 건넨 것은 주황색 천에 수가 놓인 신분증명서였다. 수 놓인 실이 특정한 색을 가지지 않고 각도에 따라 여러 색으로 빛나는 것이 척 보기에도 마법에 의한 것이었다.

내용을 읽어 내려가던 피셔 백작의 얼굴이 당황으로 가득 찼다.

“여기 이 친구를 풀어주십시오.”

네이단이 나직이 말하자 병사들이 피셔 백작의 눈치를 살폈다. 그런 병사들을 향해 피셔 백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단히 매여 있던 포승줄이 풀리자 엘란은 손목을 주무르며 일어났다. 밧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저들을 일단 옥에 가둬라. 그리고 두 사람은 나를 따라오게.”


응접실 의자에 앉은 엘란과 네이단 앞에 찻잔이 놓였다.

“미안하게 됐네. 내 병사들이 신중하지 못해 자네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렀군. 미리 신분을 밝히지 그랬나.”

“말하려던 차에 재갈을 물리더군요.”

네이단은 아직 마음이 풀리지 않았는지 서늘하게 말했다.

피셔 백작이 고개를 한숨을 쉬었다. 이날만큼 병사들이 한심스러울 때가 없었다.

“정말 미안하네. 내 녀석들을 귀족 모욕죄로 다스리겠네.”

피셔 백작의 말에 네이단은 고개를 저었다. 귀족 모욕죄에 대한 처벌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이니까요. 간단히 주의만 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피셔 백작은 감탄했다.

“젊은데도 도량이 깊은 친구구먼. 부친이 누구신 가?”

피셔 백작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네이단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부친을 묻는 이유를 고민하던 네이단은 곧 마법사에 대한 흔한 편견을 떠올리곤 질문을 이해했다.

대부분의 마법사가 귀족 출신이었기에 피셔 백작은 네이단 또한 어느 귀족 가의 자제려니 하고 가문을 물었던 것이다.

네이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저희 아버지는 마법 스태프를 깎는 장인이셨습니다.”

마법사의 스태프는 두 단계의 공정을 거친다. 첫 번째는 나무를 깎거나 철을 세공해 그 형태를 만드는 단계였고 두 번째는 마법사가 룬어와 마법진을 새기는 단계였다. 네이단의 아버지는 앞의 단계를 담당하는 장인이었던 것이다.

피셔 백작은 네이단의 대답을 통해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과거형으로 말했으니 지금은 아버지가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 하나였고, 남은 하나는 그가 장인의 아들이니 귀족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깨달은 피셔 백작의 얼굴에 불편한 심기가 드러났다. 아무리 왕실 마법사라지만 평민과 마주앉아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피셔 백작은 눈을 엘란에게로 돌렸다.

“자네는 아까 왕실 기사라고 했네. 사실인가.”

피셔 백작의 질문에 불신감이 가득했다. 네이단이 귀족이 아니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고, 왕실 기사가 되기엔 엘란의 나이가 너무 어려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예. 백작님.”

엘란이 품속에서 조그만 동판 하나를 꺼내 피셔 백작에게 내밀었다. 왕실 기사단의 증표였다. 백작의 얼굴에 놀라움이 떠올랐다.

“엘리온, 엘리온 경이군. 그 어린나이에 왕실 기사라니. 대단하군.”

“아닙니다.”

“음?”

“저희 아버님 때문에 사람들은 저를 엘리온 경이 아니라 엘란 경이라고 부릅니다.”

“아버지?”

피셔 백작은 자신의 기억 속을 뒤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리쳤다.

“아, 엘리온 경! 왕실 기사단 부단장 엘리온 경 말인가. 자네가 그의 자식인가?”

엘란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예. 얼마 전에 단장이 되셨습니다.”

“아, 그런가! 그래 페닌 단장이 퇴임할 때가 되었었군. 엘리온 경의 실력이야 단장이 되기에 충분했을 테지. 돌아가면 축하한다고 전해주게.”

엘란이 겸연쩍게 미소 지었다. 엘리온에 대한 피셔 백작의 호평이 듣기 좋았다.

“올해 몇 살인가?”

“열다섯 살입니다.”

피셔 백작은 다시 놀랐다. 왕실 기사라기에 십 대 후반쯤 되었지만 어려 보이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열다섯이라니 예상 밖이었다.

“어떻게 그 어린 나이에 왕실 기사단이 되었는가. 성취가 어느 정도인지 물어봐도 되겠나.”

왕실 기사단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검기를 발현하는 소드 익스퍼트(sword expert)단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다. 그랬기에 엘란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이제 막 검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충 예상은 했었지만, 그 예상이 들어맞았기에 피셔 백작은 오히려 놀랐다.

사실 한편으로는 엘리온의 입김이 작용해서 엘란이 왕실 기사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했던 것이다.

“정말 놀랍군. 열다섯에 검기라니. 보여 줄 수 있겠나?”

“예?”

엘란의 얼굴에 당혹감이 떠오르자 피셔 백작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자네를 의심하는 게 아니라 워낙 궁금해서 그러네. 정말 열다섯의 나이에 검기를 쓸 수 있는가 하고 말이야. 잠깐 이게 의심이던가? 하하하.”

진귀한 것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흥분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는 피셔 백작을 보며 네이단은 인상을 찌푸렸다. 보면 볼수록 밉상이었다.

확인해 보지도 않고 두 사람을 교수형 시키려 했던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네이단의 출신이 귀족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부터는 싹 외면해버리는 태도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네이단의 마음과 상관없이 엘란은 공손하게 말했다.

“제가 어떻게 감히 백작님 앞에서 검을 뽑아들겠습니까.”

“아니 난 괜찮네. 신경 쓰지 말게.”

피셔 백작은 기대에 찬 눈을 반짝였다.

검기가 진귀한 것이긴 했다. 피셔 백작도 기사를 거느리고 있긴 했지만 그 중 소드 익스퍼트에 오른 자는 없었다. 대부분의 소드 익스퍼트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기사단에서 나왔다. 수련환경과 여건이 그만큼 잘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간혹 귀족 가문에 소속된 기사 중에 소드 마스터나 소드 익스퍼트가 있기는 했는데, 그 경우는 매우 드물어 피셔 백작이 알기로는 다섯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반평생을 산 피셔 백작이었음에도 검기를 본 기억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작았고 그나마도 먼발치에서 본 것이 전부였다.

계속된 백작의 독촉에 엘란은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나 검을 뽑았다.

엘란은 검에 힘을 집중했다. 에노스가 검을 점점 뒤덮기 시작했다.

선명한 빛이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피셔 백작은 엘란의 검 주위로 일렁이는 기운이 생긴 것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검의 곁을 지나 바닥에 닿고 있었는데, 바닥에 드리워진 빛을 보니 검기가 더욱 또렷이 보였다. 검의 그림자 주변으로 햇빛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검은 검 주변으로 불이 일렁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오오.”


작가의말
지난 글에서 척제현람님께서 좋은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엘란과 네이단이 곤경에 빠지게 된 상황이 다소 어색하다는 내용의 지적이었습니다.
귀족으로서의 자각이 부족한 두 사람(이번화에 밝혀졌지만 네이단은 귀족이 아니었죠.)에게 황당한 일이 순식간에 벌어져서 별다른 대응도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는 상황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연참 대전이 끝나면 부분부분을 조금 수정하여 문제를 해결할 생각입니다.
척제현람님 좋은 지적 다시한번 감사합니다. 피드백이 없어서 줄기차게 써내려가고 있었는데,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것 같습니다.

연참대전이 얼마남지 않았군요. 힘내서 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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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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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호옹이
    작성일
    13.03.31 17:46
    No. 1

    한편에는 4개의 댓글이 달리더니 나머지 화에는 댓글이 부진하군요

    거기 지나가는 문피아 독자 양반. 댓글 하나 남겨서 작가에게 힘좀 보태주시길.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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