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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로아
작품등록일 :
2013.08.16 14:57
최근연재일 :
2013.09.17 02:15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7,659
추천수 :
116
글자수 :
85,743

작성
13.08.18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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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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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제 3편 나들이-

DUMMY

"뭔가 아쉬운걸, 뭔가 잔뜩 손에 들고 나올 줄 알았는데."


"그 정도 가격인데 손에 잔뜩 들고오면 얼마나 쓰겠다는 말인가요?"


"흐음....글쎄...?"


역시 가진 게 많은 사람들은 지출에 대한 계산을 안 하거나 혹은 잘 한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물론 채영선배는 안하는쪽.



옷가게를 나온 우리는 거리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안에는 어린 아이들이 뛰어놀고 벤치에서는 커플들이 닭살돋는 행위를 하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많은걸 이용하여 각종 먹거리를 팔고 있었다.


"혜원오빠, 여긴 어딘가요?"


"공원. 어릴 때 자주 놀러왔던곳 같은데?"


"아, 그럼 새들도 많이 있겠네요? 새 모이같은것도 줄 수 있으려나?"


물론 새도 많고 새 모이도 사람들이 팔고 있다.


나는 연화말을 듣고 근처에서 작은 봉지에 담긴 새 모이와 음료수를 사왔다.

가격은 역시 다른 곳과 다르게 비싸다.


하아....뭔가 한것도 없는데 지갑이 벌써 얇아졌어...


"자, 이 앞에 뿌리면 아마 새들이 올 거야."


"그럼 한번 뿌려볼게요."


모이를 한주먹 움켜쥔 후 조금씩 뿌리는 연화. 모이를 뿌리자 마자 새들이 다가와 짹짹 울면서 쪼아먹기 시작했다.


"와아-! 새 소리가 들려요."


"어머? 진짜 오네? 맛있긴 맛있나 보다."


채영선배, 아마 맛있어서가 아니라 먹을 거라 온걸겁니다.


"혜원오빠, 제 앞에 있는 새들은 귀여운 참새인가요?"


"참새도 있고..."


있어봤자 2마리, 3마리? 그걸 제외하면 나머지는 너무 많아서 문제인 비둘기들.....

구구구구구.....


"혹시 음료수도 흘리면 먹을까?"


"......할 생각 마세요."


"아,안해!"


설마 정말 해보실 생각이셨나?




뭔가 굉장히 여유로웠다. 마음의 여유, 그리고 그렇게 화를 내던 태양도 구름에 가려서 조금 화를 가라앉힌 듯 덥던 날씨도 조금은 따듯해졌다.

공원이 넓어서 그런지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시끄럽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의 목소리도 잔잔하게 울리는 음악과도 같았다.


아....뭔가 엄청나게 포근해...이거 위험한데...


"하아암....조금 피곤하네요."


"후훗, 옆에는 버티다가 결국 잠든 것 같은데?"


"응?"


채영선배의 말을 듣고 연화 쪽을 돌아보니 연화는 이미 내 옷깃을 잡은체 기대서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많이 걸은 탓인지 피곤했던 것 같다.


잠들면 누가 잡아가도 모를 것 같다니까, 정말..


"연화는 뭘 해도 귀엽네."


"....여자가 여자 보고 그런말 하니까 뭔가 느낌이 이상해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나는 순수하게 귀엽다고 말한 것 뿐이라고."


아까 탈의실에서의 소리는 뭐였을까요?



"있잖아, 연화, 반에서도 인기 조금 있는 편이지?"


"연화요? 글쎄요...항상 도서관에만 있으니, 그래도 가끔 반에 데려가면 남자애들이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


예를들면 이재원 같은 애들.


"연화, 빠른년생으로 학교 들어온 거지?"


"네, 1월 14일 이니까요."


"그럼 오빠라 부르지 않아도 될 텐데.."


"그러게요, 라고 해도 벌써 익숙해진지 오래됐으니까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7월생이다 보니까 자기 생일과의 차이도 조금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생각해보면 연화와 처음 만났을때는 서로 부르지도 않았엇다. 내 어머니와 돌아가신 연화의 어머니는 서로 친구여서 어릴 때 두 분을 통해서 연화를 만나게 됐다.

처음 만났을때가 내 나이 4살 정도 됐을 때, 그럼 연화의 나이는 3살이 될때다. 그때는 어려서 서로 관심이 없었다. 있다고 해봤자 이름이 뭐고 어디 살고 가 아니라 순전히 누구인지 그것만 궁금할 뿐이었다.

그런데 어느새부터 인가 연화가 오빠라고 부르면서 나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기억하기로는 1년 후인 내가 5살, 연화가 4살일 때. 아마 그때부터 자주 만나면서 놀았던것 같다. 흔히 말하기로는 소꿉친구 같은 것.

연화의 생일은 초등학교 입학때 알게 되었다. 입학식 날 학교 입구에서 연화와 만나면서 연화가 1월 14일 생일로 나보다 1살 적지만 빠른년생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초등학교 졸업, 중학교 입학도 함께 하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너희 만났을때는 그냥 남매인 줄 알았어."


"처음 만났다면 그때 점심시간 옥상인가요?"


"응, 작년 4월이었던가, 내가 한창 부회장 투표때문에 선거운동 하면서 만났었잖아. 그땐 그냥 사이좋은 남매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남매는 아니더라고."


"뭐...처음보는 애들은 그렇게 생각해요. 그보다, 제가 벌써 채영선배한테 끌려다닌지도 1년이 넘었다는 거네요?"


"끌려다녔다니, 난 단지 부회장, 지금은 회장으로서 도움의 손길을 구했을 뿐이라고?"


도움의 손길은 학생회 간부들에게 청하시지 왜 아무 상관 없는 날...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네가 공부를 잘한다는 거 부회장이 되고 알았어. 그리고 너야말로 날 도와줄 인물이다, 하고 깨달았지."


"부려 먹을 인간이다, 하고 깨달은 게 아니고요?"


"그건 아니라니까. 정말이지.."


이런것 때문에 가끔 내가 공부로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게 후회스럽다.





"채영선배는 남자친구 있으세요?"


뭔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해버린듯 말을 하면서도 목소리가 낮아졌다.


"응? 뭐라고 했어?"


"채영선배는 남자친구 있으세요?"


"남자친구? 내가? 에이 설마.."


스스로 부정하는 채영선배.


"채영선배같이 멋진 사람이 아직 솔로라는 게 신기하네요."


"응? 내가 멋진 사람이라니, 나 그런 사람 아니야.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쭉 생각하고 있어. 언젠가는 정말 멋진 남자가 나에게 고백할거란걸."


"호오...."


"그래도 착각하지 마, 혜원이 넌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니니까."


"그런 생각 안 했어요. 그리고 안 할 겁니다."


"후후, 아아-!"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서 기지개를 키는 채영선배.


"네 행복은 네 곁에 있으니까...넌 그것만 쫓으면 돼."


"네? 무슨..."


갑자기 미소를 지으시며 뜻 모를 소리를 하는 채영선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슬슬 저녁때니까 들어가야겠다."


그리고는 갑자기 휴대폰을 열어 시간을 보시고는 헤어지자는 말을 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요? 뭔가 한 건 얼마 없는것 같은데 시간은 금방금방 지나가네요."


라고 하며 나도 벤치에서 일어나 잠든 연화를 엎었다.


"연화는 그대로 엎고 가는 거야?"


"한 번 잠들면 깊게 잠들어 버리니까요. 그럼 먼저 가볼게요."


"응, 그럼 학교에서 보자.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채영선배를 뒤로하고 공원을 나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가는길,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거리는 점점 붉어져 갔다. 놀이터에서 놀던 아이들도 한두 명 손을 흔들며 자기 집으로 향했고, 골목길에서 과일을 팔던 아저씨도 노을이 지는걸 보시고는 정리를 하셨다.

그런 와중에도 연화는 내 등을 베개 삼아 깊은 꿈나라에 빠져있었다.


정말로, 한 번 잠들면 완전히 꿈나라로 간다니까...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사고가 나질 않아서 연화가 앞을 볼 수도 있고, 연화의 부모님과도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

아마 그렇게 되고 있다면 현재 내가 공부를 하고 있지도 그리고 이렇게 연화를 엎고 있지도 않았겠지 라는 생각.

또 그렇게 되었다면 같은 고등학교, 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리고 둘은 쭉 떨어져 있겠지 라는 생각도 하곤한다.

뭔가 가정을 한거지만 결론은 내 옆에서 나에게 의지하는 연화는 없다는것 뿐이다. 뭔가 그렇게 되면 나는 심심하겠지 아니, 연화가 없더라도 뭔가 다른 사람과 다른걸 하고 있겠지 라는 생각도 하고 있다.


그래도 지금이 현실이다.

내 등에 엎혀있는건 연화고, 지금까지 쭉 나에게 의지한것도 연화다.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으음.....으,응....혜원오빠?"


"일어났구나? 밤에 어떻게 자려고 그렇게 깊게 자?"


"헤헤, 저도 모르게 잠들어버려서...하아암..."


아직 잠이 덜깬 얼굴로 작게 미소를 지으며 웃는 연화. 마치 어린애 같이 순수한 표정이었다.


"혜원오빠, 저 좀 내려줄래요?"


"응? 엎혀있는건 싫은 거야?"


내려주자마자 내 손을 잡는 연화.


"엎혀있는것도 좋지만, 이렇게 손 잡고 있는 게 저는 더 좋아요."


라고 하며 내 손을 꼭 잡은체 내 발걸음에 맞춰 걷기 시작했다.


착각할까 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 둘 사귀는 건 절대 아니다.


"저녁때가 된 걸까요? 많이 서늘해졌네요."


"이미 밖은 어두워졌어. 이러다가 두분이서만 저녁 드시는 게 아닌가 몰라.."


"걱정하시기 전에 빨리 집에 가야겠네요."


"이미 집 근처에 다 와서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그런가요? 후후."


이렇게 말을 주고받으면서 웃는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나는 항상 이런 현실이 정말적이고 암울하다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도 이거대로 라면서 받아들이고 있다가 현재가 돼서는 그저 기쁘면 웃는 게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채영선배가 말한 나의 행복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있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다녀왔습니다."


"어머, 생각보다 늦었구나?"


"뭐 놀다 보니까..."


"저녁 준비 중이니 혜원이 먼저 씻고 와라. 연화는 좀있다 아줌마랑 씻자."


"네."




"아으...."


옷갈아 입는중에 어깨가 아파오는 게 아무리 어깨를 돌리고 툭툭 쳐봐도 풀리지 낳는다.

피곤해서 결국 몸에도 무리가 가는 걸까. 그보다 나는 왜 이리 쉽게 피곤해지는지 모르겠다.


이건 좀 오래가겠는데. 파스라도 달라고 할까?


어깨를 두드리며 욕실로 들어가 따듯한 물에 몸을 담갔다.


"으아...."


피로가 싹 녹아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아저씨 같은 목소리를 내버렸다.


아....너무 묘한 기분이야...


몸이 점점 물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그런 더위속에 있었는데도 따듯한 물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점점 온도에 녹아 들어간다. 점점 몸이 풀어지고 있다. 긴장이 풀리고 나른해져 갔다.


"아....못나올 것 같아..."


나는 너무 빠져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억지로 샴푸에 손을 가져갔다.

샴푸까지의 거리 1m 미만 아니 50cm 미만, 그냥 손을 뻗으면 다을 거리. 근데 손이 잘 움직이질 않는다. 욕조에서 나오기 싫어한다.


아으.....



그래도 결국엔 손을 뻗어 샴푸를 잡고 손에 조금 뿌려 머리를 감았다.

욕조에 있는 상태에서 그대로 머리를 헹궜다. 덕분에 물 위에는 거품이 떠다녔다.


다음은.....몸을.....아 진짜 귀찮다....


아...안돼....성실해져야해....


나는 힘을 내서 욕조를 나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하아...하아....


드디어, 드디어 악마의 유혹을 벗어났어! 이제 몸을 닦으면 되겠군!


나는 타월에 바디워시를 조금 짜내서 거품을 낸 후에 몸을 닦기 시작했다.


새로 사오신 건가? 항상 쓰던거랑은 다른 향이나네. 뭔가 굉장히 달콤한 향기야..




"혜원아, 저녁 다 됐다!"


"네! 곧 나가요."


후....그럼 슬슬 나갈까?


나는 목욕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은 후 부엌으로 향했다.




"응? 어머니 이건 무슨 요리인가요?"


"장어구이란다."


장어라니....우리 가족중에 장어가 필요한 사람이 있던가.

아버지는....이미.....나는 아직인것 같은데?


"하...하하...."


"혜원이 너 생각나서 사서 요리했으니 많이 먹어라."


"하...하하...네, 잘 먹겠습니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내가 장어 먹어봤자 그 힘을 어디다 쓴다고...


아니, 설마 이건 미래를 위한 비축인가....는 그럴 리가 없겠고. 그냥 보양식이라 생각하고 먹어야지.


"장어는 피부에도 좋다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아주머니도 많이 드셔야겠네요."


"어머, 나보다는 연화가 많이 먹어야지."


역시 여자들은 그런 이유로 먹는 건가... 뭐, 맛만 있으면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까.


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입으로 가져갔다.




저녁 식사 후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와 원래 오늘 해야 할 공부 분량을 채우기 위해 책상에 앉았다.

뭔가 잔뜩 놀다가 이제 공부를 하려니 역시나 팬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띠링,문.자.왔.어.요


응? 누구지?


'심심함. -이재원-'


.........???


뭐야 이 마치 지금 나와서 나와 놀아줘 같은 문자는


'혼자 놀아.'


라고 보내면 분명 싫어 라는 문자가 올 테니까...


'가상의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노는 건 어때?'


라고 답장을 보냈다. 뭔가 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미 보내버렸다.


그리고...


띠링, 문.자.왔.어.요


'해봤음 -이재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럼 이제 어쩌라고?


'혼자 놀아.'


그냥 처음 생각한걸 보내버렸다.


띠링, 문.자.왔.어.요


'놀아줭, 놀아줭! -이재원-'


으으....그냥 놀아달라고 하지 애교는 왜 부리는 거야?


'공부 중이니까 좀있다 문자 해줄게.'


띠링, 문.자.왔.어.요


'그럼 연화랑 전화 통화하게 해주세요. -이재원-'


하아....


'연화 지금 목욕 중이니까 불가능해.'


띠링, 문.자.왔.어.요


'칫 -이재원-'


허허, 이 녀석....


됐다. 공부에 집중이나 하자.


나는 휴대폰을 무음으로 돌린체 침대 쪽으로 던져버렸다. 이걸로 공부가 끝날 때 까지는 한동안 조용하겠지.


그리고 나서 다시 하던 공부에 전념했다.



..........


"아! 역시 집중이 안돼!"


똑똑


"혜원오빠?"


목욕을 끝낸 연화가 내 방 문앞에 서있었다.


언제부터 서있던거지?


"응, 지금 나갈게."


나는 하던 공부를 그냥 덮어둔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거기엔 연화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덮은체 서 있었다.


"혜원오빠, 방금 큰 소리가 들렸는데, 무슨 일 있나요?"


"하..하하, 아니 그냥 소리 질러 본 거야. 머리 말려줄까?"


"네, 부탁할게요."


나는 연화를 데리고 연화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헤어드라이어를 찾았다. 항상 머리를 말려준 후 연화 책상에 올려놓으니 찾을 필요도 없었다.


위이이이잉


오늘따라 헤어드라이어 소리도 요란하게 들리네.


"아까 잤는데 다시 잘 수 있겠어?"


"글쎄요, 혜원오빠가 손 잡고 있어주면 잘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손잡고 있어주기인가.


이것도 밤에 해주는 행동 중에 하나다.



"혜원오빠, 내일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내일? 내일은 그냥 책상앞에 앉아있을 계획인데."


"공부인가요? 혜원오빠는 정말 열심히 하네요."


"뭐, 어차피 해야 하는 거니까. 연화는 하루종일 독서?"


"네, 내일은 혜원오빠 방에서 계속 책 읽을까 하는데 괜찮아요?"


"연화는 얌전하니까. 아아-! 내일은 집중할 수 있겠구나."


오늘 못했던 분량은 확실하게 채워야겠다.




머리를 다 말렸으니 헤어드라이어는 정리했다. 지금은 빗질을 하면서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주고 있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같은 샴푸를 쓰는데 연화 머리에서는 왜 이리 좋은 향이 나는지 모르겠다.

뭔가 다른걸 뿌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언제나 머리를 말려주고 정리해주면서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주머니가 새 바디워시를 사오셨는데 써봤어요?"


"아, 그거. 응 써봤어."


"향기 엄청 좋았죠?"


"응, 뭔가 달콤한 향기였는데 무슨 향이었을까?"


"글쎄요, 후후.."


작게 미소 짓는 연화.



"자, 머리정리 끝났어."


"벌써 끝났나요? 언제나 느끼지만 뭔가 오랫동안 빗질 해주는것 같은데 짧게 느껴지네요."


"항상 그렇잖아. 뭔가 아쉬울 때 끝나는 거. 자, 손 잡아줄 테니 그만 누울까?"


"네."


응?


지금 안 사실이다. 연화 침대의 이불이 얇아졌다.

내 방에서는 눈치 못챘는데, 아니 연화방만 바꾸신 건가?


연화도 계속 덮고 있던 이불과 다르단걸 느끼는 건지 계속 이불을 만지고 있었다.


"이불이 조금 달라진 거 맞죠?"


"응, 어머니가 바꿔놓으셨나 보다."


"어제까지 덮던 이불도 포근해서 좋았는데, 이것도 시원해서 좋네요."


"이제부터 계속 더워질 테니까. 미리 바꿔놓으셨나 보다."


연화는 이불을 얼굴까지 가져간체 이불의 향기를 맡고 있었다.


우리 집은 기본적으로 악취가 없다. 아니, 오히려 향기로 가득한 집이라고 해야지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항상 어머니께서는 향기가 나는걸 많이 사놓으신가. 방향제는 기본이고 샴푸, 섬유유연제, 심지어는 향기나는 열쇠고리도 항상 휴대폰에 달고 계신다.

정말로 향기가 나는걸 엄청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아마 지금 연화도 그 향기를 맡고있는게 분명하다.


"역시 아주머니가 세탁하신 건 다 좋은 향기가 나네요."


"뭐, 취향이라고 해야 하려나. 비슷한 거니까.."




"자, 여기요."


갑자기 손을 내미는 연화. 아까 말했듯이 손을 잡아달라는 뜻이었다.

나는 연화의 요청에따라 손을 잡아주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손잡고 있네요."


"매일 그랬지만 오늘은 좀 오랫동안 잡고 있었지."


"혜원오빠 손을 잡고 있으면 뭔가 안심이 되요..헤헤..."


"항상 잡고 있어서 그런 거 아니야? 버릇이라고 해야 하려나..."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아암...."


다시 잠이 오는지 짧게 하품하는 연화. 역시 내가 뭔가 해주면 바로 안심이 돼서 잠이 잘 오는 게 맞는 모양이었다.


"잘 자, 연화야."


"네, 내일 봐요 혜원오빠....."


천천히 꿈나라로 빠져드는지 점점 목소리는 작아지고 숨소리만 들려왔다.

잡고 있던 손도 잠에 빠져들면서 점점 놓아가고 있었다.



하아....결국 공부는 하지도 못했네.

자고 내일 할까...너무 피곤하네.


연화가 자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오면서 피곤함에 잔뜩 취한 내 모습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오늘 더 이상 깨있는건 무리인듯 하다는 생각에 그냥 침대로 가서 잠을 청했다.


하암....정말 너무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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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제 4편 그녀 그리고 학교- +1 13.08.23 341 3 9쪽
12 -제 4편 그녀 그리고 학교- +1 13.08.22 247 21 7쪽
» -제 3편 나들이- +1 13.08.18 265 2 18쪽
10 -제 3편 나들이- +1 13.08.18 253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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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제 3편 나들이- +1 13.08.18 332 4 9쪽
7 -제2편 인질극- +1 13.08.17 400 4 5쪽
6 -제2편 인질극- +1 13.08.17 328 4 7쪽
5 -제2편 인질극- +1 13.08.17 345 4 8쪽
4 -제1편 빛이 있어도 어두운 곳 - +1 13.08.16 409 3 9쪽
3 -제1편 빛이 있어도 어두운 곳 - +2 13.08.16 309 4 8쪽
2 -제1편 빛이 있어도 어두운 곳 - +3 13.08.16 376 6 5쪽
1 -Prologue. 빛이 들지 않는 창문- +1 13.08.16 407 5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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