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더마냐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다만 사랑할 수 있을까요?

이영도 작가의 ‘폴라리스 랩소디’ 에서 내가 최고로 치는 대사이다.

율리아나 공주가 오스발을 짝사랑하며, 계속 거부당하는 사랑의 아픔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 파킨슨 신부에게 묻는 질문.

정말 짧은 대사이지만 그 안에 함축된 것의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에 대한 것일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문제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어떤 기대나 바람도 없이, 희망 없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


나는 요즘 희망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희망이 없으면 삶은 고통의 연속일 뿐,

모든 희망이 사라질 때 사람은 죽음을 희망하게 된다.

내일은 오늘보다는 더 나아지리라는 희망.

미래는 지금보다는 좋으리라는 희망.

그것이 인간에게 고통을 견딜 힘을 준다.


나는 비관주의자라 인간이나, 미래에 대한 희망 따위는 없다.

다만, 나 자신을 위하여 산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


내가 글을 계속 쓰게 된 것은 아마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글을 쓰며 사유하고 삶을 돌아보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되는 것.

그 과정에서 나온 결과물들이 또 나에게 희열을 준다.


그렇지만 인간은 공감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동물이라...

나의 글이 사람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걸 보면 역시 속이 쓰리다.

그럴 때면 나는 바보처럼 ‘어디에서 힘을 얻어 글을 써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율리아나 공주의 저 대사를 떠올린다.

대답을 주었던 파킨슨신부는 성직자답게 ‘별은 보이지 않습니까’ 라는 대답으로 감동을 주긴 했지만... 나는 성직자가 아니지.


오늘은 다른 사람들이 쓰는 것처럼 글을 써볼까 생각을 했다가... 웃고 말았다.

나조차 보지 않는 글을 어떻게 쓸 수 있단 말이야?

나에게 글쓰기는 즐거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고통이다.

글쓰는 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문장 하나하나 쓰는 것 자체가 아주 어렵고 힘들다.

그렇지만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바깥으로 끌어내서 만났을 때의 즐거움이,

완성된 작품을 만났을 때의 희열이 문장을 만드는 것의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거지.

그러니 나에게 의미가 없는 글을 만드는 일은 내가 나 자신을 고통의 바다로 밀어넣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만 사랑할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원칙은 지구가 자전을 한다는 사실만큼이나 분명하다.

그러니 우선은 쓰고 볼 일.

내 안의 남은 이야기들은 모두 꺼내놓자.



댓글 1

  • 글 설정에 의해 댓글 쓰기가 제한된 상태입니다.

  • 001. Lv.22 [탈퇴계정]

    15.05.30 23:25

    ㅎㅎ 더마냐님, 화이팅!! 꺼내놓으실 이야기들 많이 기대되어요~^^
    임금과 나..ㅎㅎ 제일 궁금한 얘긴데, 아직 시작 안하셔서..ㅎ 완전 기대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정조를 너무 사랑해서..ㅎㅎ
    문체반정도 나름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긴 해요..^^;;
    그래서 더욱 더마냐님의 이야기가 궁금궁금합니다~~^^
    화이팅하시고..ㅎ 다만 사랑하면서..ㅎ 다음글 얼렁 써주세요~^^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9 내 일상 | 와! 깜짝이야!!! 15-10-01
8 내 일상 | 죽음의 수용소에서 - 빅터 프랭클 15-09-14
7 내 일상 | 마음을 울리는 글 15-09-14
6 내 일상 | 사랑이 구원한다 15-09-12
5 내 일상 | 일단 푸념부터 하고... 15-09-07
4 내 일상 | 근황 *2 15-08-20
» 내 일상 | 다만 사랑할 수 있을까요? *1 15-05-28
2 내 일상 | 문호세대 15-02-09
1 내 일상 | 부러운 글 *1 14-12-08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