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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낯 님의 서재입니다.

천마신교 소교주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민낯
작품등록일 :
2020.03.09 18:40
최근연재일 :
2020.04.13 23:1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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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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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4,641

작성
20.03.15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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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화. 모략은 덩쿨과 같다.

DUMMY

7화.


“커, 커헉! 저, 저 돌아왔습니다!”

“아, 정신 차렸어?”

“예.”


파천성이 아쉽다는 듯 검을 내렸다. 하루가 다르게 혈천수라검의 성취가 올라가고 있었다.


마성에 젖었을 때의 종삼은 그야말로 혈천수라검의 근본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필법동에 들어온 지 거진 백 일이 넘었다.


“또 가십니까?”

“응.”

“아니, 조금 쉬지 않으시고···.”

“아니야. 지금 당장 수련해야 효과가 좋아. 너는 여기서 평생 살든가.”

“···저도 당장 수련을 시작하겠습니다.”


파천성은 비동의 중심부를 떠나서, 검흔이 아로새겨진 벽면으로 향했다.


언제나 볼 때마다 감탄이 절로 일었다.


“후우우.”


파천성은 몸에 힘을 덜어냈다. 그리고 검흔을 하나하나 눈으로 짚어갔다. 깊고, 얕고, 어디는 빠르고, 느리고.


머릿속으로 검마의 움직임이 그려졌다.


파천성이 발을 떼었다. 검은 순식간에 허공을 갈랐고, 일어난 바람을 따라서 검이 수십 번의 참격을 그어냈다.


“헉, 허억. 헉!”


검을 손에서 놓은 파천성이 주저앉았다.


‘조금 모자랐다···.’


조금만 더 하면 닿을 것 같았다. 조금만···.


우우웅.


그때 무언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고, 빛이 뿜어지며 파천성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어? 합격인 거야? 이걸로 된다고?”


부족함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자신의 기준이 너무 높아서였나보다.


‘···근데 종삼은?’


이내 파아앗,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파천성을 집어삼켰다.


*


“돌아왔네.”


처음 문으로 들어가기 전. 본관으로 돌아왔다. 그것도 혼자.


“알아서 잘하겠지. 그 쯤 됬으면.”


못 나오게 되어도 딱히 수는 없다. 종삼에게 가족이 있었던가.


만약 그렇다면 그들에게 커다란 보상을 해주리라고 결심했다.


이제 다른 무공은···.


‘당장은 필요가 없다.’


익힐 무공은 충분하다. 교주 일가의 무공도 있었고, 전생에서 익혔던 무공들 그리고 이번에 얻은 혈천수라검까지.


차다 못해 넘친다.


‘그냥 빨리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좋겠어.’


파천성의 발걸음이 심법동으로 향했다.


심법동의 시험이 가진바 내력을 양을 증명하면 끝나는 매우 간단한 시험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웅.


조금의 어지러움을 느낀 뒤, 파천성은 비동 안에 위치해있었다.


무수히 많은 비급이 꽂혀있는 책장들. 개인 수련을 할 수 있게 만들어진 폐관실. 천장에는 야명주가 반짝였다.


파천성은 그 너머의 교관들이 기다리는 시험장으로 걸어갔다.


“왜? 또 제 차례에 와서 철판을 교체하는 겁니까!”

“규칙이 그러하다.”

“무슨!”


석원이 분통을 터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가 시험을 볼 때마다 ‘특정한 철판으로’ 교체한다니 말이 되는가 말이다.


“왜 나한테만 이렇게 불이익을···. 어? 소, 소교주님?”

“누구냐?”


파천성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저는 석원이라고 합니다! 저, 저번에 제 목숨을 구해주셨습니다. 성진철이라는 녀석한테요.”

“아!”


파천성은 그제야 기억해낼 수 있었다. 목숨을 구걸하던 어린 소년이었다.


“그, 거지!”

“아하하.”

“신수가 훤해져서 못 알아봤다.”


이관에 올라온 지, 백 일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살이 오른 석원은 몰라보게 훤칠해져 있었다.


“근데 뭐 하는 거야?”

“아. 그게 말입니다.”


석원이 안색이 침울해진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저었다.


“시험에 떨어졌지 뭡니까.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그럼 비켜봐. 나 시험 보게.”

“예! 소교주님이라면 당연히 합격하실 겁니다.”


당연한 소리를 하는 녀석이었다. 파천성은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나섰다.


어느 이유에선지, 교관은 소교주가 나타난 순간부터 크게 긴장한 상태였다. 그가 침을 꿀꺽 삼켰다.


“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왜?”

“잠시면 됩니다.”


이미 신호를 보내놓은 교관이었다. 아마 곧 오실 것이었다. 조금만 버티면 된다.


“그니까 왜 기다려야 하냐고.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 납득을 할 것 아니야.”


파천성의 눈썹이 불쑥 올라갔다. 그 모습을 확인한 교관이 땀을 삐질 흘렸다. 빨리, 빨리···.


“미안하오. 기다리게 했소.”


파천성이 깽판을 치기 일보 직전.


흑의무복에 붉은 혁대를 맨 중년인이 도착했다.


책임교관 임청이었다.


“자. 기다렸다. 이제 뭐지?”

“···이제 시험을 보시면 되오.”

“뭐? 그럼 뭐하러 기다리라고 한 건데?”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을 뿐이오.”

“그게 뭔데.”

“외부인에게 말할 수 없소.”


파천성이 쏘아보자, 임청이 슬쩍 시선을 피했다.


“좋아. 시험을 보도록 하지.”

“잘 생각하셨소.”


임청이 철판을 꺼냈다.


“얘는 아까 저걸로 보던데. 왜 나는 이걸 주지?”

“···.”


파천성이 석원을 가리키며 물었다. 임청은 속으로 탄식을 뱉었다.


“왜 말이 없나?”


할 말이 있을 턱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석원이 시험에 불합격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였으니까.


“내가 원하는 거로 시험을 쳐도 괜찮은 거겠지?”

“···마음대로 하시오.”


임청은 눈을 질끈 감고 대답했다.


“그럼 얘랑 똑같은 걸로 줘.”

“···한 치(약3cm) 이상의 자국을 남기면 합격이오.”


철판을 매만진 파천성이 히죽 웃었다. 어이가 없어서였다.


“입마구관에는 금이 썩어나나 봐.”


이것은 현철을 섞어 만든 금속으로, 석원의 수준으로는 절대로 자국을 남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석원을 불합격 시킨다라. 무엇 때문에?’


이유는 모르겠다. 무슨 음모인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모략과 같은 것들은 덩쿨과도 같아서, 한 번 훼방을 놓으면 줄줄이 딸려오기 마련이었다.


파천성이 내공을 끌어올렸다. 진득한 마기가 시험장을 가득 메웠다.


“···!”

“허, 허억.”


임청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내심 크게 놀랐다. 언뜻 가늠하기에도 수준이 대단해서였다.


파천성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파바박.


그저 손을 갖다 대었을 뿐인데, 현철 섞은 철판이 무섭게 찌그러졌다. 자국이 남기는 것이 아니라.


뒤틀릴 대로 뒤틀린 철판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찢어졌다.


“합격인가?”

“···예. 합격입니다.”

“그나저나 미안해서 어떡하지? 이거 못 쓰게 됐는데.”

“괜찮습니다. 시험과정에서 망가진 거라.”


파천성이 불쑥 석원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야. 너 이제 시험 봐.”

“예? 지, 지금요?”

“망가졌잖아. 철판.”

“예!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석원이 씨익 웃었다.


*


“소교주님은 시험 몇 개나 남으셨습니까?”

“하나.”

“저도 하나의 합격을 더 받으면 이관을 졸업합니다!”


마지막 비동의 선택을 앞뒀을 때였다.


공간이 일렁거렸다. 누군가 시험에 합격하고 돌아올 때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어?”

“크으···. 소, 소교주님?”


일그러진 공간 사이로 빠져나온 건 종삼이었다. 그는 나오자마자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이고. 죽겠습니다.”

“어떻게 벌써 나온 거냐?”


한참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파천성이 놀라서 물었다.


종삼의 눈에는 아직도 갈무리되지 못한 붉은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마성을 받아들인 채로, 시험을 봤습니다.”

“···.”

“그리고 합격하자마자, 바로 제어를 했더랬습니다.”


파천성은 그동안 쌓아왔던 종삼에 대한 관념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천재구나. 너.”

“소인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듣던 놈입니다.”

“와.”


파천성은 혀를 내둘렀다.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종삼이 입을 열었다.


“소인은 심법은 가전심법이 워낙 훌륭해서 관심이 없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보법동에 들어가려고합니다.”

“그래. 괜찮은 선택이다.”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소인, 신동 출신입니다.”

“잘났다. 아주.”

“근데 혹시. 보법 비급 중에 괜찮은 것 혹시 아시는 것 있으십니까?”


종삼이 넌지시 물어왔다. 수많은 비급 중에서 옥석을 가리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문득 모르는 것이 없는 상전이라면 훌륭한 비급을 찾아줄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없다. 그놈이 그놈이다.”

“예? 혈천수라검 같은 것 또 없습니까?”

“그래.”

“만학비고인데요?”

“너도 그 허무맹랑한 소리를 믿는 거냐?”

“예. 신공절학의 비급을 찾아서 반드시 고수가 될 겁니다.”


그 말에 파천성이 비웃었다. 이런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다니.


“신교가 만만하냐? 너 같으면 절세신공의 비급을 이곳에 처박아두겠느냔 말이다.”

“서, 설마 그럼 그냥 다 헛소문이었던 겁니까?”

“영 헛소문은 아니었지. 혈천수라검이 있었으니.”

“···.”

“당장에 써먹기 좋은 무공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스승이 없어도 충분히 익힐 만한.”


그저 눈치만 보던 석원이 잠시 대화가 멈춘 틈을 타, 급히 입을 열었다.


“저, 혹시 그럼 추천해주실 수 있습니까?”

“추천?”

“네. 고수들은 근골을 살펴, 무재를 파악할 수 있다던데. 저한테 맞는 무공을 혹시 추천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소인도, 소인도 해주십시오. 소교주님.”


석원의 말에, 종삼도 끼어들었다.


파천성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명의 근골을 모두 살피는 것은 꽤 힘든 일이었다.


단숨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일일이 내공을 주입하면서 살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냥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익혀라.”

“예? 왜 그렇습니까?”

“지금껏 본 최고의 근골이다. 뭘 익히든 대성할 거야.”

“허어억! 감사합니다! 소교주님!”


석원이 넙죽 절을 올렸다. 그의 눈이 감격으로 가득 찼다.


무리한 부탁일 수도 있었는데. 이리 흔쾌히 받아줄뿐더러, 이리도 따뜻한 말을 해주시다니.


석원이 바라보는 시선이 더욱 진해졌다.


“소인은요? 소인은 어떻습니까?”

“너도 아무거나 골라잡아서 익혀.”

“하하하! 그럴 줄 알았습니다. 소인이 신동 출신이라지 않았습니까?”

“···.”


파천성은 그가 그냥 마음껏 상상하게 내버려뒀다. 종삼 같은 경우에는 혈천수라검에 목숨을 걸고 익혀야 할 팔자였다.


*


책임교관 임청이 바닥에 부복해있었다.


단상 위, 발이 쳐져 있는 곳에서 여인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는 거죠? 고작 그런 일도 해내지 못하시나요?”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을 하지 말았어야죠.”

“거듭 죄송합니다. 부인.”

“하아. 제 잘못이죠. 당신 같이 못 미더운 사람한테 일을 맡기는 게 아니었는데.”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에는 반드시!”


임청이 애원했다. 여인은 변덕이 심한 자였고, 언제든지 임청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었다.


“기회를 드리면, 정말 해내실 수 있어요?”

“석원을 반드시 죽이도록 하겠습니다.”

“정기헌은요?”

“그자는···.”


임청은 말 끝을 흐렸다.


정기헌은 선임교관인데다가, 요즘에는 어째선지 마관주 마정팔의 신임까지 얻은 상태였다.


여러모로 건드리기가 상당히 껄끄러웠다.


“이것 봐요. 이래서 정말 우리 성가의 일원이 될 수 있겠어요?”

“···처리하겠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임청은 그렇게 대답했다. 성진철의 죽음으로 찾아온 천재일우의 기회. 절대로 놓칠 수 없었다.


그제서야 여인도 기꺼운 듯이 웃었다.


“부디 나를 실망하게 하지 말아요.”


*


다들 각자의 비동으로 사라졌다. 파천성은 재빨리 시험에 합격한 뒤, 삼관으로 향하는 자격을 얻어냈다.


그 뒤, 따로 마련된 개인 폐관실에 틀어박혔다.


삼관은 충분한 인원이 모여야 열린다.


그동안 수련에 매진할 계획이었다.


삼관.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매우 기분 나쁜 기억이었다. 이미 닳고 닳을 대로 희미해져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불쾌함만은 선명했다.


삼관은 정말이지 부패한 족속들이 어떤 자들인지 여실히 느끼게 해주는 곳이었다.


교관과 작당을 모의하여 온갖 패악질을 저지르는 자.


그리고 그들에게 붙어서 온갖 편의를 제공하고, 콩고물을 빨아 먹는 교관까지.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하기 싫은 일을 거부하기 위해서는 강해야 했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그래서 수련에 매진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마침내 삼관이 열리는 날이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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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화. 모략은 덩쿨과 같다. +1 20.03.15 2,560 40 12쪽
7 6화. 혈천수라검. +2 20.03.14 2,674 43 13쪽
6 5화. 광혈마인 천각. +2 20.03.13 2,743 47 12쪽
5 4화. 반목하는 생도들. +3 20.03.12 2,863 50 12쪽
4 3화. 한밤의 암살극. +3 20.03.11 3,193 50 11쪽
3 2화. 입마구관, 입관식. +2 20.03.10 3,583 54 12쪽
2 1화. 환생? 혹은 회귀. +2 20.03.09 4,124 50 10쪽
1 프롤로그 +2 20.03.09 4,438 52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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