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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박힘 님의 서재입니다.

떡잎부터 남다른 천재 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뇌박힘
그림/삽화
뇌박힘
작품등록일 :
2024.02.09 11:00
최근연재일 :
2024.02.26 16:1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220
추천수 :
142
글자수 :
103,671

작성
24.02.12 12:37
조회
163
추천
8
글자
12쪽

서방의 수호자 제피르

DUMMY

잠자코 있던 이사스가 처음으로 부정적인 대답을 던졌다.


"방금 이사스님 입으로 직접.."


흥분한 탓에 볼살이 떨리며 토로하는 시벨이었다.


"누가 그러던가? 엘리사가 평민이라고?"


'뭐라고? 평민이 아니라고?'

시벨은 무언가 잘못돼도 크게 잘 못 됐음을 깨달았다.


"엘리사 제피르 오랜만이구나. 나를 기억하겠느냐?"


'꾸욱'


엘리사는 이사스를 보고 고개를 떨궜다.


"네... 이사스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가 어느덧 성숙한 여인이 되었구나..."


...


그라이아 제국의 서쪽 제피르 가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제피르 가문은 제국이 통일되기 전 7대 가문 중 하나였다.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어느 봄날

꼬마 여자아이 한 명이 정원을 뛰놀고 있었다.


'꺄르르르르'


그 미소가 어찌나 순수하고 맑아 보였던지 주변 사람들이 절로 미소 짓게 만들었다.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엘리사. 나비의 날개를 잡으면 나비가 아파하잖니"


그녀의 이름은 '엘리사 제피르'

제피르 가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막내딸이었다.


"헤헿. 저도 나비처럼 날아갈래요."


'훨 훨'


엘리사는 마치 본인이 자유로운 나비라도 된 듯 손을 휘적거리며 움직였다.


'툭'


'어어어엇!!'


비틀거리며 걷던 엘리사는 결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쿡'


'아얏!!!'


엘리사의 무릎에서는 선홍빛 피가 흘러내렸다.


'으아아아아앙'


"아가씨!!"


그 모습을 보고 정원을 관리하던 한 소년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너무 아파.. 흑흑.."


엘리사는 여느 아이처럼 피를 보고 놀란 마음에 연신 눈물을 흘려댔다.


'어어어어엉'


'휘리리리 꽈악'


그런 엘리사에게 다가 온 그리웬은 어느새 손수건을 꺼내 지혈을 해주었다."


"아가씨. 이제 피가 안 나는걸요?

그만 그치셔도 돼요. 헤헿"


'으응?'


"이건 나비잖아? 히힛!

너무 예쁘다. 그리웬이 최고야!"


그리웬은 예쁜 나비모양으로 손수건을 묶어주었다.


'빠안히'


엘리사는 그리웬을 빤히 쳐다봤다.


"그럼 저는 이만 바빠서 가보겠습니다."

'타타타탓'


그리웬은 혹여나 본인의 마음을 들키기라도 할까 헐레벌떡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뛰어 인적이 드문 곳에 도착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본인의 뺨을 때려대기 시작했다.


'쫘아악! 쫘아악!'


"정신 차려! 이 바보야!

아가씨는 귀족이라고!! 마음에 두면 안 된다고!!"


어린 소년은 너무 일찍 현실을 깨달았다.

귀족과 평민 그것은 결코 이뤄질 수 없는 관계였다.

좋아한다는 사실만 들키게 되더라도 큰 봉변을 당할 터였다.


'스윽'


엘리사의 아빠인 '데이먼 제피르'는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웬의 마음을 알고 있었던 데이먼이었다.

혹여라도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면 그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했다.

하지만 그리웬은 본인이 처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데이먼은 그리웬을 잠시 지켜보기로 했다.


'아직은.. 괜찮은가..'


평소 성정이 모질지 못했던 데이먼이었다.

어찌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게 잘못이겠는가.

그저 내 딸이기에 더욱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


'파앗'


"이 마나는?"


'똑똑'


"가주님 손님이 왔습니다."

"들여보내게."


데이먼은 기다렸다는 듯 미소를 띄며 손님을 맞이했다.


"잘 지냈는가 이사스."

"허허. 나야 뭐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는 늙은이일 뿐일세."


이사스는 능청을 떨며 소파에 앉았다.


"아직 창창하구만 무슨 소리인가? 하하핫"


...


아슬란이 7개의 가문을 통일했던 그 시절.

제피르 가문은 유일하게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었던 가문이었다.


아슬란은 각 가문을 돌아다니며 각 가문을 통일하여 제국을 건설해야 한다며 필요성을 토로했다.

하지만 가문들의 태도는 냉랭했다.

그 누가 본인들의 밥그릇을 빼앗기는 걸 좋아하겠냐 말이다.


오히려 전쟁을 준비하라며 선포하는 가문도.

아슬란에게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는 가문도 있었다.


"당장 이 자의 목을 쳐라!!"


하지만 제피르 가문만은 그렇지 않았다.

데이먼은 아슬란과 마찬가지로 제국의 필요성을 통감하고 있었다.

가문 간의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죄 없는 백성들이었다.

더 이상 무의미하게 백성들과 기사들이 가문들의 이권다툼에 이용당하지 않길 바랐다.


심지어 본인들의 이권을 모두 내려놓고 그 자리에서 무릎 꿇으며 아슬란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그 행동은 아슬란과 이사스 그리고 로한에게 더할 나위 없는 힘이 되었다.

그렇게 그들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던 것이다.


'후루룩'


데이먼과 이사스가 찻잔을 기울이던 그때였다.


'덜컥'


'타타타탓!!'


"퍼어어억!"


문이 열리자마자 누군가 이사스를 향해 돌진했다.


'커헉'


엘리사가 이사스의 품에 안긴 것이었다.

안긴 것이라기보다는 돌진에 가까웠지만..


"엘리사! 이 천방지축!!"


데이먼은 엘리사를 다그쳤다.


"허허. 괜찮네"

이사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사스! 이번에는 무슨 선물을 가져왔어요?

빨리 보여주세요. 빨리요!!"

"허허 요 녀석. 내가 반가운 게 아니라 선물이 반가운 것이로구나?"


엘리사의 관심사는 온통 선물에 집중 돼 있었다.

이사스가 올 때마다 엘리사의 선물을 들고 왔으니 그럴만했다.

선물은 하나같이 구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뒤적뒤적'


"자 여기 있다."


이사스는 품에서 작은 루비가 박힌 목걸이를 하나 꺼내 보였다.


'화아아아악'


엘리사의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쪼옥!'


엘리사는 고맙다는 듯 이사스 볼에 입을 맞춰주었다.


"이사스가 최고야!!"

"저 녀석을 누가 데려가려나.."


천방지축 말괄량이 딸을 누구에게 시집보내야 하나 걱정인 데이먼이었다.


'히히히힛'


'파앗'


이사스는 엘리사를 물끄럼히 바라봤다.

지난 방문보다 엘리사의 몸에 마나는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 보였다.

비슷한 또래에 비해 월등히 많은 양이었다.


"우리 꼬마 아가씨. 마법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구나?"

"그러엄. 이사스가 수련 열심히 하면 선물 자주자주 준다고 했는걸?"

"하하핫. 그랬지 그랬어!"


그 모습이 마냥 귀엽기만 한 이사스였다.


...


몇 년 후..


'솨아아아아! 솨아아아!'


제피르 가문에는 하늘이 뚫리기라도 한 듯 미친 듯이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쿠르르릉 콰아아앙'


'번쩍'


"지금 뭘 하겠다고!!?"

"그리웬하고 결혼하고 싶어요. 아빠"

데이먼의 걱정은 현실이 되어 다가온 것이다.


'콰아아아앙'

'지지지직 터엉'


데이먼이 내려친 책상은 그대로 두동강이 났다.


평소 성정이 온순하기로 유명한 데이먼이었지만 한번 화나면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결혼이 애들 소꿉놀이인 줄 아느냐?

그것도 뭐!? 귀족이랑 평민이랑 결혼을 해?

네가 지금 정신이 나갔구나.

정녕 미친 것이냐?"


제국의 법도상 이것은 불가능했다.


귀족이 평민과 결혼한다는 것.

어느 귀족이 평민과 결혼하겠냐만은 설사 결혼을 한다고 쳐보자.

평민이 귀족과 결혼한다고 해도 평민이 귀족이 될 수 없었다.

그 말인즉슨.

평민과 결혼한 귀족은 자연스레 평민과 같은 신분으로 살아가야 했던 것이다.


이러하니 그 누가 평민과 결혼하려 하겠는가?

억만금을 주어도 말이 되지 않는 소리였던 것이다.


"네가 지금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아는 것이냐!!?"


'쿠르르릉'


높아지는 언성에 동조라도 하듯 천둥 번개가 내리쳤다.


"네 아빠. 알고 있어요."


'쿠우우웅'


아무리 철없는 어린 막내딸이라지만 이럴 수는 없었다.


귀족신분을 버리고 평민이 되겠다는 딸.

평민의 삶은 고달팠다.

당장 내일 먹거리를 걱정해야 했으며 그저 그들의 삶은 생계를 유지하기 바빴던 것이다.

어느 부모가 이것을 허락하겠는가..


"그리웬은 날 따라오너라."


만약 상대가 그리웬이 아니었다면 당장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데이먼도 알고 있었다.

그리웬이 그리 나쁜 이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긍정적이었으며 성실했다.

주위 사람을 돌볼 줄 알았으며 심성 또한 따뜻했다.

그 모습을 십년이란 세월동안 지켜봐 온 데이먼이었다.


엘리사가 귀족이 아니었다면..

혹은 그리웬이 귀족이었다면

이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웬"

"네 가주님.."

"네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


데이먼은 그런 그리웬을 나무라지 않았다.

오히려 괜찮은 사람임을 안다며 다독였다.


"네가 엘리사를 정말로 사랑한다면 놓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는 것이냐.

정말로 사랑하는 연인을 그저 삶을 연명할 뿐인 평민으로 살게 하는 것.

그것이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 것이냐."


데이먼이 담담히 말을 이어나가자 그리웬은 가슴이 아려왔다.

목숨을 걸고 이 자리에 선 그리웬이었다.

그저 소리치고 다그쳤다면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로서 진심된 조언.

그것은 살면서 느꼈던 그 어떤 고통보다 아팠던 것이다.


"저는..."


그리웬은 말을 잇지 못했다.


'솨아아아아아'


거침없이 내리는 빗방울이 그리웬이 흐느끼는 소리를 잠시나마 감춰주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제가 떠나겠습니다."


'투욱'


데이먼은 그리웬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한 아비의 아빠로써 어쩔 수 없는 것을 이해해 주거라."


그리웬이 떠날 것을 알기라도 했다는 듯 적지 않은 양의 돈을 쥐어주었다.

무려 그리웬의 10년 치 일당이었던 것이다.


"괜찮습니다. 저는 이런 걸 받을 자격이 없습니다."

"받거라. 나 또한 네가 어딜가나 행복했으면 좋겠구나."


한사코 마다하는 그리웬에게 데이먼은 진심을 보였다.


"..... 감사합니다. 가주님."


그 길로 그리웬은 발걸음을 옮겼다.

엘리사에게 어떤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말이다.


...


몇 시간 후.

엘리사도 뒤늦게서야 그리웬이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친 사람처럼 그리웬을 찾아 나섰지만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몇 달 후 엘리사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데이먼은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하지만 어느새 엘리사에게는 그리웬이 삶의 전부가 되어있었다.

그리웬을 차지하고 있던 가슴속 빈자리는 어떤 것도 대신하지 못했다.


'처억'


엘리사는 가문 가장 위층 난간 위에 올라섰다.


"아빠. 미안해요.. 저는 그 사람이 없으면 더이상 살 수가 없어요."


'휘이이익'


엘리사는 그대로 바닥을 향해 몸을 던졌다.


'우우우웅'


'페더 폴(feather fall)'


...


엘리사의 침실.


"그리웬이 그렇게 좋은 것이냐."

"네. 아빠."


'푸욱'


엘리사는 죄송함에 고개를 숙였다.

부모 앞에서 삶을 내려놓으려 했으니 차마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불효 중에 불효였던 것이다.


"네 삶을 포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냐?"


'끄덕'


엘리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먼은 7대 가문의 가주답게 어렵지 않게 그리웬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가 없으면 삶을 포기하겠다는 딸을 그저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자리에 두 사람을 불러 모았다.


"엘리사.

너는 귀족이기를 포기했다.

우리 가문사람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한 아이의 아버지가 아닌 제피르 가문의 가주였다.


"네.."

"지금부터 네 마나를 봉인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묻겠다.

정말로 이 길을 가겠느냐?"

"네 아빠. 후회는 없어요."


엘리사는 눈물을 보였지만 그 모습은 결코 슬퍼 보이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미치게 되면 세상 그 누구도 두 연인을 갈라놓을 수 없는 법이었다.


'우우우우웅'


'마나 커스(curse)'


그렇게 그 길로 엘리사는 가문을 떠났다.


...


'쿠우우우우우우웅!!'


시벨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제피르 가문... 명실 상부 그라이아 제국 건설의 일등공신.'


감히 시벨의 가문이 대적할 수 있는 가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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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대전사전투 (2) 24.02.17 130 7 11쪽
12 대전사전투 24.02.16 167 7 12쪽
11 가주회의를 소집하라! 24.02.15 151 7 12쪽
10 제피르 가문으로.. 24.02.13 146 7 12쪽
» 서방의 수호자 제피르 24.02.12 164 8 12쪽
8 나를 기억하겠느냐? 24.02.11 178 8 11쪽
7 이런 미친... 24.02.11 197 7 11쪽
6 귀하는 누구십니까? 24.02.11 202 7 12쪽
5 지금 이게 무슨 짓입니까? +1 24.02.10 243 8 11쪽
4 이사스와의 내기 24.02.10 222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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