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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박힘 님의 서재입니다.

떡잎부터 남다른 천재 마검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뇌박힘
그림/삽화
뇌박힘
작품등록일 :
2024.02.09 11:00
최근연재일 :
2024.02.26 16:1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3,221
추천수 :
142
글자수 :
103,671

작성
24.02.11 22:35
조회
178
추천
8
글자
11쪽

나를 기억하겠느냐?

DUMMY

검이 갈라지며 그대로 밀릴 것만 같던 로웬이 버티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렁'


'이럴 수가..'


빈텐도는 눈앞에서 일어지는 일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로웬의 검에서 오러가 발현된 것이다.

오러가 무엇인가.

수천 아니 수만의 기사들은 오러의 발현을 꿈꾼다.


검술이 뛰어나면 오러의 차이를 뒤집을 수 있을까?

아니. 그것은 실제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더라도 칼을 맞대지도 못하는데 그것이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오러를 발현할 수 있고 없고 가 기사의 값어치.

즉 몸값을 좌우할 수밖에 없었다.


빈텐도 본인조차 젊은 시절 십여 년을 오직 검술 수련 하나만 바라보고 매진했다.

하지만 그 오랜 시간 수련했음에도 마나를 느낄 수 있는 게 전부였다.

그로부터 몇 년 더 수련한 결과 잠시동안 오러를 발현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본인의 노력이 너무나 의미 없게만 느껴졌다.


'천재들이란... 허무하구만'


로웬은 그런 빈텐도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에게는 혼신의 힘을 담은 일격이었기에 더 이상 오러를 발현할 힘은 존재하지 않았다.


'촤아아악'


로웬의 검이 빈텐도를 그대로 가로질렀다.


'투욱'


'차랑 탁 드르르르르'


빈텐도의 검이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까드드득. 까드득.'


호색은 손톱을 깨물고 있었다.

어쩌나 세게 물어뜯었는지 손톱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설마설마하니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럴 수는 없어. 이럴 수는!

저 쓰레기 같은 놈! 도박 빚에 빠져있던 걸 구해줬더니..'


그때였다.


"이게 무슨 지랄들이야!!

저 잡놈은 왜 아직도 멀쩡히 서있는 거야!"


자기가 확인하러 나올 때쯤에는 로웬의 가족은 처참하게 죽어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전혀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


"부인. 일단 들어가 있으시오."


호색은 서둘러 시벨을 다시 들여보내려 했다.


"당신! 저 잡것들 하나 제대로 처리도 못하는 거야!?

이래서야 가주라고 할 수 있겠어?

가주놀이 그만하고 싶어?"


호색이 그동안 가문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그 뒷배경에는 처가의 도움이 있었다.

왕실의 친인척이었던 시벨의 집안은 막대한 권력을 자랑했던 것이다.


"지금 상황이 여의치 않소.

들어가 계시오."


대놓고 본인을 무시하는 시벨임에도 호색은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지금은 그저 살아남는 것을 생각해야 했다.


"여의치가 않긴.."

"그만 좀 하고 쳐 들어가 있으라고 이 X 같은 년아!!"


호색은 거침없이 시벨에게 소리쳤다.

'이이이이이이!!!'


시벨은 분노에 차 삿대질을 해댔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뒤로 넘어갈 것만 같아 보였다.


"보잘것없는 상놈의 자식이 귀족 만들어줬더니 뭐? X 같은 년?"


상놈의 자식.

호색은 상인 출신이었다.

사람은 본디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한다.

재물이 없을 때는 재물을.

명예가 없을 때는 명예를 말이다.


호색은 이미 상인으로서 돈은 실컷 만져봤다.

하지만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상인이라는 신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는 귀족이 되기 위해 시벨 가문에 그동안 모아 온 전재산을 받쳤던 것이다.


'덜덜'


호색은 지금까지 이뤄낸 모든 것들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랬기에 시벨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어떤 소리를 듣더라도 현 상황을 먼저 타개해야 했다.

그게 상인으로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처세술이었다.


호색의 눈동자가 거침없이 돌아갔다.

현재 필요한 것은 누구보다 빠른 상황판단.

상인들에게 필수 항목이었다.

바퀴벌레 같은 생존력을 가진 그들이었다.


'흠.. 흠!!'


잠시 헛기침을 한 호색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렇게 귀하신 분을 몰라 뵀군요."


오러 검사인 빈텐도의 일격을 가볍게 피해냈고 마법능력은 가히 말할 것도 없었다.

호색은 이사스에게 잘 보여야만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허허! 나 말인가?"


이사스가 본인을 손으로 가리켰다.


"네 어르신. 지고하신 마법사님을 몰라 뵀습니다.

아까의 무례는 용서해 주십시오."


호색은 머리가 땅에 닿을 듯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자존심 따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그저 평범한 늙은이일 뿐일세.

그렇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네."


이사스는 그런 태도에 그러지 말라며 만류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잠시 제가 변명할 시간을 주시겠습니까?"


"..... 그리 하게"


이사스는 호색을 그저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후.


'달그락달그락'


"이건 일단 제 마음입니다.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별안간 수레 세대가 들어왔다.


'휘리리리릭'


호색은 덮고 있던 천을 걷어냈다.

그러자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시벨 몰래 모아 왔던 전재산이었다.


'덜덜'


'예로부터 돈 싫어하는 놈은 없었다.

제발 통하기를..'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애썼지만 이것을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나 내심 노심초사했다.


"나에게 이런 것은 필요 없네.

이 늙은이가 살 날이 얼마나 남았다고 이런 금은보화가 필요하겠는가?"


'아...'


"혹시 부족하신 거면 제가 더 준비해 보겠습니다."

"내가 금은보화가 부족해 보이는가?

나는 그렇게 부족한 사람이 아니네만"


호색은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짐을 느꼈다.


"그리고 용서를 구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지 않은가?"


이사스의 시선이 로웬의 가족을 향했다.


호색을 바라보는 그리웬의 시선이 살의로 가득 차있었다.

이사스의 마법 덕분에 회복한 그는 당장이라도 달려 나가 호색의 목을 베고 싶었다.

본인이 보는 앞에서 아내를 하룻밤 노리개로 쓰려 했던 호색이었다.

누가 용서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자존심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호색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헉.. 헉..'


"미안하군. 내가 좀 농담이 과했네."


'꽈아악'

그리웬은 있는 힘껏 주먹을 쥐었다.


'농담? 과해? 그게 다인가?'


"아 그리고. 꼬마야."

"저는 꼬마가 아니라 로웬입니다."


'주륵'


로웬의 손에는 아직 날카로운 예기를 가진 칼이 쥐어져 있었다.

호색은 태도를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로웬.

어떠냐? 내가 널 고용하마. 훌륭한 솜씨더구나.

내 값은 넉넉히 치러주마."


호색은 실로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로웬을 죽이라고 명령했던 그였다.

낯짝이 두꺼워도 이렇게 두꺼울 수가 없었다.


"이런 미친.."


그리웬이 입을 열려는 순간.


"아저씨의 얼굴은 곰 가족보다 두꺼운 거 같아요."

"무슨..?"

"산짐승도 이 정도로 낯짝이 두껍지는 않을 거 같아요.

남에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도 이렇게까지 염치없지는 않을거 같구요. 안 그런가요 할아버지?"


자칫 본인이 귀족을 모욕한 것으로 보일 수 있었지만 로웬은 자연스레 바통을 이사스에게 넘겼다.


"하하하핫!! 그런 거 같구나."


이사스는 그런 로웬의 말솜씨가 마냥 즐겁기만 했다.


'이이이이이!!!'


"이 어린놈의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그 말뜻을 못 알아들을 리 없었던 호색이 주변에 있던 나뭇가지를 주우려던 그때.


"쫘아아아악!!"


호색의 얼굴이 사정없이 돌아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리사였다.


'투우웅'

호색의 뺨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


"이 미친 X 이 감히 귀족 뺨을 때려?"


'쫘아아악!'


엘리사는 그 입 좀 닥치라는 듯 왼쪽 뺨을 사정없이 날려버렸다.


'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로웬과 그리웬은 입이 쩌억 벌어졌다.


"엄마?"

"여보?"


속은 시원했지만 어떻게 뒷수습을 해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사스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어디서 내 새끼한테! 이 쓰레기 같은 새끼가!!

나한테 하룻밤을 만족시켜 달라고?

이 X 같은 놈이"


'퍼어억! 퍼어억!'


엘리사는 분이 덜 풀렸다는 듯 호색을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방향은 낭심 방향인 듯했다.


'커허어억! 아아아아아악!!!'


'아..'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 엘리사는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자연스레 그리웬의 뒤로 자리를 피했다.


"여보. 나 무서워요."

"응. 나도 무서워.."


그리웬의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캬캬캬캬캬캭'


어디선가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성대에도 지방이 차오른 것 같은 시벨이었다.


"귀족을 폭행해!? 그것도 평민이?

네년은 극형에 처할 것이다."


시벨의 말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평민이 귀족을 폭행한다는 건 그 어떤 상황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모욕했다는 죄몫만 뒤짚어써도 크나 큰 곤욕을 치러야 했으니 말이다.


'부들부들'


로웬과 그리웬은 분노에 차 그 자리에서 떨고 있었다.


그때 이사스가 앞으로 나섰다.


"부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네."

"뭐야 이 이름도 없는 영감탱이는?"


시벨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영감이 자기 앞을 가로막냐는 듯 비아냥거렸다.


"허허.. 나이를 먹는다고 이름이 없는 것은 아닐세."


이사스는 시벨의 그런 태도에도 평화로워 보였다.


"내 이름은 이사스라고 한다네."


'......'


순간 장내에 공기가 멈추고 정적이 흘렀다.


황제도 감히 함부로 못하는 전속 마법사 이사스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쿠우우우웅!'


시벨은 순간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이사스. 왕실 귀족 가문 출신이었던 시벨은 어릴 적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이름이었다.

그 이름이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주르륵'


"정말.. 왕실 전속 마법사 이사스님이 맞으십니까?"


시벨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이사스를 사칭할 인간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었지만 확인을 거쳐야 했다.


"부끄럽게도 그런 직책을 맡고 있다네."


'철렁'


역시나 이사스였다.

대체 이사스가 여기에 왜 있단 말인가.

시벨은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바로 잡았다.


"이사스님"

"말씀하시게 부인."

"일단 무례를 범한 점 용서해 주십시오."


'덜덜덜'


이사스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이사스 님이라도 제국의 법을 무시할 수는 없으십니다."

"맞네. 이 늙은이가 뭐라고 제국의 법을 무시할 수 있겠는가?"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이사스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평민이 귀족을 폭행한다는 것.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맞습니까?"


시벨은 법을 들이밀며 논리를 펼쳐댔다.


"그렇네. 적어도 제국 안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이사스는 그 말에 이이를 제기하지 않았다.


'됐다.'


"귀족을 폭행한 중죄는 귀족이 직접 처벌할 수 있음을 알고 계시겠군요."

"그렇네만."


시벨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마법사는 본인이 내뱉은 말에 반드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논리를 펼쳐 보인 시벨이었다.


"그럼 이사스님이 이 상황에서 저년..

아니 엘리사를 변호하면 안 된다는 것 또한 알고 계시겠지요? 호홓"

"그건 아닐세."


잠자코 있던 이사스가 처음으로 부정적인 대답을 던졌다.


"방금 이사스님 입으로 직접.."


흥분한 탓에 볼살이 떨리며 토로하는 시벨이었다.


"누가 그러던가? 엘리사가 평민이라고?"


'뭐라고? 평민이 아니라고?'

시벨은 무언가 잘못돼도 크게 잘 못 됐음을 깨달았다.


"엘리사 오랜만이구나. 나를 기억하겠느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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