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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모코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아포칼립스 기갑물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SF

완결

로코모코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7
최근연재일 :
2022.06.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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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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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7
글자수 :
278,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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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0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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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엘리에젤 사냥-3

DUMMY

“다녀오겠소.”


술라 총독은 가족들과 인사하고 출근길에 올랐다.

릭토르 6명과 티가, 수행 노예를 대동한 평범한 출근길.


“길을 열어라!”


선두의 릭토르가 파스케스를 들어 허공을 가르자 대로에 늘어선 인파들이 길가로 물러나며 길을 텄다.


“그 야단법석이 뭔가 싶군,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총독께서 고작 암살자 하나에 겁먹어서야 어디 체면이 서겠어.”


“눈을 시뻘겋게 해선 나한테까지 이빨을 드러내던 게 누구였지?”

“어이, 티가. 내가 각하껜 예의를 지키라고 했잖아.”


-그릉?

“야, 내가 아무리 병신 같은 소릴 해도 눈을 그렇게 뜨지 안 되지.”

“하하하!”


아피카 시내는 이미 작은 롬이었다.

롬 시민이라면 당연히 안전이 보장되는 곳이란 뜻이다.


“이곳에 주둔할 군단을 제외하면 다른 군단들의 철수 준비도 막바지라는군.”

“빨리 후임 총독이나 왔으면 좋겠어. 여긴 이제 지긋지긋해.”

“하긴, 자네가 오고 많은 일이 있었지.”


아길은 보통 인형을 탄 채 술라 총독의 인력거 바로 옆에서 그를 호위하는 중이다.

마치 엘리에젤의 위협이 없는 것 같은 행동들.


엘레에젤은 분명 아피카 어딘가에 숨어있고 마찬가지로 여전히 자기 조카를 노리고 있지만 아길은 그 모든 사실을 무시했다.


임시로 부활한 특경국도 엘리에젤 추격을 그만두었고 관련으로 체포 및 심문을 받던 이들도 모두 석방됐다.


당연히 총독의 호위를 위해 취해졌던 특별 조치들도 해제되어 보다시피 평상시의 경호 태세로 복귀.


단 하나, 티가에 아이를 태우고 함께 출퇴근하는 것을 제외하곤 말이다.

아피카는 평화를 되찾았다.


아니, 술라 총독 주변의 부산스럽고 난잡했던 일들이 정리되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술라는 총독 관저의 자기 사무실로 올라갔고 아길은 티가에서 아이를 총독 관저 마당에 내렸다.


“멀리 벗어나지 마라.”

“네······.”


티가와 함께 총독 집무실 옆 경호실로 들어가 티가는 총독 옆으로, 자신은 창가에 앉아 밑을 내려다본다.


잔디 깔린 마당 한구석에서 바람 넣은 돼지 오줌보를 공 삼아 벽에 차고 놀거나 교대하는 군단병들을 따라다니며 노는 어린애.


아길은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엘리에젤, 너도 나처럼 어딘가에서 보고 있겠지? 그럼 알아차렸을 거야.

이게 널 낚기 위한 낚시라는 걸.

하지만 네 놈이 안 낚이면 어쩔 테냐. 시간은 내 편인데.


“야! 밖으로 나가지 마!”

“네······.”


창문을 열고 자기 시야 밖으로 나가려는 아이를 다그쳤다.


조만간 우리는 롬으로 돌아간다.

원래 네 놈들의 도시였던 이곳 아피카에서조차 쫓겨 다니느라 정신없는 네가 조력자 하나 없는 고립무원의 롬에서 어린애 한 명 달고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어림없는 소리.

네겐 이 미끼를 거부할 권리 따윈 없어.


네가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는 언제 무느냐, 단지 그것뿐.


엘리에젤.

이제 끝장을 보자.




며칠 후

그날도 아길은 여전히 총독 관저 창가에 앉아 자신이 놓은 덫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사냥도 낚시도 결국은 인내력 싸움.

하지만 슬슬 이 짓도 지겨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저 늘 그러하듯 눈을 한 번 깜박였다 떴다.


없다.


물었어! 물었다고, 이 씨발!


“티가아아아아!!!!!”

-크아아앙!!

-와장창!


티가는 기다렸다는 듯 굉음과 함께 유리창과 벽을 박살 내며 정원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곤 아이가 사라진 현장 부근에 가만히 서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봤다.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그 고갯짓이 한 곳으로 고정된다.


“찾았어?”

-그릉!


아길은 예절 주입기는 조종석 안에, 장검은 조종석을 감싼 외부장갑에 매달고서 재빨리 티가의 조종석에 올라탔다.


적이 남긴 보이지 않는 흔적.

그 선명한 단서를 쫓아 티가가 총알처럼 튀어 나갔다.




-쾅!

“어느 미친놈이 남의 집 지붕 무너지라고 지랄······.”


자기 지붕 위에서 난 쿵! 소리에 집주인은 황급히 밖으로 뛰쳐나오며 욕지거릴 내뱉었다.

그 말이 중간에 끊겼다.


-그르릉······

“트, 특······특경······.”


티가는 집 위에 서서 가만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발밑에는 각종 음식 노점이 모여있는 먹자골목.


숯불에 노릇노릇 구워지는 꼬치구이가 피워내는 고 양념 타는 매콤한 냄새에도 그러나 아길은 불안감을 느꼈다.


“찾았어?”

-크릉!


기합 같은 울음을 남기며 티가는 지붕을 박차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헉! 휴······.”


티가가 뚫어놓은 지붕 구멍을 보면서 집주인은 안도의 한숨 뒤에 자기 아랫도리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바지에 지린 수치스러운 상황에도 그는 벌떡 일어나 외쳤다.


“특경국이 작전 중이다!”

-웅성웅성

-술렁술렁


상인이고 손님이고 할 것 없이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짐을 챙기고 노점을 접어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이, 이봐! 이봐! 지, 지금! 하악, 하악! 트, 특경국······.”

“안 그래도 티가를 봤어!”


사람들의 입소문보다 더 빨리 티가는 아피카 시내를 날 듯이 내달렸다.

그렇게 기다리던 동족 살해의 기회가 또다시 찾아왔다.

이걸 놓치겠냐 이 말이다.




“······.”


엘리에젤은 곧 자신이 쫓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문제는 그거다.

국장의 티가가 어떻게 자신을 추격하는가.


처음부터 함정임을 알고 뛰어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즉각적이고 정밀하게 추격해올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뭔가 방법을 생각한 것이다.


-그르릉!

“엘리에젤! 날 그렇게 귀찮게 하더니 도망치는 꼴까지 파리 새끼, 모기 새끼 같구나!”


국장의 목소리가 바로 뒤에서 들렸다.


싸한 느낌!


재빨리 상체를 숙인다.

뒤를 잇는 은색 궤적.

한껏 당겨 올린 강철의 발톱.

수천 명의 피를 빨고 수백의 인형을 찢어발긴 그 발톱.


휘몰아치는 강철의 폭풍 같은 그 동작에 엘리에젤은 다급히 자리를 비켜섰다.

이미 아피카 시내에서 벗어나 외곽의 한적한 어느 시골이다.

비켜선 위치에도 다시 발톱이 덮친다.


“공자님을 지켜!”


알리에젤의 인형은 등을 재빨리 등을 돌려 양손으로 받아든 공자를 보호했다.


-가가각!


금속 찢는 소리.

오른 어깨를 걸레짝으로 찢어발긴 후에야 티가의 발톱은 허공을 갈랐다.

그리고 이제야 국장의 티가가 자신들을 추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아냈다.

재빨리 거리를 벌리려 했다.

한 번의 도약으로 최대한 멀리.




마침내 나타난 엘리에젤의 인형.

아길은 이번 사냥이야말로 성공했다고 확신했다.


“뭘 봐? 우리 사이에 할 말이란 게 있나?”


투구를 벗고 엘리에젤이 얼굴을 드러내자 아길 또한 예절 주입기를 들고 조종석에서 몸을 빼냈다.


-크르르르!

-······


금방이라도 달려들려는 티가의 어깨에 손을 올려 말렸다.


“향수였군, 그래.”

“티가가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맡거든.”


아길이 샤한에게 향수를 선물하면서 같이 산 독하기만 할 뿐인 싸구려 향수.

그 조잡한 향이 은은하게 인형의품에 안긴 아이에게서 났다.


“국장, 이건 롬과 아피카의 사이의 일이다.”


“틀렸어. 이건 나와 내 조카의 일이야. 네가 내 조카를 건드렸기 때문에 마사다가 그 꼴이 난 거라고. 더 할 말 없지? 빨리 끝내자.”


아길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재빨리 손에 든 예절 주입기를 들어 올리며 부싯돌 문 공이치기를 당긴 후 즉시 방아쇠를 당겼다.


-탕!

-깡!

“윽!

“아아아아악!”


거의 동시라고 해도 될 4가지 소리.


시간 순서대로 예절 주입기 약실의 흑색화약이 터지는 소리.

발사된 탄이 인형 인형이 휘두른 팔을 스치는 소리.


그 탄이 어린애의 오른쪽 귀를 찢어발기곤 그대로 흉갑을 뚫고 들어가 가슴의 어느 부위를 후벼파기 시작하자 엘리에젤이 내지르는 비명.

그리고 찢어진 자기 귀를 부여잡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다 기절한 어린애까지.


아길의 단 한 발이 해낸 일.

스르륵, 하고 어린애의 머리에서 가발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가······짜?”


간신히 짜낸 목소리에 피비린내가 진하게 섞여 있다.

폐가 상한 게 틀림없다.


즉 곧 뒤질 새끼.

티가고 지랄이고 어차피 인간은 총알 한 방이면 정리되는 생물이다.


“그럼 내가 미쳤다고 조카를 미끼로 쓰겠어?”


길거리를 헤매는 전쟁고아 중 체격이 비슷한 아이를 골라 가발을 씌우고 화장을 해 아필로 보이도록 꾸미고 일부러 위험에 노출 시킨다.


술라 총독이 릴리아와 아필을 철저히 대중에게서 숨겼고 엘리에젤조차 단 한 번 아필을 볼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기만전술.


-크아아아앙!!!

“야, 야!”


티가, 더는 참지 못하고 엘리에젤의 인형에게 달려든다.


그 미칠 듯한 속도에 아길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조종석에서 떨어져나와 땅바닥에 팽개치듯 뒹굴었다.


-크앙!

-······


엘리에젤의 인형은 또 그 모습을 감추었다.

하지만 이젠 소용없다.


아길조차 선명하게 맡을 수 있는 죽음의 냄새.

엘리에젤이 풍기는 피 냄새를 쫓아 티가는 허공을 찢고 공중을 물어뜯으며 질주한다.


“티가!”

-크릉!


아, 왜 발목 잡고 지랄이야! 하듯 티가는 달리려던 자세 그대로 아길을 노려봤다.


“둘 다 머리를 가져와.”


대답도 안 하고 떠나는 티가.

언제나 그렇듯 중요한 건 실천이다.


이제 티가도 엘리에젤의 인형도 떠난 현장.

아길은 기절한 그림자 대역에게다가 뺨을 후려쳐 깨웠다.


“으, 아······!”

“수고했다.”

“저, 저 이제 돈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작은 주머니에 담긴 금화 3개가 목숨값이다.

피투성이의 찢어진 오른쪽 귀를 잡고서도 어린아이는 연신 금화를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그 꼴을 보며 아길은 자기의 어릴 적을 떠올렸다.

눈 뜨면 모든 게 좆같았던 때 말이다.


그런데 커서 보니 원래 인생이란 게 좆같은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길은 그림자 대역을 데리고 인근 농가로 가 인형을 빌려 아피카로 귀환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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