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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rian

비융神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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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rian
작품등록일 :
2018.04.09 23:30
최근연재일 :
2018.04.17 23: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30
추천수 :
11
글자수 :
33,264

작성
18.04.14 23:50
조회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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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아비규환 노래방

DUMMY

# 아비규환 노래방



그것은 명백한 실수였다.


세탁소 일동은 노래방에 들어가기 전 노래방 이름부터 확인했어야 했다.

아니 그 이전에 적당히 취한 시점에서 모두 귀가했어야 옳았다. 그랬다면 적어도 ‘아비규환阿鼻叫喚 노래방’에서 독자들에게 못 볼꼴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맥주가 가득 깔린 테이블에 앉지도 않은 장부장이 첫 노래를 선곡하고, 월사원이 앞발 사이에 탬버린을 끼우고, 융사장이 넥타이를 머리에 묶은 것은 거의 동시에 벌어진 일이었다.


둠칫 두둠칫


“원 투 쓰리 포, 가즈아!”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한바탕 태풍이 몰아친 후에는, 이미 모두가 거나하게 취한 듯 반쯤 누워서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비융은 소화기를 들고 혼신의 트럼펫 연주를 펼쳤고, 장부장과 월사원이 끈적끈적한 커플댄스를 추었고, 김비서는 서빙하러 들어온 주인아주머니를 앉혀놓고 푸념을 했더랬다.


“월월월, 월.”


월사원은 어느새 숙취해소음료나 아이스크림 따위가 가득한 비닐봉지를 입에 물고 돌아왔다. 센스 가득한 신입사원의 모습! 월사원은 취한 중에도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비록 오늘은 고생스러웠지만 누군가가 꼭 알아줄 거라고, 그리고 칭찬을 해줄 거라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기왕이면 좀 쓰다듬어 줬으면 좋겠다. 월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잠시 후 깨달았다. 월사원은 숙취해소 음료 뚜껑을 딸 수가 없었다.


“훨······.”


월사원은 목에 걸린 스마트폰을 코로 조작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월월월, 월, 월월월? 월.”

“네, 낭군님. 금방 갈게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월월.”


······잠깐만, 낭군님이라고?



# 제발.



10여분 후, 노래방 앞에 한 대의 차량이 미끄러지듯 다가와 멈췄다. 매우 크고 아름다운···차였다. 자고로 검고 큰 차는 비싸다. 이 차처럼 앞뒤로 길면 더 비싸다.

운전석 문이 열렸다. 비싸 보이는 멋들어진 정장에, 외투 없이 조끼만 입은 멋진 콧수염의 노신사였다. 더 비싸 보이는 금테 안경이 밤거리의 조명을 받아 비쌋비쌋, 아니 반짝반짝 빛났다. 노신사는 뒷좌석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에스코트를 받으며 문에서 내린 것은, 동네 분위기에 걸맞지 않게 한복을 입은 여인이었다. 자세히 보니 선녀풍 날개옷같이 생기기도 했다. 생김새와 조합하니 딱 선녀 같았다.


“아비규환 노래방, 여기네요. 잠깐 차에서 기다리시겠어요?”

“네, 아가씨.”


목소리도 선녀 같았다. 슬슬 이 여인의 정체가 짐작되는 바이나, 그리 믿고 싶지는 않다. 에이, 설마.

때마침 월사원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러지 않았으면 했지만, 월사원은 결국 그 선녀 같은 여인에게 아는 체를 하고 말았다.


“월월월!”

“낭군님!”


여인은 채신을 차리는 것도 잊은 채 옷자락을 나풀대며 한달음에 월사원 곁으로 가서 섰다. 머리를 쓰다듬자 월사원이 헥헥댔다.


“손!” “월!”


···저건 무슨 플레이인지 나중에 물어보도록 하자. 아니, 프로그래밍 하는 것보단 저 모습이 자연스럽긴 한데 월사원은.


“월월월, 월월! 월월월.”

“아. 회식 도중 모두가 취했는데 숙취해소 음료를 먹이고 집까지 데려다주고 싶다고요? 밤중에 오게 해서 미안하긴요.”

“월월월.”

“아니에요. 그럼 세바스챤에게 좀 도와달라고 해야겠네요.”


그렇게 월사원을 낭군님이라고 부르는 선녀같은 처자의 도움으로, 세탁소 일동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낭군님’에는 뭔가 사정이 있을 게 분명했다. 어느 종교에서는 애완동물을 낭군님이라고 부른다거나, 뭐 그런 사정이.


제발.



# 보통 첫 회식 다음날은 어색하고 그러지?



“좋은 아침입니다, 사장님.”

“어······, 좋은 아침.”


츄리닝바람에 엉덩이를 긁으며 등장한 비융에게, 먼저 출근해있던 김비서가 인사를 건넸다. 집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모르겠는데, 넥타이와 소화기를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생생히 기억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회사를 쉬자니 김비서가 무서웠다.


“김비서, 어제 말인데.”

“아무것도 기억 안 납니다.”

“내가 좀 취해서 진상······응?”

“필름이 끊겨서 말예요. 집에 간 건 기억나네요.”

“아 그래?”


비융이 반색했다. 하마터면 밤하늘의 별처럼 무수한 흑역사 리스트를 갱신할 뻔 했지 뭔가. 이불도 많이 낡아서 걷어차면 찢어질 수도 있다.


“그것보다 사장님, 여기 어디죠?”

“여기? 회사지.”

“지금 뭐 입으셨죠?”

“츄리닝······.”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집에 가서 갈아입고 와야지.”

“다녀오세요.”

“응······.”


웃으며 손을 흔드는 김비서를 뒤로한 채, 비융은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어차피 걸어서 5분 거리니까 얼마 멀지도 않다.


“호우- 굿 몰닝 보-스.”


최실장은 어제 옷차림 그대로 나타났다. 설명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어, 최실장. 어제 잘 들어갔어?”

“호우-”

“그··· 어제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말야. 내가 손짓을 보낸 건······.”

“손짓이 뭐요? 사장님 아직 안 가셨네요.”


당연히 2:2로 같이 놀자는 뜻이 아니었겠니? 라고 말하려던 비융이 히끅, 딸꾹질을 했다. 김비서는 귀가 좋았다.


“아, 지금 가려고. 아니, 많이 취했으니까 조심해서 들어가라는 뜻이었다고 말하려던 거야. 최실장이 이해를 잘 못한 것 같더라고.”

“아, 그러셨어요?”

“어어. 지금 가려고. 갈게. 금방 다녀올게. 하.하.하.”


이리저리 시선을 회피하던 비융의 눈이 회사 출입문 근처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장부장을 발견했다. 둘의 눈이 마주쳤고, 잊고 싶던 기억이 플래시백 되었다.


“흠흠······. 좋은 아···침이지?”

“크흠. 네. 그쵸.”

“아, 나는 옷을 갈아입으러 집에 다녀와야겠다. 너무 출근하고 싶은 나머지 옷도 안 갈아입고 회사에 나왔지 뭐야? 그럼 이만. 하.하.하.”


천상계에도 국어책이 있나 싶지만, 있다면 이렇게 읽을 것 같다.


“하.하.하.”


비융은 어색하게 손을 흔들고 오른팔과 오른발, 왼팔과 왼발을 동시에 앞으로 내며 사라졌다.



# “방금 옷 갈아입고 왔는데?”



비융의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다. 집까지 가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온 비융에게, 김비서가 내민 것은 위아래 한 세트의 트레이닝복이었다. 완전 새 옷인지, 비닐포장도 벗기지 않은 채였다.


“이럴 거면 아까 그거 입었어도 되지 않아?”

“아뇨, 회사에 츄리닝은 좀 아니죠.”

“···트레이닝은 맞고?”


오늘도 문명지옥 테스트가 있는 날이다. 김비서는 테스트를 시작하기에 앞서 편한 옷을 제공한 것이다.


“하여튼 뭐야, 장부장? 게임 해봤는데 말야.”

“네, 사장님.”

“그거 난이도 왜 그래? 아니 난이도는 둘째치고 진짜 아픈데?”

“폭력죄 난이도로 세팅되어 있거든요. 그래도 살인죄나 강간죄 난이도보다는 나으실 거예요.”


장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왠지 그 웃음에 사심이 가득 들어가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이라고 해두자.


“···그래도 테스트인데 좀 안 아플수는 없니?”

“아, 그게 시스템상 조절이 안 됩니다. 게임 시스템이 아니라 지옥 시스템이거든요. 이 둘의 차이는 신력神力이 프로그래밍에······.”

“아냐, 미안. 열심히 할게.”


장부장의 입에서 뭔가 어려운 대사가 나오려고 하자, 비융은 급히 사과하며 그를 제지했다.


“김비서야, 우리 테스터 따로 두면 안 될까?”

“예산은요?”

“음······.”

“제가 할까요?”

“그래줄래?”

“사장님이 제 일 대신 하시면요.”


아직 직원이 많지 않아서 김비서가 맡은 업무가 많았다. 비서업무를 제외하고도 인사, 회계, 법무 등등을 모두 맡고 있었다. 까놓고 말해서 비융은 그거 못 한다.


“미안, 내가 할게.”

“네.”

“근데 최실장은 맨날 안보이네?”

“최실장 바쁩니다. 거래처 뚫으러 갔어요.”

“아 그래······.”


“Ah-choo!”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카페 테라스에 앉아 폰게임을 하던 최실장이 별안간 재채기를 했다. “오빠 감기 걸렸어?”옆에 앉아있던 여성이 물었다. 아무리 봐도 남매로는 보이지 않았다. ···하여튼 최실장은 밖에서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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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명 18.04.10 113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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