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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rian

비융神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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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urian
작품등록일 :
2018.04.09 23:30
최근연재일 :
2018.04.17 23:5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931
추천수 :
11
글자수 :
33,264

작성
18.04.09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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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비융신 전설의 시작

DUMMY

# 비융신 전설의 시작



불교 출신의 신 비융邳肜. 통칭 ‘초열지옥의 비융신神’.

하지만 비융신이라고 부르면 몹시 화를 낸다. 비융(신, 291세)라고 불러 주자.


신라 말기의 승려였고, 사후에 9급 신神무원 시험에 합격. 때마침 열린 ‘지옥도 공개모집 캠페인~아름다운 사후세계 푸르게 푸르게~’에 초열지옥을 설계 및 제출한 공으로 7급 신무원으로 고속 승진한다. 그 덕에 신神랑감 1위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을 수여받기도 했다.


하지만 승진한 후에 띵가띵가 놀다가 결국 근무태만으로 해고. 같은 시기에 곧 결혼을 앞두고 있던 여자친구 전녀친典釹嚫도 바람나서 도망갔다. 그런 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전녀친에게 복수하기 위해 청운의 꿈을 안고 창업한 회사가 바로 <영혼세탁 전문업체 비융邳肜 클리닝>, 줄여서 비융신神세탁소 되시겠다. 그리고 그의 반지하 셋방에서 전설이 시작되···


“그래서, 지금 이게 회사라고요?”


지는 않을 것 같다.


햇살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 셋방. 주인집 누렁이가 방충망을 핥아대는 소리를 뚫고 뾰족한 음성이 비융을 타박했다. 잔뜩 움츠린 비융이 나름 변명이랍시고 주절거린다.


“아니, 나 여기서 초열지옥도 만들었는데······, 잘 보면 저 곰팡이도 벽지 무늬같아서 예쁘고, 누렁이도 귀엽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화를 내고 있는 여성은 천주교 출신 2급 천사 비서琵徐. 생전에 성이 김씨여서 김비서로 불린다. 깔끔하게 뒤로 묶은 금발의 포니테일, 둥근 테의 갈색 뿔테안경 뒤로는 푸른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그녀는 이를 갈며 천천히 내뱉었다.


“여기선 안 됩니다. 법인 대출 한도부터 알아보고······, 아니, 도장 주세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어······, 응······.”


그리하여 널찍한 주상복합 오피스텔에서 비융(신)의 전설이 시작된다.



# 김비서비서



비서 김비서는 몹시 언짢았다.

충분히 그럴 만 했다. 이 대책 없는 사장은 일단 ‘사장이라면 금발의 비서지’라며 회사 팻말을 세우자마자 비서부터 뽑았단다. 다른 직원은 어디 있냐니까 함박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이 이거다.


“김비서가 첫 직원이야.”


김비서 비서, 이하 김비서는 날이 밝자마자 비융의 도장을 가지고 신한神限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았다. 다행히 비융의 신神용등급이 괜찮아서 초기 사업자금은 넉넉하게 갖고 시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사무실을 수배하던 비융이 갓카오톡을 보냈다.


<삼실 구함! 대박임. 오짐.>

<사진 주세요.>

<사진>


보내온 사진에는 손으로 브이자를 그린 비융이 찍혀 있었다.


<사장님 안 나오게 사진 주세요.>

<ㅇ...>


사진 속의 사무실은 꽤나 깔끔했다. 한 칸짜리 사장실, 넓은 사무실, 다목적 휴게실,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무엇보다 사무집기도 그대로 붙어있다는 점과 비융이 찍혀있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김비서는 주소를 물어 그곳으로 향했다.


“김비서, 어때? 기가 막히지 않아? 여기 교통도 좋고~ 월세도 싸고~”


어깨를 으쓱거리는 비융을 잠시 쳐다보던 김비서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비록 어제 오늘 본 사이지만, 비융이 하는 일이 제대로 된 적이 있었던가? 김비서는 옆에 서 있던 부동산 중개인에게 물었다.


“솔직히 말 해봐요, 중개업자는 고지의무 있는 거 아시죠? 왜 싸요?”

“아, 사실 여기 들어오는 업체마다 망해서 나가거든요. 터가 안 좋다던가 뭐라나······. 근데 전 그런 거 안 믿어요.”

“네, 저는 믿어요. 월세 더 깎고 중개수수료 뺍시다.”

“······."


영혼세탁 전문업체 비융 클리닝, 줄여서 비융신 세탁소는 (헐값에) 사무실을 얻었다.



# 비융신 세탁소



깔끔하게 사무실 청소를 마친 뒤 비융과 김비서가 사장실 소파에 마주앉았다. 회사가 생겼으니 이제 사업방향을 잡아야 하지 아니한가. 김비서가 물었다.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오, 잘 물었어. 나는 언제 물어보나 했네.”


엣헴, 헛기침을 한 비융이 펜 뚜껑을 열었다.


“이거 봐봐, 요새 인간세계에 인구도 늘고 사망자도 많고 그러잖아? 옛날에는 하루에 30~50명만 심판하면 됐지만 요샌 어때, 100배쯤 되나? 그래서 신들이 생각한 게 하도급, 즉 하청업체란 말야. 즉 영혼 세탁소지. 우린 그걸 할 거야.”

“그래서요?”

“그러려면 저승 쪽에서 계약을 따야 되거든. 한 달에 영혼 30명이면 30명, 50명이면 50명. 그럴싸한 시스템만 갖고 가면 계약 따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일은 직원들이 하구, 나는 앉아서 놀······ 아니 나도 일을 하구.”

“그러려면 뭐가 필요하죠?”

“직원이지. 일단 시스템 개발팀하구 그거 팔아올 영업팀, 이렇게만 있음 될 거 같은데.”

“그런데 처음에 누굴 뽑으셨죠?”

“김비서를 뽑았지.”

“왜요?”

“그러게······.”


헤실헤실 웃는 비융을 보며 김비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비융이 설명한다고 그린 그림도 엉망이었지만, 애초에 이 상황 자체가 엉망이었다. 아니, 사장 정신상태가 제일 엉망진창이다. 신이시여, 이 자를 구원하소서······. 잠시 기도를 올리던 김비서가 말을 꺼냈다.


“그럼 일단은 직원 채용이 우선이네요. 아는 사람 있어요?”

“어, 내 친구 중에 등騰신이라고 있는데, 걔네 회사 놀러갈 때마다 장대리라는 애가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한숨 푹푹 쉬어대거든. 개발 잘 하는데, 연락하면 올 거야.”

“······친구네 회사에서 인재를 빼 온다고요? 거기 혹시 대기업 ‘등 시스템’ 아니에요?”

“뭐, 사표 내고 재취업하는 식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나 등신 걔 싫어하거든. 지 잘나간다고 얼마나 유세를 떠는데. 생각해보면 차도 좋구, 집도 있구, 집에서 신수도 기르구, 여자친구도 있구······, 에이씨, 김비서야 혹시 걔네 회사 망하게 할 방법 없니?”


비융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없습니다. 하여튼 그쪽은 알아서 하세요. 개발팀 한 명으론 부족하니까 신입 한명은 공채로 뽑고, 영업팀 할 만한 인원은 제가 구해올게요.”

“오, 그렇게 하자. 그럼 이만 퇴근할까?”

“······.”


오후 1시 30분, 비융신 세탁소의 첫 하루가 빠르게도 막을 내렸다.




# 직원 면접



사장 비융(신)은 몹시 언짢았다.

왜냐하면 김비서가 영업팀 직원이랍시고 데려온 게 남자였기 때문이다. 내 김비서와 어떤 사이냐며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혼날 것 같아서 그만뒀다. 하여튼, 그것도 그건데 면접 보러 온 사람의 자태가 뭐랄까···너무도 자유로웠다.


군데군데 갈색이 섞인 금발을 드레드헤드로 엮어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리고, 귀에 구멍은 몇 개나 뚫었는지 세다가 지칠 지경. 실내에 들어와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는데다가 위에만 정장이지 아랜 이리저리 찢어진 청바지에 스니커즈다. 게다가 첫 인사가 이거였다.


“호-우- 안녕하심까, 최형崔衡임다.”


엄지와 검지, 새끼손가락만 편 손을 흔들며 몸을 흔드는 그를 보던 비융은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말았다.


“김비서?”

“네.”

“얘 일 잘해?”

“사장님보단요.”

“어······.”


뾰족한 구둣발로 최형의 정강이를 걷어차 얌전히 시킨 김비서가 이력서 한 장을 내밀었다. 비융은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 들었다.


“제 사촌동생인데, 하데스대학 마케팅과 수석졸업자고요. 보시다시피 저래서 취업 못하고 놀고 있는 거 데려온 거니까 마음껏 쓰시면 되요.”

“내일부터 잘 부탁하네, 처남.”

“호우-”


그 대혼란을 틈타 문밖으로 쭈뼛거리던 그림자가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사실 한 10분 전부터 사장실로 들어오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참이었다.


“저······, 들어가도 될까요?”

“네 들어오세요.”


김비서가 자연스럽게 말을 받았다. 근엄하게 ‘들어오너라’를 외치려고 목을 가다듬다 타이밍을 놓친 비융이 부루퉁하게 쏘아보았지만, 가볍게 무시하는 김비서였다.


“개발팀 면접보러온 장개張開인데요.”

“일단 이분 옆에 앉으시고, 이력서는 저 주시면 되요. 비서인 김비서입니다.”

“흠흠, 짐이 바로 사장인 비융이니라. 그래, 무슨 연유로 예까지 오시었는고?”

“사장님이 오라고 하셨잖아요.”

“응······.”


괜히 컨셉질 하다가 본전을 찾지 못해 시무룩한 비융에게 김비서가 장개의 이력서를 내밀었다.


“아냐, 알아. 합격이야. 개발팀 혼자서는 힘드니까 신입 곧 붙여줄게, 열심히 해봐.”

“네, 열심히 할게요.”

“음, 직급은 뭘로들 줄까?”


최형이 손을 번쩍 들었다.


“영업이사 하고싶슴다!”

“오, 처남. 영업이사가 하고싶다고? 그렇게 하자, 응? 김비서.”

“처남도 영업이사도 안 됩니다. 그래도 영업팀 직급이 낮으면 거래처에서 얕보이기도 하니까, 실장 정도가 적당할 것 같네요. 물론 월급은 사원 월급이고요.”


시무룩해진 최형이 쳇, 하고 혀를 차다가 한 번 더 걷어차였다. 다음으로 장개가 요청했다.


“제가 전 회사에서 대리였으니까, 그것보다만 높으면 좋아요.”

“과장 하면 되지 않니? 어때, 김비서.”

“괜찮겠네요.”

“그럼 오늘 일 끝난 건가? 어이쿠, 벌써 시간이 열시가 넘었네. 우리 이만 퇴근할까?”

“오전 열 시고요, 퇴근 안 됩니다.”

“응······.”


직원들은 사무실 책상 자리를 고르러 갔다. 최형은 출입문 바로 옆자리를 골랐고, 장개는 컴퓨터가 가장 좋은 자리를 골랐다. 김비서는 사장실 바로 옆 자리를 사용하기로 했다. 사장실에 혼자 남겨져서 심심했던 비융이 괜히 밖으로 나오며 한마디 했다.


“김비서야, 우리 명함 만들자, 명함.”

“사장님치고는 좋은 생각이네요.”


김비서가 반색했다. 마침 그녀도 그러자고 제의할 참이었는데, 자리 정리를 하느라 선수를 놓쳤던 것이다. 그녀는 비융이 일을 한다는 것이 매우 기뻤다.


“응······, 근데 나 치고는, 이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롭니다. 하여튼 정말 좋은 생각이에요. 저희 자리 정리하는 동안 업체 몇 군데 봐주시겠어요?”

“훗, 맡겨둬라.”


비융은 칭찬만 받아들였다. 그는 좋은 생각이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져서 사장실로 쪼르르 들어갔다. 십 분 있다가 문을 박차고 나오면서 ‘다했다! 오늘 일 끝! 다들 퇴근! 회식하러가자!’ 라고 외쳤다가 김비서와 눈이 마주치고는, 다시 스르르 사장실로 들어간 것은 생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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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실 비융(신)은 싸움을 못 했다. 18.04.11 105 1 9쪽
2 문명 18.04.10 113 1 8쪽
» 비융신 전설의 시작 18.04.09 15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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