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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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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36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5.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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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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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괴물의 등장 (5)

DUMMY

“!”


태형은 식은땀을 느끼며 잠에서 깼다.

잠들기 전에 봤던 방의 천장, 그리고 손을 들어 이마를 닦자 느껴지는 땀.

생생한 장면보다 더 생생한 감각이 바로 그에게 다가왔다.


방금 그건, 꿈이 아니야.


태형은 알았다.

자신이 꾼 것은, 꿈이 아니란 것을.

그건 꾼 게 아니라 본 것이었다.

원리나 이유는 알 수 없다.


‘이건, 나중에 더 생각하자. 지금은 뭐가 됐든 위험해.’


태형은 당장 답을 알 수 없는 고민을 멈췄다.

당장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이자, 이 게임의 중요한 첫 분기점부터 해결해야 했다.


‘루트비히 프로스트가 온다······ 칼테 크리거와 함께······’


태형이 잠든 상태로 봤던 장면들은 마치 중간중간 편집해 낸 영화 같았다.

많은 장소가 빠르게 바뀌었고, 그게 긴 시간을 축약해 놓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만은 않았다.

다만, 자신이 본 적 있는 얼굴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처럼 등장했다.


‘닐 바그너 중위라고 했던가.’


태형이 구덩이 속에 살려뒀던 재르간의 군인 중의 한 명이었다.

닐 바그너는 태형 본인의 생각보다도 더 일찍 본부에 구출된 듯했다.

그래봐야 상정한 범위 내긴 했지만, 미처 고려하지 못한 것도 있었다.

그건 본래 게임의 흐름이었다.


‘당장 혼자라도 연합으로 움직이는 게······ 맞을까?’


알 수 없다.

연합으로 가면 많은 의문이 해결될 것 같기는 했지만, 그 사이 게임의 흐름은 틀어질 터였다.

그 경우 자신이 너무 많은 영향을 끼친 꼴이 돼버린다.


‘역시······ 이대로 리스타우러가 파괴되게 둘 순 없어.’


한동안 고민하던 태형이, 생각을 정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어 벗어뒀던 겉옷을 입고, 바로 방문을 열었다.

한데, 그 앞엔 이미 사람이 서 있었다.


“되도록 방 안에만 계셔달라고 했는데요.”

“오셨군요.”


태형이 무표정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한 티나를 보고 인사했다.

티나는 이에 반응하지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잘됐네요. 어디 사라져버리기 전에 식사 시간이 돼서. 지금 식당으로 같이 가시죠.”

“아니 그보다··· 루에거 함장 지금 어디 있나요?”

“함장님은 왜요.”

“급하게 드릴 말이 있어요. 이 함, 아니 이 지역의 존망이 걸린 일입니다.”

“······”


다소 황당하다는 듯, 티나는 의심에 가득 찬 눈초리로 태형을 봤다.


“그런 중요한 일을 왜 이제야 말하는 거죠?”

“황당하게 생각할 건 알지만, 저도 지금 알았거든요.”

“네에?”

“길게 설명하고 있기엔 상황이 급하네요. 지금 바로 루에거 함장하고 얘기해야 겠어요.”

“······”


이 녀석 정신이라도 나간 걸까?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티나는 태형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리고 감출 수 없는 당혹감.

처음으로 태형에게 살아있는 표정이란 걸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아아, 함장 루에거다.]


함내 곳곳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루에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식사 시간에 미안하지만, 비상 상황이다.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빠르게 업무로 복귀해! 함 보급도 30분 내로 마쳐라! 다시 한번 말한다······]


방송을 듣던 태형과 티나는 곧 다시 서로를 바라봤다.

티나는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들은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태형은 그에게 물었다.


“방송은 어디서 할 수 있죠?”

“함교요.”

“그럼, 함교로 가야겠네요.”

“······알았어요. 일단 그러면 따라오시죠.”


태형의 강한 눈빛을 읽은 티나가 더는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몸을 돌려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조용히 걷던 복도는 곧 뛰어다니거나 짐을 옮기는 사람들로 분주해졌다.

그 혼란 속에서 말없이 걷던 둘은 잠시 후 함교에 도착했다.


“함장.”

“티나! 엘리엇도 왔냐?”


이전과 달리 각자 자리를 잡고 있던 승무원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가운데 함장 석엔 루에거가 앉아있었다.

루에거는 앉은 상태로 몸을 돌려 티나와 태형을 확인했다.


“둘 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지?”

“알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핫! 엘리엇, 너도 느낀 거냐? 폭격이 잦아든걸.”

“그건 아니지만요.”

“그래? 아무튼 아까 연락받았다. 재르간에서 대형 전투선 5척이 콜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태형은 직감했다.

역시나 꿈에서 본 것들이 이 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핫! 내 추측이지만 그 목적지가 여기일 것 같아. 재르간 놈들, 폭격을 멈추고 시야를 확보하고 있어.”

“도망쳐야 합니다.”

“뭐?”

“마을 주민들과 함께 여기서 도망쳐야만 살 수 있습니다.”


태형은 루에거에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루에거와 티나 모두 그런 태형을 의아한 눈으로 바라봤다.


“······너, 뭘 알고 말하는 거냐?”

“저 역시 감에 가까운 거긴 하지만, 그 전투선이 오는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뭔데?”

“로드(ROD) 그리고 저.”

“너?”


태형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루에거의 앞으로 가 섰다.


“엘리엇 프로스트는 가문을 버린 자입니다. 그리고 그 가문도 엘리엇을 버렸습니다.”

“······거참. 본인 일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하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을 많지 않죠. 그래서 연구소에서 탈출할 때 임시방편으로 제 이름을 썼습니다.”

“신분을 밝혔었나?”

“네. 잠깐만이라도 방해받지 않고 국경으로 가고 싶었거든요.”

“젠장, 틀어졌군.”

“죄송합니다.”


상황을 이해한 루에거에게 태형이 사과했다.

태형은 재르간의 군인들, 닐 바그너 중위란 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혔었다.

엘리엇 프로스트.

실제 재르간의 프로스트 가문 사람이 맞다면, 아무리 높은 계급의 군인이라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

그러니 쉽사리 자신을 쫓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적어도 ‘엘리엇’이 프로스트 가로부터 내쳐진 존재란 게 밝혀지기 전까진.

한데, 여러 변수가 전혀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아니, 네가 사과할 일은 아니지. 어떻게 보면 내가 즉흥적으로 정찰기를 쏜 것부터 잘못된 거니까.”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태형이 루에거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루에거는 눈을 반쯤 감으며 말을 이었다.


“재르간 놈들은······ 널 찾기 위해 대형 전투선을 보낸 건가?”

“반은 맞고 반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알아듣게 설명해 줘.”


루에거의 요청에 태형은 잠시 고민했다.

꿈에서 봤다고 설명할 수는 없으니까.

설득하기 위해선 좀 더 논리적인 근거가 필요했다.


“단순히 저나 로드를 잡기 위한 거라면 재르간이 본국에서 대형 전투함을 보낼 리가 없을 겁니다. 속도도 느리고 비효율적이니까요.”

“그렇겠지.”

“그럼 그 전투함들은 ‘쫓기 위함’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다고 봐야죠. 예를 들자면, 저를 찾는 누군가를 위한 호위용.”

“어이, 설마······ 프로스트 공작!?”

“아뇨. 아버지는 저를 버리신 분입니다. 아버지였다면 굳이 절 잡기 위해 직접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프로스트 공작이 이전처럼 가문을 관리하는 상태라면, 절대 지금과 같은 일을 벌어지지 않았을 터.

태형은 그 사실을 잘 알았다.

프로스트 공작에게 엘리엇 프로스트는 이미 죽은 존재였으니까.

반면 가족 중 엘리엇을 버리지 않은 사람은 둘.

엘리엇의 어머니와 큰형 루트비히 프로스트뿐이었다.

태형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장남인 루트비히가 프로스트 가의 실권을 쥐게 됐다면, 앞뒤가 맞아떨어집니다. 그 사람은 저를 아직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거든요.”

“루트비히 프로스트? 그 천재로 유명한 녀석 말인가?”

“천재인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그 사람이 재르간 제국 귀족의 교과서와도 같다는 겁니다.”

“귀족의 교과서면 좋은 거 아냐? 노블레스 뭐더라···”

“노블레스 오블리주. 그런 맥락에선 좋은 사람이죠, 재르간 제국인들에겐.”

“그럼 콜의 사람에겐?”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마세요. 그 사람이라면 근처에 레지스탕스가 활동한다는 이유만으로 쿠아라즈 마을을 그대로 지도에서 지워버릴 겁니다.”

“뭐······?”

“게다가 루트비히가 온다면, 칼테 크리거도 함께 움직이고 있을 겁니다.”


칼테 크리거에 대해 듣는 순간, 루에거의 미간이 심각하게 구겨졌다.

프로스트 공작 가의 사병 칼테 크리거.

재르간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레지스탕스라면 모를 리 없는 이름이었다.


“그 싸이코 새끼들이 온다, 이거지······ 사태가 내가 생각한 거 이상으로 심각한데. 근방이 쑥대밭이 되겠어.”

“그러니까 도망치라는 겁니다. 쿠아라즈 사람들과 함께.”

“하!”


루에거가 답답한 듯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태형이 보기에도 상황이 너무 나빴다.

루에거가 지금 여기서 함을 움직이면 기지와 함이 노출된다.

도망치는 데에 성공하더라도 기지는 잃게 되고, 함도 추격을 받게 되겠지.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쿠아라즈 마을 주민들이 희생당하는 걸 보게 된다.

잃을 것들은 너무 크고 많은데, 지킬 방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티나, 쿠아라즈 사람들 전원, 함에 태워.”

“가능은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거예요.”

“상관없어.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잖아.”

“함장, 저 사람 말이 사실인지 확인부터 해요. 지금 당장 리베르테 본부와 교신해서···”

“본부도 현재 누가 움직이는지는 몰라. 무작정 정보만 기다리고 있다가 모든 걸 잃을 순 없지!”

“하지만!”


여기까지 우리가 어떻게 온 건데요!


티나는 뒷말은 생각만 하고 내뱉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아는 루에거는 마음을 한 번 정하면 바꾸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런 감정들을 지켜보던 태형이 루에거와 티나 사이에 끼어들었다.


“기지는 버려야겠지만, 추격은 따돌릴 수 있을 겁니다.”

“뭐? 정말이냐?”

“네.”

“얘기해 봐, 어떻게 가능하지?”


*


1시간 후 쿠아라즈 근처 상공.

거대한 재르간의 대형 전투함 여러 대가 진영을 맞춰 날고 있었다.


“보고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정찰기가 격추됐던 지점에 도달했습니다!”


전투함 내부.

함교의 항로도 화면을 보고 있던 젊은 장교가 지휘부 쪽을 향해 외쳤다.


“이렇게 빠르게 올 수 있는 것이었다면, 자주 시찰을 나설 것 그랬군요.”

“저, 프로스트 경의 일정이 워낙 바쁘지 않으십니까. 중요치 않은 것들은 군에 맡겨주십시오.”


지휘부 작전 테이블.

그 앞에 앉아있던 루트비히 프로스트와 칼 마이어 대령이 보고받곤 대화를 나눴다.


“한데, 제가 감히 마이어 대령께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무슨 말씀을, 부디 편하게 지시해주십시오. 프로스트 경. 저는 그저 경의 보좌를 위해 이곳에 있습니다.”

“이 근처에 도시나 마을이 있다면, 그곳으로 이동했으면 합니다. 제 동생으로 추정되는 자의 흔적이 남아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루트비히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설명했다.

이를 들은 칼 마이어는 살짝 난감한 기색이 됐다.

근처 마을은 계속해서 감시 중이다.

그곳에 신형 토르를 비롯한 수상한 존재의 움직임은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도 굳이 간다고 말하는 것이, 루트비히와 관련된 흉흉한 소문을 떠올리게 만든 것이다.


“알겠습니다. 경 말씀대로 하도···”


한데 보고가 또 이어졌다.


“보고드립니다! 지역 내 열원 1기 탐지! 토르급 크기로 파악됩니다!”

“토르급 크기라? 설마 그 신형 토르일까요?”

“경, 자세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탐지 카메라로 확인해라!”


칼 마이어 대령의 명령을 들은 군인들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하지만 돌아온 결과는 칼 마이어의 마음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것이었다.


“나무 뒤에 웅크리고 있어 카메라만으론 식별이 불가합니다! 초음파 탐지 역시 형태 인식이 되지 않습니다.”

“그럼 토르를 내보내. 직접 확인해라.”

“아, 알겠습니다!”


아직 젊은 장교가 칼 마이어의 명령을 듣고 잔뜩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곧이어 전투함의 사출구에서 토르 4기가 출격했다.


쿠웅!


토르의 육중한 몸체가 수풀에 큰 소리를 내며 착지했다.

토르 몸체에 부착된 추진기로 최대한 추락하는 속도를 줄이고 기체의 균형을 잡았지만, 파일럿들이 받는 반동은 컸다.


“크읏! T4 소대 토르 4기 전원, 이상 없이 착지 완료했습니다!”

“수색을 시작해라.”

“옛! 영광!”


명령받은 파일럿들이 열원이 표시된 지점으로 2세대 토르를 움직였다.


“열원체 움직임 없음. 현재 저희 쪽에서 접근 중입니다!”

“T4 소대와 열원체 거리 800m···700···600···500m!”

“소대 산개. 열원체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포위해라.”

“옛!”


소대장의 명령에 따라 토르 4기가 간격을 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빽빽하게 자란 나무와 풀꽃의 숲에 육중한 로봇의 발이 쿵쿵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태형은 그런 소리를 들으며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주인공이 자신이 플레이했던 게임을 떠올리는 게

너무 늦다는 평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조금씩 수정을 좀 했습니다...

*230602 다시 수정해서 4화로 내용을 일부 이전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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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괴물의 등장 (3) +1 23.05.23 1,029 24 14쪽
5 괴물의 등장 (2) +3 23.05.22 1,236 25 12쪽
4 괴물의 등장 (1) +2 23.05.21 1,588 28 15쪽
3 아버지의 이름 (3) +4 23.05.20 1,723 36 13쪽
2 아버지의 이름 (2) +1 23.05.20 1,866 37 13쪽
1 아버지의 이름 (1) 23.05.20 2,611 4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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