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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147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6.1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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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추천
11
글자
11쪽

진정한 애국자 (6)

DUMMY

[GAME OVER]

[마지막 체크 포인트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온갖 전자 장비와 조종 장치들이 놓여있는 어두운 방 안.

이제 8, 9살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비행기 조종석처럼 꾸며진 자리에 앉아, 커다란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었다.

약간의 분함이 있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입술은 앙다문 상태였다.


“잘 안되니?”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미소를 머금고 아이에게 다가왔다.

아이는 그런 남성을 올려다보며 시무룩한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가 어려워.”

“그렇지만 아빠는 네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응. 태형이 넌 어떻게든 해낼 거야. 넌 이미 이 아빠보다도 잘하고 있잖아?”

“맞아.”


헤헤.


어린 태형이가 웃었다.

자신은 아버지, 김정도 박사보다 이 게임을 잘한다.

자신은 이 게임의 신기록을 계속해서 내고 있다.


이길 수 있어.


어린 태형은 다시 모니터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게임의 마지막 저장 지점부터 플레이를 재개했다.

그러자 로봇에 타고 서로를 보고 있는 주인공과 적.

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부분이 모니터에 나타났다.


[자네는 나에 관해 잘 모르겠지만, 나 역시 화려한 삶을 살던 시기가 있었지.]

[······]

[그 계절이, 끝날 거란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 시간이 나의 개화기開花期였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알 것 같습니다.]

[그래? 이해가 빠른 청년이군.]

[저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언제나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법이죠.]

[단순히 지나가서인 것은 아니야. 앞으로 내게 오지 않을 것들을 알기 때문만도 아니야.]

[당신은······ 시한부입니까?]

[맞아. 그렇지만 따지고 보면 우린 모두 시한부지. 단지 나는 좀 더 일찍, 꽃이 지고 그대로 메말라갈 뿐.]

[저는······]

[자네도 동의하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끝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는 걸.]

[하하하! 무슨 의민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군.]

[당신은 죽어도 죽지 않을 겁니다. 이 세상은 그렇습니다.]

[영혼에 관한 얘기인가?]

[의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꽤 신념이 멋진 청년이야. 여기서 끝을 보기가 아쉬울 정도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삶의 완성은 해야겠지. 지금부터 나의 두 번째 낙화를 지켜보게. 견딜 수 있다면 말이지.]


적의 마지막 대사 직후.

게임 속 보스 전은 시작됐다.

지금까지 어린 태형이 게임에서 상대하던 적들과는 차원이 다른 보스.

태형은 주인공이 탄 로봇을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조종했다.

그러나 속도로는 막상막하.

게다가 주인공 로봇의 체력도 얼마 없는 상황.

적의 공격을 막아주는 에너지 실드를 쓰고 있을 때까진 괜찮지만, 시간제한이 지난 실드가 꺼지고 나면 여지없이 패배였다.


“후.”


아이답지 않은 깊은 한숨을 내쉬는 어린 태형.

그런 태형의 머리를 아버지 김정도 박사가 천천히 쓰다듬었다.


“후후. 괜찮아.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다시 하면 돼.”

“응.”


태형은 다시 게임을 시작했고, 김정도 박사는 조용히 방을 떠났다.

그렇게 수 시간, 수십 번, 수백 번, 어쩌면 수천 번.

태형은 똑같은 전투를 셀 수 없이 반복했고, 패배했다.

하지만, 점점 주인공이 살아남는 시간이 길어졌고.

패배할 때 남아있는 적의 체력은 줄어들어 갔다.


“와!”


마침내.

어린 태형은 보스, 로드 패트리의 ‘가페’를 쓰러트렸다.


*


‘가페는 로드 패트리다.’


로드의 조종석 안.

태형은 다시금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사실을 떠올렸다.

태형이 로드를 조종하는 것과 달리, 로드 패트리는 가페를 ‘조종’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가페’라는 신체를 움직이고 있는 거였다.


‘그러니, 블레 패트리의 공격 패턴에 미리 반응한다.’


태형은 그런 면에서, 블레 패트리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게임 로드(ROD)는 잊고 있었어도, 블레 패트리와 싸우며 체득한 것들은 본능적으로 그에게 남아있었으니까.


오른손, 라이트훅.


태형이 미리 생각한 대로, 가페가 로드를 공격해왔다.

하나, 그 전에 로드는 이미 우측으로 빠지고 있었다.


왼발, 발 걸기.


가페의 왼발이, 로드의 우측 발을 걸기위해 휘둘러졌다.

로드는 바로 뒤로 빠졌다가, 추진력으로 위로 날아올랐다.

바로 따라붙는 가페.


양손 공격.


공중에서 가페의 두 주먹이 로드의 허리를 노렸다.

동시에 옆구리를 노리고 휘둘러지는 주먹.

그 순간을 예상한 듯, 로드는 바로 추진체의 출력을 줄였다.

그리고 방어하듯 모은 양팔에 빔 소드를 생성했다.


지잉!


로드의 몸통을 노렸던 가페의 두 손이, 빔 소드에 닿아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블레 패트리는 놀라지도, 멈추지도 않았다.


오른쪽 무릎, 니킥


태형은 바로 로드의 빔 소드를 해제하면서, 출력을 높여 뒤쪽으로 빠져나갔다.

반 박자 늦은 가페의 니킥이 허공을 찌르는 동안.

로드는 오른손에 짧은 빔 소드를 만들어냈다.


“최대 출력. 돌진.”

“!”


이제야 착지자세를 잡는 가페.

로드는 그런 가페의 몸을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푸우우웅!


로드는 거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사막에 착지했다.

착지한 뒤로 기다란 두 선을 만들 만큼, 빠른 속도였다.


쿠웅.


로드의 뒤 편.

가페 역시 사막에 떨어졌다.

제대로 된 착지는 아니었다.

이미 그 기체의 몸통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으니까.


쿵, 쿵, 쿵, 쿵.


태형이 로드를 움직여 가페에게 다가갔다.

아마도, 블레 패트리는 아직 살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아무 의미 없는 것.

이미 가페는 반파됐고, 모든 기력을 소진한 블레 패트리는 다시 움직일 수 없을 터였다.


“괜찮으신가요.”

“하하······하······ 엘리···엇.”


태형이 외부 스피커로 말을 걸자, 블레 패트리가 대답해왔다.


“결국······내가······구시대······였군······”

“···아뇨. 당신은 그저 운이 없었던 겁니다.”


태형에게 수천 번의 게임 공략이 없었다면.

블레 패트리의 가페는 이길 수 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멋진 승부······”

“블레 형님······”

“보니에게······ 고맙다고······ 전해······”


블레 패트리의 말은 거기서 끝이었다.

태형은 로드의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움직여, 가페의 조종석을 덮고 있는 장갑을 떼어냈다.

그러자 많은 전선이 연결된 관을 쓰고 있는, 블레 패트리의 마른 육신이 드러났다.


“죽지는······않았군요.”


로드의 생체 탐지에, 블레 패트리의 몸이 제대로 표시되고 있었다.

그때, 로드에 의문의 통신이 들어왔다.

이전에 통신한 기록이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태형은 그게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태형이 통신을 수락하자, 예상했던 사람의 얼굴이 주 디스플레이에 표시됐다.


“그만! 그 파일럿에게서 손 떼.”

“어차피, 죽일 마음은 없습니다.”

“데려갈 생각도 하지 마. 그 사람을 건들면, 리베르테의 이송 차량을 바로 공격할 거야. 당장이라도 미사일을 쏠 수 있어!”

“거기엔 민간인이 타고 있을 뿐입니다.”

“상관없어!”

“보니 프하리브 씨.”

“······날, 알아?”


태형이 이름을 부르자, 디스플레이 속 여성, 보니 프하리브가 당황했다.

태형은 그에게 담담히 말을 이었다.


“당신은 나를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난 알고 있습니다. 재르간의 수도 토키베를랑에서 블레 형님과 연인인 당신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너······ 엘리엇 프로스트였지.”

“블레 형님이 보니 씨 당신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

“당신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리고 저는 블레 형님에게 어떤 짓도 할 생각 없습니다. 이 사람의 운명은 제 소관이 아니니까.”

“알았어. 어쨌든 거기서 바로 물러나. 네가 있던 쪽으로 돌아가면 우리도 아무 짓 하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통신을 종료한 뒤.

태형은 로드를 움직여 이송 차량 주변을 감시하던 곳으로 향했다.

그 사이, 로드의 레이더에 가페 쪽으로 이동 중인 두 대의 이동체가 잡혔다.

그건 각각 다연장 로켓 런처 시스템(MRLS)과 발칸포를 탑재한 군용차였다.


“빨리! 빨리 가줘요.”


다연장 로켓 시스템을 장착한 대형 군용 차량의 조수석.

보니 프하리브가 운전 중인 군인에게 요청했다.


“이게 최대 속도입니다! 사막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읏······”


보니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든 말렸어야 했는데.


이틀 전, 재르간 본국에서 엘리엇과 로드에 관한 정보가 담긴 명령서가 하달됐고.

이를 읽은 블래 패트리는 급히 가페를 시승試乘했다.

보니가 몇 번이고 직접 나서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블래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제 와 후회한들······

어차피, 그 사람을 막을 순 없었겠지.


블레 패트리.

결심한 것을 꼭 이루는 남자.

언제나 자신만만했고, 능글맞을 때도 있었으며,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속삭이던 남자.

보니는 그런 블레를 좋아했다.

그리고 연인으로 지내며 사랑했다.


“블레 씨!”


트럭이 길고 긴 사막을 달린 끝에, 가페 앞에 당도했다.

보니는 조수석에서 내리면서 블레 패트리를 불렀다.

그리고 가페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가슴 위가 깨끗이 잘려, 몸통과 다리만 남은 거대 로봇.

엉망진창인 외부 장갑.


“블레 씨!”


보니가 열려있는 가페의 조종석을 향해 뛰었다.

허겁지겁 가페의 장갑을 뛰어오르던 보니가, 결국 조종석 바로 아래에서 미끄러졌다.

보니는 결국 기어가듯 손발을 함께 써서 간신히 가페의 조종석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블레······씨.”


보니가 본 블레 패트리의 표정은 평온했다.

분명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을 터인데도, 만족감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보니는 조종석으로 걸어가 블레의 가슴에 손을 댔다.


심장이 뛰고 있어.


보니는 바로 블레 패트리가 쓰고 있던 신경 접속기를 벗겨냈다.

그리고 앙상한 블레를 안아 들었다.


“돌아가요. 집으로.”


작가의말

졸리네요. 갓생은 대실패했습니다. 흑흑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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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시간의 흐름 (2) 23.06.20 241 10 12쪽
33 시간의 흐름 (1) 23.06.19 262 11 14쪽
32 잃어버린 존재 (4) 23.06.18 266 11 13쪽
31 잃어버린 존재 (3) +1 23.06.17 252 11 13쪽
30 잃어버린 존재 (2) +1 23.06.16 263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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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진정한 애국자 (4) 23.06.12 286 12 13쪽
25 진정한 애국자 (3) +1 23.06.11 303 11 14쪽
24 진정한 애국자 (2) 23.06.10 319 11 13쪽
23 진정한 애국자 (1) 23.06.09 361 11 13쪽
22 잡을 수 없는 존재 (5) +1 23.06.08 356 12 13쪽
21 잡을 수 없는 존재 (4) 23.06.07 353 14 14쪽
20 잡을 수 없는 존재 (3) 23.06.06 359 12 15쪽
19 잡을 수 없는 존재 (2) 23.06.05 386 1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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