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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카 파일럿의 2회차 게임 공략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유신언
작품등록일 :
2023.05.20 06:14
최근연재일 :
2023.08.25 07:3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31,146
추천수 :
845
글자수 :
558,048

작성
23.07.14 07:35
조회
148
추천
3
글자
11쪽

독립의 바람 (5)

DUMMY

“······좋아, 동맹의 조건을 말해보지.”


쿠 시옹의 말을 듣고, 칸샤스 리스 준장이 꼬리를 내렸다.

물론 이는 그만의 의지는 전혀 아니었다.

화상 통신 화면에는 그의 상체만 나오지만, 사실 그의 주변엔 연합군 소속 장군들이 포진돼 있었으니까.

쿠 시옹은 그 모든 걸 예상하고 말했다.


“콜과 연합의 공식적인 동맹 발표와 함께, 콜의 독립 지원과 이후 독립국의 지위를 인정해준다는, 공식 서약서를 바라오.”

“······그뿐?”

“그렇소. 예전에도 말했었지만, 우린 다른 걸 바라진 않소.”

“알겠다. 잠시 회의한 후, 결정되면 다시 통신을 넣도록 하지.”

“알겠소.”

“디크 렉사 소위.”


칸샤스 리스 준장은 디크 렉사 소령을 불렀다.

디크가 쿠 시옹 대신, 다시 화상 통신용 카메라에 모습을 비췄다.


“예.”

“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리베르테 인원을 잘 관리하고 있도록.”

“······”


디크는 리스 준장의 말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준장의 ‘관리’하란 지시사항은 결국, 리베르테를 외교적 인사로 대우하는 게 아니라 부하들처럼 여기라는 것을 돌려 말한 거였고.

디크는 그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것뿐입니까?”

“뭐?”

“저희에게 따로 해주실 말씀, 그것뿐인 겁니까?”

“······”


칸샤스 리스 준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리스 준장은 디크 렉사 소령의 말속에 내재한 뜻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아군을 향한 공격, 그것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조차 없이 명령만 하는 중인 군 상부에 대한 물음이었다.


“······해줄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통신 종료하겠다.”


칸샤스 리스 준장은 서둘러 통신을 종료했다.

직후 이동용 디스플레이엔 [통신 종료] 표시만 남게 됐다.

디크 렉사는 잠시 말없이 그 화면을 바라봤다.


‘나중에 따로 이야기라······’


리스 준장의 생각이 이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당장 이곳엔 외부인에 가까운 리베르테가 있었고, 내부인이지만 자세한 사정을 들어봤자 좋은 것 없는 중대원들이 있었으니까.

그래도 디크에게 연합 상부의 행동은 비겁하게만 느껴졌다.

그렇지만 계속 생각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정신을 잡은 디크는 쿠 시옹과 다른 리베르테 인원들을 보며 말했다.


“이곳은 임시로 만들어진 전초 기지라, 시설이 열악합니다. 리베르테 분들은 함에서 쉬시는 게 좋으실 겁니다.”

“그리하겠소. 그리고 괜찮다면, 여러분들도 우리 함에서 쉬시는 게 어떻겠소?”

“······”


쿠 시옹의 제안에 디크 렉사 소령은 바로 답하지 못했다.

복합적인 감정이 든 탓이었다.

방금 이들과 통신한 칸샤스 리스 준장은 상당히 무례했다.

리베르테를 타국의 대표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모욕을 겪은 후에, 같은 연합의 소속인 자신들에게 친절하게 굴 수 있다니.


‘따로 노리는 게 있는 건가, 아니면 그저 대인배일 뿐인 건가.’


그러나 뭐가 됐든, 디크는 리베르테의 함에 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기지에 남아 재르간의 움직임을 계속 확인하고 경계해야 하는 게 자신의 업무니까.


“말씀은 감사하나, 이곳의 책임자로서 자리를 비울 수는 없습니다. 저희 중대원들 역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그렇겠군요. 내 생각이 짧았소. 그래도 혹시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 말해주시오. 재르간 군의 움직임은 우리 쪽에서도 파악하고 있으니.”


쿠 시옹이 고개를 돌려, 뒤쪽에 있던 40대 중반의 남자와 눈빛을 교환했다.

그는 리베르테의 정보과장 에만 알뒤에르였다.

에만은 쿠 시옹에게 바로 고개를 끄덕였고, 쿠는 다시 디크에게 시선을 맞췄다.


“알겠습니다.”


디크가 대답했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리베르테 인원들은 대부분 함으로 돌아갔고, 디크와 중대원들만 전초기지에 남았다.

태형, 엘리엇 프로스트만 제외하고.


“당신이······ 저 신형 기체의 파일럿이군요.”

“엘리엇 프로스트입니다. 디크 렉사 소령님.”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건넨 디크 소령에게, 태형은 차분하게 인사했다.

그러나 상대의 이름을 들은 디크는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엇 프로스트······ 그 프로스트인 겁니까?”

“재르간의 프로스트 공작 가를 뜻하는 거라면, 맞습니다.”

“······왜 이곳에?”

“가문을 버렸고, 콜의 뜻에 찬동하기 때문이겠죠.”

“대단하군요. 당신의 토르 조종 실력도 그렇지만, 이건 더.”

“저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령님이 낮의 전투에서 바로 후퇴하신 점에 대해.”

“······살고자 하는 욕심이 컸을 뿐입니다. 다른 선택지도 보이지 않았고. 그리고 이미 전설처럼 된 저 하얀 기체, 신형 토르를 상대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으니까요.”


전설이라.


태형은 자신의 짧은 행적이 벌써 재르간과 연합에 널리 퍼져있음을 느꼈다.

명성을 얻은 것이 지금과 같을 때는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반대로 신분을 숨겨야 할 때는 불리하다.

일례로 재르간 군이 마르슈에 나타난 1세대 토르의 움직임을 보고 태형, 엘리엇 프로스트임을 알아차린 것처럼.


‘그 탓에 리비에 기지를 확보하지 못했고. 예정보다 일찍 연합 전선에 끼어들었어.’


실제 게임에서도 흐름에 따라 여러 가지 공략 루트가 활성화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했다.

주인공 힐튼 버덴스였다면, 정해진 시간 내에 바이저 낼을 생포하고 리비에 기지까지 확보했을 터.

그러나 태형은 자신이 엘리엇 프로스트 임을 아쉬워하진 않았다.


“저는 전설 같은 게 아닙니다. 단순히 운이 좋아 신형 기체를 조종할 수 있었고, 그 덕에 살아남은 것뿐입니다.”

“아뇨. 저도 토르 파일럿입니다. 당신 수준으로 토르를 조종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압니다.”


태형의 말을 들은 디크 렉사 소령이 대답했다.

이 세계에서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M-코어’.

코어는 사람에 반응한다.

반대로 AI칩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과거엔 토르 조종의 보조 역할로 AI칩을 사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AI칩이 활성화되는 순간, 코어의 전력은 차단되고 토르는 작동을 멈췄다.

이는 전투함도 마찬가지.

그 탓에 함 역시 AI나 전자동화 시스템은 전혀 탑재하지 않는다.

모두 함 내 승무원들의 직접적인 조작이 있어야만 반응했다.

코어를 사용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세계가 풀지 못한 의문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3세대 신형 토르, 로드라고 할지라도, 파일럿의 순수한 기량만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실례지만 나이가?”


디크 렉사 소령이 태형을 보며 나이를 물었다.

태형은 엘리엇 프로스트의 기억 속에서 나이를 찾아 그에게 답했다.


“24살입니다.”

“······저는 34살입니다. 그리고 토르 조종을 배우고 운용한 지 10년도 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의 조종 실력에 비하면 그 반의 반도 흉내 내지 못합니다.”

“겸손하시군요.”

“냉철한 자기분석은 잘하는 편입니다.”

“소령님은 제가 생각한 성격과 비슷하시군요. 사실 제가 이렇게 혼자 남은 건, 소령님과 따로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태형이 디크 렉사 소령을 지긋이 바라봤다.

태형이 생각한 디크 렉사 소령의 성격이 실제와 같은 건 너무도 당연했다.

미리 알고 있었으니까.

디크는 그런 태형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려 애썼다.


“무엇 때문입니까?”

“아까 전투에서, 제가 파괴한 폭탄들은 연합의 것이었습니다.”

“······예, 맞습니다.”

“불쾌하게 들리실 거로 생각됩니다만, 제가 그걸 보고 느낀 건, 소령님과 여기 다른 파일럿 분들이 미끼로 사용됐다는 겁니다.”

“불쾌하지 않습니다. 사실이니까요.”

“소령님은 그런데도 연합을 따르시는 겁니까?”

“군인이니, 당연히······”


디크는 말하면서도 자신의 감정이 흔들리고 있는 걸 느꼈다.

확신 없는 말.

어떤 이유가 있었든, 자신이 겪은 일은 군 상층부의 신뢰를 모두 지우게 했다.


“물론 저도 과거엔 프로스트 가를 나온다거나, 재르간과 싸우게 될 거로 생각하고 살진 않았습니다.”

“······”

“그렇지만, 많은 것들을 보고 겪으면서 사람은 변하죠. 소령님 역시 군인이 되면서 정했던 목표가, 지금은 달라졌을 수도 있듯이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디크 렉사 소령은 태형의 말을 끊었다.

불편하다는 신호였다.

분명 태형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를 내색하거나 따를 수 없는 상황.

태형도 그런 디크의 마음을 이해했다.


“제가 주제넘은 말을 했군요.”

“······아닙니다.”

“비록 본 지 몇 시간밖에 안 됐지만, 전 소령님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명하다.


태형은 디크 렉사가 군인으로서 어느 정도의 혜안과 지휘력을 갖추고 있는지 알고 있다.

그리고 영웅적 면모를 세상에 내보이지 못한 채, 아직 연합에 갇혀 있다는 것도.

게임의 어떤 루트에선, 리베르테 편에 서서 연합의 배신을 도와줄 거란 것도.


“그러니, 죽지 않으셨으면 좋겠군요.”

“······꼭 그러도록 하죠.”


디크는 담담히 태형의 말을 받았다.


*


“금일 연합과 무장단체 리베르테의 갑작스러운 동맹 발표가 있었습니다. 발표회장에는 연합의 사령관 하든 타프와 장군과 리베르테 쿠 시옹 위원장이 참석했습니다. 발표 현장에 나가 있는 기자 연결하겠습니다.”

“네, 이번 동맹은 재르간으로부터 콜의 독립을 원하는 리베르테가, 파렐 하븐 기습공격을 받은 연합을 도와주며 시작됐다고 합니다. 리베르테는 연합과 동맹을 맺고 공동의 적인 재르간을······”


쾅!


뉴스 영상을 보던 루트비히 프로스트가 양손으로 책상을 쳤다.

모든 게 어그러졌다.

리베르테가, 엘리엇이 또 자신보다 앞서서 움직였다.


‘왜 난 이럴 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지?’


답답한 마음은, 루트비히가 평소 절대 하지 않던 자책까지 하게 만들었다.

콜의 남부 지방에 정신을 빼게 만들더니, 갑자기 다시 연합의 파렐 하븐에 나타나 동맹의 명분을 만들어버렸다.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 이렇게 간단히.


‘어이가 없을 지경이군, 리베르테. 아니, 엘리엇, 너니?’


이건 모든 의도를 꿰뚫고 흐름을 미리 계산하지 않는 이상, 나올 수가 없는 전략이다.


루트비히는 생각했다.


‘엘리엇이 미래를 보거나, 천운이거나······ 그것도 아니면 우리 내부에 첩자가 있는 거겠지.’


루트비히는 현실적인 원인을 찾았다.

그러나 이미 리베르테 내에 심어둔 첩자들은 모두 발각되거나 죽었다.

당장 리베르테의 내부 상황을 알 방도는 없다.


‘아니지, 알 가능성이 없는 건.’


루트비히는 자리서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의 집무실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밖에 대기하고 있던 프로스트 가의 집사가 루트비히에게 말을 걸었다.


“가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오프가, 비행기를 대기 시켜. 이커시로 간다.”


작가의말

헉~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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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서로의 이해 (2) 23.07.18 126 2 12쪽
61 서로의 이해 (1) 23.07.17 1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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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독립의 바람 (6) 23.07.15 148 2 11쪽
» 독립의 바람 (5) 23.07.14 14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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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어리석은 자들의 전쟁 (6) +1 23.07.08 178 6 12쪽
51 어리석은 자들의 전쟁 (5) 23.07.07 176 5 12쪽
50 어리석은 자들의 전쟁 (4) +1 23.07.06 173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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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어리석은 자들의 전쟁 (2) 23.07.04 182 6 12쪽
47 어리석은 자들의 전쟁 (1) 23.07.03 187 6 12쪽
46 전쟁의 시작 (7) +1 23.07.02 199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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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전쟁의 시작 (5) 23.06.30 19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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