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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님의 서재입니다.

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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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연재수 :
2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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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846

작성
20.12.08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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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1)

DUMMY

[죽어라, 황제.]


그 강대한 마력 담긴 언령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시야가 암전되며 그 이후로는 드문드문 끊긴 의식의 조각들만이 남았을 뿐.


[그래···하지만······수는 없다.]


누구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리하여 저주하겠다.]


또렷하게 남는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조차도···대단한 자비···베푸는······살려···것······마땅한···대가···알아···라···]


그리고는 모든 것이 끝나 버렸다.


한순간에 세상이 반전되듯 검게 물들었던 세계는 원래대로 돌아왔다.

검은 비나 호수 따위는 보이지 않는 평범한 평야지대였다.


혁명군도, 단신으로 제국의 군단을 공포에 물들이게 한 검은 마법사도 없는 평범한 녹색 대지.


질퍽한 느낌도, 끈적이는 빗물도 없는 풀 내음 가득한 땅에 병사들은 입을 맞췄다.


검은 평원 전쟁은 그렇게 끝났다.

한때는 녹색 평원이라 불리던 장소의 지명을 강제로 검은 평원이라 바꾸게 된 사건이었다.


황제는 살아남았다.

어째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분명 마법사는 황제를 죽이려 했건만, 그리고 실제로도 제국의 심장을 살해하기 직전까지 갔으나 어찌 된 연유에서인지 그가 사라졌을 때에도 황제는 여전히 살아있었다.


다만 멀쩡하지는 않았다.

황제는 한쪽 눈과, 한쪽 팔, 그리고 한쪽 다리를 잃은 불구자가 되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깔끔하게 제거된 그 신체 부위들은 제국을 향해 보내는 일종의 경고문이었다.


그렇다. 제국은 패했다.

어찌나 심하게 패배하였는지, 전쟁에 참여한 혁명군들이 제국 동쪽 일부 지역을 멋대로 점거하여 새로 왕국을 세웠음에도 감히 토벌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1군단, 3군단, 7군단이 출병해 십만의 군사가 모였건만, 개 중 절반이 죽어버렸다.

기사와 장군들은 그 이상으로 많이, 삼분지 이가 죽었다.

혁명군 진압은 개뿔, 제국군 내부에서 반란이 일어나 한순간에 국가가 뒤집히지는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국이었다.


현인신으로 믿고 있던 황제의 패배, 그리고 그 이후 변모한 그의 처참한 몰골을 보고 병사들은, 제국의 신민들은 믿음을 잃었다.

제국의 끊임없는 침략공세에 치를 떨던 왕국연맹에서는 적기다 싶어 국경을 넘어 침공해왔고, 제국의 영토와 국력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제국 어디를 가도 분위기가 흉흉했고,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활화산 같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때 전쟁광이라 불렸던 황제는 이제 병신이라 불리게 되었다.

한때 제국이었고, 실제로도 제국에 걸맞은 힘과 영토, 신앙과 백성들이 있었던 국가는 이제 덩치만 큰 사상누각이 되어버렸다.

한때의 거인은 썩은 다리를 붙잡고, 넘어지려는 것을 억지로 버티며 간신히 서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의 중심에 한 사내가 있었다.


한때 제국의 초신성, 황실 기사단의 상급기사라 불렸던 자.


그는 그날의 전쟁 이후로 다른 이름을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제 그를 이렇게 불렀다.


흑색黑色의 대마법사이자,

제국의 적이라고.


동방 대륙에서 온 유일한 인간 출신의 대마법사, 유논이라고.


'···반면 난 패배자였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패배자였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그러했다.


그날 흑색 평원에서의 전쟁은, 검게 물든 세계에서의 끝내 닿지 않았던 발악은 그에게 있어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았다.

바로 그때의 그 순간이 대뇌 변연계의 편도체 그 깊숙한 곳에 인이 박혀, 그의 심상 세계가 되었다.

지금도 그의 정신 속 가장 은밀한 구석에서는 먹물이 비가 되어 내린다.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그렇기에 패배를 극복하고자, 제국을 재건하고자 노력했다.


유논을 향한 복수심, 증오의 감정 따위는 일찌감치 베어내었다.

황제를 향한 원망과 질타의 감정 또한 베어내었다.

황제를 말리지 못한, 유논을 막지 못한, 제국을 지키지 못한 스스로를 향한 자괴의 감정까지도 베어내었다.


사리私利와 사욕私利은 전부 한낱 미명에 불과하니.

제국 또한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을 허무의 궁궐에 불과했고, 그가 세상이라 여겼던 것들은 고작해야 껍데기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이 알의 겉껍질에 불과하고, 언젠가는 산산이 깨뜨려 바깥세상을 마주보아야 한다 할지라도···.

순간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위해 일생을 바치지 못할 이유가 있겠는가.


나의 부모는 제국이요, 애인 또한 제국이요, 주군 또한 제국이니···.

모든 것을 베리란 확신이 생겼으나 이것으로 제국을 베어낸다면 그게 나 자신을 베어냄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리하여 나 자신을 베어낸다면 무엇이 남는가?

사람이 남는가, 검이 남는가.

사람의 일생은 검의 일생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검인가, 인간인가.’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몰랐다. 둘 다일 수도 있었다.

결론은 나지 않았다.


오랜 명상과 깨달음이 바로 그 순간에 덜컥 멈추어 버렸기 때문이다.


“···집사장님?”


검은 평원 전투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승급한 황실 중급 기사 알렌 케이지가 보고할 내용이 있다며 그의 집무실 문을 두들겼다.

그리고 노크소리에 신경이 쓰여 눈을 떴을 때, 그의 검에서는 선명한 오러 블레이드가 뿜어져 나왔다.


검의 정점, 소드마스터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마스터가 되었고, 황실 카라얀 기사단장이 되었으며, 제국제일검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영광도, 의욕도, 실력도 잃어버린 황제를 대신하여 제국의 실세이자 권력가, 최강의 기사로서 군림하며 제국을 부흥시키려 했다.

그것 역시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어느 날 세계와 세계를 잇는 차원문이 열렸고, 대전쟁이 시작되었다.

핵이 떨어졌으며, 세상은 멸망하였다.


잿더미만 남은 세상에서 더는 제국이라 부를 수도 없을 무언가를 쌓아가던 그는, 이곳 독기의 골짜기에서 생을 마감했다.

덧없는 인생이었고, 허무한 최후였다.


그러나 그를 통해 얻는 바도 있었다.


‘나는 검인가, 인간인가.’


과거에는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답할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이었다.

독기의 골짜기, 쓰레기장. 그곳에서 유논과 검을 부딪치며 느꼈던 두려움, 호승심, 분노, 안타까움···.

진정 검이라면 느낄 수 없었을 그것들.


그 모든 일을 겪고도, 그는 아직 인간이었다. 우습게도 언데드가 된 지금에서야 스스로 인간이라 확언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랬기에 유논에게 패한 것일지도 몰랐다. 차라리 온전히 검이었다면 모를까, 어설픈 인간이었으니까.

그래서 조금이나마 더 인간다웠던 유논을 이기지 못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유논에게 검으로 패한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에서 진 것일지도 몰랐다.


인간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흐릿해져가는 몸을 가까스로 유지하며 말했다.

그의 가슴은 유논의 은빛 장검에 의해 관통되어 있었다.


“···네게 할 말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이대로 소멸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꼭 입 밖으로 내뱉어야만 하는, 죽음 끝에서야 깨달은 오래된 회고였다.

오직 그것만을 위해서 네크로맨서에 의해 일어났으되, 그 지배력만은 이겨낸 특수한 언데드 영체의 몸으로 이 자리에 있었다.


“샤를로트 캣 카라얀.”


유논의 동공이 수축되었다.

제국의 수호자 파빌리안 스트라우스, 제국의 적 유논.

둘 모두에게 있어 역린과도 같은 이름이었다.


한때는 똑같은 황실 기사단의 기사였던 둘의 운명이 뒤바뀌게 되는 분기점으로 작용한 그 여자.

한때는 7공주, 훗날은 제국의 황비라 불리게 된 여인의 이름이었다.


“아름다운 여인이었지. 별빛 눈에, 검고 기다란 머리···무엇인가로부터 구해줘야만 할 것만 같은, 지켜줘야만 할 것 같은 심리를 자극하는 여자. 나도 그녀를 사랑했었다. 너만큼은 아니었을지언정.”


꺼져가는 숨으로 말하는 유령의 넋두리에, 유논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 폐하께서 그녀를 비로 맞이하여 데려가셨었지.”

“······.”

“너는 그녀를 괴롭게 만든, 그녀를 가두고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제국을 부수고자 했을 거다.”


맞았다.

그것만이 전부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유논이 과거 제국과 대적했던 동기 중 상당 부분은 그녀로부터 기원했다.

샤를로트 캣 카라얀은 그만큼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친 여자였다.


‘그러나 이제는 죽은 사람에 불과하다.’


그것도 한참 전에 묘지에 묻힌, 어느 마법사의 마음에 더는 서 있을 자리 없어진 그런 사람에 불과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를 끝까지 지키고자 했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고백했다.


“그녀가 제국의 황비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녀가 속한 제국을 지키려 했지. 제국을 지키는 게 곧 그녀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


잘못된 믿음이었던가, 혹은 불가피한 믿음이었던가.

어느 쪽이건 중요하지 않았다.

결국은 실패했고, 그녀는 핵이 떨어지던 그날 죽음을 맞이했으니.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들더군. 나는 사실 용기가 없었던 것이 아닐까···사람다워질 용기가.”


제국에 맞설 용기, 황제에 맞설 용기. 평생을 걸쳐 다져온 신앙과 충성심을 배반하고 사랑과 우정을 선택할 용기.

검이 아니라 사람다움을 선택할 용기.


“그래서···네가 부러웠다. 나도 어쩌면 너처럼.”


그 말과 함께,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숨이 끊어진 듯 고개를 떨궜다.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유논이 유령 기사의 가슴팍에서 검을 뽑아내려던 찰나였다.


유령의 손아귀가 돌연 그의 팔을 붙잡았다.


“···조언 하나만 하지.”


꺼지기 전 마지막으로 타오르는 불꽃처럼, 회광반조를 겪는 제국처럼 밝게 빛나며.

파빌리안 스트라스는 오래된 친우에게 이야기했다.


“내가 너에게 마법이 너를 버렸다고 말했던가.”


그릇된 판단이었다.


“인정하지, 내가 틀렸었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주마등처럼 황녀 전하···유논이 데리고 다니는 검은 머리칼에 금빛 눈의 소녀를 떠올렸다.

놀랍도록 샤를로트를 닮은 소녀, 마법사의 제자.

이 모든 게 잘 짜인 운명의 흐름에 불과한가, 혹은 수많은 우연이 겹치고 또 겹쳐서 만들어진 필연인가.


“그 소녀가 너에게는 마법이었겠지.”


유논은 침묵 끝에 대답했다.


“···그래. 마법 같은 존재지.”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반투명한 입술을 달싹였다.


“그 소녀의 기원을 알고 싶다면, 수도로 가라.”

“수도?”

“그래. 우리가 한때 몸담았던 제국의 수도, 카라얀으로. 지금은 핵겨울이 찾아와 괴물들의 도시가 되어버린 그곳으로.”


그곳에 답이 있을 거다···.

그런 끝말은 굳이 덧붙이지도 않았다. 말하지 않아도 알 테니까.


“···조언은 그게 전부인가?”


유논의 담담한 질문.


문득 이게 마지막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바라던 바였다.


“너에게 마법을 버리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

“그러나 너의 새 마법은, 너의 제자는 아직 미숙하지 않던가. 그 실력으로는 수도에 닿기에도, 눈앞의 적을 물리치기에도 버거울 거다.”


유논은 강하다.

그러나 그 강함은 과거에 비하면 부족했고, 현재를 이겨내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

그의 어린 제자는 말할 것도 없다. 말할 것도 없이 대단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나, 현재의 능력만 놓고 보면 턱없이 부족했다.


“검이 도움이 될 거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제 가슴을 꿰뚫었던 은빛 장검을 가리켰다.


“너는 이 세상에서 검의 정점에 가장 근접한 검사다.”

“······.”

“마스터의 자리까지 고작 종이 한 장, 걸음 한 발자국의 격차를 남겨두고 있을 뿐이지.”


그러나 그 종이 한 장, 걸음 한 발자국의 격차는 결코 만만치 않다.


“누군가에게는 그 종이 한 장이 수십 년을 연마해도 좁혀지지 않는 거대한 벽이 되기도 하지만···.”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마음가짐의 변화만으로도 벽을 뚫기에 족할지 모르지.”


그 말을 끝으로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입을 다물었다.

어딘가 홀가분하게 털어낸 듯한, 혹은 무엇인가를 아직까지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한 모습에 유논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것이 너의 심득인가?”


그것이 내가 얻은 깨달음인가?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럴지도.”


혹은 아닐지도.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눈을 감았다.


그 상태 그대로 오랫동안 기다렸던 잠에 들었다.


추웠다. 하지만 동시에 안락했다.


어디선가 죄 많은 이를 위한 노래가 들려왔다.

손 뻗으면 잡힐 듯한 그 가락, 태양은 못 되어도 그 빛을 좇으려 노력했던 창공의 늙은 별 하나쯤은 되는 이를 위한 노래.


불쾌한 골짜기에 그 선율이 흘렀다.



“······.”



유논은 반백년 넘게 제국의 수호자로 살아왔던 자가 한 줄기 빛 무리로 변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섭정공, 제국제일검, 제국의 기둥, 그의 친우.

인간 파빌리안 스트라우스의 마지막을 바라보았다.


“잘 가라.”


오랜 친구에게 작별을 건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함께 지켜본 한 사람이 있었다.


작가의말

이제 정말로, 파빌리안 스트라우스가 다시 등장할 일은 없습니다. 이번이 그의 진짜 최후였어요. 구상 단계에서부터 저를 즐겁게 해주었던 참 매력적인 친구이지만, 이제는 떠나보낼 때가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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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유논(4) +4 20.12.28 810 40 18쪽
108 유논(3) +7 20.12.27 823 47 13쪽
107 유논(2) +10 20.12.26 852 49 25쪽
106 유논(1) +10 20.12.25 852 46 20쪽
105 샤를로트(3) +3 20.12.25 809 42 17쪽
104 샤를로트(2) +12 20.12.24 817 42 14쪽
103 샤를로트(1) +19 20.12.23 850 48 13쪽
102 흑색마나(5) +5 20.12.23 840 46 14쪽
101 흑색마나(4) +17 20.12.22 845 52 18쪽
100 흑색마나(3) +23 20.12.21 834 52 15쪽
99 흑색마나(2) +21 20.12.20 869 46 15쪽
98 흑색마나(1) +15 20.12.19 871 45 16쪽
97 불쾌한 골짜기(3) +15 20.12.18 834 45 17쪽
96 불쾌한 골짜기(2) +5 20.12.18 806 37 16쪽
95 불쾌한 골짜기(1) +22 20.12.13 846 47 16쪽
94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5) +28 20.12.12 802 39 15쪽
93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4) +11 20.12.11 806 41 15쪽
92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3) +11 20.12.10 828 39 14쪽
91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2) +18 20.12.09 871 45 13쪽
»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1) +26 20.12.08 898 52 13쪽
89 외전-제국의 적(3) +23 20.12.05 847 51 16쪽
88 외전-제국의 적(2) +16 20.12.04 847 46 12쪽
87 외전-제국의 적(1) +19 20.12.03 848 48 13쪽
86 외전-Boy Meets Girl(7) +12 20.12.02 817 42 13쪽
85 외전-Boy Meets Girl(6) +8 20.11.28 811 46 13쪽
84 외전-Boy Meets Girl(5) +11 20.11.26 821 46 11쪽
83 외전-Boy Meets Girl(4) +9 20.11.25 803 44 13쪽
82 외전-Boy Meets Girl(3) +13 20.11.21 824 42 14쪽
81 외전-Boy Meets Girl(2) +8 20.11.18 840 4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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