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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의 서재

나는 초심으로 돌아간다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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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둘기
작품등록일 :
2021.08.19 00:49
최근연재일 :
2021.08.19 16:08
연재수 :
1 회
조회수 :
58
추천수 :
0
글자수 :
4,741

작성
21.08.19 16:08
조회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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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모험의 시작은 고블린부터.

DUMMY

이세계로 환생했다.


"고로 저는 세상을 멸망시키기로 결정했습니다."


나, 지금 여기서 선언. 하지만 진정으로 이룰 마음은 개미의 발톱 사이에 낀 미생물 씨의 눈꼽만큼도 존재하지 않는다!


"랄까,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핫핫하, 그러니 걱정은 붙들어 매라고 이세계의 귀염둥이 아가씨들. 비록 내가 진심을 내버린다면 세계의 절반쯤을 날려먹는 것이야 손쉽지도 않고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지만, 혹시라도 놀라게 했다면 사과하지!


"미안하다! 내가 너무 잘 났다!!"


라고 할 뻔. 라기보다 이미 해버렸구나.

뭐, 이미 뱉은 말은 어쩔 수 없지.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야.

하지만...


"놀라우리만치 그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관심을 가질 사람이 없으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지구가 돌고, 아침이 오는 것보다도 뻔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어째서 나는 서글퍼지는 것인가?

답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간단하다.


"아무도 없기 때문이지!"


고민해결! 오늘도 해냈구나, 나 자신! 정말 대단해!


"음, 고럼고럼."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다. 자화자찬이란 인생을 살아가며 절대 빼놓아선 안 될 중요한 의식이다.

예를 들자면, 멀리서 처음 보는 누군가가 손을 흔들었는데 무심코 잊어버리고 있던 친구인 줄 알고 손을 흔들었다가 뒤에서 다가오던 행인의 들어올린 손을 보았다거나.

방구인 줄 알고 괄약근에 방출허가를 내렸는데, 묽고 뜨끈한 무언가가 흘러나왔다거나.

내가 아는 지식이 맞는 거라 생각해서 아니라고 말하는 친구에게 아니라고 우겼는데, 실은 내가 아는 지식이 틀린 거였다거나.

보통의 사람이라면 부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백여 번을 찾아온다 할지라도, 나는 떳떳하다.


"그야, 나는 아무튼 대단하니까!"


지금 당장 바지에 오줌을 지리더라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어깨를 펴고, 흘끔흘끔 쳐다보는 군중들에게 외칠 것이다.

보아라, 이것이 나의 오줌이다. 냄새도 지독하지! 하지만 나는 바지를 벗지 않는다! 모든 인생을 통틀어, 오줌을 싸지 않은 자만이 나를 비웃어라!

라고.


"부끄럼없는 생애를 보냈습니다."


아마도.

사람의 앞날은 모르는 거니까. 장담하진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아마도 부끄럼없는 생애를 보내지 않을까, 감히 예상을 해보는 바입니다.


"그나저나 여긴 어디랴?"


한 차례 주위를 둘러본다. 사실 둘러보지 않아도 이곳이 동굴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지만, 잘 찾아보면 보물상자라도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으로 십여 분을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짐승의 것으로 보이는 뼈가 돌바닥을 나뒹굴 뿐.


"잠깐, 뭐?"


떠나간 생명의 자취. 그것이 바로 뼈. 무언가가 이 동굴에서 죽었다는 증거였다. 과연 자연사일까?

가능하다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지만 잔혹한 현실은 망상의 여지를 남겨놓지 않았다.

타고 남은 재, 그 위의 그을린 뼈는 누가 뭐래도 불씨의 흔적이었다.


"바베큐 좋지, 암."


누군지는 몰라도 먹을 줄 아는 녀석이구만. 역시 고기는 구워야 제맛이다.

하나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내가 지금 이세계라고 믿고 있는 이 세계가 원시시대를 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거랄까.

내가 원하는 이세계는 검과 갑옷, 마법과 용의 퐌톼쥐이지 돌화살과 나무몽둥이로 털난 코끼리를 때려잡는 우가우가 쏼라쏼라의 세계가 아니다.


"걱정이 있다면, 해결하면 그만!"


지금 그 여부를 확인하러 가겠소!


"하하하! 나는 자유다!"


이 썩어빠진 동굴에서 빠져나가겠어! 아무도 나를 막지 못


할 줄 알았는데 대놓고 출구를 막아서는 이가 있었으니.


"으갸갸갸갸갸갸갸!"


그것은 바로 고블린이었다!


"어이어이, 네 녀석. 설마 이 동굴의 주인이냐?"

"키야아아악!"

"음, 그렇군. 확실히 주거불법침입죄를 저질러버린 것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해줬으면 한다 고블린 A여. 나에게는 악의가 없으며, 그저 정신을 잃었다 이곳에서 깨어났을 뿐인 민간인에 불과하다!"


고로, 나는 무죄다. 그러니 고블린 A의 날카로운 단검에 찔려 죽어줄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뭐, 의무가 있더라도 죽어주지는 않겠지만. 나 스스로도 비겁하다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반성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왜냐하면, 나는 죽고 싶지 않으니까!!


"그러니 고블린이여! 외람되오나, 하나 제안을 하지!"

"....?"


잠깐, 얘 말 알아듣니?

이 세계의 고블린은 지능이 높은 건가? 하나의 종족으로 취급 받고 있다거나, 말이야. 사실 마음 같아서는 대충 대화를 시도하는 척하다가 드롭킥을 날리려고 했는데.

...오히려 좋아!


"친구가, 되지 않겠는가?"

"....!"


고블린의 몸이 흠칫 들썩였다. 큼지막한 눈이 더욱 커져갔다. 검은 동공이 가녀리게 흔들렸다.


-챙!


단검이 떨어지는 소리. 녹색의 가죽을 가진, 나의 작은 친구는 손을 내밀었다. 작고, 차가우면서도 거친 손이 내밀어진 나의 손에 포개어진다.

이것은, 종족을 초월한 우정.

세계의 운명적인 만남.

인생의 판도를 뒤바꿀, 감동의 서사.


"지금부터 우리는, 친구다...!"

"고, 고브...!"


동굴 안의 작은 기적은 언젠가 구원을 가져오리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 이름은 재한, 벗으로서 그대의 이름을 묻지."

"고, 고브링! 고브링!"


고블링... 인가.


"멋진 이름이로군!"

"?!"

"핫핫하, 칭찬이 어색한가? 그렇다면 익숙해지도록 해주지! 그대의 피부는 마치 고블린 같아! 삐뚤빼뚤 뾰족한 이빨도 참으로 고블린스러워!"

"...?"


뭔가 의아한 표정. 그럼에도 나는 칭찬을 그치지 않고, 고블링의 고블린스러움을 예찬했다.

칭찬을 받은 고래는 춤을 춘다던가?

고블린은 달라붙는다!


"왜 그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기운찬 벗이로고! 하핳! 좋아! 서로 찐득한 몸의 대화를 나눠보자고!"

"키야아아아아악!!"


야, 잠깐 머리카락은....


-투둑!


...


"따흐흑! 나는 이제 살아갈 수 없어!"


음침하고 어두운 동굴의 구석. 그곳에서 저는 무릎을 끌어앉고 절망합니다. 왜냐하면 믿고 있던 친구에게 소중한 것을 뜯겨버렸기 때문입니다.


"고브... 고브고브, 고브...!"


뭐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미안하다는 것 같네요. 솔직히 용서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괜찮다는 말 한 마디면 예전의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테지요.

하지만 관계는 돌아올지라도 잃어버린 제 머리카락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사실이 너무나도 괴로운 나머지, 그만 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따흑, 따흐흐흑!!"

"고, 고브...!"


그러니까 뭐라는 건지 모르겠다니까. 곁에 앉아있던 그는 벌떡 일어나서 어딘가로 달려나갔습니다. 분명 찌질하고 성가신 제게 싫증이 나버린 것이겠지요.

친구였던 기간도 무척이나 짧았고, 해준 것이라고는 그저 손을 내밀은 게 고작이었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고브! 고브고브!"


달아난 게 아니라는듯, 그는 다급히 달려왔습니다. 손에는 반짝이는 조각 하나가 들려있었는데, 아무래도 거울인 것 같습니다.

사사로운 위로라도 해주려는 걸까요. 정말이지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이토록 좋은 친구가 곁에 있어준다니, 축복받은 일인 걸요.

그는 고개를 든 저의 눈에 조각을 내비치며 텅 빈 저의 머리를 가리켰습니다. 마치 잘 보라는 듯, 고브고브.

마지못해 저는 조각을 바라봤습니다. 그곳에는 추한 꼴의 대머리가


"없네?"


머리가


"있네?"


있어! 있다고! 나는 대머리가 아니었어! 전부 호들갑이었던 거야!


"핫하! 그럼 그렇지! 내 모근은 뜯는다고 뜯어질 정도로 나약하지 않다고!"


그도 그럴게 내 모근이니까.


"자, 가자! 고블링! 세계가 우리를 기다린다!"


작고 차갑고 거친 손을 잡아끌며, 새로운 세계를 향해 달려나가...

고 싶었지만 정작 앞으로 가는 것은 나 하나뿐이었다. 붙잡은 손으로부터 생겨나는 굳센 저항감.


"어째서?! 어째서 나를 따라오지 않는 건가, 벗이여!"

"고브, 고브브. 브리..."

"뭐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운 거라면 괜찮다! 아무리 인간과 고블린이 적대사이라고 한들, 우리는 이처럼 친구가 되었으니까!"

"곱고고브...!"


고블링은 손을 놓았다. 고개를 저으며, 뒷걸음을 친다.

나는 차마 그를 질책하지 못했다. 할 수 없었다. 무리한 부탁이라는 자각쯤은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친구를 원한다. 그라는 고블린을 원한다. 칼을 휘두르기보다, 믿어주기를 택한 상냥한 마음씨의 고블링을 원한다.

그와 함께, 이 세계를 헤쳐나가고 싶다.

친구가 되자는 말은 겉치레조차 될 수 없는 농담이었지만, 그가 손을 잡아주는 순간 더는 농담으로 다루지 못하게 되었으니까.


"내게는 네가 필요해. 실은 나도 조금 많이 무섭거든.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말이야."


그러니까,


"서로 지켜주자. 지키면서, 세계를 여행하자."


거짓이 전부를 이룬 내가 처음으로 가식을 지우는 때였다. 진심이 전해지면 좋겠지만, 과연 어떨까.

말이라는 것은 애매해서, 마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다. 단지 그뿐으로도 벅차고 남는데, 마음을 움직이려 하니 곤란하기만 할 따름이다.

나는 말재주가 좋지 않고,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려줄 정도로 좋은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다.

그러니 내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진심을 담아 전하는 것. 오직 그것만으로도 제법 버거웠다.

이 한 마디가 너를 움직일 수 있도록.

나와, 너의 사이를 향해 기도했다.


"나와 함께 가자, 고블링."


순진하게 웃었다. 녹색의 얼굴을 바라보며, 노랗게 충혈된 눈동자를 마주보며 기대를 품고 마는 나는 별종인 걸까.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는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로 내민 나의 손에 자신의 손을 올리며, 발을 내디뎠다.


"그래, 가자. 가는 거야! 우리는 할 수 있어! 가자, 새로운 세계로!"


그렇게 모험은 시작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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