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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루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가 만능천재였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e루다
작품등록일 :
2023.08.02 02:13
최근연재일 :
2023.09.21 23:5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4,170
추천수 :
74
글자수 :
54,051

작성
23.09.21 23:50
조회
126
추천
2
글자
10쪽

뭐 골라도 이런 학교를 골랐어!

DUMMY

1학년 4반 교실.


딩동댕동!


1교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첫 수업은 영어 수업.


드르륵.


곧 교실 문이 열리며 이연아가 들어왔다.


교탁 위에 교과서를 올려 둔 그녀는 숨을 크게 한 번 들이마셨다.


“자, 오늘은 영어 문장의 형식에 대해 알아보자!”


그렇게 시작된 첫 수업.


“영문법에서는 문장을 1~5형식으로 나누는데, 먼저 하나의 문장을 이루는 필수 성분은 주어와 동사야. 예를 들면 1형식은...”


이연아는 수업 내내 거의 등을 돌린 채, 칠판에 무언가를 적었다. 질문도 하지 않았다. 그냥 설명하고 지우고, 다시 적고 또 설명하는 등. 상당히 지루한 수업이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금세 떨어졌다.


잡담하는 아이.

장난치는 아이.

꾸벅꾸벅 조는 아이.


완전 개판 오 분 전이었다.


그쯤.


강선일이 외쳤다.


“쌤. 졸려요!”


이에 몇몇 아이들이 동조했다.


“수업 너무 지루해요!”

“학원에선 그렇게 안 가르친단 말이에요!”

“맞아요. 샘처럼 가르쳤다간 그날 바로 짤릴걸요?”

“그러니까. 막 발차기도 하고. 얼마나 재밌게 가르치는데.”

“너무 날로 드신다는 생각 안 하세요? 연구 좀 하세요.”

“쌉인정. 쌤 수업 너무 구림.”

“맞아. 문장의 형식이라니. 나 참! 시간 아깝게 그런 걸 왜 가르치는 거야! 설마 우리가 그런 기초도 모를까 봐서?”


도를 넘은 불만의 목소리.


이연아는 내심 당혹스러웠다. 솔직히 오늘 수업이 무성의했다는 건 그녀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대놓고 무시할 줄이야. 괜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어느새 얼굴이 새빨개진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마냥 재밌는 모양.


“쌤. 다 아는 거 가르칠 거면 그냥 쌤 첫 키스 얘기나 해주세요.”

“야! 시시하게 첫 키스 얘기는 뭐 하러 듣냐!”

“그럼?”


강선일이 주도하는 선동은 갈수록 심해졌고.


“첫 경험 정도는 돼야지! 안 그래요. 쌤?”


급기야 선을 넘었다.


***


‘와! 클래스 오지네!’


이게 강남스타일이라는 건가? 뭐. 그럴 리는 없고. 그냥 이 반이 유별난 것 같다. 강선일과 몇몇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이 상황을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지도 못했다. 이유야 뻔했다.


강선일.


아무래도 저놈이 여기서 짱 먹은 게 분명하다.


“에효~!”


한차례 한숨을 푹 내쉰 재명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르륵!


“Teacher, I have a question.(대충 질문 있다는 뜻)”


누구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온 영어였다. 순간 교실이 조용해지며 아이들의 시선이 대부분 재명에게 집중되었다. 그 덕에 잠시 한숨을 돌린 이연아는 재빨리 재명과 시선을 맞추며 말했다.


“What question?”

“Who is the most powerful person in this classroom? (대충 여기서 누가 제일 쎄냐는 뜻)”

“아!”


이연아는 잠시 짤막한 탄성을 뱉어냈다. 그러고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it's me”

“Then don't get caught up in those arrogant kids. (대충 말려들지 말라는 뜻)”

“Thank you”

“you're welcome”


그렇게 말한 재명이 태연한 얼굴로 자리에 앉자, 아이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오! 발음 죽이는데?”

“난 현지인인 줄!”

“그러게. 근데 대체 뭐라고 한 걸까?”

“...”


짧은 프리 토킹이었지만 아이들이 놀라기에는 충분했다. 딱 봐도 중1 짜리 수준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두 사람의 대화를 알아들은 학생도 몇몇 있었다.


강선일도 그중 하나.


인상을 굳히며 재명을 한번 슬쩍 쳐다보고는 피식 웃는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 놈이네.”


이후 수업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


1교시 후 쉬는 시간.

1학년 부짱 김일영이 강선일에게 다가갔다.


“선일아. 저 자식이 자꾸 너 빤히 쳐다보는데?”


김일영이 턱으로 재명을 슬쩍 가리켰다.


“알아.”

“근데 왜 가만 놔두는 거야. 아까도 봐!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재수 없게 끼어드는 거. 넌 그게 거슬리지 않았어?”

“왜? 난 재밌기만 하던데. 그러니까 일단 당분간만 지켜보자고.”

“너답지 않게 왜 그래? 뭐가 문젠데?”

“그야 우리 꼰대가 단단히 벼르고 있으니까. 지금은 몸 좀 사려야지!”

“뭐. 굳이 너까지 나설 필요 있어? 그냥 내가 한 번 손 봐줄게.”

“아니. 저놈은 왠지 뭔가 다를 것 같거든.”

“뭐가?”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그냥 느낌이 좀 그래.”

“별로 쎄 보이지도 않고만. 그때 그 일로 너무 예민...”


순간 김영일이 움찔했다. 강선일의 눈빛이 얼음처럼 서늘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김영일. 주둥이 함부로 나불거리지 말랬지!”

“미, 미안해!”

“그리고 자꾸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그냥 짜지라면 짜져 있어. 알겠어?”

“아, 알았어! 그럴게.”


***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우르르 재명에게 몰려들었다.


“재명아. 너 영어 왜케 잘해?”

“혹시 과외받았어? 아니면 학원에서 배운 거야?”

“근데 너 집은 어디야?”

“우리 친하게 지내자!”


하는 등. 단연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재명은 적당히 대답해 주는 한편, 강선일을 향해 수시로 시선을 던졌다. 더 정확히는 그의 입. 독순술로 대화를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아이들 때문에 내용이 좀 끊기긴 했지만, 소기의 성과는 있었다.


첫째, 강선일이 뭔가 사고를 친 것 같다는 것.

둘째,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신중한 놈이네?’


어차피 한 번은 부딪힐 것 같아 노골적으로 도발했다.

애들 상대로 질질 끄는 게 귀찮기도 했고.

그래서 초장에 확실히 보여주려 했다.


클래스의 차이를.


하지만 치고받고 쌈박질할 생각까진 없었다. 그냥 제풀에 나가떨어질 수 있게 잠시 놀아주려 했을 뿐.


그런데 당분간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한다.


‘그럼 나야 좋지!’


그게 언제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시간은 벌었다.


강선일과 이 학교에 대해 알아볼 시간.


왠지 저놈에 대해서는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게, 불과 열네 살 먹은 놈이 선생을 아무렇지도 않게 농락했다. 그건 분명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뜻. 방심하다간 의외의 곤란을 겪을 수도 있으니까.


‘오랜만에 해킹 좀 해야겠네.’


***


콕 엔터 대표실.


짐 정리를 마친 백민혁은 대표실을 한 번 휘둘러보았다.


“접. 기분이 싱숭생숭하네.”


때려치우면 시원할 줄만 알았다. 한데 것도 아니다.

뭔가 허전하다. 막상 그만둔다고 생각하니 옛 기억이 자꾸 떠올랐던 것.


대형 기획사에서 승승장구하던 그 시절, 돌연 사표를 던지고 나와 오성태와 회사를 설립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대포였던 것 같다.


당시 소속 배우라고는 오성태가 유일했다. 그는 연극판에서나 알아줬지, 일반 대중에게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무명 배우였다. 그랬던 그를 불과 3년도 채 되지 않아 특급조연으로 만들었고, 그쯤 회사도 급성장 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나름대로 보람은 있었다.


주 실장의 뼈아픈 배신이 있기 전까진 말이다.


“근데 뭐, 다 지나간 일. 미워하고 증오해 봐야 뭐 하겠어. 결국 나만 속 쓰리지. 난 그냥 내 갈 길을 가자!”


백민혁은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미련도 버렸다.


그쯤.


벌컥!


대표실 문을 열고 오성태가 들이닥쳤다.


“야! 너 정말 이럴 거야?”


아무래도 화가 단단히 난 모양. 상기된 얼굴로 연신 씩씩거리고 있다. 그 모습에 백민혁은 조금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성태 형! 그냥 나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오성태가 멈칫한다.


백민혁의 반말이 너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회사가 급성장한 후, 언제부턴가 그는 계속 존댓말을 쓰기 시작했다. 공적인 자리든, 사적인 자리든 언제나. 최소한 사적인 자리에서는 예전처럼 편하게 말하라고 해도 소용없었다. 오성태는 그동안 그 이유를 몰랐다. 하지만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어... 단순히 그 아이 때문에 그만두려는 거 아니지?”

“...”

“설마 나 때문이었냐. 그랬어?”

“후유~! 가는 마당에 굳이 그걸 확인해야 해?”

“시끄럽고. 솔직히 말해. 정말 나 때문이야? 그래??”

“형, 그거 알아?”

“너 자꾸 말 돌리래?”

“예전 형의 눈은 참 빛났어. 연기에 대한 열정. 그 하나로. 작은 배역 하나에도 혼신의 힘을 다했고, 어떻게든 더 나은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 하지만 지금 형의 모습을 봐봐.”

“... 지금 내 모습이 어떤데?”

“형은 지금 연기자야? 아니면 사업가야?”


이 간단한 질문에 오성태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둔기로 머리를 강하게 맞은 느낌. 그간 백민혁에게서 느꼈던 거리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성태 형. 우리 돈 벌 만큼 벌었잖아! 난 이제 형이 욕심 그만 내고 형이 진짜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이제 대답이 됐어?”

“... 그래.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럼 갈게.”


백민혁이 오성태를 스쳐 지나간다. 오성태는 차마 잡을 수 없었다. 백민혁이 그동안 어떤 마음이었을지 짐작이 가기에. 아마, 자신의 모습에서 주 실장이 보였으리라. 주 실장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니까.


‘하아! 돈이란 놈. 참 무섭네!’


사람을 잃고 나서야 깨닫게되니...


어느새 오성태의 입가에도 씁쓸한 미소가 번져갔다.


그런데 그때, 백민혁이 돌아서서 말했다.


“형! 다음에 돼지껍질에 술 한 잔 콜? 오랜만에 거기 한 번 가자! 예전처럼!”


순간 표정이 확 밝아진 오성태가 몸을 홱 돌리며 대답했다.


“오냐! 이 자식아! 어디 코가 삐뚤어지게 한번 마셔 보자고! 예전처럼.”

“오케이! 그럼 나 진짜 간다.”


오성태는 대표실을 나서는 백민혁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타이밍이 아니었다면 인정하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아울러,


‘확실히 저 놈은 매니저가 더 어울리긴 해!’


하는 생각을 끝으로 백민혁의 꿈이 이뤄지길 마음속으로나마 축복해 주었다.




재밌으셨나요? 그렇다면 추천, 선호 꾹! 피득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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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63 에리엘e
    작성일
    23.09.24 22:25
    No. 1

    리메된거 오늘 알아서 정주행해서 봤는데
    더 재밌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51 e루다
    작성일
    23.09.25 19:05
    No. 2

    ㅠㅠㅠ. 죄송합니다. 기껏 댓글까지 달아주셨는데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연중할 생각입니다.

    취미가 아닌 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초반부에 이렇게 연독률이 무너진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뜻이겠죠.

    이 작품은 끝내 애증의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글은 다음달 중으로 모두 삭제되고, 여기에는 <각인빨 마법사>라는 퓨전 판타지가 새롭게 연재될 예정입니다.

    다음에 또 제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재능이 있든 없든 앞으로도 저는 계속 글을 쓸 것 같습니다.

    깨지고 깨지고 또 깨지다 보면 언젠가는 감이 잡히는 날이 오겠죠.

    그럼 다시 볼 날을 기약하며...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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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재명은 학교가 싫다. 23.09.19 265 5 12쪽
7 백민혁의 선택 23.09.18 316 8 12쪽
6 재명의 선택 23.09.16 348 5 11쪽
5 이 놈은 잡아야 한다! 꼭!! 23.09.15 382 6 11쪽
4 폭주하는 백민혁 +2 23.09.14 449 7 11쪽
3 미다스의 호구 +4 23.09.13 557 8 14쪽
2 이게 다 뭔 일인지! +2 23.09.12 678 13 12쪽
1 꼬인 인생이 리셋되었다 1 +5 23.09.11 810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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