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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루다 님의 서재입니다.

사이코가 만능천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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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루다
작품등록일 :
2023.08.02 02:13
최근연재일 :
2023.09.21 23:5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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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8
추천수 :
74
글자수 :
54,051

작성
23.09.19 21:13
조회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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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재명은 학교가 싫다.

DUMMY

다음날.


“있잖아. 재명아. 너 혹시 아직 오해하고 있니?”

“뭘요?”

“처음 봤을 때 내가 했던 행동 말이야. 그건 다...”

“됐어요.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계약서나 주시죠.”

“끄응!”


‘이거 그때 그 일로 단단히 찍힌 건가?’


잠시 앓는 소리를 한 백민혁은 일단 서류 봉투부터 건넸다.


“자, 여기 있다!”


재명이 말한 계약서였다. 봉투를 받아 든 재명은 안에 든 서류를 꺼내 들었다. 한 장 한 장 읽기 시작한다. 거참 꼼꼼히도 읽는다. 과연 내용을 알고서 보는 걸까?


금세 다 읽고는,


“이건 조건이 좋아도 너무 좋네요.”


이러고 있다. 하긴, 파격적인 조건이긴 했다. 숙식 제공에 연기 레슨은 물론, 원한다면 배우고 싶은 모든 분야에 대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준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모든 게 무료라는 사실. 나중에 따로 정산하는 것도 아니다. 말 그대로 공짜다. 심지어는, 정산 비율마저 9:1.


“이래서 어디 먹고살겠어요?”


하아! 이건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역시 미움받는 게 분명해!’


내심 서운했지만, 겉으로 티를 내진 않았다.


“돈은 벌 만큼 벌었다. 코흘리개 돈을 욕심내지 않아도 될 만큼.”

“원래 돈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요?”

“한때는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지. 하지만 막상 벌어보니 다 쓸데없더라.”


‘나 참. 내가 지금 애 데리고 뭔 얘기를 하는 건지.’


하도 진지하게 물어봐 대답은 해주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욕심내는 게 인간이죠!”


이 녀석 하는 얘기가 더 가관이었다.


무슨 인생 2회차도 아니고, 하는 소리나 행동이 꼭.


“우선 이 계약서 자체는 문제 삼을 거 없으니 넘어가고요. 대신 특약사항에 문구 하나만 더 달죠.”


닳고 닳은 사업가 같다.


“뭐, 거창한 건 아니니 긴장하진 마시고요. 그냥 한 가지 문구만 넣으면 돼요.”


그것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그런데 한 번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지 저 모습조차 싫지 않았다. 오히려 안쓰러웠다. 대체 그간 어떤 일을 겪었기에 저러는 걸까? 물어보니 천 원장도 재명의 과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


재명의 경우가 딱 그랬다. 아무도 그의 과거를 알지 못했다. 보육원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지냈고, 그나마 친한 건 유종민이라는 아이 달랑 하나. 하지만 그 아이는 재명에 관해 물으면 항상 이렇게 답했다.


- 재명이에게 물어보고 나서 말해 줄게요.


그러고는 다시 와서 한다는 말이.


- 재명이가 그랬어요. 기분 나쁘게 뒷조사하지 말고,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직접 와서 물어보라고. 이렇게요.


어이가 없었다.


재명은 모든 사람에게 일부러 벽을 치는 것 같았다. 그것이 호의적이든, 아니든. 사람이 다가오는 것 자체를 엄청 꺼렸다. 유종민과 친해진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 면에서 백민혁과는 정반대의 성향.


‘너무 서두르지 말자!’


사람에 대한 병적인 경계심을 가진 아이다. 사랑을 받아 본 적도 없을 게 분명하다. 일단 사랑으로 보듬어 안자. 그리고 천천히 기다리자. 그렇게 마음먹은 백민혁은 기존의 계획을 수정했다.


원래는 오디션 참가를 한 번 권해 볼까 했지만,


‘그건 내 욕심이지!’


득보단 실이 많다. 재명은 아직 어리다. 쫓기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 데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첫 작품부터 굳이 악역을, 그것도 사이코패스 살인마 역을 할 필요가 있을까?


박정훈 감독이 각색한 시나리오를 주며 넌지시 떠봤을 때, 백민혁의 평은 이랬다.


- 스토리 완성도는 좋은 반면, 흥행하기 어려운 작품.


이것도 적당히 좋게 돌려서 말한 것일 뿐, 내심은 ‘이따위 작품을 왜 만들려는 거지?’였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자기 배우를 끔찍이도 아끼는 백민혁의 입장에서는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이기에.


그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연기 후 후유증.

둘째, 이미지 손상과 고정의 가능성.

셋째, 국내 환경과 장르적 한계로 인한 흥행의 어려움.


그럼에도 잠시나마 끌렸던 건 순전히 재명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오디션이고 뭐고 다 필요 없다.


재명에게 시급한 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신뢰. 나머진 고민은 그 뒤에 해도 늦지 않다.


그런 생각에 백민혁은 최대한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래. 말해 보거라.”

“전반적인 모든 활동에 관해 소속 배우의 의견을 가장 우선적으로 반영한다.”

“응?”


예상치 못한 말에 백민혁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왜요? 제 말이 어려워요? 쉽게 말해 작품 선택, 방송 출연 및 모든 활동을 제가 선택하겠다는 거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너무 당연한 걸 얘기해서 말이지.”


이번엔 재명의 눈이 동그래진다.


“네?”

“뭘 그렇게 놀래. 난 지금껏 그렇게 일해 왔어. 물론 아니다 싶은 건 적극적으로 설득하긴 했지만, 그래도 거부하면 강요하진 않았어.”

“왜요? 보통 다른 기획사는 안 그러지 않나요?”

“물론 돈독 오른 회사는 대부분 그러지. 소모품처럼 최대한 뽑아 먹고 버리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별로 좋은 방식은 아니야.”

“호오? 어째서요?”

“사람이 스트레스를 계속 받게 되면 언젠가는 풀기 마련이거든. 문제는 엄한데 눈을 돌렸을 경우야. 예를 들면 술, 마약, 여자와 같은...”


대화 주제가 자꾸 엉뚱한 곳으로 빠진다. 이상하다 싶어 재명을 흘깃거린 백민혁은 내심 고소를 금치 못했다.


‘와! 이 녀석 봐라?’


아무래도 지금껏 간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증거가 입가에 걸린 저 미소다.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아주 흡족하게 웃고 있다.


마치 ‘이만하면 합격!’하는 듯한 얼굴. 자기 생각을 감출 생각도 없는 모양이다.


“역시 제 후견인으로 손색이 없네요.”


이러고 있었으니.


‘헐. 이게 무슨 최종면접 같은 거였어?’


새삼스레 느끼는 거지만 이 아이.


절대 평범한 아이가 아니다.


사람 머리 꼭대기에서 놀려고 한다. 하지만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리. 이미 마음을 단단히 빼앗긴 상태. 조금 유별나고 삐딱하지만 사랑으로 보듬다 보면 차차 나아지리라.


그런 생각으로 백민혁은 망설임 없이 재명의 후견인이 되었다.


덤으로 유종민까지.


***


잠시 후.


재명이 짐을 들고 나왔다. 달랑 박스 하나만.


“뭐야? 짐이 그게 다야?”

“네.”

“진짜 다 챙긴 거 맞아?”

“네.”

“혹시 모르니까 빠진 거 있나 다시 한번 잘 살펴봐!”

“없어요.”

“... 끄응! 알았다. 그럼, 일단 타라.”


백민혁이 운전석에 몸을 싣자, 재명이 뒷좌석 문을 연다.


“응? 뭐하냐?”

“타라면서요?”

“누가 뒤에 타래? 앞에 타야지.”


그의 말에도 재명은 뒷좌석에 그대로 올랐다.


“이미 탔어요. 종민아 너가 앞에 타.”

“어? 내, 내가?”


재명에 이어 뒷좌석에 타려던 유종민은 엉거주춤. 시선이 백민혁과 재명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백민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말했다.


“됐다. 너도 그냥 뒤에 타라!”


***


청담동 캐슬리츠빌.


청담은 압구정과 더불어 전통의 부촌이다.


이곳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빌라며, 최상위층을 타깃으로 만들어졌다.


전용면적만 기본 40평 이상. 유럽풍 외관으로 단지 내 아름다운 조경 시설을 갖추고 있고, 유명연예인, 기업가, 자산가 등 다양한 분야의 상류층이 주로 거주. 철저한 보안시스템은 물론, 입주민 공용 공간에는 헬스장과 골프 연습장 그리고 와인바와 영화관까지 갖추고 있다.


그런데 백민혁의 차가 그 캐슬리츠빌로 들어가는 게 아닌가.


지하 주차장에는 고급 차가 즐비했다.


재명은 별 동요가 없었지만, 유종민의 눈은 띠용!


디립따 커진다.


두리번두리번.


이리 봐도 외제 차. 저리 봐도 외제 차.


어라? 저긴 영화에서만 보던 스포츠카도 있다.


청주 촌놈이 놀랄만하다.


유종민의 입에선,


“아이구야. 여기선 장갑 끼고 다녀야것다.”


구수한 느낌의 사투리가 툭 튀어나왔다.


백민혁은 의아해 물었다.


“장갑은 왜?”


그러자 유종민이 하는 말.


“아! 그렇잖아유. 잘못하다 기스나면 어째유~”

“... 풋. 그, 그러니까 장갑을 끼는 이유가... 크크큭. 크하하하하!”


충청도식 화법. 일명 빙빙 돌려 말하기였다.

특유의 은유와 해학, 부드러운 말에 재치와 유머가 숨어 있고, 두 번 세 번 곱씹다 보면 은근히 재밌다. 더구나 유종민의 느릿한 말투와 순박한 표정을 보면 그 재미는 배가 된다. 한데 재명은 아닌가 보다.


“종민아.”

“어?”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 그런 건 아저씨가 다 해결해 줄 거니까!”

“저, 정말?”

“뭐. 일부러 그러지만 않으면 그럴걸. 맞죠?”


재명이 동의를 구해오자, 백민혁의 웃음이 왠지 썩소로 바뀌고 있다.


‘나 원. 얘는 무슨 로봇인가?’


지나치게 이성적이었다. 농담 한번 한 적이 없을 정도. 꼭 필요한 말과 행동만 하고, 잘 웃지도 않는다. 한마디로 대하기가 너무 어렵다.


반면, 유종민은 편하다. 사람을 편하게 해 주는 재주가 있다. 재명의 부탁을 들어줄 때만 해도 혹하나 달고 왔다고 생각했건만, 그게 아니었다.

유종민을 데려온 건 신의 한 수였다.


아마 재명과 단둘만 지냈다면 굉장히 불편했을 듯.


백민혁은 애써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런 건 걱정하지 말고. 그만 올라가자!”


***


캐슬리츠빌 401호.


집은 아주 쾌적했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모든 건 가사도우미 덕분.


“인사해라. 이분은 최 여사님이다.”


대략 40대 중반 정도 됐을까? 한 아주머니가 푸근한 미소로 반긴다.


“안녕 얘들아!”

“안녕하세요. 한재명입니다.”

“안녕하세유. 전 유종민이에유~!”

“그래. 앞으로 먹고 싶은 게 있음 뭐든 편하게 말해줘. 아줌마 요리 실력 끝내 주거든. 알았지?”

“네.”

“어이구. 말씀만으로도 감사하구먼유~!”


간단한 소개 직후.


“너희들 전학 수속은 오늘 중으로 마무리될 거다.”

“학교가 어딘데요?”

“청록 중학교라고. 여기서 아주 가까워. 걸어서 대략 10분 정도?”


‘흠, 학교라...’


자꾸 깜빡한다. 지금은 14살이라는 사실을. 왠지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 그도 그럴게, 학교는 철저한 계급 사회이다. 집안 배경, 성적, 나이 기타 등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계급이 나눠지고, 밉보이면 엄청 피곤해진다. 특히 고아는 더 그렇다. 으레 아래로 보고 깔보려 드니까. 청주 같은 지방에서조차 그랬다.


하물며 여기는 전통의 부촌 청담동이다.


내심 기우이길 바라지만 혹시 또 모르는 일.


‘뭔가 묘수가 필요할 것 같은데... 뭐 없을까?’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걸 어필할 방법. 여기서 폭력은 배제해야 한다. 그건 문제의 소지가 너무 크다. 전생에서도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던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는 일.


‘아! 골치 아프네. 그냥 조용히 숨죽여 지내는... 아니, 잠깐.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직접적인 폭력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재명은 문득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백민혁을 향해 묘한 시선을 던졌다.




재밌으셨나요? 그렇다면 추천, 선호 꾹! 피득백은 언제든 환영입니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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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백민혁의 선택 23.09.18 316 8 12쪽
6 재명의 선택 23.09.16 348 5 11쪽
5 이 놈은 잡아야 한다! 꼭!! 23.09.15 382 6 11쪽
4 폭주하는 백민혁 +2 23.09.14 449 7 11쪽
3 미다스의 호구 +4 23.09.13 557 8 14쪽
2 이게 다 뭔 일인지! +2 23.09.12 678 13 12쪽
1 꼬인 인생이 리셋되었다 1 +5 23.09.11 809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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