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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영의 서재입니다.

잡담


[잡담] 『심연의 사냥꾼들』의 인물들에게 테마곡이 있다면


금요일은 일주일 가운데 글을 쓰지 않는 유일한 날입니다. 보통 때와 같이 책 읽고 게임이나 하며 시간을 보내려다, 마냥 놀고만 있을 순 없단 생각에 한글 파일을 열어 끄적거려 본 글이 이것입니다. 심연의 사냥꾼들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테마곡을 부여한다면 무엇이 될지, 곡명과 곡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덧붙여 써봤습니다.

 

앨범이 고향의 본가에 있어 가사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옮긴 것이기 때문에 다소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해석은 제가 직접 한 것이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주요 두 인물을 제외하고는 등장한 순서대로 썼습니다.

 

 

이븐 베르자크: Avantasia The Scarecrow

 https://youtu.be/L-PkfKZAT6E

“What about your flesh and blood and defilers like me?

네 피와 살들은? 거기다가 나 같은 모독자들은 어떻게 할 텐가?

Their evil eyes are looking down on you.

그들의 사악한 눈이 널 내려다보고 있는데.

And those who don't are losing sight of you.

그렇지 않은 자들은 너를 놓칠 테고.

Face the rage to chase away the specter of disgrace and shame.

분노를 직면해라. 오명과 수치의 허깨비를 쫓기 위해서.”

 

존재의 고독과 방황, 그리고 이를 이겨내려는 결연한 의지를 담은 Avantasia 불후의 명곡 The Scarecrow입니다. 대마왕의 현신인 듯한 Jorn Lande의 용암처럼 묵직하게 끓어오르는 보컬이 인상적인 이 곡은, 앨범 The Scarecrow의 타이틀곡이자 해당 앨범을 필두로 하는 트릴로지의 포문을 열어젖히는 노래입니다. 또한 장엄한 심포닉 메탈과 울고 싶어질 정도로 치열한 파워 메탈의 정수를 한데 담아낸, 비할 데 없는 수작이기도 합니다.

 

잔베르에서의 예기치 않은, 혹은 예정된 사고로 인해 마물과 인간의 경계에 서게 된 이븐의 존재론적 고뇌는 노래 속 Tobias Sammet, Lande 두 명의 걸출한 보컬리스트가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서도 형상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븐으로 하여금 사냥꾼의 길에 들어서게 만들었던 잔베르 탈환은 9막에서 보다 자세히 풀어낼 예정에 있습니다.

 

 

스타샤 메이츠니르: Within Temptation Faster

 https://youtu.be/uy_UmgjXGk8

“I won't give in, cause I'm proud of all my scars.

난 포기하지 않겠어. 내 흉터들이 자랑스러우니까.

And I can see I've been wasting too much time.

그래, 난 알아.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지.

I go faster and faster and faster and faster and faster and faster and faster.

난 더, 더욱, 더더욱 빠르게 갈 거야.

I can't live in a fairytale of lies.

거짓 동화 속에서 살 수는 없어.”

 

앨범 전체가 징벌과 복수를 다루고 있는 Within Temptation The Unforgiving 중에서도 Faster는 거짓 동화 속에서 살 수 없다고 부르짖는 폭발적인 후렴구 때문에 유난히 눈에 띄는 곡입니다. Sharon den Adel,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거의 신성하다시피 한 보컬은 해당 곡에서도 빛을 발합니다.

 

항상 심사가 뒤틀려 있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솔직하고 단순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스타샤는 작중에서 이븐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사냥꾼을 희생시켜 안전을 꾀하는 무리들을 깊이 증오하면서도 바로 그런 이들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모순을 안고 있습니다.

 

 

뷔센 군터하임: Delain Your Body Is a Battleground

https://youtu.be/eKZgAVygp9A

“One bitter pill hard to take.

삼키기 어려운 쓰라린 알약.

And one more each day just to feel the same.

그리고 매일 한 알씩 더 삼키지. 똑같은 기분을 느끼려고.

Kill the pain.

Kill the pain.

고통을 죽여.”

 

Nightwish의 베이스와 보컬을 맡고 있는 Marco Hietala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한 곡입니다. 형언하기 힘들 만큼 독특한 Hietala의 보컬은 곡의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 균열을 마련하며 결코 잊지 못할 색채를 덧씌웁니다. Delain의 프론트우먼이자 보컬인 Charlotte Wessels은 인터뷰에서 해당 곡이 사람들의 미()에 대한 죄의식을 부추겨 돈을 버는 사업을 고발하기 위해 쓰였다고 얘기합니다.

 

네 몸이 전장(戰場)이라는 의미심장한 제목과, 인용한 해당 부분은 고통을 잊고 사냥에 나서기 위해 진통제를 복용하는 뷔센의 상황에도 적절할 것 같습니다. 뷔센은 사냥단의 창설 때부터 사냥꾼으로 일해 왔습니다. 그는 에이델이 죽고 데릭과 스타샤가 잔베르의 일로 떠난 뒤, 오펜하른에 남아 노블 다이스와 싸우다 부상을 얻은 이래로 광인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위태로운 그의 정신이 언제까지 사냥을 버텨낼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웨인 헬라이드: Black Sabbath Heaven and Hell

https://youtu.be/riwxbh_n_WM

“They say that life's a carousel.

그들은 삶이 회전목마라고 말하지.

Spinning fast, you've got to ride it well.

빠르게 돌아서, 잘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The world is full of Kings and Queens

세상은 왕들과 여왕들로 가득 차 있고

who blind your eyes then steal your dreams.

그들은 네 눈을 멀게 하고 꿈을 훔칠 거야.

It's Heaven and Hell, oh well.

천국이자 지옥이지.

And they'll tell you black is really white.

그리고 그들은 흑이 실제로는 백이라고 말할 거야.

The moon is just the sun at night.

달은 밤에 뜨는 태양이라 말할 테고.” 


Ronnie James Dio가 합류한 뒤 처음으로 내놓은 동명의 앨범에 수록된 타이틀곡입니다. Tony Iommi 특유의 어둡고 진중한 기타 사운드에 Dio Ozzy Osbourne과는 다른 의미로 악마적인 보컬이 올라타면서 한 시대를 정의하는 명곡이 완성됩니다. 누군가 나는 무신론자이지만 신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Dio일 것이다.”라고 했던 것처럼 Dio Heaven and Hell에서도 전능하사 역사하십니다.

 

이븐의 스승이자 작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냥꾼으로 등장하는 웨인은 삶이 어두운 진실과 모순으로 가득 차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노인입니다. 그러나 생()이 그처럼 지저분한 구렁텅이 속으로 아무런 의미도 예비하지 않은 채 내던져진대도, 웨인은 스스로 설정한 목적을 향해 몸을 내던지며 자신의 실존을 입증하는 인물입니다.

 

 

막심 에카르트: Hammerfall Last Man Standing

 https://youtu.be/IOmMZBZGBps

“Seeing clearer what I've done

내가 저지른 일들을 뚜렷이 바라보며

I'd refuse to let things go.

그 모든 것들이 내 손을 떠나게 하지 않겠어.

I could never once admit I'm wrong.

내가 틀렸다고 단 한순간도 인정할 수 없어.

And what do I have to show?

내가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박력 넘치고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로 뇌리에 가사를 때려 박는 Hammerfall의 곡입니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고난과 역경이 닥쳐오더라도 버티고 버텨 끝내 승리하는 것은 자신이 되리란 의지를 내비치는 노래입니다. “I could never once admit I’m wrong.”은 영어로 할 때는 멋진데 한국어로 옮기니 영 느낌이 살지 않는 감은 있습니다.

 

교황청의 사냥꾼인 막심은 작은 체구에서 감히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대한 힘을 뿜어내는 인물입니다. 문학에 조예가 깊고 능글맞은 그이지만 복잡한 비밀을 감추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막심의 활약이 두드러져 주인공인 이븐을 가릴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쓰다 보니 사냥꾼들에 대해서만, 그리고 또 메탈 곡으로만 써버렸는데 시간이 난다면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써볼 생각입니다. 제가 인물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인상이 독자 분들에게도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혹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무척 궁금하네요.





댓글 2

  • 001. Lv.74 레인엔진

    18.08.04 16:35

    생각보다 굉장히 메탈적인 친구들.. 왠지 레옹 주제곡 떠올리곤 했는데 새롭네요 또

  • 002. Lv.27 이단영

    18.08.04 18:11

    제가 전투 장면을 염두에 두고 선정해서 더욱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2막이 끝나는 장면과 같은 부분들에는 말씀해주신 〈Shape of My Heart〉가 어울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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