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로에서 우는 여인
십자로에서 우는 여인이여,
사냥개 데리고 매를 부리는
그대의 연인을
황혼 녘에 만나려는가?
나무 위의 새들에게 입막음돈을 주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게 하라,
뜨거운 태양을 노려보아 하늘에서 쫓아내어
밤이 오게 하라.
여행하는 밤은 별도 없고
겨울바람은 황량하다.
앞에는 온통 공포를,
뒤에는 회한을 남기고 뛰어가라.
뛰어가라,
바다의 끝없는 울음을 들을 때까지.
바다가 깊고 쓰디써도
그대 모조리 마셔야 한다,
황금열쇠 찾기 위해
난파선을 뒤지며,
가장 깊숙한 바다의 감옥에서
인내심 다해 버텨라,
세상 끝까지 내쳐가서
무서운 파수꾼을 입 맞추어 달래 놓고,
심연 위에서 흔들거리는
썩은 다리를 건너라.
버려진 성이
그대를 기다리며 서 있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대리석 층계를 올라
잠겨진 문을 열어라.
의심과 위험은 이제 사라졌으니
정적 속에 비어 있는 무도회장을 가로질러라,
거울에서 거미줄을 불어 내고
마침내 네 자신을 보아라.
그대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
징두리널 뒤로 손을 넣어라.
거기에서 주머니칼을 찾아 찔러라,
진실되지 못한 그대 가슴을.
오든, W. H. (1973). 『오든 시선집: 아킬레스의 방패』. 봉준수 역. 나남. 2009. pp. 10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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