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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빈의 작은 공방

비천 : 나라카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무협

완결

샛빈
작품등록일 :
2020.11.10 19:44
최근연재일 :
2021.04.05 12:30
연재수 :
130 회
조회수 :
109,898
추천수 :
1,329
글자수 :
670,396

작성
21.03.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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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5
추천
6
글자
12쪽

절심

안녕하세요 샛빈입니다.

본문에는 조금 잔인한 요소가 포함되어있을 수 있으니

이에 유의해주시길 바랍니다.




DUMMY

씻어낼 수 없는 죄악이 유강의 손위로 쌓여올라간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럼에도 그는 멈출생각이 없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다.


유강을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던 무화와


그런 그들을 걱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연화역시


머뭇머뭇 그들에게로 다가와 곁에 선다.


화린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옴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은채 그저 유강의 가슴팍에 얼굴을 뭍고있다.


그런 화린의 모습에


폐부를 짓누르는 기분나쁜 중압감이 그들 모두의 심장을 먹먹하게 짓눌러왔다.


그런 엄숙하고도 끈적한 분위기를 흩은것은


무화도


연화도


화린도


유강은 더더욱 아닌


흔들리는 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형...님...?"


그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에


유강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간다.


익숙한 목소리,


품안에 안긴 화린과 같은


아니 이 자리의 모두와 같은


부드러운 흑발이 잔잔히 흩날리는 사내,


'담'이 그곳에 서있었다.


갑작스럽게 예고조차 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유강과 그의 품안에 안겨있는 화린을 제외한


무화와 연화의 고개가 획소리가 날정도로 거칠게 담을 향해 틀어진다.


"담! 언제!"


경악을 담고 퍼지는 연화의 목소리와


"벌써 이곳까지!"


당혹성을 가득담은 무화의 목소리가 끝없는 무저갱의 나락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담'은 망연히 '비'의 시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미 심장이 멎은지는 한참이 지난 시신, 그럼에도 다시 삶을 되찾았던 시신,


오랜 미치광이 생활에서 겨우 이지를 찾았던,


그러나 지금은 다시금 주검으로 돌아간 '비'의 시신을 허망히 올려다보는 '담'


그런 그의 뒤편 저 멀리에서는 끝없는 군세들이 조금씩 모습을 보이고있다.


'늦었다.'


그녀들의 머리속에서 공통으로 떠오른 생각,


도망을 치기에는 이미 늦었다.


'담'하나뿐이었다면


유강이 나설것도 없이 자기들만 하더라도 어찌어찌 막아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의 뒤에서 따라붙고있는 저 막대한 물량의 군세는,


그중에서도 한가운데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다가오는 저 인력거는


'염라'였다.


그녀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자신도 모르게 '유강'을 바라봤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존재는 그나마 유강밖에 없었다.


여전히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무기질적인 시선의 유강역시 '담'과 그의 뒤편에서 다가오는 거대한 군세들을


바라보고있다.


유강일행이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는지 어쩐지


천천히 손을 들어


싸늘히 식은 '비'의 비늘을 쓸어보는 '담'


"이... 무슨..."


두번이나 형을 잃었다는 슬픔일까 '담'의 목소리는


짙은 허무감을 담고


더듬더듬,


끝없이 떨려온다.


"왔군"


그런 그의 귓가로 들려오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그 믿을 수 없을정도의 차가움이


귓가에 내려앉고


심장은 삽시간에 얼어붙을듯 서늘하다.


천천히 '담'의 시선이 유강을 잡아낸다.


'왜?'


어떻게 저렇게 평온한 얼굴을 하고있을 수 있지?


'왜?'


난 이렇게나 슬픈데,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아파야만 하지?


'왜?'


아무런 잘못조차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우리형을 또 죽인거야?


"왜?"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의문은 결국 '담'의 입에서 떨어져내렸다.


눈물한방울 없는 목소리는 마치 꽃잎이 떨어지듯 허무하게 바닥으로 떨어져내렸다.


그 무엇도 담고있지 않은 텅빈 눈동자가 유강을 지그시 응시하고 있다.


금방이라도 달려들것을 예상해 잔뜩 긴장하고 있던 '무화'와 '연화'의 생각을


가볍게 무시하고


그저 무기력하게 목소리를 내뱉는 '비',


끝없이 떨리는 텅빈눈동자와 목소리는


허무하게 허공만을 좇다가


"오빠?"


온몸이 붉게 물든 화린에게 한번


"딱히 네게 개인적인 원한은 없다."


그 곁에 서있는 유강에게 다시 한번 멈춘다.


"그래"


뺴앗긴것은 형 하나만이 아니었다.


여전히 흐리멍텅한 눈


"늘 네가 문제였지"


그에게는 분명 동생도 존재했다.


고저가 없는 목소리


"형이 처음 죽었을때도"


모두 유강 떄문이었다.


늘 그래왔듯 일직선으로 뻗어가는 살기


"화린을 빼앗아간것도"


형이 죽은것부터 자신을 향해 떨어진 모든 불행들이,


첨예하게 벼려진 이기심이,


"그리고 지금도"


유강때문이었다.


유강을 향해 겨눠졌다.


유강은 그런 담의 원망어린 시선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무기질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고 '담'을 바라본다.


확실히 그의 행보에 '담'과 그의 혈족은 정말 끊어질 수 없을정도로 강렬한 악연으로 묶여있다.


그런 악연으로 묶여 결과적으로 그들이 피해를 입은것이 맞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기질적인 목소리, 유강의 팔이 천천히 들려올라간다.


"네가 뭘 할 수 있지?"


들려올라간 유강의 팔은 천천히 화린의 머리위에 올라앉았고


부드러운 손길로 '담'을 바라보고 있는 화린의 머리를 쓸어넘긴다.


마치


'친동생'과도 같이


그 모습에 '담'의 흐리멍텅한 눈동자에


무기력하게 내려앉은 어깨에


축 늘어져있던 목소리에


악랄한 분노와 복수심이


꾸역꾸역 밀려들어간다.


"너 이 개x끼!"


악에 받친 목소리가, 그 골 깊은 증오심이, 유강을 향해 꾸역꾸역 밀려들어온다.


그러나 유강은 그의 말을 다 듣고있지 않았다.


그의 말을 듣고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의 목소리 위로 덮이는 무기질적인 목소리,


"네놈은 날 죽이려하지 않았나?"


무기질적인 시선은 그 어떤 감정도 담지 않고 '담'의 마음을 짓누른다.


"그렇다고...!"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모든것을 짓밟을 권리가 된다는 말인가?


단지 자신의 목숨이 위협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걸 파괴할 이유가 된다는 건가?


삶의 모든걸 걸고 쫒은 형이 죽었다.


동생까지 뺴았겼고


그걸로도 부족해 다시 되살아난 형을 또 한번 죽였다.


이 남자의 강함은 익히 알고있다.


"어째서..."


형이라고 한들, 이전과 같은 모습이 아니었던 이상 이 사내를 감당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이렇게 다시 주검이 되었겠지


"굳이 더이상 할말은 없군"


그런데 저 무기질적인 눈동자는 무엇인가?


자신의 형의 죽음을


자신의 불행을 향해


비웃음도


동정도


경멸을 보내는것도 아닌


그저 아무것도 아닌 먼지를 바라보는것같은 저 시선은 무엇이란말인가?


힘이 있다고


자신의 일족을 짓누르고


무시하는 저 눈빛은 무엇이란 말인가?


'담'의 눈동자 그 속으로 켜켜이 뿌리깊은 증오가 그 줄기와


가지를 피워올리기 시작한다.


폐부 깊숙히 자리잡은 독기가


유강을 향해 고개를 쳐들고


진득한 살기가 불쾌하고도 끈적하게 유강을 향해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그런 '담'을 바라보는 유강,


그는 저런 눈동자를 익히 알고있다.


'예정대로 죽여야겠군'


독기가 가득한 눈,


오로지 누군가의 파멸만을 바라는


순수하고도 원초적인 탐욕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절절한 마음


'복수'


딱 유강이 지옥에 떨어지기 직전의 눈이었다.


온 세상을 향해 피아없는 분노와 살기를 뿜어대던 눈,


뇌가 녹아내릴것만 같은 절절한 분노,


온몸의 피가 머리속에 몰려있는것 같은 붉은 통증,


'담'은 유강을 향해 강렬한 복수심을 일깨우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죽이는게 맞았다.


변수는 최대한 줄이는게 좋으니까


아무런 힘도 없던 인간인 자신조차 여기까지 올라왔다.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던 지옥에서


묵린어 떼한테 죽음을 맞이할 뻔했던 그런 미약한 존재에서


지금은 간단한 손짓만으로 용을 제압할 수 있을정도의 실력이 되었다.


자신이 이런상황인데 저 '용'이 복수심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면


감당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신의 복수만을 관철하고자 하는 이기심 때문이 아니다.


.

.

.

.

.

.

.

.


아니


맞다.


'담'이 성장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복수'에는 방해가 된다.


크던작던 영향이 끼칠수밖에 없다.


그래,


그렇기에 방금 '화린'역시 말리지 않았다.


'비'를 죽이는 행동은 유강이 했어도 충분했다.


아니 오히려 유강이 죽이는것이 더욱 쉽고 간단했을지도 모른다.


무화에게 경멸어린 시선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연화에게 걱정어린 시선을 받지 않았을 것이며


화린의 마음속에 상처를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그것 뿐이다.


지금껏 고민해왔던 화두


'인정'


인간으로서의 정,


유강의 마음 한켠에 자리잡고 있는 그것


화린을 보고는 작은 후회를 떠올렸고


무화를 보고는 망설임을 떠올렸다.


연화를 볼때는


평화를 가장한


포기를 떠올렸다.


누군가는 복수를 논할때


용서만이 최고의 복수라는 말을 하고는 한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 허울좋은 개소리일뿐'


용서를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어라?


그 모든 말들은 뇌가 녹아내릴정도의 강렬한 분노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그정도까지의 깊은 복수심을 가슴속에 품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강은 그정도로 성인군자가 아니었다.


영웅이 되고싶었던것도 아니었고


그저 평범하게


복수를 원하고


그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고 싶을 뿐,


물론 유강이 강해지는데에 단순한 복수심뿐만이 아닌


이 '인정'이 큰 도움이 되었던것 역시 틀림이 없지만


'언젠가는 발목을 잡을 부분'


지상으로 올라가는일이 코앞으로 밀어닥쳐있는 지금,


필요없는것은 과감히 도려낼줄도 알아야했다.


그래


그렇기에


다가올 마지막 염라와의 싸움에


유강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화린'을


염라의 군세로 밀어넣을 계획이었다.


광분한 상태로


본래의 힘을 수배로 끌어올려


압도적인 군세와 더불어


'비'에 이어 '담'까지 죽여내기를 바랬다.


유강의 시선이 '담'으로부터 떨어져내려 품안의 화린을 흘끗 내려다본다.


'비'떄와는 달리 별다른 관심이 없어보이는 화린,


'아니 관심은 그때도 없었나'


유강의 손이 천천히 화린의 머리에서부터 떨어지고


그의 시선은 다시금 '담'을 마주본다.


"널 저주한다! 빌어먹을 새끼야!"


처절한 '비'의 목소리가 유강의 온몸에 끈적히 달라붙을 무렵


"못본새에 꽤나 감성적으로 변했구나"


낮은 목소리,


조용하게 깔리지만


사방을 압도하는 목소리,


만물의 위에서 세상을 굽어보는,


그런 절대자만이 갖을 수 있는 그런 위엄을 가진 목소리가


황폐한 무저갱의 위를 떠돌며 유강의 전신을 짓눌러온다.


"대왕님!"


고압적인 목소리의 주인, 염라는 어느새 악을 내지르는 '담'의 뒤에서 그 거대한


덩치를 가릴생각조차 않고 유강일행을 향해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담'은 그런 염라를 올려다보더니 유강을 향해 씹어먹을듯한 시선을 보내며


두어걸음 물러나 염라의 뒤에 선다.


"염라!"


더불어 갑자기 나타난 염라를 향해 경악성을 내지르는 무화,


유강과 '담'을 향해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했던것이 아니다.


아니


아무리 집중하고 있다고 한들 저렇게 거대한 덩치가 나타나


자신들을 향해 그림자를 드리우는데 모를리가 있을까?


그런데 실제로 그녀들은 눈치채지 못했다.


말 그대로 염라가 입을 열기 전에는 그가 그자리에 서있다는 사실조차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염라와 자신들의 무력차이를 실감하기에는 충분했다.


"ㄷ...더 강해졌어..."


망연히 염라를 올려다보는 무화,


아무리 그녀가 약해졌다고 한들, 그녀의 감각은 결코 둔하지 않다.


오히려 약해진 지금


사방을 향해 날카롭게 당겨진 긴장감으로 인해 더욱 예민하게 벼려져있기에


더욱 감각이 예민해져있다고 할 수 있었다.


"예전엔 그래도 희미하게나마..."


분명 일전에 얼굴을 마주했을때,


연화의 성에서 연화가 끌려갈무렵 마주했던 염라는


아니


남토의 땅에 들어선 염라는


그녀가 희미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전혀 불가능했다.


경지를 숨기고 있었던 아니면 더욱 강해졌건


그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사실은 그때보다 염라가


월등히 강해졌다는 사실뿐이었다.


반사적으로 그녀의 시선이 유강을 향해 틀어진다.


무슨말을 하고싶었던것도


무슨 방법을 바란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반사적인 시선,


그리고 그런 그녀의 눈에는


처음부터 알고있었다는 듯


놀라움이 결여된 유강의 모습이 있었다.


"반갑다고는 못하겠군"




댓글과 선작은

작가를 살립니다

댓글과 선작 부탁드려요!

본문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종교는 현실과 연관이 없으며

본문은 특정 단체 및 종교를 비하할 의도가 없음을 밝힙니다.


작가의말

오랜만입니다!

보고싶었어요 여러분!

(실제 일주일 조금넘는시간이었을 뿐이지만요 ㅎㅎ)

김치는 한국의 전통음식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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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1부 에필로그 21.04.05 548 4 5쪽
129 이유(2)(1부 마지막화) 21.04.02 556 5 10쪽
128 이유 21.04.01 431 5 11쪽
127 지옥의 끝(6) 21.03.31 434 5 11쪽
126 지옥의 끝(5) 21.03.30 448 5 11쪽
125 지옥의 끝(4) 21.03.29 426 6 11쪽
124 지옥의 끝(3) +2 21.03.27 436 6 11쪽
123 지옥의 끝(2) 21.03.25 430 6 12쪽
122 지옥의 끝 21.03.24 440 5 12쪽
121 최후(7) 21.03.23 452 5 11쪽
120 최후(6) 21.03.22 448 6 12쪽
119 최후(5) 21.03.21 440 5 11쪽
118 최후(4) 21.03.20 533 6 11쪽
117 최후(3) 21.03.18 443 6 11쪽
116 최후(2) +2 21.03.17 491 6 11쪽
115 최후 +1 21.03.16 474 7 11쪽
» 절심 +1 21.03.15 456 6 12쪽
113 눈물(3) +2 21.03.06 465 7 11쪽
112 눈물(2) +1 21.03.04 448 7 11쪽
111 눈물 +2 21.03.03 524 7 11쪽
110 비(3) +1 21.03.02 474 8 12쪽
109 비(2) +2 21.03.01 455 7 11쪽
108 +1 21.02.28 466 7 11쪽
107 동토(3) +1 21.02.27 441 7 11쪽
106 동토(2) +1 21.02.25 445 7 11쪽
105 동토 +1 21.02.24 440 7 11쪽
104 신목(4) +2 21.02.23 428 8 11쪽
103 신목(3) 21.02.22 433 6 11쪽
102 신목(2) 21.02.21 477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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